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네 민박집에 사는 고양이와 개들은 특별하다.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도 않고, 서로에게 방해가 되지 않으려 할 뿐 아니라 사람마저도 다른 고양이와 개 대하듯 한다.
아마도 효리네가 동물들과 함께 사는 방식때문이리라.
그저 주변을 차지하는 다른 나와 같이 인정하고 한 공간을 나누고 있다는 것.
좋은 다큐 영화 고양이 케디의 고양이들이 그렇다.
추석 연휴의 끝자락을 차지한 마음 따뜻한 영화였다.
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은 여느 사람과는 다른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가졌다.
근데 한 가지 부자유스러웠던 건 사람이 키우는 -혹은 지배하는- 무엇으로만 받아들이고
질서를 한 치라도 어긋나는 걸 용납하지 않는 듯한 태도였다.
아마도 효리네 민박집이 보여준 동물들과의 공존이 무척이나 반가운 이유이겠다.
이스탄불에서 고양이는 영혼 같은 존재이다.
그것은 사람의 집에서 소유하며 기르는 존재가 아니다.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과 마찬가지의 다른 일부라고 하면 과장일까?
내내 따뜻했던 영화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얻고 싶어 이곳저곳 검색하다 아래의 글을 만났다.
내가 느낀 영화에 대한 잔잔한 기쁨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그대로 옮겨왔다.
영화를 만든 감독의 특별함도 빼놓을 수 없다.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다!
이스탄불 사람들에게 고양이는 어떤 존재일까?
내가 추천하는 명대사는 이렇다.
다큐멘터리 '고양이 케디'
제다 토룬 감독에게 듣는 제작기
길고양이지만 사람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듬뿍 받아서인지 윤기가 돌고 느긋하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이 영화의 제작기가 궁금해 제다 토룬 감독에게 서면으로 인터뷰를 청했습니다. 애묘인 답게 답변도 사려 깊었습니다.
감독은 2013년 여름, 이스탄불을 걸으며 길고양이를 먹이고 재우고 돌봐주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이스탄불 사람들은 길고양이가 배고프면 밥을 주고,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고, 심심해하면 놀아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또 고양이는 자고로 밖에서 자유롭게 커야한다고 믿습니다.
토룬 감독은 기초 취재를 바탕으로 다양한 사연의 고양이 서른 다섯마리를 찍기로 결정합니다. 석달 간의 촬영과 장고의 편집 끝에 7마리로 주연을 추리게 되는데요. 선택 기준은 하나였습니다. ‘그 고양이의 사연이 관객에게 어떤 통찰력을 주는가?’
밤에 쥐를 사냥하는 장면도 나오는데요. 사냥꾼들이 쓰는 야간 투시 카메라를 들고 하수도 위에서 며칠 밤을 새다가 건진 장면이라고 합니다. 토룬 감독은 “정말 행운이었다”며 즐거워했습니다.
아, 이 영화는 고양이뿐만 아니라 도시와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게 강력한 힘인데요. 토룬 감독은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을 여럿 만나면서, 그들 모두 삶의 깨달음을 얻었음을 알게 됐습니다. 감독의 애초 목표는 새로운 시각으로 이스탄불과 이스탄불 사람들을 보여주는 것이었는데요. “결국 이 영화의 철학적이고 시적인 관점은 그들의 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자, 영화 속 캣맘, 캣대디들의 명대사를 살펴볼까요.
“삶은 아름답습니다. 사랑을 담아 바라보면 아름답지 않은 게 없습니다. 고양이·새·꽃의 존재를 즐길 수 있다면 온 세상이 내 것이죠.”
“고양이가 발밑에서 당신을 올려다보며 야옹거리면, 삶이 당신에게 미소짓는 겁니다. 행운의 순간이죠. 살아있음을 실감하는 순간입니다.”
한 가지 걱정이라면, 이스탄불도 점점 길고양이가 사라지고 있는 것인데요. 토룬 감독은 안타까워 하며 “인구가 늘면서 길고양이의 터전이 줄고, 더 많은 사람들이 안전을 걱정하며 고양이를 집에서 ‘애완 동물’로 키우고 있다”고 했습니다. “고양이뿐만 아니라 같은 이유로 사람들도 실내에만 살게 될까 두렵다”고요. 길고양이가 없다면 이스탄불의 매력도 사라지겠죠.
그나저나 이스탄불이 고양이의 천국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토룬 감독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복합적인 이유가 있는데요. 이스탄불은 700년 이상 물고기와 사람, 고양이가 함께하는 어촌 공동체였어요. 최근 유전학자들은 1000년 전 고양이와 인간과의 관계가 시작된 지역을 정확히 지명했는데, 그곳이 오늘날의 터키입니다. 여기에 이슬람에서는 고양이를 찬양하는 문화가 있는데, 예언자 모하메드가 고양이와 교감한 이야기가 타인을 향한 존경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전해졌죠. 이렇게 오랜 시간 고양이와 사람이 함께 했기에 서로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출처: 중앙일보] 냥이가 행복한 나라… 다큐 '고양이 케디' 를 파헤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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