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소낙비

떠남이 아름다운 사람들이여_윤선애

대지의 마음 2014. 1. 7. 10:06

 

 

 

 

누워쉬는 서해의 섬들 사이로 해가 질 때
눈앞이 아득해 오는 밤 해지는 풍경으론 상처받지 않으리
별빛에 눈이 부셔 기댈 곳 찾아
서성이다 서성이다 떠나는 나의 그림자 음-
언제나 떠날 떄가 아름다웠지
오늘도 비는 내리고
거리의 우산들처럼 말없이 돌아가지만
아! 사람들이여 떠남이 아름다운 사람들이여

 

떠남이 아름다운 사람들이여

 

 

 


 

이 노래를 작사한 이는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83학번 박혜정이었다.

 

시인 김수영을 좋아하던 국문학도, 엄한 아버지 탓에 MT 한 번 가지 못했던 모범적인 여대생.

휴학을 해서라도 끔찍한 현실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했던 그녀에게도 1986년은 어김없이 송곳처럼 찾아왔다.

어느 날 학내 집회 도중 원예과 1학년 이동수가 온몸이 불덩이가 된 채 아크로폴리스로 떨어져 내린다.

그 자리에 있던 문익환 목사는 평생 그 일을 가슴에서 지우지 못했거니와

이를 지켜본 사람들에게 그 광경은 머릿속에서 절대로 떼어 내지 못할 충격이었다.

 

한 학생은 도서관에 뛰어들어 이렇게 외쳤다고 한다.

"사람 죽었다. 이 개새끼들아. 나와서 싸우자. 싸우지 않겠거든 나와서 구경이라도 해라."

 

그날 박혜정도 울면서 돌을 들었다.

용기 없음을 질책하던 한 젊은이의 폭발이었고 참전할 수 밖에 없었던 전쟁의 발발이었다.

그날 그녀는 평생 처음 외박을 하고 며칠 뒤 한강에서 시신으로 발견된다.

 

"절망과 무기력, 이 땅의 없는 자, 억눌린 자, 부당하게 빼앗김의 방관, 덧보태어 함께 빼앗음의 죄. 더 이상 죄지음을 빚짐을 감당할 수 없다. 아름답게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부끄럽다. 사랑하지 못했던 빚갚음일 뿐이다."

 

그녀는 유서에서 이렇게 썼다.

 

<'산하'의 그들이 살았던 오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