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위반
_이대흠
(시집 '귀가 서럽다', 창비 2010)
기사양반! 저 짝으로 쪼깐 돌아서 갑시다
어칳게 그란다요. 뻐스가 머 택신지 아요?
아따 늙은이가 물팍이 애링께 그라재
쓰잘데기 읎는 소리 하지 마시오
저번착에 기사는 돌아가등마는...
그 기사가 미쳤능갑소
노인네 갈수록 눈이 어둡당께
저번착에도
내가 모셔다 드렸는디
비슷한 운수업(?)에 몸을 담고 있어서 그런가.(ㅋ) 절로 웃음 짓고 흐뭇해진다.
시골 이곳저곳을 다니는 군내버스는 정해진 시간을 지키는 것 자체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다.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이 줄줄이 버스를 붙잡고 승차하시는 데야. 어떻게 정해진 승하차 시간이 맞춰질 수가 있겠는가 말이다.
거기에 이고 진 짐의 무게는 또 얼마나 무겁나?
삼남길 여행 도중 만난 군내버스 기사는 동네 어르신들과 농을 주고 받으며 넉넉한 웃음으로 손님을 모셨다.
당연 정해진 승강장이 아닌 곳에서도 정차해달라 하시는 어르신들도 볼 수 있었다.
집안이며 자식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털어놓는 손님과 제 일처럼 듣고 반기는 버스 기사.
그저 웃고 또 웃었다.
넘쳐나는 전라도 사투리의 매력이 그처럼 멋지고 예쁠수가 없었다.
그 버스 안이 그림처럼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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