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은 아쉬움 101

'악의 평범성' 외 이산하 시인의 시 몇 개

악의 평범성 ​ "광주 수산시장의 대어들." "육질이 빨간 게 확실하네요." "거즈 덮어놓았습니다." "에미야, 홍어 좀 밖에 널어라." ​ 1980년 5월 광주에서 학살된 여러 시신들 사진과 함께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 있는 글이다. ​ "우리 세월호 아이들이 하늘의 별이 된 게 아니라 진도 명물 꽃게밥이 되어 꽃게가 아주 탱글탱글 알도 꽉 차 있답니다~." ​ 요리 전의 통통한 꽃게 사진과 함께 페이스북에 올라 있는 글이다. 이 포스팅에 '좋아요'는 500여 개이고 감탄하고 부러워하는 댓글은 무려 1500개가 넘었다. '좋아요'보다 댓글이 더 많은 경우는 흔치 않다. ​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고 환호한 사람들은 모두 한 번쯤 내 옷깃을 스쳤을 우리 이웃이다. 문득 영화 '살인의 추억' 마지막 장면..

낯설은 아쉬움 2021.10.12

남아있는 시신경 23%... 원상복구는 안됩니다_이준호[오마이뉴스]

남아있는 시신경 23%... 원상복구는 안됩니다 '소리 없는 시력 도둑' 녹내장... 당신의 눈은 안녕하십니까 이준호(junolee) 문득 칼 세이건의 에 나오는 '창백한 푸른 점'이 떠올랐다. 지난 10일 안과에서 본 내 두 눈의 안저(眼底, eyeground)는 어두운 우주 공간에 떠 있는 창백한 푸른 지구처럼 일부 시신경만 창백하게 빛을 냈고 나머지는 어두웠다. 의사는 왼쪽 눈은 시신경이 23% 정도, 오른쪽 눈은 46% 정도만 기능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망막에서 받은 시각 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내 시신경은 일부만 일을 하고 있었다. 나머지는 어둠 속에 가만히 있었다. 어쩌다 내 시신경은 상당수가 기능을 멈췄을까. 작년 말에 이미 시신경 손상으로 시야가 좁아지는 녹내장 진단을 받았으면서도 이날 ..

낯설은 아쉬움 2021.07.04

나의 버킷리스트_정호승

나의 버킷리스트 _정호승 서울을 무작정 떠나는 것이다. 갈아입을 셔츠나 팬티 한 두 장, 양말 한 켤레, 치약과 칫솔 정도만 넣은, 결코 책을 넣지 않되 내 시집 한 권은 넣은, 아니, 내 시집보다는 네덜란드의 사제 헨리 나우웬이 쓴 한 권을 넣은 가벼운 가방 하나만 들고 어떤 목적이나 목적지 없이 그냥 떠나는 것이다. 고속버스터미널에 갔다면 눈에 띄는 아무 차표나 끊어서 고속버스를 타고, 수서역이나 서울역에 갔다면 당장 떠날 수 있는 승차권을 발권해서 기차를 타고 일단 떠나는 것이다. 내가 가는 곳이 그 어디든 아무 상관 없이 차창 밖을 스쳐 지나가는 풍경에 눈길을 돌리다가 나도 모르게 깊게 잠들어버리는 것이다. 버스나 기차가 종착지에 도착해서 더 이상 달리지 않으면 느릿느릿 내려 혼자 이리저리 거리를..

낯설은 아쉬움 2021.07.01

나는 정말 건강을 확신하는가?_임동규[출처 : 내 몸이 최고의 의사다]

나는 정말 건강을 확신하는가? 자연치유를 이해하고 이를 삶 속에 뿌리내리기 위해 오늘도 기도하고 명상하고 하루를 준비하지만 나 역시 사람이다. 늘 환자나 보호자를 대상으로 질병과 치유에 대해 말을 하거나 글을 쓰다 보니 사람들은 내가 완전한 자연치유적 삶을 살고 있는지 궁금해한다. 아니다. 나도 보통 사람들처럼 자주 실수하고 종종 유혹에 빠진다. 도시 나들이를 나가 가끔 채식 전문 음식점에서 외식을 하거나, 여행 중에 휴게소 음식을 사먹기도 한다. 명절에는 도시에서 많은 시간을 TV 앞에서 보내고, 기름진 채식 빈대떡으로 과식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하루 이틀 변이 묽고 냄새가 고약하다. 낮에 하루 종일 밭일을 하고 컴퓨터를 하느라 며칠 밤 12시를 넘기면 입안이 헐기도 한다. 여기서 더 무리하거나 절제력을..

낯설은 아쉬움 2021.06.16

차를 마시는 최상의 방법_책 '어떤 행복'에서.

■차를 마시는 가장 쉽지만, 가장 어려운 '최상의 방법' _출처 : '어떤 행복' 1. 텔레비전, 컴퓨터, 휴대전화를 끈다. 2. 자신이 좋아하는 머그잔 또는 찻잔을 찾는다. 3. 물을 끓인다. 4. 잔에 티백을 넣는다. 5. 끓인 물을 잔에 따른다. 이때 중요한 것은 물이 차 위로 끼얹어져서 차를 잠에서 깨워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이 상태로 1~2분간 담가둔다. 컵 받침이나 뚜껑을 잔 위에 올려놓으면 차가 더 잘 우러난다. 6. 앉는다. 그리고 차를 마신다. 7. (여기가 힘든 부분이다.) 차를 마시는 것 외에는 어떤 행동도 하지 않는다. 그냥 차 한 잔을 모두 마신다. 차에 설탕은 넣지 말고, 차 본연의 맛 그대로 마시는 게 중요하다. 차의 씁쓸한 맛이 업karma을 따르는 모든 생명에 대한 연민을 ..

낯설은 아쉬움 2021.03.24

자라와 고니_문태준 산문집

자라와 고니 _문태준의 산문집 「느림보 마음」에서 옮겨옴. 말에는 그 사람의 밑천이 드러납니다. 요즘 사람들이 주고받는 말을 듣고 있으면 참 황망합니다. 당신은 이런 사람들과 대화를 계속하시겠습니까. 험한 말을 듣고 있을 당신의 마음이 산산조각 난 유리거울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너무 참아도 병이 생긴다지만 너무 참지 못하는 것도 병입니다. 요즘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 말을 주고받는 데 3초를 기다리지 않아도 될성싶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가는 말은 한 척의 배와 같다 했거늘. 저편에서 이편으로 배가 건너오기를 기다리는 미덕이 사라졌습니다. 너무 조급합니다. 따질 것은 따져야겠지만 오가는 말에는 날 선 공박뿐입니다. 말의 패총을 보는 것 같습니다. 텔레비전 토론 프로그램을 보아도 그렇고, 정치..

낯설은 아쉬움 2021.03.06

비우고 낮추면...

가슴에 숨을 가득 채우고 호흡의 중심을 위로 높이면 병이 되고, 숨을 비우고 호흡의 중심을 아래로 낮추면 약이 된다. 장을 가득 채우고 음식의 양을 높이면 병이 되고, 장을 비우고 음식의 양을 낮추면 약이 된다. 욕망을 가득 채우고 노력의 강도를 높이면 병이 되고, 욕망을 비우고 노력의 강도를 낮추면 약이 된다. 생각을 가득 채우고 나를 높이면 병이 되고, 생각을 비우고 나를 낮추면 약이 된다. (전홍준 지음) 중에서

낯설은 아쉬움 2020.12.28

너무 늦지 않길 바라요. 후회하지 않길 바라요_임동규

너무 늦지 않길 바라요. 후회하지 않길 바라요. 1. 우리 주변에 가까운 인연들 그리고 유명인들이 질병으로 또는 그 질병의 고통을 견디지 못해 삶을 포기하여 끝내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그 고통이 얼마나 심하면 그랬을까 연민이 느껴지지만, 이렇게 우리 곁을 떠나는 사람들의 진짜 수명이 정말 여기까지였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안타까워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과 마찬가지겠지요. 죽음을 목전에 둔 자들을 위해 그저 편안히 ‘즐거운 죽음 여행이 되길’ 축원해주는 것이 더 낫겠죠. 그러나 대부분 현대인은 원래 수명보다 매우 일찍 생을 끝내죠. 자신이 받은 진짜 수명을 다 살지 못한 경우가 거의 다예요. 대부분 더 살고 싶어 하고 엄청난 노력과 자원을 투여해도 애석하게도 헛수고일 때가 많죠. 2. 제 수명을 정말 다..

낯설은 아쉬움 2020.11.12

(언론 비평) 단백질 기사에 속으면 당신의 몸과 호주머니는 축납니다._농부의사 임동규

(언론 비평) 단백질 기사에 속으면 당신의 몸과 호주머니는 축납니다. 2020.10.28.일자 라는 기사에서 단백질 보충에 신경 써야 하며, 심지어 적정량 보충이 쉽지 않으니 단백질 보충용 상품을 섭취해야한다고 불안을 부추긴다. 또 다른 신문사는 찐 살을 빼기위해 단백질 제품을 먹으면서 체중 조절과 근력을 강화하며 면역력 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제품 고객의 말을 인용하면서 500억~600억원 수준이던 단백질 관련 식품 시장 규모는 올해 1000억원 수준으로 두 배 커질 것이라는 밝은(?) 전망의 광고성 기사(코로나로 '확 찐' 살, 단백질 먹고 빼자..요즘 식품업 화두는 단백질)를 올렸습니다. 이런 기사를 볼 때마다 도대체 어떻게 어떤 근거로 단백질을 섭취하면 면역력이 높아지고 근육이 저절로 붙는다는 주장..

낯설은 아쉬움 2020.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