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기독교 주간 신문 [미션21] 에 실린 칼럼입니다 *
[도시철도 2호선 원점부터 재검토하라]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된다’
5․18이나 경술국치 등 쓰라린 역사에만 쓰는 말이 아니다. 1990년대 초, 광주에 지하철을 만든다고 할 때 사람들은 별 생각없이 ‘지하철을 가진 도시’라는 ‘헛꿈’에 젖어(지하철 찬성 70%) 빚더미 지하철을 만들어 ‘세금먹는 하마’가 되어있다.
1호선 준공후, 2015년 기준으로 연간 700억원(운영적자 400억, 감가상각 300억)이 지하철 땜에 날아가고. 2호선이 완공되면 600억이 추가되어 1년에 1,300억원이 날아가게 된다고 한다. ‘꾀벗고 돈 한잎 찬다’는 속담처럼 재정자립도 최하위 광주가 지하철 만들었다고 잘사는 도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뭔지도 모르고 감언이설에 넘어갔겠지만, 빚더미가 될 지하철을 찬성한 시민들이 갚아야 할 업보다. 국비 수천억을 준다고 하니 제 빚 수천억이 들어가고, 해마다 운영적자가 얼마나 나는지는 생각지도 않고, 봉사 제 닭 잡아먹듯이 좋아한 결과다.
1호선 건설당시, 지하철 건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광주인구를 한껏 부풀려 잡아 2011년에 (지하철이 필요한 인구) 200만을 넘고, 2015년에는 230만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으나, 실제 인구가 150만을 넘어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넘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 오히려 2018년을 정점으로 줄어드는 추세로 바뀐다고 통계청에서도 예측하고 있다(2015년 통계청 추계치 151만 6,527명, 실제 인구 146만 5,092명; 2018년 통계청 추계치 151만 7.595명, 실제 인구 ??). 통계청 추계치가 실제 인구보다 대부분 4~5만명 많았던 경험으로 보아 정점인 2018년에도 150만을 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당시, 인구전문가인 글쓴이는 “눈깔 빼기 내기를 해도 2011년에 150만을 넘을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개발주의자(공무원과 건설업자)들은 이를 무시하고, 1987년 광주시가 직할시 승격되면서 전남의 유입인구 때문에 몇년 동안 비상식적으로 높아졌던 3~4%의 인구증가율을 해마다 적용하여 한껏 부풀려잡았다. 그러나 결과는, 유입인구가 고갈된 몇 년 뒤부터는 인구증가가 소걸음을 하고, 글쓴이의 예측대로 150만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건설을 추진하는 공무원이나 업자들은 민자유치 도로건설이나 지하철 건설하는데 추계인구나 예측 인구를 한없이 늘려잡아 엉뚱한 덤태기를 시민들에게 안기는 경우가 많다. 터무니없이 늘려잡은 예상교통량 때문에 광주시민이 해마다 엄청난 비용을 2순환도로 건설 민자회사에 물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도시철도 2호선에 관한 예측통계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 도시철도는 세금먹는 하마 -
도시철도가 적자를 보더라도 그만큼 기능을 해주기만 하면 시민들이 공공비용으로 감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700억원이라는 세금만 삼키면서 값어치를 못하고 있다. 1호선 개통후 2016년에는 233,353,625명(1일 639,325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측하였으나, 2015년의 실제 통계를 보면 하루 평균 승객이 예측치의 10% 미만인 50,182명(수송률 2.7%)에 지나지 않는다. 준공영으로 450억원의 적자를 보지만 수송율이 37%에 이르는 버스와는 비교가 안되는 수치다.
도시철도 기획팀에서는, 10 여 년을 잡고 있는 2호선 완공 시점에 인구 180만, 하루 이용률 12%로 예측하고 있으나, 타 시도에 견주어 볼 때, 2호선 개통후 많으면 6~7% 이용할 것으로 본다. 단순히 현재의 시각에서 인구수나 도로여건으로만 봐도 그같은 결론이 나오는데, 날로 변해가는 기술과 그에 따른 사람들의 습성변화가 10년 뒤의 세상을 지금과 달리 많이 바꿔놓을 것이다. 사이버의 세계가 되면서 사람들의 물리적인 움직임이 많이 줄고 있다.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승용차 공유 확대로 자가용 보유수가 줄고 있다. 그대로 두더라도 앞으로 도로 사정이 원활해질 것이다. 즉, 도시철도의 필요성이나 가치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전국 광역시 가운데 재정자립도가 가장 낮은 광주시가 실효성도 없는 엉뚱한 곳에 예산을 퍼붓다보니 다른 필요한 일은 엄두를 내기 어렵다. 광주시의 ‘지방채무관리방안’을 보면 “2017년 이후에는 도시철도 2호선 건설, 도로사업 등 대규모 신규수요에 필요한 지방채를 우선 발행하고 재해예방 및 복구사업 등 긴급한 사업을 제외하고는 일반 사업은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고 나와있다.
현재, 광주시 가용예산은 약 6,000억, 계속사업비를 제외한 순수 가용 예산은 3,000억 쯤 된다. 도시철도 적자, 현재도 700억이나 되지만 2호선이 개통된 시점에는 1,300억이 된다.
1호선 건설비 약 1조 5,863억원(국비 8,060억, 시비 1,475억, 지방채 6,328억), 2호선 건설비 약 3조원 (국비 1조 8천억, 지방비 1조 2천억). 국비를 가져오면 광주에 돈이 돌게 되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 건설비의 대부분은 서울 대형건설사로 빠져나가고 지방건설업체는 부스러기나 차지하게 된다. 건설에 들어가는 지방비 부담 수천억은 누가 대는가? 광주시민들이 두고두고 대를 물려가며 세금으로 갚아야 할 돈이다. 백보양보해서, 건설비는 한번밖에 안든다지만 해마다 물어야 하는 운영적자는 누가 낼 것인가? 2018년을 정점으로 인구가 늘어나기는 커녕 오히려 줄어들면 승객도 줄게 되고, 운영적자는 예상치보다 늘어나게 된다. 고령화로 인해 세수는 줄고 복지비용은 늘어나는데, 빚마저 늘리고 있으면 그 짐은 우리 아이들에게 지우는 멍에가 되고, 심하면 빚 때문에 도시철도를 운영조차 못하게 될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지방재정이 파탄에 이를 수도 있다.
- 급한 것은 도시철도가 아니다 -
인구가 줄어드는 저출산의 가장 큰 요인으로 많은 사람들이 ‘키워줄 사람이 없어서’를 든다. 도시철도 운영적자 1년치만 가지고도, 건축비 10억, 1년 운영비 3억쯤 드는 공립유치원을 100개나 지어서 운영할 수 있다. 얼마나 가치있는 돈인가?
2015년 현재 광주의 65세 이상 인구 167,123명(광주 인구의 11.35%). 지하철에 쓰는 1,300억원을 65세 이상 모든 노인들에게 그냥 나눠준다고 가정하면 한 사람앞에 1년에 77만8천원이나 된다. 광주시민 150만명이 나누면 한 사람앞에 8만7천원 꼴이다. 도시철도가 1년에 1천300억, 1일 3억5천만원의 시민 세금을 먹는다. 타지도 않는 도시철도에 갓난아이를 포함하여 모든 사람이 해마다 10만원에 가까운 돈을 무는 것이 과연 잘하는 일인가?
도시철도를 찬성하는 여론(?)이 많다고 하는데, 누구에게 어떻게 물어본 여론인가? 이같은 자료를 내놓고 물어봐도 과연 시민들이 찬성할 것인가? 여론조사 전문가인 글쓴이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여론을 핑계로 ‘시민시장’이 임기 내에 착공한다고 공언하고 있는데, 백보를 양보하여도 100~200년 사용할 2호선은 임기 내 착공 여부가 중요하지 않다. 임기중 착공한다는 명분아래 건설비와 유지비등 경제성 검토, 안전성검토, 교통체계 및 영향검토 시민들의 민원발생 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졸속하게 결정하면 안된다.
2010년에 광주시가 의뢰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결과는 ‘사업 부적합’으로 결론났고, 다른 도시와 비교하여 내린 결론에도 ‘사업 부적합’, 예측 수치 달성율을 77%만 반영한 TF팀의 결론도 ‘사업 부적합’으로 나왔다. 오직 예측 수치를 100%로 반영한 ‘용역팀’의 결과만 ‘사업 적합’으로 결론났다. 그런데도 도시철도 2호선 사업을 계속 밀고 나간다면 어처구니가 없어서 소가 웃을 일이다.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도시철도가 아니다. 제 정신을 가진 시장이라면, 이런 상황을 알고도 도시철도 2호선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고, 더군다나 임기내 착공이라는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복지를 포함한 모든 예산을 4대강에 퍼부었고, 박근혜 대통령은 말만 해놓고 복지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자랑스러운 광주의 ‘시민시장(?)’은 ‘세금먹는 하마 도시철도’에 모든 것을 부어넣을 것인가?
‘역사는 기억한다. 오늘 저질러진 것을'
-김순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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