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소낙비

목련이 진들_박용주 시

대지의 마음 2011. 5. 1. 09:15

'목련이 진들' 이라는 시는 이미 알려졌다시피

88년 오월문학상에 당시 중학교 2학년이었던 박용주 학생이

창작해 당선됐던 시의 제목이고, 노래로 만들어졌다.

 

89년쯤 광주지역에서 음악활동을 하시던 '소리모아' 분들의 목소리로 처음 접했었다.

구 도청 앞 무진관에서 열린 5월 행사에서 아마 '소리모아' 박문옥씨가 노래했을 것이다.(이 노래의 작곡자가 박문옥씨다!)

 

 

광주와 전남 지역에 사시는 분들은 오월이면 떠오르는 기억들 몇 가지는 모두들 가지고 있다.

특히, 광주와 가깝던 나주에 살았던 내겐(어렸지만..) 여러번 시민군을 마주쳤던 기억은 여전히 새롭다.

 

목포로 내려간다던 시민군들은 광주의 상황을 호소했고

우리 아버지를 비롯한 동네 주민들이 나서서

음식을 내와서 차에 실어주었던 장면이 기억난다.

 

고맙다는 말을 연신했던 그들은 목포로 향했고 항쟁 이후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겠다.

 

90년을 넘기면서 광주시민이면(전남도민도 마찬가지) 누구라도 한번쯤은

오월 행사에 다녀왔거나, 오월 진상 규명 집회 주변을 오가지 않은 사람이 없을것이다.

 

국가기념일로 승격된 이후 오월 묘역은 성역화되었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무디어지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어제 4월 30일 박종태 열사 2주기 추모제에 다녀오면서도 국립묘지로 가는 발걸음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호남지역 철도노동자를 중심으로 5.18의 역사를 설명하는 강사단을 만들어 활동한지 2년이 넘었다.

 

올해 5월 행사는 전국의 많은 철도노동자들이 함께 참석할 수 있도록 제안할 생각이다.

가능하면 많은 철도노동자들이 강사단의 설명도 듣고, 여러가지 일정을 덧붙여 단순한 집회참여를 벗어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우리 지역의 철도노동자들부터서라도 오월의 역사를 함께 나누는 방법을 고민해 보아야겠다.

 

 

 

 

 

 

목련이 진들                         

 

 

목련이 지는 것을 슬퍼하지 말자

피었다 지는 것이 목련뿐이랴

기쁨으로 피어나 눈물로 지는 것이

어디 목련 뿐이랴

우리네 오월에는 목련보다

더 희고 정갈한 순백의 영혼들이

꽃잎처럼 떨어졌던 것을

 

해마다 오월은 다시 오고

겨우내 얼어붙었던 이 땅에 봄이 오면

소리없이 스러졌던 영혼들이

흰 빛 꽃잎이 되어

우리네 가슴 속에 또 하나의

목련을 피우는 것을

 

 

그것은

기쁨처럼 환한 아침을 열던

설레임의 꽃이 아니요

오월의 슬픈 함성으로

한닢 한닢 떨어져

우리들의 가슴에 아픔으로 피어나는

순결한 꽃인 것을

 

 

눈부신 흰 빛으로 다시 피어

살아있는 사람을 부끄럽게 하고

마냥 푸른 하늘도 눈물짓는

우리들 오월의 꽃이

아직도 애처러운 눈빛을 하는데

한낱 목련이 진들 무에 그리 슬프랴

 

- 박용주

 

 

 

 

 

 

as

[5.18 민중항쟁 홈페이지에서 옮겨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