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위하여

팔레스타인 아버지가 세계에 전하는 호소_민중의소리

대지의 마음 2021. 5. 20. 11:48

팔레스타인 아버지가 세계에 전하는 호소

정혜연 기자 haeyeonchung5@gmail.com

발행2021-05-18 17:01:30 수정2021-05-18 17:52:50

 

19일(현지시간) 가자시티의 알샤티 난민촌에 있는 한 상점 앞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 팔레스타인 중앙통계국은 가자지구 주민 절반가량이 어린이로 그들 중 대다수가 불안정한 환경에서 생활한다고 발표했다. 2020.11.20.ⓒ사진=뉴시스/AP

 

편집자주: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이 2주째에 접어들었다. 그 일방성과 잔인성이 여러 기사나 SNS 게시물을 통해 세상에 널리 알려졌지만 국제 사회의 움직임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팔레스타인의 한 아버지 야세르 아부 자메이(Yasser Abu Jamei) 씨가 국제 사회에 보내는 호소문을 소개한다. 그는 의사이며,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정신 건강 프로그램의 국장직을 맡고 있기도 하다. 미 진보언론 카운터펀치에 실린 글이다.
원문: This Must End

 

 

공포에 떨고 있는 6살 아들, 10살과 13살인 두 딸, 그리고 아내를 보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막내아들은 손으로 귀를 덮어 이스라엘 공습 소리를 막아내려 애쓰고 있고, 모두의 얼굴에는 우리가 안전한지를 몰라서 생긴 두려움이 한 가득이다. 15살과 16살인 차남과 장남은 아무 말도 없이 넋이 나간 채로 앉아 있다. 가자지구가 겪어야 했던 이스라엘의 세 번의 공격과 그때 목숨을 잃은 친지들을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만 이러겠는가. 가자지구에 사는 모든 가족이 이렇게 복잡한 감정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우리 팔레스타인 국민은 반세기 넘게 모욕과 불의, 학대의 세월을 살아왔다. 1948년, 우리의 고국 땅의 거의 80%를 빼앗겼다. 600여 마을이 완전히 사라졌고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거나 난민이 됐다. 그리고 80만 동포가 전 세계로 흩어졌다.

 

이 모든 일이 벌어질 때 국제사회는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에게 나라는 유지하되 영토의 20% 정도 되는 땅에서 살라고 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공존하는 2 국가 해법을 지지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은 1990년에서야 이를 받아들였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지도=나눔 문화

 

그로부터 26년이 흘렀다. 우리에게 약속됐던 팔레스타인 국가는 어떤 상태인가? 서안 지구는 둘로 나뉘어져 수십만 명의 유대인들이 우리 국민을 몰아내고 만든 정착촌에서 살면서 우리 국민의 삶을 생지옥으로 만들고 있다. (서안지구는 국제법상으로 팔레스타인 영토이나 이스라엘군이 불법 점령하고 있다).

 

가자지구는 또 어떤가? 14년 남짓 봉쇄되어 기본적인 생활 조건도 못 갖추고 있다. 게다가 이스라엘이 (세종시보다 면적이 좁은) 이 작은 구역을 3번이나 대대적으로 공격해서 우리를 죽이고, 지역을 초토화해 가자지구 주민들은 트라우마를 갖고 살고 있다.

 

서안지구에 있는 동예루살렘에는 이슬람교와 기독교의 성지가 늘 우리의 집과 땅을 빼앗는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위협 속에 놓여 있다. 이런 위협은 지난주에 또 한 번 현실화됐다.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셰이크 자라 지역에 쳐들어오기 시작했다. 세계가 그 광경을 봤다. 그러나 아무도 이들을 막지 않았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16일(현지 시간) 한 남성이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잿더미가 된 한 건물에서 사망한 한 어린아이를 수습하고 있다.ⓒ뉴시스, AP통신

 

이스라엘은 또한 수만 명이 라마단의 가장 성스러운 날 중 하나인 마지막 주 토요일을 맞아 알아크사 사원을 찾아 예배를 보고 있을 때 무장 경찰을 투입해 결국 사원을 점령했다. 예배를 보러 온 이들의 대부분은 이스라엘령에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이었다. 세계가 폭력적인 이스라엘 군경의 모습을 봤다. 그러나 아무도 이들을 막지 않았다.

 

셰이크 자라 지역과 알아크사 사원의 폭력적인 장면들은 옛날 우리 땅이었던 곳에서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있는 팔레스타인 동포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우리는 이스라엘의 만행 중단을 요구하며 아카, 자파, 나사렛에서 시위를 벌였고, 가자지구에서는 로켓포를 쐈다.

 

이스라엘은 군을 동원해 이전보다 훨씬 심한 폭력으로 화답했다. 이스라엘은 17명의 아이들을 포함해 80명을 죽였다. 이스라엘은 고층 빌딩, 아파트 건물, 경찰서, 그리고 거리 하나씩을 통째로 폭격했다. 전 세계 사람들 모두가 봤다. 그러나 아무도 막지 않았다.

 

이스라엘 군경이 지난 10일 알아크사 사원을 점령한 후 이스라엘 군중 수천 명이 사원의 불길을 보면서 노래를 부르고 '그들의 이름이 지워지기를'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열광하고 있다.ⓒ사진=인터넷 캡쳐

 

가자에 있는 우리가 이렇게 고통스럽게 버티는 동안 세상은 대체 얼마 동안 가만히 있을 것인가. 이스라엘이 서방에서 무기를 사가지고 와서 우리를 공포에 몰아넣고 죽이고 있다. 가자에 사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건 성명서나 결의안이 아니다.

 

나는 무엇보다 아버지다. 정신과 의사는 둘째다. 나의 꿈은 내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자라고, 배우고, 사는 것이다. 이는 내 모든 환자들이 공유하는 꿈이다. 곧 환자들이 급증할 것이다. 내 임무는 그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다. 나는 내 자식들과 아내에게 하는 말을 환자들에게도 한다. “팔레스타인이 지난 70년간 불의를 당해 온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그게 ‘정상’인 것은 아니다. 이 세상에는 우리의 고난이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변화는 올 것이다.”

 

이스라엘의 공습뿐만 아니라 우리 조국에 대한 불법 점령, 가자지구 봉쇄를 중단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정치적 행동이 지금 당장 필요하다. 봉쇄는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행위다. 우리는 인간답게 살고 있지 못하다. 나는 아이들과 환자들에게 말한다. “우리 팔레스타인 국민은 세상의 다른 사람들처럼 살 권리가 있다. 평화롭게, 품위 있게, 그리고 우리의 권리를 누리면서. 그런 날이 올 것이다.”

 

국제 사회는 팔레스타인 독립국가에 대한 약속을 당장 이행해야 한다. 국제법을 존중한다면 모든 문명 국가는 독립국가로서 팔레스타인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우리 조국이 점령되어 참혹하게 산 지 70년이 지났다. 그러나 우리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자기 자식이 이렇게 사는 것을 볼 수 있는 아버지는 없다.

 

팔레스타인 아버지가 세계에 전하는 호소 - 민중의소리 (vop.co.kr)

 

팔레스타인 아버지가 세계에 전하는 호소

 

www.v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