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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SOUND, 100대 대선공약 제안…창작·생활 지원부터 진흥기구 설립까지

대지의 마음 2012. 2. 19. 09:08

'달빛요정만루홈런' 죽음, 반복되지 않으려면...

대중음악SOUND, 100대 대선공약 제안…창작·생활 지원부터 진흥기구 설립까지

 

 

 

소녀시대와 이진원.

 

지난해 대중음악계는 미국과 프랑스 등지에서 성공을 거둔 ‘K-POP’ 열풍으로 들썩거렸다. 문화 변방국으로 분류되던 한국의 가요에 열광하는 외국인들의 모습은 많은 부분 언론의 과장 보도가 있었다는 것을 감안해도 분명 우리 대중음악의 위상이 남달라졌음을 가늠케 했다.

 

하지만 이들의 성공과 함께 잊지 말아야 할 이가 1인 밴드 ‘달빛요정만루홈런’ 이진원씨다. 나름 이름이 알려진 인디 뮤지션이었음에도 음원 수익을 아예 받지 못하거나 싸이월드의 도토리로 받았던 그의 사연은 그 자체로 충격이었던 것이다.

 

그의 죽음은 가난한 뮤지션들의 생활고, 그리고 대기업과 대형 기획사들이 독식한 대중음악계의 어두운 단면이 드러나면서 꽤 큰 파장은 일으켰다. 하지만 애도의 물결과 함께 시간이 흐르자 이에 대한 개선 논의도 흐지부지 됐다.

 

이는 어엿한 문화의 한 장르이지만 여전히 ‘예술’이 아닌 것으로 취급받고, 국가적 지원에서도 늘 후순위로 밀려나는 대중음악이 처한 현실이기도 하다. 그런 와중에 올해 대선을 앞두고 대중음악에 관한 ‘대선공약 100대 과제’가 발표됐다.

 

대중음악 무크지인 대중음악SOUND는 최근 발간된 제4호 ‘대중음악과 정치’에서 인디 뮤지션들에 대한 지원뿐 아니라 ‘K-POP’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 대중음악 전문 공연장 확충, 전문 미디어 신설, 음원 유통구조 및 수익 배분 개선 등 대중음악 발전을 위한 전반적인 정책 공약을 제안했다. 

 

이번 공약은 ‘2012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장인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 박권일 KBS <탑밴드> 음악감독, 배순탁 MBC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조동춘 CJ E&M 음악사업본부장, 한현우 조선일보 기자 등 대중음악과 관련된 각계 전문가 62명과의 심층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30년 넘게 지속된 군사정권의 계속된 통제와 감시로 우여곡절을 겪었던 대중음악계가 먼저 자발적으로 정치권에 요구사항을 제시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공약 제시는 그런 의미에서 그 자체로 뜻깊지만, 그 내용 또한 상당히 구체적이고 체계적이다.

 

대중음악SOUND는 대중음악의 창작 공연 매체 유통 연구 전문인력교육 아카이브 법제 종사자생존 팝음악시장 신인뮤지션지원 정책집행프로세스 등 총 12개 분야에 걸쳐 100개의 공약을 제안했다.

 

그 중 음악사업의 수익이 창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선순환 구조와 창작 지원 기금을 만들자고 제안한 것이 눈에 띈다. 관련 좌담회의 내용을 전한 기사 중 ‘영화발전기금이 포함된 영화 티켓에서 아이디어를 얻자’는 한 전문가의 의견도 귀기울여볼만한 발상이다. 대중음악 공연의 티켓 가격에 일종의 대중음악발전기금을 포함하자는 것이다.

 

관련해 ‘생존권’ 차원에서 대중음악 종사자들을 비롯해 예술가들을 위한 사회보험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중음악가 이전에 시민으로서의 최소한의 생계가 보장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한 노동조합성격의 음악예술가 단체를 설립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으로 소개하고 있다.

 

 

 

10대 음악 소비자들에게 편중된 현 지상파-케이블 음악방송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방안도 제시했다. 음악 전문 FM라디오 방송국 및 케이블 음악전문방송국을 설립하자는 것이다. 또한 ‘스크린쿼터제’처럼 방송국에 언더그라운드 음악의 편성을 강제하자는 제안도 흥미롭다. 방송국 설립은 당장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편성에 관해서는 영국의 공영방송 BBC가 이와 같은 제도를 이미 실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실현가능성이 있다.    

각론에서의 정책 제안도 의미 있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 대중음악의 전반적인 발전을 위해 대중음악 진흥기구, 가칭 ‘대중음악진흥위원회’의 설립을 제안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영화진흥위원회와 같은 성격의 기구다. 더불어 창작자와 제작자 등을 위해 대중음악의 모든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아카이브’ 구축에 대한 고민도 던졌다.

 

대중음악SOUND는 이번 호의 <한국의 대중음악정책 사례 분석>에서 문화부가 설립된 1990년 이후 김영삼 정권부터 이명박 정권까지의 대중음악 정책을 평가했다. 그 중 이명박 정권의 정책을 살펴보면 “이명박 정부의 ‘음악산업 진흥 중기계획’은 집행에 있어서 기존 대중음악계와 상당 부분 충돌해 잡음을 일으켰다”고 평가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문광부) 장관이 민간으로 운영되던 시상식인 한국대중음악상과 골든디스크에 대한 지원을 중단한 것을 두고 “이는 김대중 정부부터 노무현 정부까지 일정부분 이어진 문화정책 기조인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과 상충하는 것으로 상당한 논란을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문광부는 이후 예산지원을 철회하는 대신 신인 뮤지션과 인디 밴드 발굴을 위해 1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지난해 3억5000만원으로 대폭 삭감돼 지원됐다.

 

현 정권은 최근 뜨고 있는 ‘한류’를 국가적인 사업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사실상 정부는 대중음악의 해외 진출에 있어서 실질적인 지원을 하기보다는 선전에 앞장서고 있어 ‘치적 쌓기’를 위해 한류에 숟가락을 얹으려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다”고 보고 있다.

 

한국일보 청와대 출입기자 출신인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번호의 <역대 정권 지도자들의 음악적 취향>에서 대통령들의 애창곡과 함께 그들의 대중음악 정책을 간략하게 정리했다.

 

최 평론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두고 “대중가요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드러냈던 인물”이라며 “특히 젊은 대중 문화인들을 만나 진솔한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지원하려 애썼던 점은 정치인이 아닌 문화인으로서도 인상적인 이미지를 남겼다”고 술회했다.

 

차기 대통령은 대중음악에 대해 어떠한 애정을 지닌 채 바라볼까. 대중음악인들은 야심차게 제안한 대선공약에 대선주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이로 인해 대중음악의 현실이 좀 더 나아질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입력 : 2012-02-12  17:49:05   노출 : 2012.02.12  19:5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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