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하고 이기적인

[후기]고신뢰조직(HRO)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대지의 마음 2016. 8. 22. 11:19






[생각7]


고신뢰 조직은 왜 그렇게 움직이는가?


'불확실성의 시대에 고성과를 창조하는 신뢰받는 조직의 안전경영(칼 와익, 캐서린 섯클리프 저, 포스코경영연구소 옮김)'을 읽고...




1.

이 책은 조직에 대한 것이다. 조직은 그 자체로 시스템화된 것이고. 시스템이 안전관리를 행하는 방식은 위험 요소를 사전에 발굴하고 체계화된 구분을 통해 예방적 매뉴얼을 만드는 것이 1차적이다. 하지만, 매뉴얼은 변화되는 상황 모두를 포괄할 수 없는 만큼 예상치 못한 사태는 늘 일어나게 된다. 이 예상치 못한 일들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에 대한 구체적인 양태가 '고신뢰 조직'이라는 모습으로 표현된다.



2.

예상치 못한 일은 어떻게 대응할까? 모든 기업이 특히, 수많은 대중을 운송하는 항공, 철도 등의 분야와 위험천만한 원자력, 병원과 같은 기업들에겐 매뉴얼로 담을 수 없는 수많은 예기치 못한 일들이 전제된다. 이런 조직 운영에서 첫번째로 思考해야 할 중요한 것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최고 수준의 고신뢰조직들은 자신들이 시스템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사건들을 전부 다 경험해보지 못했다는 점을 알고 있고,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실패 상황들에 대비할 수 없다는 점도 흔쾌히 인정한다.



3.

예상치 못한 일에 대한 대응의 기본 원칙은 개인과 조직이 '마음챙김(mindfullness)'을 다하는 것이다. mindfulness 를 해석한 '마음챙김'이라는 단어는 원어가 품은 의미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는 한계가 있지만 대체할 우리말을 찾기가 쉽지 않을 성 싶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마음챙김'에 대한 보다 자세한 설명을 덧붙인다.


관련분야 연구자들은 mindfulness에 대해 '순간 순간에 일어나는 감정, 생각, 감각을 의식하고 수용하면서 비판단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라 이해한다. 뭔 말인지는 알겠으나 조금 어렵다. 좀 쉬운 정의는 앨런 랭거 교수의 것을 참조하면 좋다. '외부 자극에 대해 고정적, 자동적, 경직된, 마음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깨어있는 마음으로 주의를 집중>하는 것'이다.


단어만 살폈을 때에 떠오르는 직감으론 나 이외의 상대를 '마음을 다해 챙기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보다 정확한 의미는 '깨어있는 마음으로 주의를 집중하는 것'이다. 어찌보면 굳이 책으로 담아야 할 정도인가 싶은 내용이다.^^



4.

이 책의 핵심 내용인 mindfulness를 실천할 수 있는 조직기반을 만들기 위해 구성원 모두가 조직적으로 다음의 다섯가지를 지속적으로 실행에 옮기라고 권한다.(다섯가지 사항은 실제 고신뢰조직에서 보여지는 모습들을 담은 것이다. 그리고 고신뢰조직은 바로 이런 원칙이 구체적으로 구현된 조직을 칭하는 것이다.)


첫째, 작은 실패사건들을 추적하라.

둘째, 지나치게 단순화시키기를 거부하라.

셋째, 운영상황에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라.

넷째, 회복탄력성을 유지하라.

다섯째, 전문가에게 권한을 넘겨주어라.


그리고, 이 다섯가지 사항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고신뢰조직으로 변모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구체적인 설명이 이어진다.



5.

그렇게 책의 대략적인 흐름이야 이해할 수 있지만 정작 우리가 궁금한 건 이 책이 주요하게 다룬 고신뢰조직으로의 전환을 꾀하려는 노력이 대두되는 배경이 아닐까? 스위스 철도는 자기 조직의 목표가 '고신뢰조직'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노르웨이 철도에서도 '고신뢰조직'이라는 문구로 설명하지 않았을 뿐, 안전 활동에 대한 설명은 상당 부분 일치하는 것들이었다.


고신뢰조직이 대두되는 배경에 대해 자세히 이해해 본다면 우리 철도가 지향해야 할 안전 관련 목표(까지는 아니어도 안전 활동의 전환)에 대한 방향성을 잡기 쉬어질 것이다.



6.

기존의 안전 관리 활동의 부분들을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체계화한 것이 '시스템 안전관리기법'으로 이해되는 '안전관리체계(SMS)'이다. 안전 활동의 과학적 진전이라 평가된다. 시스템 안전관리의 핵심은 발생 가능한 사건을 예방적 차원에서 분류하여 체계화된 매뉴얼로 만드는 것이다. 물론 이를 뒷받침하는 과학은 확률통계론이다. 즉, 과거 발생했던 사건에 대한 경중을 가려 이에 대비한 예방적 조치를 일반화한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놀라운(?) 발전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상정한 위험을 빗나간 사고는 이어졌고 그때마다 매뉴얼(또는 예방적 조치)은 일어날 수 있는 세상만사를 모두 담기 위해 방대한 양으로 확대되어 갔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핵심 원인이 과거 상정했던 수준 이상의 쓰나미라는 점과 그로 인해 여러 기의 냉각장치가 동시에 작동을 멈추는 예측하지 못한 상황 전개였다. 자, 생각해보자. 이런 대형 사고 발생 이후 매뉴얼 수정이라는 반복적인 대책 마련이 대형 사고를 근본적으로 예방하는 것일까? (이런 질문은 전라선 율촌역 탈선사고와 같은 사고 이후 대책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것이다. 사고 후속 대책이 부르는 잘못된 징후들에 대해서는 따로 논해볼 것이다.)



7.

그래서 고신뢰조직은 '실수(실패)는 인간이 창출한 복잡하고 고도화된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는 것'이라는 기본 思考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이런 실수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배울 것인지, 현재의 예방적 조치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예상치 않은 사고에 대해 어떻게 유연하게 대응할 것인지 등이 중요하게 부상하는 것이다.


매뉴얼과 절차화가 담지 못한 한계를 인정하고 그 내용을 충실히 보충하기 위한 조치가 '①작은 실패사건들을 추적해' 조사하는 것이다. 보고하는 문화가 일상화되어 있는 것은 물론이다. 거대한 항공모함에서 사라진 미세한 나사 하나로 인해 모든 항공기가 회항해야 하는 사태가 일어나도 이런 사실을 보고한 사람을 칭찬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아차사고에 대한 빠짐없는 보고와 피드백이 이에 해당한다.


그런 마음챙김 mindfulness 의 과정을 다해도 매뉴얼은 세상의 다양성을 따라오지 못함을 인정한다. 그래서 당장 발생하는 사건을 기존 매뉴얼이 구분짓는 방식으로 '②지나치게 단순화시키기를 거부하라'는 것이다. 정형화된 틀로 사전에 정의된 카테고리들은 이미 그 자체로 독특한 권력적 속성을 갖고 있어서, 현재 발생하는 사건에 대해서도 쉽게 (유사성을 따져) 기존의 것과 동일한 것으로 규정짓게 만든다. 그런 함정을 조심하라는 것이다.


'③운영상황에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사전에 '예측'된 상황대로, 즉, 매뉴얼대로 좇아가는 것에 한정하지 말고 창의적인 관심을 부여하라는 것으로 읽힌다. 이렇게 고신뢰조직의 안전 활동의 기본 메시지는 기존 매뉴얼을 맹목적으로 준수하는 것을 뛰어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철도가 매 사고마다 강조하는 매뉴얼을 지키라는 말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우리 철도의 '매뉴얼 준수 강요 문화'에 대해서도 추후 작심하고 따져볼 계획이다.)



8.

위에 서술한 다섯가지 사항 중 '①작은 실패사건들을 추적하라', '②지나치게 단순화시키기를 거부하라', '③운영 상황에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라'의 3가지는 주로 사고가 일어나기 '이전'의 활동에 주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에 나머지 2가지, '④회복탄력성을 유지하라'와 '⑤전문가에게 권한을 넘겨주어라'는 사고가 일어난 직후 '억제'하는 활동에 중심이 있다. 아차사고가 초기 대응 여하에 따라 대형사고로 번져가므로, '억제'하는 활동을 매우 중요하게 다루는 게 '고신뢰조직'의 또 다른 특징이다.


회복탄력성에 대한 기본 메시지는 제임스 리즌이 주장했던 유연문화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⑤전문가에게 권한을 넘겨주어라'는 메시지는 우리 철도와 같은 권위적인 조직 구조 속에서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변모시켜야 할 과제로 보인다. 사고가 발생하면 의사결정권을 위나 아래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지위의 위계가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과 지식의 위계가 존중되는 것이다. 그리고 사고 대응이 완료되면 평시와 같은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복귀한다. 이러한 원칙은 개인적인 차원의 것이 아니라 집단적인 것이며, 신뢰와 협력의 문화가 정점으로 발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에 비해 우리 철도는 어떨까?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텔레비젼 화면에 비치는 (사고 대응에 대해선 완벽한 문외한인) 관료들 중앙으로 역시 사고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대통령이 떡허니 자리잡고 있는 걸 보았는가. 철도도 마찬가지다. 본사나 지역본부에서 행해지는 복구훈련을 보면 상명하복의 권위적 위계가 얼마나 철저하게 작동되는지 잘 보여준다.(변화의 조짐도 여러곳에서 보이지만. 쩝!) 복구 훈련의 다른 문제점으로는 주요 사고가 발생하면 정작 의사 결정의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야 할 책임자가 의전을 받고 관람하고 있는 아이러니가 아닐까?



9.

이렇듯 고신뢰조직은 좋은 안전문화가 높은 수준에서 구현된 조직을 표현한다. 물론 이러한 고신뢰조직에서의 구성원은 매 순간 마음챙김 mindfulness 을 행하기 위해 상당한 긴장감을 가지고 업무에 임한다. 이러한 긴장감은 쓸모 없는 걱정을 하고 있다는 비아냥을 들을 만큼 치열한 것이며, 조직적으로 공감하지 않으면 쉽게 상처받거나 소외되기 쉽다. 좋은 안전문화를 만들고 행하는 것은 기업 차원의 마인드 전환이 필수적이지만, 구성원에게도 상당한 자기 책임감이 수반되는 것이다. 단, 강요된 자발성이 아닌 서로 독려되어져 형성된 긍정적 자발성의 힘이라 하겠다. 기업의 안전경영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는 이라면 제임스 리즌의 책 '인재는 이제 그만'과 함께 읽어야 할 필독서로 손색이 없다.


(끝)




[덧붙임]

이 책에서 나열된 다섯가지 원칙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들은 다음과 같다. 다섯가지 원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실패를 깊이 있게 다루기의 원칙을 개발하는 작은 성공들

 

(1)일어나서는 안되는 실수들이 무엇인지에 대한 목표들을 다시 정의하라.

 

(2)취약한 부분이 있음을 인식하라. 사람들이 편한 마음으로 질문할 수 있도록 하라.

-예민하게 반응하도록 해야 한다. 취약성을 인식하면 학습기회가 많아진다는 점을 기억하라. 자신의 시스템과 그 시스템이 고장날 수 있는 방식을 이해하더라도 돌발 사고는 여전히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있을 수 있는 모든 사고유형들을 경험하는 것은 아니며, 있을 수 있는 모든 사고를 상상해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3)오류 친화적 학습 문화를 만들어라.

 

(4)니어 미스를 다시 정의해보라. 당신의 직에 어떤 니어 미스가 있는지 아는가?

 

(5)무엇이 좋은 소식을 구성하는지를 명확하게 하라.

-무소식이 희소식인가? 무소식은 모두 나쁜 소식이다. 모든 뉴스가 희소식이다. 그건 시스템이 제 위치에 자리잡고 있고 잘 반응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단순화시키기를 거부하기의 원칙을 개발하는 작은 성공들

 

(1)정보를 활성화하려면 의심하는 자세를 가져라.

 

(2)사고의 틀을 바꾸어 볼 수 있도록 장려하라.

-관점이 다양해지면 예상들의 폭을 넓힐 수 있고, 정보들에 대한 감수성도 커질 수 있다.

 

(3)대인관계 기술을 중요하게 다루라. 다양성에는 비용이 따른다.

 

(4)증거가 변하면 평가를 다시 해보라.

-처음에 내린 해석이 옳다고 매달리는 경향에 주의하라.

 

(5)예상치 못한 사건들은 모두 정보라고 생각하고 다루라.

-사건을 일으킨 연쇄적 관계들이 시스템 내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을 거라고 의심하라.

 

(6)공개적으로 마음을 챙기라.

-주의할만한 변화가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생각을 입 밖으로 표현하라.

 




 

운영 상황에 세심하게 신경쓰기의 원칙을 개발하는 작은 성공들

 

(1)일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보상하라.

 

(2)솔직하게 말하게 하라! 자신이 무언가를 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또한 그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의견이 다를 때 스스로 알아서 마음 속에 담아두려는 일이 생기지 않게 하라.

 

(3)의심하는 자세를 개발하라. 회의주의는 일종의 보완장치이다.

-회의주의는 운영 상황의 차이들을 좀 더 풍부하게 설명해준다.

 

(4)훌륭한 의사소통 수단들을 활용하고 사람들에게 경청을 장려하라.

-대면의사소통은 일반적으로 세세한 차이들을 구별할 수 있는 근원이다. 이는 대면 의사 소통 수단이 가지는 풍부한 특징 때문인데, 거기에 적절한 피드백 능력, 다양한 암시들을 전달하는 능력, 메시지의 개인화 정도, 사용되는 언어의 다양성, 전달될 수 있는 의미의 범위 등과 같은 것 때문이다. 소통 수단이 풍부하지 못할수록 핵심정보도 상실된다.

 

(5)일선의 운영라인에서 시간을 보내라.

-사람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방식은 그 자체로 보면 마음을 챙기는 관행들이 아니다.

  




 

회복탄력성을 유지하는데 전념하기라는 원칙을 개발하는 작은 성공들

 

(1)역량을 확대하고 반응방식들을 넓혀라. 회복탄력성은 깊은 지식을 필요로 한다.

 

(2)조직 간소화, 조직 쥐어짜기를 너무 자주하지 말라.

 

(3)피드백을 가속화하라.

-피드백이 느린 시스템은 본질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한다.

 

(4)과거의 경험을 양면 가치 차원에서 다루라.

  



 

전문성을 존중하기의 원칙을 개발하는 작은 성공들

 

(1)중심화의 오류를 인식하라.

-세로 그란데 사고에서 정보가 폴 글리슨 쪽으로 왜 흘러가지 않았는가? 글리슨은 그 자신이 중심화의 오류를 저지르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의 동료들은 자신이 아는 것을 글리슨이 이미 알고 있으리라고 추측하여 말해주지 않았고 알려주지 않았다.

-당신 자신의 전문성을 부풀리지 않도록 조심하라. 유사한 경향이 있는 다른 사람들을 경계하라. 자기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아는 것이 적다.

 

(2)예상치 못한 사고들을 관리하는 도구로 상상력을 사용하도록 장려하라.

-예상치 못한 사고들을 관리하는 것은 작은 불일치 현상들이 더 커질 경우 일어날 수 있는 효과를 확대해서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것은 사고가 유례없이 커져갈 수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는 것이다. 또한 대처방안들을 가설적으로 구성해보는 것이다.

-그 상상은 측정과 정량화에 사로잡혀 있는 문화에서는 가치가 없어 보일 수 있다.

 

(3)유연한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