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은 아쉬움

무덤 앞에서_김남주

대지의 마음 2017. 5. 22. 11:40


     무덤 앞에서


     _김남주




     상원아 내가 왔다 남주가 왔다 
     상윤이도 같이 왔다 나와 나란히 두 손 모으고
     네 앞에 내 무덤 앞에 서 있다

    

     왜 이제 왔느냐고? 그래 그렇게 됐다
     한 십년 나도 너처럼 무덤처럼 캄캄한 곳에 있다 왔다
     왜 맨주먹에 빈손으로 왔느냐고?
     그래 그래 내 손에는 꽃다발도 없고
     네가 좋아하던 오징어발에 소주병도 없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아직
    

     나는 오지 않았다 상원아
     쓰러져 누운 오월 곁으로 네 곁으로
     나는 그렇게는 올 수 없었다
     승리와 패배의 절정에서 웃을 수 있었던
     오 나의 자랑 상원아
     나는 오지 않았다 그런 내 앞에 오월의 영웅 앞에
     무릎을 꿇고 가슴에 십자가를 긋기 위하여
     허리 굽혀 꽃다발이나 바치기 위하여
     나는 네 주검 앞에 올 수가 없었다
     그따위 짓은 네가 용납하지도 않을 것이다
    

     나는 왔다 상원아 맨주먹 빈손으로
     네가 쓰러진 곳 자유의 최전선에서 바로 그곳에서
     네가 두고 간 무기 바로 그 무기를 들고
     네가 걸었던 길 바로 그 길을 나도 걷기 위해서 나는 왔다
    

      그러니 다오 나에게 너의 희생 너의 용기를
     그러니 다오 나에게 들불을 밝힐 밤의 노동자를
     그러니 다오 나에게 민중에 대한 너의 한없는 애정을
     압제에 대한 투쟁의 무기 그것을 나에게 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