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은 아쉬움

아름다운 위반_이대흠

대지의 마음 2013. 10. 3. 07:56

 

아름다운 위반

 

 

_이대흠

(시집 '귀가 서럽다', 창비 2010)

 

 

 

기사양반! 저 짝으로 쪼깐 돌아서 갑시다

어칳게 그란다요. 뻐스가 머 택신지 아요?

아따 늙은이가 물팍이 애링께 그라재

쓰잘데기 읎는 소리 하지 마시오

저번착에 기사는 돌아가등마는...

그 기사가 미쳤능갑소

 

노인네 갈수록 눈이 어둡당께

저번착에도

내가 모셔다 드렸는디

 

 

 

 

 

 


 

비슷한 운수업(?)에 몸을 담고 있어서 그런가.(ㅋ) 절로 웃음 짓고 흐뭇해진다.

시골 이곳저곳을 다니는 군내버스는 정해진 시간을 지키는 것 자체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다.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이 줄줄이 버스를 붙잡고 승차하시는 데야. 어떻게 정해진 승하차 시간이 맞춰질 수가 있겠는가 말이다.

거기에 이고 진 짐의 무게는 또 얼마나 무겁나?

 

삼남길 여행 도중 만난 군내버스 기사는 동네 어르신들과 농을 주고 받으며 넉넉한 웃음으로 손님을 모셨다.

당연 정해진 승강장이 아닌 곳에서도 정차해달라 하시는 어르신들도 볼 수 있었다.

집안이며 자식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털어놓는 손님과 제 일처럼 듣고 반기는 버스 기사.

그저 웃고 또 웃었다.

넘쳐나는 전라도 사투리의 매력이 그처럼 멋지고 예쁠수가 없었다.

 

그 버스 안이 그림처럼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