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위하여

호주노총 리차드 왓츠 대외협력실장 인터뷰(2007년)

대지의 마음 2010. 11. 13. 08:01

"노동자의 단결은 세상을 변화시킨다"

[인터뷰]호주노총 리차드 왓츠 대외협력실장...'your right at work'

 

 

 

지난 14일 민주노총 2층에서 호주노총 리차드 왓츠 대외협력실장을 만났다. 인터뷰는 1시간 동안 진행됐다.ⓒ 민중의소리


 

'호주 노동자들도 하는데 우리가 왜 못하는지 모르겠다. 쪽팔려 죽겠다"

얼마 전 부평 GM대우 강연에서 만난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은 연신 지난 11월 25일 진행된 호주 연방선거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그때 들은 생각은 대체 호주에서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를 그토록 흥분하게 했을까 하는 호기심이었다.

알고보니 간단했다. 연방 총선에서 노동당이 자유-국민당 연합 정부를 압도적인 표 차이로 제치고 승리했던 것이다. 그것도 노동자들의 힘으로.

현재 정치 강연을 진행하고 있는 이석행 위원장이 연설에서 빼먹지 않고 호주 연방 총선을 언급하는 건, 노동자들이 직접 나서서 대통령을 바꿨기 때문이다. 그것도 노사로드맵 하나 바꿨다는 이유만으로.

"열흘 전에 텔레비전 보고 깜짝 놀랐다. 호주에서 노동자 들이 노동당 정권을 세웠다. 자존심 상했다. 브라질 동지가 와서 말했다. '니네는 싸움 잘하는데 참 이상하다. 니네 대통 령이 나오는데 왜 표를 그렇게 나오냐. 싸움만 잘한다'고... 답답했다"

답답해 할 만도 했다. 현재 민주노총에서 지지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의 당선 가망이 희박하기도 하거니와 민중경선제 도입 실패로 인해 노동자들의 정치 교육이 너무 늦게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것은 노동자들의 계급 투표 조직화의 미비로 이어졌다. 그렇기에 그는 호주 연방 총선에서 노동당이 승리한 것에 큰 의미를 두었다.

 


2년간 선거를 준비한 호주노총, 결과는 승리

호주의 경우 호주노총에서 연방 선거 이전부터 2년 가까이 선거를 준비했다. 체계적이고, 세세하게, 하나부터 열까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준비를 한 것. 그 결과가 노동자가 만든 당의 승리였다.

지난 12일 호주노총의 리차드 왓츠 대외협력실장이 한국을 방문했다. 정확히 민주노총을 방문했다는 것을 옳은 말이다. 2박 3일간의 일정 동안 각종 기자회견과 집회, 워크샵에 참석해 호주노총이 선거를 준비한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현재 이석행 위원장이 진행하고 있는 정치 연설에도 함께 동행했다. 민주노총에서는 선거를 어떻게 준비하는지에 대해 몸소 체험하기도 했다.

한국 방문이 처음이라는 그는 한국 노동운동이 진행된 사실을 인상 깊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호주노총과 민주노총이 비슷한 투쟁을 해온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번에 처음 진행하는 민주노총의 정치 교육에 대해 그는 "장기 조직화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고 답했다. 이틀간 방문한 민주노총을 보고 무엇을 평가할 수 있 으랴만 그는 민주노총의 고민 지점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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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호주노총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노동자의 단결을 꼽았다.ⓒ 민중의소리

 

 

그는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점으로 '노동자들의 단결'을 꼽았다. 이것이 선거 승패를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이것이 되지 않는다면 시민들을 설득 하는 작업은 물론, 승리를 위한 전술전략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호주 사례를 놓고 보면 왜 단결이 중요한지를 알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런 점에서 한국노총의 한나라당 이명박 지지선언에 대해 그는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노동자 모두가 단결할 수 있는 부분으로 단결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

그는 "노동조합은 적어도 선거에서는 명확한 결정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호주를 예로 들면서 "노사관계법에 대해 호주노총에 대한 생각을 지지하는 정당을 지지하는 건 당연하다"며 "노동조합은 기본적으로 자신들의 정책을 지지 하는 후보를 지지한다"고 설명했다.

2년 6개월을 준비했다는 선거, 호주 노동자들의 단결은 어떻게 이뤄냈으며 과연 어떤 준비했는지 궁금했다.

14일 저녁 비행기로 호주로 돌아가는 호주노총 리차드 왓츠 대외실장을 민주노총 2층에서 만났다. 1시간 가량 진행 된 인터뷰에서 그는 연신 이번 선거에서의 호주노총의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선거에서 승리한 자부심도 엿보였다.

그가 말한 호주노총의 승리가 단순히 남의 나라이야기 같지만은 않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과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그 역시 한국의 노동계와 호주 노동계에 대해 "유사한 점 보다 차이점이 더 큰 건 아니다"며 "다만 정치상황, 노사관계만이 다를 뿐"이라고 평가했다.

 


조합원들의 공동 인식이 먼저, 이후 시민 선전 시작

호주는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색채의 자유당과 국민당이 연합세력으로 한 축을 형성하고 노동당이 한 축을 형성하고 있으며 녹색당과 기타 군소정치세력들이 있다.

만들어진지 100년에 이르는 노동당은 국민들로부터 46%의 지지율을 받고 있다. 한국과는 이점에서 다르다. 이번 호주 연방 선거에서 호주노총이 목표한 의석은 16석, 4.7%만 획득하면 승리할 수 있다는 명확한 목표를 정했다.

그렇기에 가장 접점이 되는 지역을 주요 지역으로 선정, 그곳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2005년 12월에 단행된 노동법 개악을 화두로 내세웠다는 점이다.

노동법 개정은 단체 교섭권과 파업권이 사실상 무력화시킨 법 개정으로 이것은 100여년간 노동자의 낙원이라는 소리를 들은 호주의 전통이 무너지는 것을 의미했다.

호주노총에서는 이점에 주목했다. 이들은 조합원들이 공동으로 이 부분에 대해 인식하고 법을 원상 회복시켜야 한다는 것에 합의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화두로 내세운 부분은 어떤것인가.

호주노총은 이번 연방선거에서 노사관계법 개악을 최대 이슈로 만들었다. 이것이 첫번째 호주노총의 전략이었다. 노조 조합원들에게 이 법이 왜 나쁜지 자각하게 만드는 것이 첫번째 포인트였다. 그럼으로서 이 법을 원상 회복시켜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정부를 바꾸는 길 밖에 없다는 공동의식을 가지게 하는 것이 전략의 첫번째였다.

- 일반 시민들에 대해서도 노사관계법 개정에 대한 문제점을 설명하고 선전한 걸로 알고 있다.

물론 노동조합들만을 타겟으로 활동하지 않았다. 비조합원, 국민들에게 인식시키는 것에도 주력했다. 노조 조합원에게만 했다면 정권을 바꾸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노동자들의 가족들로 부터 지지 받는 것에 집중했다. 그 결과 많은 가족들이 노조에 가입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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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노총 리차드 왓츠 실장ⓒ 민중의소리

 

- 상당히 체계적이고 전술적으로 조합원 및 시민들을 조직화한 것으로 알고 있다.

우선 우리는 TV광고를 1년 6개월 동안 진행했다. 광고비용만 3년간 2천만 달러(약 164억원)를 지출할 정도였다. 광고 내용은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가 노동법 개악 뒤 일방적으로 해고를 당하는 내용이었다. 이 광고는 올해 호주 광고상을 수상할 정도로 많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정확한 승부지역 선정, 선택과 집중을 통한 선거 승리

리차드 왓츠 실장이 선거에서 시도한 전술 전략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자신들이 확실히 이겨야 하는 지역을 선정, 그곳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집중력도 발휘했다.

200만명 정도의 호주노총 조합원들 중 호주노총 조합원 50만명이 집중 지역에 거주하고 있었다. 호주노총에서는 이들 모두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들 중 기본적으로 3분의 1은 보수당을 지지했다. 그리고 3분의 1은 노동당 지지, 그리고 10%가 녹색당 등 기타정당을 지지했다. 그리고 나머지는 3분의 1이 부동층이었다. 호주노총은 이 30%에 집중했다. 이들이 노동당을 지지하도록 조직화 한 것이다. 그것이 먹혀들었다.

- 조합원들과 시민들을 만날 때 핵심적으로 언급한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노동당을 지지해달라고 부탁하진 않았는가.

과거에 이렇게 조직화 한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부동층에게 절대로 노동당을 찍어라 하지 않았다. 노동법 개악에 대해서만 말했을 뿐이다. 이 노동법이 노동자와 가족들에게 어떤 악영향을 끼치는지를 설명했다. 그리고 다음 선거에서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에 대해서만 말하는 수준을 유지했다. 만약 노동당을 지지하라는 식으로 직접 이야기하면 다음부터는 중요한 이슈(노동법 개정)에 대해 설명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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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노총 리차드 왓츠 실장ⓒ 민중의소리


호주노총은 노조원 9만 3천 47가구를 일일이 직접 방문, 방문 뒤 대화를 나눈 경우가 3만9천131건이었다. 호주는 한국과 달리 집과 집 사이가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이 숫자는 대단한 숫자라고 통역사가 설명했다. 그만큼 호주노총에서는 조합원들을 일일이 방문하는 것에 역점을 두었다. 현재 민주노총에서 조합원들을 일일이 만나고 다니는 것과 일맥상통했다.

또한 홍보물만 270만장, 선거시기 조합원들에게만 40만통의 전화, 선거 1년 전 유급 조직활동가 선정, 선거기간에 참가한 활동가들만 5천223명이었다.

그렇다면 이것에 대한 성과는 어느 정도 이뤄냈을까. 선거에서 노동당의 승리가 호주노총의 노력으로 단순 귀결되기엔 여러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리차드 왓츠 실장은 이에 대해 단호히 말했다. 노동자의 힘이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호주 선거 시작하기 전에는 노동법 개악에 대해 호주 시민의 38%정도가 알고 있었고 30%가 반대하는 상황이었다"며 하지만 "선거가 끝나고 나서는 80%가 인지하고 60%가 반대하는 것으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호주노총이 이번 선거에서 내세운 화두는 노동법 개정의 문제였다. 결국 호주노총의 노력으로 국민의 인식이 바뀌었고 결국 그것의 결론은 노동당의 집권이었다는 이야기다. 실제 선거가 끝난 이후 국민 52%가 노사관계법 개악 때문에 투표했다고 조사발표 됐다.

분명한 목표의식을 가진 노동자들의 단결은 변화를 가져온다

리차드 왓츠 실장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다음 주로 다가온 한국 대선의 중요함에 대해서 언급했다.

"노동자들의 단결 아래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충분한 시간으로 접근한다면 노동자들은 충분히 해낼수 있다"

노동자의 단결은 선거에서 지대한 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이야기다.

 

리차드 왓츠(Richard Watts)는 누구인가



리차드 왓츠는 1980년대 중반부터 호주 노동운동에서 주요 직책을 역임하다 2000년부터 호주노총 노사관계실장으로 재직했다. 현재 호주노사관계위원회 자문위원, 호주인적자원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그는 경제학, 법률, 노사관계 전문가로 호주 최저임금 결정에 호주노총 쪽 대변인 및 법률가로 참가 지난 2년간 호주노총이 역점사업으로 펼쳐온 노동기본권 쟁취(Your rights at work) 캠페인 주도했다.

호주노총(ACTU)은?

호주 노동조합은 산업별, 주별로 결성되었으며 이들을 포괄하는 단일한 연합체인 호주노총(ACTU:Australian Council of Trade Unions)은 1927년에 설립, 오늘에 이르고 있다. 위원장은 2000년부터 섀런 버로우(Burrow)가 역임하고 있으며 호주 노동운동사상 두 번째 여성 위원장이기도 하고 세계 최초의 여성 국제노총(ITUC) 위원장이기도 하다.

현재 가맹조직은 47개, 조합원수는 180만 명 정도. 각 주별로 호주노총 소속 노동조합에 기반해 호주노총의 주본부가 구성돼 있다. 호주노총의 정책은 대의원대회(3년에 1회 개최)와 중앙집행위원회(1년에 3회 개최)를 통한 협의를 거쳐 결정되고 집행 된다.

노사관계의 특징은 1970년대 오일쇼크가 오기 전까지 보호무역주의 아래 세계 최고수준의 노동조건을 유지, 현재에도 세계 최고 수준의 최저임금을 자랑하고 있다는 점이다.

1980년대 호주노총 위원장 출신인 봅 호크(Hawke)가 수상으로 취임하며 노동당 집권기에 사회적 합의 과정에서 호주노총은 하부조직에 대한 관장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1996년 자유당이 집권하며 노사관계 악화를 겪었으며 노조 조직률도 1990년대 초반까지 50%에 이르렀으나 2004년 현재 20%로 하락했다.

호주노총은 2005년 11월 개별계약제 도입 등 존 하워드 자유당 정부의 신자유주의적인 노동법 개악으로 창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으나 노동기본권 쟁취투쟁을 성공적으로 벌이고 1년 전부터 총선대응에 주력하여 최근 노동당 승리를 이끌어 낸 바 있다.

 

 


<허환주 기자 kakiru11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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