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사야하는 나로서는 결사반대일세! [도서정가제와 책의 생태계] _장정일 작가 나는 시인, 소설가 등의 잡다한 약력을 갖고 있지만 최근 십여 년 동안에는 독후감을 줄기차게 써내는 서평가로 더 많은 ‘활약’을 했다. 여기서 활약이라는 말은 별 게 아니다. 독자들의 신뢰를 받거나 저술가들의 인정을 받는 서평가가 되었다는 말이 아니라, 그 어느 글쓰기보다 독후감을 써서 번 수입이 더 안정적이고 꾸준했다는 말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 수입으로 내가 오매불망하는 오디오인 마크 레빈슨 앰프나 탄노이 스피커를 사지는 못했다. 그만한 원고료를 받지도 못했을 뿐더러, 서평으로 번 수입의 절반 이상을 책 사는 데 바쳤기 때문이다. 서평은 ‘어느 책’에 관한 것이지만, 어느 한 권만 읽고 쓰여지는 서평은 없다. 서평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