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현장중계] 서울시 '구의역사고' 토론회... 불합리한 노동구조 지적 한목소리
"어쩌면 우리에게 우연히 살아남았다는 상황을 인지하게 해준 사건이었다.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 불안의 총체를 다시 확인한 것이다."
12일 오후 열린 '구의역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토론회'에서 자신을 '서울 시민'으로 소개한 한 참석자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지난달 28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안전문)를 수리하다 19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청년 노동자 김아무개씨. 그의 죽음이 드러낸 한국 사회 속 비정규직 노동 실태의 민낯과 불합리한 노동 구조는 많은 시민들의 분노와 공감을 샀다.
서울시는 이 같은 시민들의 비판과 의견을 현장에서 직접 듣고 해결책을 함께 고민하는 시민대토론회를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전문가와 실무자를 동원한 진상 규명 이전에, 시민의 충고를 수렴해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이날 토론회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의 사회로 진행됐다. 주말임에도 100여 명의 남녀노소 시민들이 토론 자리를 가득 메웠다.
비정규직, 청년 문제... 한국 사회의 민낯 드러나
토론의 주제는 김씨의 사망 원인을 둘러싼 여러 사회적 문제로 가지치기됐다. 그 원인은 곧 김씨의 사회적 위치와 맞닿아 있었다. 청년, 노동자, 공동체로부터 외면받아 온 삶. 각계 각층의 전문가 패널과 시민 참가자들도 그의 죽음 속에 숨은 한국 사회 구조의 모순을 짚어냈다.
먼저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외주화의 위험'을 지적했다. 김 위원은 "생명 안전을 담보하는 업무를 외주, 하청 등 비정규직 업무로 맡긴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낮은 단가로 업무를 진행하는 외주 업체들이 (노동자들에게) 기술 훈련을 시킬 수도 없는 구조로까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외주 계약 시 포함되는 '페널티(벌점)' 조항도 지적했다. 그는 "(업무가) 10분 지연되면 재계약 시 용역비를 삭감한다든지, 계약 과정에서의 불안정성이 직원들에게도 전가 되는 내적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현장에 있던 서울메트로 노동자도 "(이번 사고는) 서울시 공무원들의 빨리빨리 지시 문화 때문"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열차에 장애가 났을 때 10분안에 바로 조치하지 못하면 징계를 받는다"면서 "열차가 운행 중인데도 우리는 모든 걸 조치하려고 달려간다"고 호소했다.
안전 노동을 보장받지 못하는 비정규직의 노동 환경도 심도있게 논의됐다. 김진억 희망연대노조 국장은 "구의역 사고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것으로, 이미 수많은 비정규직 외주업체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이 위험한 작업에 내몰려있다"고 강조했다. 물리적, 사회적 안전망에서 벗어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에 안전은 있을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조성애 공공운수노조 조합원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을 전했다. 그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현장 이야기를 듣겠다고 창동·고덕 (지하철) 기지에 오기 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청소하고 페인트질을 했다고 한다"면서 "왜 책임은 항상 아래 사람들이 다 받아야 하나"라고 토로했다. 은수미 전 국회의원도 "하청 사회를 뿌리 뽑아야 한다"며 시민이 직접 "내 주변의 하청 정보를 모으고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으로 서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씨는 박원순 시장이 반드시 구해야 했던 사람"
안수찬 <한겨레21> 편집국장은 가난을 세습 받은 김씨가 누구보다 자신의 삶을 일구기 위해 애썼던 '청년'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스스로 불완전한 노동자로 살 수밖에 없었던 청년으로, 주변의 모두가 자포자기에 빠져들 때 김씨가 삶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김씨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꿈꾼 사회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구해야 했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고 비판했다.
구의역 추모행동을 주도했던 김종민 청년전태일 대표도 "대한민국 청년 모두가 겪고 있는 부분들을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방치했다"면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서울시가 가장 먼저 나서 달라"고 요구했다.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정규직으로 전환된 '무기계약직'의 한계와 설움을 토로하는 노동자의 목소리도 나왔다.
비정규직이었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한 서울메트로 '지하철 보안관'은 "정규직에는 1급부터 9급까지의 일반 정규직과, 나같은 무기계약직이 있다"며 "무기계약직은 직급 승진이 없는데다 10년을 다녀야 겨우 9급 1호봉과 같은 월급을 받을 수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은성PSD 직원들도 정규직화 한다지만 우리와 같은 무기계약직으로 될 텐데, 절대 승진을 할 수 없는 정규직이 과연 진짜 정규직이라고 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서울메트로 "전동차 늦더라도 책임 추궁 않겠다 약속"
'누가 책임 질것인가'에 관한 논의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임상혁 연구소장은 "서울메트로에 징벌적 손해배상 등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시장이 현장 사람들을 해고하거나 직위해제하는 것은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로,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발주처의 책임을 강화하고 시스템의 문제를 밝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핵심 책임 주체로 꼽히는 서울메트로 측도 마이크를 잡았다. 정수영 서울메트로 사장 대행은 "전동차가 정시 운행보다 늦더라도 책임을 추궁하지 않겠다고 직원들에게 약속했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는 이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기본 틀을 바꾸겠다"고 전했다.
구의역 진상규명위원회에서 활동을 시작한 박두용 한성대 교수는 "어떤 시스템을 갖출 것인가보다 책임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만약 책임을 묻는다면 하위직이 아닌 상위직이 책임지도록 하는 긴급 제안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도 "노동자가 작업 규칙을 어겼기 때문에 사고가 났다고 3시간 만에 정리해서 발표하는 그 유능함으로, (청년의) 그 삶을 주목하고 돌봤다면 어땠을까"라고 반문하면서 "하지만 이 문제가 특정 누군가의 책임을 단죄하는 방식으로 이어진다면, 절대 민주적인 방식이 아닌 채로 종결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라고 소개한 한 시민은 "박 시장의 초기 대응에 실망했고 그런 일(메피아)이 있었다는 것을 몰랐다는 말이 성립하지 않는다"며 "박 시장은 사퇴하라"고까지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이번 사고가 개인의 책임보다는 뿌리깊은 사회적 문제에서 비롯된 만큼 임직원들의 사퇴로 결론이 나서는 안된다고 반론을 폈다.
한 대학생 참가자는 "사퇴는 해결이 아니라 회피"라며 "가지고 있는 권한만큼 책임감을 통감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한 백발의 시민도 "이번 사고는 과정을 무시하고 결과를 중시하는 사회 때문에 생긴 것"이라며 "박 시장은 절대로 그들의 사표를 받지 말라"고 주문했다.
김군의 문제가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악습에서 비롯된 만큼, 시민들이 직접 나서 문제를 개선하자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영희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는 "내부자가 아무리 선의를 가지고 공익적 가치를 내세운다고 해도, 경우에 따라선 이익 논리에 빠지기 쉽다"면서 "외부 통제, 즉 시민들의 좀 더 적극적인 참여를 통한 안전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종진 연구위원은 김군이 사망한 5월 28일을 기려 528명의 시민감독관을 만들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김 위원은 "528명의 시민안전감독관제를 도입해 서울 도심의 위험성을 시민이 직접 모니터링할 것을 제안 한다"면서 "이후에 서울시가 이를 어떻게 반영했는지 살피고 이를 정책과 조례로 지정해 서울시가 안전 사회로 가는 과정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사람 목숨 담보한 우리의 편리, 정말 필요한지 돌아볼 때"
오후 2시부터 시작된 토론회는 장장 3시간 30분간 진행됐다. 발언 기회를 얻기 위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는 참가자도 부지기수였다. 열띤 시민들의 발언은 "두 번 다시 이 같은 사고를 재발시키지 말라"는 공통의 목소리로 모아졌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민들의 의견을 청취한 뒤 "귀하게 받아들이고 향후 서울시의 모든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서울메트로뿐 아니라 도시철도공사, 시설관리공단 등 서울시 산하의 안전 업무도 돌아보겠다"면서 "결국 결단의 문제로 시민들의 이해와 공감이 필요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안전만은 양보할 수 없다는 결의를 저부터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가장 큰 공감을 얻은 제안은 "우리의 일상에서부터 위험을 제거하자"는 의견이었다. 박두용 교수는 "조금 느리게 살자는 것"이라면서 "브레이크를 걸고 큰 방향을 바꾸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발의 한 시민도 "배차시간이 정확히 지켜지는 것보다는 안전한 운행을 더 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토론 마무리 즈음, 한 20대 청년이 손을 들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편리가 무엇이냐"고.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누군가의 죽음을 전제하고서라도 정확한 배차 시간이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지 물어야 한다. 일상을 어떻게 바꿔 나갈 것인가가 중요한 거다. 지하철, 비정규직-정규직 등의 문제로 끝낼 게 아니라, 우리한테 진짜 필요한 편리가 뭔지 스스로 되물어 봤으면 좋겠다."
[뉴시스]
구의역 시민토론회 열려.."시민거버넌스·시민통제권 필요"
시민안전 거버넌스, 시민(안전)통제권, 시민안전감독관 등 제안
안전외주·비정규직 관행 등 질타
【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구의역 스크린도어(승강장 안전문) 사망 사고로 불거진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대책을 마련하는데에 시민들의 가감없는 의견을 듣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서울시는 12일 오후 2시 시청 본관 대회의실에서 구의역사고 시민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학계, 노동계, 언론, 시민단체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전문가 패널 10명과 시민패널 100명이 참석해 비정규직 실태, 안전 위협 요인, 고질적인 사회적 특권과 관행, 불평등·불공정 사회적 구조 등에 관해 3시간30분에 걸쳐 논의했다.
◇안전업무 외주화, 비정규직 실태 비판
토론회에서는 안전업무 외주화를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는 지적이 많았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무엇보다 이번 사안의 본질 중 하나는 위험의 외주화다. 외주, 하청, 비정규직 도급으로 맡긴 것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김 연구위원은 "은성PSD 용역업체의 게약서를 보면 교육훈련비가 1%도 책정돼 있지 않다"며 "낮은 단가의 용역업체(은성PSD)가 기술훈련도 시킬 수 없는 구조, 그런 이유에서 우리가 안전문제를 이야기할 때 위험의 외주화는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실태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김진억 희망연대노조 국장은 "수많은 비정규직이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이 위험한 작업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이는 서울메트로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다고 주장했다.
김 국장은 "비정규직, 외주업체 노동자문제는 1997년 경제위기때부터 본격화됐다. 1998년 2월 정리해고법, 근로자파견법이 제정되면서 정리해고가 자유롭게 가능해졌다"며 "그 결과 외주업체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가 확산됐다. 특수고용노동자까지 포함하면 10명 중 6명이 비정규직 노동자"라고 설명했다.
"간접고용을 인정하는 이런 분위기, 환경, 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이 문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다"고 김 국장은 강조했다.
은수미 전 국회의원은 2005년 KTX 사태부터 시작해서 11년 간 비정규직·하청 현장을 다닌 자신의 경험을 설명하며 "2016년은 하청사회"라고 진단했다. 은 전 의원은 "정책이 없어서, 전문가가 없어서, 돈이 없어서, 대책이 없어서 하청사회가 된 것이 아니다. 사실 시민들도 동의하고 계신 면이 있다"며 "시민이 주도하는 '하청사회 넘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뇌가 됐든, 어쩔 수 없었든 하청사회를 뿌리뽑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국장은 "우리 사회가 무한경쟁 사회다,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사회다"며 "그동안 서울시가 노동에 대한 존중, 그것에 대한 가치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고 나름대로 실천해왔지만 현장에서는 매우 미흡하다. 체감이 잘 안 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폭주하는 무한경쟁의 기차를 조금이라도 멈춰야 한다. 공적부분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서울시부터 책임성있게 그것들을 해결해야 한다. 외주화를 직접 고용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구의역 사고' 재발 방지 해결책에 관해선 시민안전 거버넌스, 시민(안전)통제권, 시민안전감독관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박두용 한성대 교수(서울시 안전자문단장)는 "이 문제는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문제의 증상"이라며 "이번 사고가 개인의 일탈, 잘못이 원인이 아니라고 하듯이 지금 이뤄지는 여러 조사, 수사, 감사도 개인의 행위의 잘못에 중점을 두면 문제를 제대로 바로 잡기 힘들 것으로 본다"고 했다.
박 교수는 "서울시 감사, 경찰 수사, 노동부의 근로감독에서 책임을 찾는데 집중하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다. 이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어떤 시스템을 갖추야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서울시가 사고의 책임자를 처벌하지 않겠다고 선언할 것을 제안했다.
박 교수는 "안전에 대한 투자를 하라면서 경영효율화도 하라고 한다. 결국 그 결과가 현재의 사고를 초래했다고 본다"며 "지금쯤 한번쯤 브레이크 걸고 방향에 대해 턴을 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물론 책임질 것은 책임지고 문제가 있는 것은 도려내고 개선해야 하지만, 이번 기회에 바꾸지 않고서는 세세하게 몇가지 조정을 한다고 하더라도 다음 사고를 막기 어렵다고 본다. 이번 기회에 방향을 바꾸는 일을 해달라"고 서울시에 주문했다.
이영희 카톨릭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민의 참여를 통한 '시민통제'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교수는 "서울지하철의 세 주체는 시정부, 기업경영진, 작업자(노조)다. 이들은 내부자다. 내부자들이 아무리 선의를 갖고 공익가치를 내세워도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들 이익에 매몰될 수 있다"며 "그래서 외부 통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민의 참여로 대중교통 안전에 대해 시민이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안전시민권이 필요하다"며 "시민이 안전문제 관련 정보공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 안전문제에 관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시민은 안전한 교통문화를 만드는데 책무도 있어야 한다"며 "권리적 차원의 의식, 책임적 차원의 시민의식을 갖고 시민참여를 통한 시민통제가 필요하다. 노사민정 안전위원회와 같은 아이디어를 깊이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빈수레만 요란하다가 수박겉만 핥고 일은 종료되는 것은 아닌지 두렵다"며 "이 문제를 조급하게 해결하면 안 된다. 이 문제에 대해 시장이 포괄적으로 총체적인 책임을 지고 그 해결 과정을 시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비단 서울시의 관리감독이라는 직적접인 원인이나 특정 개인에게 단죄하듯 해결하면 이 문제가 종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장은 "서울시에 안전전문가가 없다는게 사실인 것 같다"며 "시민의 안전은 여러군데 나눠졌다. 총괄적인 안전 담당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시민들 "윗분들 현장 목소리 듣지 않으려해"…"빨리빨리문화 바꿔야"
이날 토론회에는 휴일임에도 시민 100여 명이 자유토론 패널로 참석해 구의역 사건에 대한 개개인의 가감없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 청년은 "어떤 사고든 무엇보다도 원인을 밝히는 게 중요할 수 있지만 희생자 슬픔에 대해 공감을 하는 것이 우선이다"며 "사회적 특권이라는 것이 메피아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장의 소리를 들으려고 하지 않는 것도 어떻게 보면 사회적 특권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시장님과 여기 계신 고위직 관계자분들은 이번 사고를 통해 앞으로 이런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많은 목소리를 듣고 직접적으로 참여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 백발의 시민은 "우리나라가 왜 이렇게 됐나. '빨리빨리' 문화 때문이다"며 "과정을 무시하고 결과를 중시하는 사회풍토 때문에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지하철 관련 업무를 25년째 맡고 있다는 한 시민은 "서울지하철에 관리자가 있는데 현장 경험이 없다. 실태를 알아야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오는데 그걸 모른다"며 "서울메트로에서 사무직에 있는 분들은 반드시 현장 경험을 갖고 정책을 다뤄야만 예산도 제대로 쓰고 대안도 제대로 세운다"고 강조했다.
시민패널로 토론회에 참여한 서울지하철노조 차량지부장은 "효율성을 중시할 것인지, 공적 영역을 중시해 안전으로 가야할 것인지 이 시점에서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도시철도공사 한 노조원은 "정규직이라고 열차에 부딪히면 살아남고 몸에 철갑을 두르고 일하는 것이 아니다. 저희가 내부적으로 설문조사했는데 최근 한 달 동안 98%가 1인 출동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죽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정규직도 죽었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노조원은 "지하철은 사람이 모자란다. 정규직으로 사람을 뽑고 싶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부족하다"며 "그 사이에 박원순 시장과 시민이 계시다. 요금이 오르더라도 노동자를 뽑는 요구와 청년들의 일자리를 바라는 요구가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박 시장은 "우리 사회 전체가 하청 사회가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인 것 같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인간에 대한 애정, 인간이 중심이 되는 세상이 필요하다"며 "서울시가 사람이 중심인 도시가 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했지만 이번 사고를 보면 현장에 미치는 것이 너무나 부족했다. 현장에는 이런 철학이 반영되지 않는 것이 너무 많다"고 반성했다.
이어 "서울시는 이번 사건을 게기로 서울형 노동혁명, 서울형 구조개혁이 전국으로 퍼져갈수 있도록 김군의 죽음이 억울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혁파하고, 여전히 고용의 차별과 노동 조건에 대해서도 전면적으로 다시 살피겠다"고 약속했다.
“시스템 효율화에 브레이크 걸어 안전서울 만들자”
서울시 ‘구의역 사고 해결을 위한 시민토론회’ 개최 … "시민안전감독관 모집" 의견도
지난달 28일 서울지하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는 한국 사회에 충격을 던졌다. 비슷한 사고가 반복적·퇴행적으로 발생한 이유가 무엇인지, 근본적인 해법은 없는지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서울시가 이달 8일 민관합동 ‘구의역 사고 진상규명위원회’를 발족한 배경이다. 서울시는 "숨어 있는 위험까지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시는 이와 관련해 12일 오후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구의역 사고 해결을 위한 시민토론회’를 열고 전문가와 서울시민이 함께 구의역 사고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전문가 패널 10명과 시민 패널 110여명이 참석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안전 시스템의 역부족을 인정하고 시민으로부터 비판과 의견을 겸허히 듣고 적극 반영할 것”이라며 “현장과 시민의 참여로 안전서울을 만드는 시발점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시스템 교체, 정책 전환할 적기”=전문가 패널로 나온 박두용 한성대 교수(기계시스템공학)는 “안전에 대한 투자 없이 경영 효율화를 요구했고 이는 경비절감,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져 현재의 사고를 초래했다”며 “현재 시스템에 브레이크를 걸어 방향을 바꿔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효율보다는 안전에 방점을 찍은 뒤 시민들의 동의를 거쳐 요금 인상과 지하철 속도를 늦추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김진억 희망연대노조 국장은 “정치권은 재벌 요구를 받아들여 지난 10여년 동안 이윤을 최대화하는 제도를 끊임없이 만들어 왔다”며 “지금의 구조로는 비정규 노동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은수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공성이 담보돼야 할 곳부터 다단계 하청이 만연하고 있는데 이는 시민들이 동의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고 “무분별한 하청사회를 뿌리 뽑는 주체적 시민으로 함께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스크린도어가 이용자와 노동자에게 안전한 방식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최근 5년간 유지·보수 하청노동자 3명과 승객 2명이 스크린도어 사고로 사망했다. 스크린도어 고장은 해마다 2천건이 넘게 발생한다. 이영희 가톨릭대 교수(사회학)는 “스크린도어 장애물 감지 센서를 안전문 밖에서 제어하는 방식의 시스템 고도화 등 기술적 해결이 동반돼야 한다”며 “스크린도어가 합리적인지 조사하고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민안전감독관 528명이 상시 모니터링 하자"=이 교수는 노사민정 안전위원회를 통한 외부통제를 강조했다. 그는 “내부자들만 안전에 관여할 때는 경우에 따라 내부 이익에 매몰될 우려가 있다”며 “서울 지하철을 이용하는 1천만 시민이 안전시민권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가 발생한 날인 5월28일을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시민안전감독관 528명을 모집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시민안전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결과를 반영해 반기별로 보고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시민의 아이디어로 조례를 제정하고 정책을 구현해 지속가능한 안전사회로 나아가는 통로를 구축하자”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와 시민 패널들은 안전을 위한 시민토론회가 1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안전 정보를 시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 시민들이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장을 만들어 나가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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