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은 아쉬움

가을볕_박노해

대지의 마음 2019. 9. 20. 05:45

가을볕이 너무 좋아

 

가을볕이 너무 좋아

고추를 따서 말린다

 

흙마당에 널어놓은 빨간 고추는

물기를 여의며 투명한 속을 비추고

 

높푸른 하늘에 내 걸린 흰 빨래가

바람에 몸 흔들며 눈부시다

 

가을볕이 너무 좋아

가만히 나를 말린다

 

내 슬픔을, 상처난 욕망을,

투명하게 비춰오는 살아온 날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