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하고 이기적인

[생각]처벌 위주의 철도안전법 개정이 철도 안전을 강화할 수 있는가?

대지의 마음 2017. 8. 3. 17:12


지난 7월 25일부터 철도안전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이 본격 시행되었다.

통상 열차 안전 운행 매뉴얼에 담아야 할 조치들이 법령으로 마련되어 처벌하기에 이른 것이다.



보통 '생산(수송)을 위한 작업 매뉴얼'과 달리 '위험상황에 대비한 안전 매뉴얼'은 그 내용에 발생가능한 다양성을 포괄적으로 담을 수 없는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매뉴얼 이해의 차이는 사회 고유의 안전 문화와 깊은 관련을 갖고 있다.



우리의 경우가 매뉴얼을 지켰는지 그렇지 않은지 결과만을 중요하게 다루어 처벌을 당연시하고 있다면, 유럽의 경우에는 고의나 중대한 과실의 경우에 대한 처벌 외에는 매뉴얼 미준수에 대해 배후 상황과 잠재 원인을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한 계기로 활용하고 있다. 그런 노력의 결과로 대형 사고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막고자 하는 것이다.  (흔히 사고가 발생하면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안전불감증이 원인이라고 규정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원인을 개인으로 한정하면 대책은 근본적으로 마련할 수 없다. 개인을 어떻게 처벌하게 제재하는가만 골똘하면 될 일이다. 그러면 당연히 다른 개인에게 사고는 재발될 것이다.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결과와 아울러 매뉴얼을 준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배후 원인을 파악해 대책을 세워야 비로소 근본 처방이 마련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철도안전법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제한속도 1킬로만 초과되어도 과태료를 내야 하고 반복되면 면허 취소에 이를 수 있게 된다.

철도 기관사들에게는 상당히 불합리하고 억울한 문제로 반발이 매우 큰 데 반해, 일반인의 시각으로 볼 때는 무엇이 문제가 있단 말이냐 하고  의문을 가질 수 있겠다.(바로 이 대목이 감독기관이나 운영사가 무대책으로 일관하는 비빌 언덕이라 하겠다!)



하지만, 문제가 많다. 현재의 논란만 살펴봐도 그렇다.

도로 교통과 다른 철도 교통의 차이점, 현재의 조건에서도 얼마든지 내부적 규정이나 나아가 중대한 과실은 문제가 많은 형법 적용까지 하고 있으니 가중 처벌에 대한 논란, 매뉴얼이 상정가능한 다양성을 모두 포괄적으로 법적 기준으로 명문화할 수 있는지 여부, 실제 선로 조건과 큰 차이점을 보이고 있는 운행 장치와 조건들의 미준수를 처벌하는 것이 합당한 것인지 등 많은 논란이 존재한다. 이에 비해 논란을 잠재워야 할 감독 당국은 그야말로 천하태평으로 보인다!!!



열차의 경우에는 선로 조건상 정속도 운행이 쉽지 않고, 철도 중량, 노면 상태, 기후 조건, 동력차의 제동 특성 등에 따라 (약간의) 의도하지 않은 속도 위반이 경험 많은 기관사들에 의해 사전에 제어되고 있으며, 최후에는 시스템에 의해서 방어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법 개정에 따라 과도한 과태료, 면허 취소에 대한 압박으로 시스템이 보장하는 허용속도(각 구간의 제한속도 포함)보다 대략 5킬로~10킬로 정도를 하향하는 심리적 허용속도를 준수하는 방식으로 운행을 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되는가? 현재도 정차역이 많은 열차와 전동 열차를 중심으로 열차 지연이 발생하고 있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열차 지연은 -현재의 조건상- 당연히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이러한 법 개정을 앞두고 감독 당국도 운영사도 모두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각종의 기준을 마련하기 까지는 시간이 걸린다고 할 때(물론, 나는 이 기준은 어떤식으로도 완성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매뉴얼의 특성을 다시 생각해보라!) 적어도 제한 속도에 대한 압박에서 승무원들의 심리적 압박을 덜어줄 회복 운전 강행 규정을 없애거나, 열차 운행 시간표 조정 등으로 여유 있게 운행이 가능하도록 해야 했다. 현재 노동조합과 기관사들이 당국이나 회사를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나아가 매뉴얼 준수를 법령으로 강제해 처벌하도록 하는 조치는 어떤 문제점이 있을까? 이 대목에 주의를 돌리지 않는 점이 서운한 부분이다.

처벌 위주의 법 개정으로 매뉴얼 준수를 강화할 수 있는가? 아래의 글은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이 문제에 집중하고자 한다.


 

_작성일 2017년 5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