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래치는 펭귄

지금 복지국가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_아스비에른 발 지음, 부글북스

대지의 마음 2015. 4. 3. 08:04





지금 복지국가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저자
아스비에른 발 지음
출판사
부글북스 | 2012-01-20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1%에 대한 99%의 ‘역습’이 시작된 곳이 그래도 복지국가로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방문 소감을 쓰면서도 노르웨이, 스웨덴 사회가 우리가 보기에 부러웠던 대목들을 중심으로 열거하다보니 자칫 완벽한 사회로만 포장된 듯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물론 방문의 특성이 그러기도 하려니와 복지국가의 기본적 토대가 무척 부족한 우리에게는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부분들만 눈에 띄는 법이다. 그런 아쉬움(정확하게는 부족함!)을 지적하는 책을 만났다. 얼마전 다녀온 노르웨이, 그리고 노르웨이지방정부노조(이 노동조합의 산하조직인 도시교통분야 간부들을 만났었다.), 그곳의 자문관으로 일하기도 했던 저자의 책. <지금 복지국가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저자는 북유럽 복지국가가 노사간 제도화된 합의구조를 기반으로 안정적으로 성장해왔지만 현재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서두를 뗀다. 신자유주의가 그 주범이며 북유럽 뿐만 아니라 유럽 사회 전반에 노동의 가치가 하락되고 민주주의가 퇴보하고 자본에게만 온전히 허가되는 등 후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현상의 핵심을 추적하는 저자는 복지국가가 특수한 내외부적, 역사적 상황의 결과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래서 복지정책의 후퇴를 막는 정책적 전환 등과 같은 단기적인 처방으론 해법이 될 수 없고 노동운동의 현재의 대응을 넘어서는 전환이 없이는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복지국가 또한 권력의 이동의 결과물이라고 강조한다. 즉, 계급투쟁의 결과물로서 복지국가가 존재하는 만큼 사회적 합의주의가 가지는 한계를 넘어 바라보는 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파와 비교되는 좌파의 구조적 원인 진단이라고만 보기에는 고민할 부분이 적지 않다. 우리 사회에서 좌파들의 변화는 보통 대중적인 공감대 형성이라는 차원에서 강제되고 현재도 그러한데 오히려 그와는 반대의 견해로도 읽어져서 불편함도 느껴진다. 하지만, 단순한 복지 정책 몇 가지를 마련하는 것으로 사회적 변화를 얻을 수 없다는 점. 사회적 합의주의에 빠져서 탈정치화된 노동운동이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대목은 특히 꼼꼼하게 고민하고 받아들일 문제가 아닌가 싶다. 우리 역시 우리의 역사적, 사회적 조건을 살펴 교조하지 않는다는 조건에서 말이다.







(20쪽) 20세기에 복지국가가 등장하면서 국민의 건강과 기대수명, 사회적 안전이 크게 향상되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이 국민들로 하여금 머리를 꼿꼿이 들고 삶을 자신 있게 살도록 만들었다는 점이다. 스스로를 부끄럽게 생각하게 만들던 자선이 점진적으로 보편적인 사회적 권리로 대체됨에 따라, 국민들은 사고나 질병 또는 실업의 불운에 처해서도 굽실거리지 않아도 좋게 되었다.


(33쪽) 복지제도를 약화시킨 조치들 중 많은 것이 사회민주주의자들과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이 참여한 정부에 의해 시행되었다는 사실. 그러나 그 당들은 자신들이 그런 짓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36쪽) 지금과 같은 권력균형 하에서는 개발도상국에 복지국가를 세우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 사회의 권력관계의 중요한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야 한다.


(40쪽) 매우 구체적인 역사적 상황에서 개발된 이 사회모델을, 그것의 사회적 및 역사적 기원과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권력관계와 따로 떼어놓고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


(49쪽) 복지국가를 일방적으로 노동운동과 절대 다수 국민들을 위한 사회적 진보의 축적으로 여기는 경우가 자주 있다. 그러나 복지국가를 자본가의 입장에서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유익할 수 있다. 사회의 주요 세력들 사이의 타협으로서, 복지국가는 자연히 그 타협에 자본가들의 이익을 반영할 것이다. (사회주의 국가의 존재 등 외부적 요건도 중요한 문제-[66쪽] 역설적이게도 실패한 동유럽의 경제 및 정치모델이 서구의 자본주의에 인간성을 불어넣어준 셈이다. 현재의 시대상황과 밀접한 권력관계가 자연히 현상으로서의 복지자본주의에 심각한 제한을 가하고 있는 것.)


(50쪽) 복지국가를 글로벌 경제에서 이해할 때 복지국가들 안에서 공평하게 분배되는 번영의 상당 부분이 남반구의 착취에 기원을 둔 것이며 이는 북반구의 노동조합과 노동운동, 그리고 남반구의 해방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회세력들과 운동들 사이에 연대의 문제를 제기한다.


(52쪽) 사회적 안전과 복지 서비스를 위한 투쟁은 처음부터 시장에 직접적으로 반대하고, 권력과 부가 특권을 누리는 시장 엘리트들의 손에 집중되게 되어 있는 시장의 특성에 반대하는 것이었다. 복지국가를 강화하기 위해 마련된 타협의 수준과 내용은 사회 안의 권력관계의 결과였다.


(63쪽) 노동과 자본의 평화로운 공존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강력한 노동운동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그 타협에 앞서 있었던 투쟁과 대결을 통해 얻은 힘의 결과였다.(스웨덴 1938년 살트세바덴 협약, 노르웨이 1935년 일반 프레임워크 협정)


(70쪽) 계급타협의 이데올로기가 노동운동 내부의 탈정치화와 탈과격화를 부채질했다. 노동운동이 자본가들의 새로운 공격에 대처할 순발력을 많이 잃게 되었다.


(77쪽) 넓은 개념의 복지국가는 자본이동의 규제와 경제의 민간부문과 공공부문 사이의 관계, 소유권, 사회의 천연자원과 기간시설 통제와 관리, 주택시장과 에너지 시장 같은 경제의 다른 부분에 대한 개입과 규제 같은 분야도 살펴야 한다.


(79쪽) 복지서비스가 조직되고 실행되는 방식도 중요하다. 시장이 복지 중 더욱 큰 부분을 넘겨 받게 될 때, 훌륭한 서비스를 이용할 사람들을 줄이기 위해 수혜자 부담을 늘릴 때, 수혜자의 수치심과 노예근성을 불러 일으킬 심사를 실시할 때, 소득 격차를 늘려 빈민 지역을 만들어낼 때 복지국가가 취약하게 된다.


(115쪽) 국제공공서비스연구소는 민영화와 민간위탁에 뒤이어 생기는 부패는 어쩌다 몇 건 생기는 사건이 아니고 민영화 정책의 한 부분으로 보아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116쪽) 공공기관이 책임을 지고 있는 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민간 조직이냐 공공 조직이냐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주장은 틀렸다. 민간위탁을 통해 공공서비스를 상업적 이해 관계에 맡기는 것은 사실상 사회의 권력 관계를 바꿔놓는 것이다. 공공서비스 분야에 이익이라는 동기가 작용할 때, 그 서비스의 목적 자체가 바뀌고 따라서 수많은 부작용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139쪽) 사회의 민주주의를 약화시키고 훼손시키고 있는 중요한 추세 3가지. 1. 규제 철폐와 민영화를 통해 정치적 통제를 벗어나려 하고 있다. 2. 새로운 형태의 조직과 관리를 통해 정치적 통제를 차단하려 하고 있다. 3. 초국가적 합의와 제도를 통해 정치적 통제를 우회하려 하고 있다.


(178쪽) 민스와 섹스턴의 말, '연금 민영화는 전혀 연금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전적으로 자본시장 확장과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 국가의 역할 변화에 관한 이야기이다.'


(194쪽) OECD회원국 18개국의 건강과 복지제도를 비교한 스웨덴의 보고서, 보편적 복지제도 즉 모든 사람을 위한 보험제도가 부자나라와 가난한 나라를 불문하고 공공의 건강에 가장 좋다.


(217쪽) 사회의 근본적인 권력관계가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는 곳이 바로 작업 과정이다. 작업의 조직화와 생산 결과의 분배, 작업이 수행되는 공간의 조건 등을 놓고 이해관계들 사이에 중요한 갈등이 빚어진다.


(220쪽) 노르웨이 복지 정책 재조정 과정의 상징적인 변화, 'social'이라는 단어가 공공의 어휘에서 축출되는 과정이라는 것. 아주 재미있는 현상. 문제를 사회와 연결시키지 않고 개인과 연결시키고 있는 것이다.


(241쪽) 소셜덤핑을 촉진하는 사례. 바로 유럽공동체와 유럽경제지역의 단일노동시장 안에 존재하는 임금 차이. EU 내 부자 회원국들의 고용주들이 임금이 낮은 EU 국가들로부터 노동력을 구한 뒤 그 외국인 노동력을 이용하여 자국의 단체협약을 통해 확립된 조건을 훼손시키는 것이 특별히 매력적인 것으로 입증된다.


(242쪽) 소셜덤핑은 외국인 노동자의 착취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그것은 단지 외국인 근로자 대 내국인 근로자의 문제만이 아니다. 사회와 직장 내의 권력관계의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점점 증가하고 있는 소셜덤핑은 신자유주의 공세가 지난 수십년 동안 구현하려한 권력관계의 근본적 변화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


(250쪽) 노동시장의 잔혹화와 배제를 낳은 것이 정치인들이 취한 시장 규제 철폐와 공공부문의 시장 지향과 경쟁 도입이라는 점을 지적하면 정치인들은 똑같은 답변을 내놓는다. '하지만 노동보호법이 잘 지켜지고 있잖소!' .... 자본과 시장의 힘에 대한 규제가 형식적인 노동조합의 권리에 실질적인 알맹이를 부여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노동보호법은 자본 통제가 이뤄지는 여부에 따라 완전히 다른 법이 되어버린다!


(257쪽) 1977년 노르웨이에서 신근로환경법이 통과되었을 때 그 초점은 일을 인간의 필요에 맞추는 것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앞선 근로환경법이다. 그런데 오늘날 그런 요지가 사라지고 말았다. 남은 것은 윤리주의와 의심과 처벌뿐이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각 근로자의 작업을 설계할 때는 다음과 같은 사항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각 근로자들이 작업을 통해서 전문적 및 개인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어야 한다.

-개별 노동자들의 능력과 숙련도, 나이와 다른 조건들을 고려하여 일을 조직하고 배치해야 한다.

-근로자들에게 결정권과 영향력과 직업적 책임을 질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근로자들에게 가급적 변화의 기회를 주고, 각 개인의 임무들 사이의 관계를 알도록 해야 한다.

...

작업은 근로자들이 고결과 존엄을 지킬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같은 임무를 맡은 다른 근로자들과의 접촉과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작업장은 근로자들에게 육체적으로 부정적인 긴장을 안겨주지 않는 식으로 정리되고 배열되어야 한다. ... 일에 변화를 줄 수 있도록 하고, 무거운 것을 들어올리는 일이나 단순 반복적인 일을 피하도록 해야 한다.

(Working Environment Act, 1977)


(260쪽) 우리가 경제성장을 이루는 그 과정의 전체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 특히 사회적 비용을 꼼꼼히 따질 필요. ... 국가 전체를 놓고 따지면 한쪽의 저축이 다른 곳의 지출을 늘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 오슬로 자치정부가 쓰레기처리를 놓고 경쟁적인 입찰과 효율성 제고 문제를 제기해 한 차례 소란이 있었다. 자치정부 소유의 쓰레기처리 회사의 이사가 물러난 뒤 한 말은 ' 주민의 쓰레기를 수거하는 작업이 젊은이들만 할 수 있는 일이 되어 버렸다.... 연금 예산의 비용이 배로 높아진다면 쓰레기 수거에서 한두푼 아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는 일이 아닌가'

.......

만일 경제성장이 일의 강도를 높이고 고용의 유연성과 직장 내 압박을 강화한 결과인데 거기에 따라 병가와 건강문제, 노동으로부터의 배제가 늘어난다면, 우리는 그 구좌가 마이너스라고 보아야 한다.


(292쪽)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 자발적 윤리기준 설정이라고도 불리는 이 책임은 기업이 지키겠다고 하는 약속이며, 제재나 강제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 현실 세계에서 자본의 새력에 유리한 쪽으로 이뤄지고 있는 무서운 권력이동을 가려줄 사상적 연막을 피우는 것을 돕고 있다.


(296쪽) 일다운 일, 저탄소경제로의 정의로운 전환. 이런 노동조합 운동은 자체로선 매우 우수하다. 하지만, 법적 형식주의에 지나치게 매달리는 것이 문제이다. 국제협약에 집어 넣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지만 반면 현실 속에서 관철시키기 위한 투쟁은 훨씬 못 미치고 있다. 사회 안의 권력 관계가 변해야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321쪽) 유럽석탄철강공동체와 유럽연합. 발족 이면에는 평화에 대한 염원이 크게 작용했다. 두 차례 전쟁이 시작된 곳이 유럽이지 않은가. 그런데 현재 유럽 엘리트들의 EU 프로젝트들을 보면 유럽 내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대립을 더욱 키우고 있다. 유럽의 사회모델이 크게 훼손되었다. 그 결과 우리는 모순적인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349쪽) 권력관계가 형성되는 곳은 생산이지 소비가 아니다. 리처드 윌킨슨의 표현 그대로다. '그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생산이 번영의 원천이며 또한 분배의 불평등의 원천이기도 하다.' 소비의 불평등한 분배 혹은 사회의 불평등의 심화는 생산의 권력관계와 소유관계에서 비롯된다. 권력관계를 공격하지 않는 한, '살찐 고양이들'의 터무니 없이 높은 연봉을 비난하고 절제를 호소해봐야 시간 낭비인 이유도 거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