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 자리에

[2017년] 다섯줄 독서 기록

대지의 마음 2017. 10. 20. 09:28




40. 정치적으로 올바른 섹스 스토리_Happy Sex(김이윤 지음, 이프)






35~39. 만화로 보는 조선왕조실록 1-5(박시백 지음, 김태원 그림, 들녁)





34. 아픔이 길이 되려면(김승섭, 동아시아)


따뜻하다. 한 구절 한 구절 인간에 대한 예의와 사랑이 듬뿍 담겨 있다.

멋지다. 인간 아픔의 사회적 원인을 찾아 약한 자들과 연대하고 실천하는 학자.

줄곧 따뜻한 마음으로 멋진 인간을 만날 수 있는 책.




32~33. 세 여자 1, 2_20세기의 봄(조선희, 한겨레출판)


역사 속을 걸어간 사람들. 인간과 사상, 실천의 무게를 다시 생각했다. 어느 누구도 계급적이지만 어느 누구도 계급적이지 않는다. 그렇게 역사는 과거를 옮겨놓고 현재를 기록할 것이다.




31. 굴뚝 속으로 둘어간 의사들_일하다 죽는 사회에 맞서는 직업병 추적기(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기획)


가슴 아픈 사연으로 가득. 이 아픈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반드시 읽어볼 것으로 권하고 싶은 책.




30. 안전문화 정착을 위한 법제개선방안 연구(나채준 지음, 한국법제연구원)


역시나 안전문화에 대한 접근 방향이 이렇게 다를까 새삼 돌아보게 하는 연구였다. 이쯤 되면 다름 아닌 가 이 사회에선 특이한 문제의식에 사로잡혀있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듯하다. 집단과 개인이 안전에 관한 태도, 사고와 행동방식으로 체질화되어 가치관으로 형성된 것을 이르는 안전문화’. 대부분의 연구들(이를 바탕으로 한 법제와 사규 포함)안전문화를 조성하게 위한 방안으로 하나같이 안전교육 활성화, 안전의식 캠페인, 안전점검의 날 행사, 안전헌장 제정 배포 등이다. 물안전에 대한 기본적인 차원에서의 교육마저도 진행되지 않는 중소 사업장이 대부분인 현실이라면 이해되지 않을 바 없다. 하지만, 안전한 작업방식과 태도가 왜 가치로 인식되기 어려운지에 대해서 깊은 성찰이 없는 기능적(?), 표면적(?)인 접근을 중심으로 한 연구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 실행력을 갖기 어려워 보이거나, 제도 도입 등으로 실행이 되더라도 안전문화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방향에선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로 보인다. 많은 연구자들이 던지지 않았던 질문을 던져야 한다. 마치 '다스는 누구의 것입니까?'와 같이 본질을 찾아가는 질문을 반복적으로 말이다.


이어서 http://blog.daum.net/jmt615/1152





29. 한국 산업안전 불평등 보고서_신산업안전관리론(김윤배 지음, 한울)


산업안전 분야 중 어느 한 분야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를 얻기에는 적절하지 않지만, 다른 많은 안전관련 도서와 달리 경제, 문화, 법, 경영, 행정의 시각에서 안전과 보건 문제에 대해 다루었다는 점에서 필독해야 할 책. 오랫동안 산업안전분야에서 활동한 내공이 전해져 나름의 책 속 안전 관련 공부에 우리 현실에서의 고민을 덧붙일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산업안전 행정 체계 전반에 대한 문제점 지적이나 통계의 이면을 꼬집는다거나, 위험성평가의 맥락, 안전교육의 문제점, 안전문화에 대해 살핀 부분이 그렇다. 어떤 이상적인 안전 지향의 사고나 이론도 대한민국이라는 현재의 우리 현실 위에서 뿌리내려야 한다는 점에서 2~3번은 더 읽고 고민을 넓혀 나갈 필요가 있는 책이다.




28. 낭만 레트로 일본 애니여행_지브리에서 슬램덩크까지, 애니메이션으로 만나는 또 다른 일본(윤정수 지음, 리스컴)





27. 스위스 방명록(노시내 지음, 마티)


왜 스위스 방문 전에 이 책을 알지 못했을까? 내가 방문했던 베른과 바젤, 그리고 취리히. 아니 평소 많이 궁금했던 스위스 사회의 문화와 역사, 그 이면에 존재하는 사실들을 만날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기본소득 국민투표 과정을 언론을 통해 접하면서 스위스 사회는 북유럽 사회와는 또 다른 가치관과 사회 문화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스위스 철도의 안전문화를 만나고선 우리가 도달하기엔 이상향으로 보일지라도 매우 깊은 철학적 성찰이 담겨 있음을 느끼기도 했다. 이토록 부러운 스위스 사회의 문화는 어떻게 형성하고 발전했을까? 아니 그 이면에는 어떤 아픔, 반전이 있는 것일까? 나는 그 일단을 이 책을 통해서 접할 수 있었다. 스위스 직접민주주의가 지닌 역설, 나치 시절의 스위스의 처지와 태도, 27% 이상의 고정적 지지를 확보한 극우정당 스위스국민당의 존재와 논란 등등. 어느 사회도 보편적 가치라는 이름으로 한 단면만으로 편파적으로 규정하는 오류를 가져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르톨트 브레히트, 프리드리히 니체, 헤르만 헤세, 리하르트 바그너, 제임스 조이스, 레닌과 같은 인물들의 흥미로운 스위스 방문과 생활의 자취를 보는 것도 시간 가는 줄  모를 만큼 흥미롭다. 스위스 방문 전에 다시 보고 싶은 책이다!




26. 인재는 이제 그만_안전문화 구축하기(제임스 리즌 지음, 백주현 옮김, GS인터비전)


3번째 독서를 마쳤다. Managing the risk of organizational accident 라는 제임스 리즌의 역작. 안전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저작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아쉽게도 원 저작의 뜻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에서 접할 수 있는 건 영어 원서를 읽거나, 아니면 '인재는 이제 그만'이라 번역된 이 책을 보는 수 밖에 없다. 대단히 아쉽지만 제목에서 드러나듯 번역은 정말 부족한 점이 많다. 어쩔 수 없지만 읽고 읽어서 행간의 의미를 되새기고 현실과 접목해보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3번째 독서는 8명의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 특히 부족한 번역을 익히 알고 있던지라 큰 마음 먹고 원서를 주문해서 하나 하나씩 맞춰보기로 했다. 읽는 내내 원어를 첨부해 적어 넣거나 수정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다행히 오역을 최대한 수정해낼 수 있었다. 내용에서도 회수를 거듭할수록 새로운 문제의식을 만나게 된다. 철도 현장에서의 문제들도 하나둘 연관되어 떠올랐다. 앞으로도 이 텍스트는 다른 동료들과 기회를 내서 읽어볼 생각이다. 몇 회독인지가 중요하지는 않지만 최소 10여번은 넘지 않을까 싶다.




25. 우리는 왜 이런 시간을 견디고 있는가(노동시간센터 기획, 전주희 외 지음, 코난북스)


우리 삶을 소진시키는 시간에 관해 다루었다. 제목처럼 우리는 왜 이런 시간을 견디고 있을까? 노동절의 유래가 되었던 당시의 외침이 8시간제 노동이었음은 인류 문명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겠다. 여전히 우리는 하루 8시간 노동제를 요구하고 있는 현실이니 말이다. 삶을 파탄내는 시간에 대해 모두가 몸으로 알고 있지만 그렇기에 더욱 치밀하게 접근하지 못하는 한계도 있어오지 않았나 싶다. 왜 이 곳의 우린 시간의 문제를 한번도 진득하게 고민하고 제기해오지 못했을까? 이 책을 통해 다양한 영역에서 시간의 문제가 삶을 어떻게 파고들어있는지 살펴보는 일은 당연한 듯 하지만 사실 고통스러운 확인의 과정이었다. 나아가 내게는 시간이 우리에게 영향을 준 몇 가지가 떠올랐다. 분절화된 시간 통제가 인류의 내러티브(서사)를 빼앗아간다는 말은 한 번도 시간과 노동의 관계에 대해 깊이 숙고하지 못한 부족함을 깨닫게 했다. 또, 모바일 기술의 발달로 시간을 통제하게 되면서 우리에게 사라져가는 집합적 경험과 감각의 공유 부족은 어떤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는가? 최근 기술시스템의 변화는 사회기술시스템으로 명명될 만큼 기술 자체에 대한 접근으로 풀기 어려운 안전을 비롯한 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런 사회기술시스템으로의 특성 변화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사회적 관계의 형성과 발전이라 할 수 있는데 그와 역행하는 모바일 기술 발전과 이로 인한 시간 통제는 어떤 문제를 드러낼까? 사회기술적 성격의 시스템에는 치명적인 안전 저해 요인이 일상회되는 결과를 안게 될 것 같다. 이런 조짐은 철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조금 더 진전된 고민이 필요하겠다. 





23~24 앙코르 와트, 월남 가다 上 下(도올 김용옥 지음, 통나무)


캄보디아 앙코르 유적지에 다녀온지 1년여가 지났다. 가족 모두가 함께한 의미 있는 여행이었지만 철도 파업 와중인지라 여간 마음이 불편했었다. 마음이 가지 않는 만큼 충분한 사전 준비도, 여행지에서의 관심도 갖기 어려웠다. 그래도 앙코르 와트에 대한 평소의 경이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녀온 뒤 도올 선생님의 오래 전 책을 구입해 곳곳에 실린 화보를 넘겨 보았다. 내 발길이 닿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니 흥미로웠지만 남겨진 파업 때문에 또 온 신경을 집중하지 못한 채 묵혀두었었다.


도올 선생님의  이야기는 베트남을 거쳐 캄보디아 앙코르 유적지로 그리고 다시 베트남을 경유하는 일정을 따라 기록되었다. 나와 같은 이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크메르 루주와 킬링필드에 대한 과장과 뒷 배경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먼저 나오는 것도 무척 반가웠다. 우린 앙코르 와트가 유적군 중 가장 높은 평가를 하지만 도올 선생님의 설명은 그렇지 않았다. 시대순에 따라 형성된 여러 유적군들의 매력을 재미난 이야기와 함께 확인할 수 있지만 앙코르 와트에 대한 관심은 그다지 높지 않은 걸 느낄 수 있었다. 그 이유는 책을 통해 느껴보는 게 좋겠다.


아마 방문 전에 이 책을 참고하였다면 여행은 무척 달라졌을 것이다. 습도 높은 날씨였지만 이곳저곳 꼼꼼히 살펴보고 느끼려고 했을 듯 싶다. 혹 앙코르 와트를 방문하려한다면 다른 여행 안내서보다는 이 책을 보는 것이 좋겠다. 우리네 생활과 비교한다면 캄보디아, 베트남 사람들의 생활 수준이 낮다고 선입견을 가지고 볼 수 있겠지만 그들의 강인한 생명력의 근원을 확인해보시길. 난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는 캄보디아의 남여 모두에게서 뭔가 모를 강인함을 느낄 수 있었다.




22. 미움받을 용기(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지음, 인플루앤셜)


새로운 통찰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고독을 느끼는 것은 개인이 혼자라서가 아니다. 개인을 둘러싼 타인, 사회, 공동체가 있고, 이러한 것들로부터 소외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고독한 것이다. 우리는 고독을 느끼는 데도 타인을 필요로 한다. 즉, 인간은 사회라는 맥락 속에서 비로소 '개인'이 되는 것이다.'와 같은 내용이 그렇다. 그 외에도 매우 많이 접할 수 있다. 물론 미움받을 용기를 다른 이를 신경쓰지 않는 개인주의적 사고의 발로로 이해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아마 이런 부분이 선뜻 동의가 되지 않는 논리 전개라고 할 수도 있겠고, 관념론적인 생각에 빠진 이상론이라는 비판도 생길 수 있겠다. 하지만, 아들러가 무엇을 말하려는지에 주목하고 새로운 통찰을 전해주는 단편적인 언급에 더욱 집중해 독서할 필요가 있겠다. 그렇게 결론에 이르면 아들러의 논리 전개가 어렴풋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할 것이다. 나에게는 미움받을 용기가 부족했음을 수 차례 느끼는 시간이었다. 나에게 돌아오는 스트레스의 근원을 조금 더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다. 




21. 안전심리(정진우 지음, 청문각)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정진우 교수의 책으로 위험성평가에 대해 다룬 책에 이어 두번째 만남이다. 좀은 우습지만 먼저 드는 생각, 살아온 역사(?)가 관점에서도 느껴진다는 것.(이 부분은 책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듯) 이 책은 그 동안 안전전문가들의 주요 저작을 두루 만나면서 방대한 내용을 누군가 정리해준다면 정말 좋겠는데 하는 갈증에 대한 답이라고 해야 할까.(물론 저자가 의도한 방향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그 동안 만났던 안전전문가들의 깊은 고민을 한 권으로 집대성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아가 현장 실무를 고민하는 노사 모든 관계자들에게 좋은 교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특별히 관심이 갔던 부분은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부분이다.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은 리스크 관리 그 자체라는 저자의 견해는 사회 구조의 변화에 따라 영향 받은 안전 환경을 깊이 통찰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사회와 기술, 사회와 안전의 관련성은 이제 산업 구조 변동의 핵심으로 접근해야 하고, 특히 안전문제에 대해서는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안전은 사회적으로 구축된다고 한다. 또, 사회가 기술의 변화 방향을 규정하기도 한다. 기술리스크가 이토록 사회적 의존성이 높은 것이라면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은 리스크 관리 그 자체로 규정하고 접근하는 것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저자는 '정시성'의 예를 들어 쉽게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반드시 재독해야 할 책이다. 안전전문가들의 원저를 읽기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세미나 교재로 적절한 책이다.




20. 빅데이터가 만드는 제4차 산업혁명(김진호 지음, 북카라반)


3가지 부분으로 이루어짐. 각종 데이터의 기반을 이루는 숫자 정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그것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그에 대한 편견은 없는지 살펴보는 것이 첫번째 부분. 이어 데이터 정보가 흔히 보여주는 여러가지 함정들(그래프의 함정, 평균의 함정, 비교의 함정 등)에 대해 풍부한 사례를 통해 접근하는 두번재 부분. 이 과정을 통해 주어진 데이터의 잘못된 분석이 현상의 본질을 어떻게 왜곡하는지 알아볼 수 있다. 마지막 부분은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하고, 통찰은 어떻게 생길 수 있는지,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다룸.


애초 4차 산업혁명이란 놈이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할 요량으로 책을 펼쳤지만 사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접할 수 없었음. 그도 그럴 것이 4차 산업혁명이란 놈이 그렇게 정의될 만한 놈이 아니란 생각도 들었음. 오히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내용은 이 책의 중심부를 차지하고 있는 데이터 분석 능력과 오해에 대해 서술한 부분이었다. 철도 내에도 다양한 정보들이 유통되지만 데이터 분석 능력에 대해서는 여전히 큰 한계를 보이고 있음. 그것은 어쩌면 데이터 분석 능력의 중요성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한 측면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음. 그래놓고 그 무슨 4차 산업혁명 어쩌고 하면서 스마트 출무(?)라는 놈을 들이대는 건 어불성설이 아닐까 싶음. 철도 안전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도 마찬가지. 매우 조잡한 분석과 비평을 늘어놓고 그러니 안전에 유의하라는 정도로 해석해 현장을 가르치려 들고 있는 실정. 그런 사람들에게 이 책이 필요해 보임.

    



19. 진보적 글쓰기(김갑수 지음, 초록비책공방)


한 번의 독서로는 부족하다. 좋은 글이 갖춰야 할 조건들을 수긍하더라도 손 끝으로 펼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일테니 읽고 생각하는 고된 과정이 필요하다. 몇 차례 더 읽을 것이다. 다만 군데군데 자연스러움을 깨는 넘침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건 아쉽다. 개인적인 생각이다.


http://blog.daum.net/jmt615/1125




18. 진뫼로 간다(김도수 시집, 푸른사상)


벼락바위에서 별 헤고

뱃마당에서 뱃놀이하고

자라바위에서 자라 보고

까마귀바위에서 미역 감고

두루바위에서 다이빙하고

노딧거리에서 징검다리 건너고

강변에서 황소 등 올라타고

쏘가리방죽에서 쏘가리 잡고

다슬기방죽에서 다슬기 잡고

얼음바위에서 얼음 타고

뛰엄바위에서 폴짝폴짝 뛰어보고


세상에 나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강변 휘젓고 다니며 배웠으니

강물 속 헤엄치며 배웠으니

나는 오늘도 진뫼로 간다.




17. 재난을 묻다(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서해문집)

재난을 묻다는 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에 의해 기록되었다. 모두 7개의 재난을 통해 개별 참사에만 한정하지 않고 여러 참사를 함께 볼 때 보이는 이면을 추적하려 했다. 우리 사회에서 사고 때마다 반복되는 단순화, 도식화된 원인 분석만 난무하는 건 개별 사건에만 주목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다른 사건과 연관시키지 않고 오로지 개별 사건에만 주목하도록 하는 것이 가해자와 권력의 입장에서 유리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책에서 밝히듯이 개별 사건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보아야 하고 또 개별 사건들을 연결해서도 보아야 한다. 그래야 한국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요소들이 어떻게 작동하며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재난을 발생시키는지 살필 수 있다. 참사를 만드는 권력관계와 구조의 견고함을 파악하고 그 속에서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짚어볼 수도 있다. 그럴 때만이 안전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요구하고 어떠한 변화를 만들어내야 하는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기록단이 던진 무수한 질문을 철도 현장에도 던져야 한다.





15~16. 풀꽃도 꽃이다 1. 2(조정래, 해냄출판)


부모인 내가 아이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일까? 그것은 아이를 위한 것일까, 부모인 나를 위한 것일까? 어느덧 커버린 아이들을 통해 매일매일 검사 받는다. 아침 일찍 일어나 학교로 향하는 아이의 표정이 몰라보게 활기차다. 많은 부모들이 공부에는 별 관심이 없는 학교라는 그 학교에 다니는 덕이다. 친구들과의 어울림이 좋고, 스스로 무엇을 해보겠다는 적극적인 모습도 반갑다. but 머릿속에는 공부도 좀 챙겨라라는 말이 떠나질 않는 건 왜 일까? 하루라도 학원에 빠지는 걸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왜 일까? 소설은 아이들의 마음과 어른스럽지 못한 어른들의 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때론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하고, 때론 아이의 인생을 위해 새로운 각오를 얻기도 했다.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우리들의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아이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

빨리 공부해/ 겨우 이것밖에 못해?/ 00이는 잘하는데 넌 왜 이 모양이냐/ 너 커서 뭐가 될래?/ 니가 뭘 알아/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어?/ 아니, 그것밖에 못해?/ 그따위로 할 거면 다 집어치워!/

 

<아이들이 가장 듣고 싶어하는 말>

오늘도 많이 힘들었지?/ 수고했어./ 잘했어./ 열심히 하는구나/ 괜찮아, 괜찮아/ 사랑해/ 푹 쉬어/ 그 정도면 충분해/ 네 맘대로 해/ 그래, 잘했어. 아주 잘했어/ 그래 그렇지. 네가 맞아/ 아니야, 걱정 마. 아빠도 네 나이 때 그런 실수 많이 했어/





14. 수포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원제 : 한 수학자의 탄식)(폴 록하트 지음, 박용현 옮김, 철수와영희)


재작년이던가? 오랜 친구들과 중국 여행 도중 승합차 안에서 때아닌 토론이 벌어졌다. 수포자를 만들어내는 현재의 수학 교육에 대한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성토하는 자리였다. 핵심은 사람의 흥미를 끌지 못하는 교육인데다 미적분과 같은 깊은 내용을 왜 모든 이에게 일률적으로 가르치는가 하는 것으로 기억한다. 대부분의 내용에 동의하지만 수학 교육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이 자칫 수학 자체에 대한 혐오나 부정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느껴져 나도 잠깐이나마 토론에 참여하게 되었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 후반기에 들어서 수학을 무척 좋아했다. 지금도 고등학교 시절 손 때 묻은 수학책('해법수학')을 가지고 있을 정도다. 당시 수학 문제 하나하나를 풀어가는 과정이 너무도 딱딱 들어맞는 논리적 과정이었기에 나름 카타르시스 같은 걸 느꼈던 이유 때문이다. 그 후 아직도 난 수학이야말로 논리적 사고의 최고봉이고 사람의 창의적 인식을 도와주고 성장시켜주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딱 그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다. 고 1인 딸에게는 수학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덩달아 현실에 적용되는 이유에 항상 물음표를 단다면 훨씬 흥미를 가질 수 있었거라는 이야기도 해주었다.


그런데 이런 나의 인식은 잘못된 수학 교육에 대한 단편적인 이해에 불과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가장 충격적인 -아니 어쩌면 당연한 말일텐데?- 전제는 수학은 예술이라는 것! 예술이라? 나아가 수학이야말로 가장 몽상적이고, 시적이며, 가장 급진적이고 전복적이고 환각적이다는 것. 황홀하고, 시나 미술, 음악과 같은 예술의 다른 장르보다 더 자유로운 표현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 따라서 수학은 가장 순수한 형태의 예술이요, 가장 잘못 이해되고 있는 예술인 것. 책을 덮는 순간 난 저자의 전제에 100% 동의하게 되었다. 그리고, 수학은 실생활에 이용할 효용성을 염두에 둔 것도 단연코 아니다. 그저 인간의 흥미와 호기심을 좇아 세상과 교감하는 놀이라는 것. 바로 이 부분이 내가 가장 크게 오해를 하고 있었던 대목이다.




13. 사피엔스_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김영사)





12. 평가제도를 버려라(팀 베이커 지음, 구세희 옮김, 책담)

  

전체적인 구성과 내용 전개의 아이디어가 비교적 단순함. 문제는 실생활에 실제 적용되어 생활력을 확보하는 것. 따라서, 대안을 만들기 위해서 사회와 기업의 문화에 대한 이해를 기본으로 제안한 아이디어의 취지를 살리기 위한 고민이 필요함.

특히, 관심이 가는 내용은 직무기술서역할기술서로 전환하자는 것. 이 책의 핵심이라 할 수 있음. 텍스트 중심의 직무기술서는 흔히들 이야기하는 규정, 매뉴얼 중심의 조직문화를 대표하는 것으로 그 한계가 드러나고 있음. 기존 평가제도가 가진 문제점과 동일함.

컨텍스튜얼 퍼포먼스 contextual performance(맥락 수행) 라는 단어가 등장. ‘직무기술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제안한 역할기술서의 근본이 맥락 수행에 주목하는 것임.   http://blog.daum.net/jmt615/1108 에서 계속.




11. 전라도, 촌스러움의 미학(황풍년 지음, 행성B잎새)


전라도에 대한 책을 만나봤나? 특별히 '전라도'를 강조해 따져보자는 것으로 비칠까? 다른 지역도 나름의 특색과 전통을 지닌 만큼 그것을 귀중히 여겨 의미를 알리는 책들이 나온다면 충분히 독자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어쨌든 이 책은 내가 만난 전라도의 전통과 특색에 대한 가장 멋진 책이다. 한 장 한 장을 넘기기 싫을 만큼 정감이 있고, 눈물이 있고 가슴 저린 애잔함을 부른다. 알만한 이는 안다는 '전라도닷컴'에 실린 글들을 테마별로 분류해 다시 엮었지만 맛과 멋과 흥취를 새록새록 불러내 전라도다움의 자긍심을 건네준다. 그러고보니 전라도닷컴을 구독하다 왜 그만두었을까? 아마 일베의 못된 해킹질에 홈페이지가 사라진 무렵이지 않을까 싶다. 매달 전라도닷컴이 다루었던 구석구석의 맛과 멋을 만나러 가고 싶은 들뜬 기분에 사로잡히곤 했었는데./ 이 책은 내가 가진 '촌스러움'에 대해 따뜻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한다. 내가 거니는 이 땅에 대해서도 뿌듯한 마음을 갖게 한다. 전라도의 아름다운 행동과 말투가 내 몸 곳곳에 남아있지만 여전히 그걸 배우고 싶은 열망에 젖게도 한다. 다른 지역에 사는 절진한 이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10. 안전관리자를 위한 인간공학(나가마치 미츠오 지음, 박민용 박인용 옮김, 한언출판)


책 안전한국시리즈의 대부분은 일본 안전전문가의 원저를 번역한 것. 대체로 우리보다 앞선 안전에 대한 이해 수준을 접할 수 있지만 특유의 문화(개인이 행하는 지적확인과 같은 절제된 형식과 몸짓으로 경각심을 일깨우는 방식)는 여전하게 강조된다. 단 우리와 다른 점은 없을까? 특유의 문화가 형성된 바탕이 다르다는 점을 시리즈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우리가 개인이 잘하기만 한다면 사고는 없을 것이라는 인식에 매몰되어 있는 것과 비교된다. 더 자세한 확인이 필요하겠지만~)

이 책의 전체 구성부터 살펴보자.   http://blog.daum.net/jmt615/1100




9. 위험성평가 해설(정진우 지음, (주)중앙경제)


위험평가에 대한 가장 확실한 이해를 도와주는 책.

위험평가의 철학적 배경, 사고논리와 취지 등에 대해 이해하면 왜 그것이 과학적 사전 예방 대책이 되는지 알 수 있다.

보여주기식 비치용만 만들어내는 현재의 위험평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http://blog.daum.net/jmt615/1098




8. 로지코믹스(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등, 랜덤하우스코리아)


학교 다닐 때 이런 책을 만났다면 아마도 내 인생은 지금과는 상당히 달랐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수학적으로 증명할 필요가 없다는 '공리'를 처음 접할 때 그게 왜 그렇지? 하는 의문을 품었던 그 때. 어설프지만 수학에 꽤 흥미를 느꼈던 데에는 너무나도 복잡한 문제를 논리적으로 깔끔하게 증명 또는 풀이하는 마력 때문이었는데, 증명할 필요가 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라니? 돌아보면 스스로의 궁금증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난감하기도 했고, 그걸 묻고 답하는 분위기가 아닌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니 현실을 증명하는 과학의 핵심 무기인 수학이 그저 연산을 하는 것 이상으로 현실적 힘을 갖지 못하는 것이겠다. '공리'가 왜 당연하냐고 물어야 수학은 철학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수학과 철학의 깊은 이해를 만화책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작가들이 등장해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도 독특하고. 버트란드 러셀의 인생도 굴곡이 많았음을 알게 됐다.(분명 러셀의 2권으로 구성된 자서전을 보았을텐데....쩝) 러셀의 <수학원리> 뿐만 아니라 비트겐슈타인의 책까지 접하고 싶지만 일단 여기에서 멈추고 다음 기회를 기다려보자.




7. 대형사고 방지를 위한 안전의식과 안전공학적 실천방안(나카무라 마사요시 지음, 김영석 옮김, 시그마프레스)


중요한 시사점 몇 가지를 얻을 수 있었음.

첫째, 유럽과 일본의 안전에 대한 생각 차이를 비교한 부분은 매우 흥미로움. 오랜 역사와 문화,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만큼 해당 국가 사회의 특징을 잘 정리해볼 필요가 들었음. 우리의 경우 일본과 유사한 생각을 보이고 있음을 참고로 살펴보면 좋을 것임.

둘째, 리스크평가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음. 리스크 평가를 실시한다고 해도 모든 리스크를 없앨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함. 흔히 볼 수 있는 생각이 리스크 평가를 실시하면 리스크를 제로로 할 수 있다는 오해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리스크 평가가 추구하는 안전은 '수용 불가능한 위험이 없는' 수준을 상정하고 있음. 리스크 감소 조치를 강구하더라도 잔류 리스크는 남고 이를 위해 정보를 공유하고 끊임없이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임. 또, 우리의 경우 사고마다 나오는 대책으로 위험평가를 들먹이는데 앞뒤 맥락을 짚지 못한 상투적인 수준에 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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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만화 로마사(글 그림 이익선, 감수 임웅, 알프레드)


10년을 준비한 책을 단 몇 일 만에 봤다는 게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 한 페이지 한 페이지 가능하면 시간과 공을 들여 책장을 넘기고 싶은 책. 로마사를 그 어느 책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매력이 넘치는 책. but, 문제는 1, 2권만 출간되었고, 3권부터는 언제 출간될지 모른다는 것!




4. 모르는 아이(장성자 지음, 김진화 그림, 문학과지성사)


제주 4.3 당시를 짧고 간결한 문체로 그렸다. 초등학교 3학년 이상에게 권하고 있지만 어른들이 마음으로 읽어야 할 책이다. 연화는 어떻게 되었을까? 읽는 내내 슬픈 마음에 내 아이들을 떠올렸다. 제주 도민의 1/3이 세상을 등졌지만 누구도 이유를 알지 못했다. 거대한 역사의 한 자락을 살아내는 일은 이렇게 큰 아픔을 짊어지는 일이다. 반복되지 않아야 할 교훈으로 삼지 않았으니, 당연히 우리 앞에 비극의 역사를 되돌려줄 것이다. 2017년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에 나부끼는 성조기의 물결도, 삼성동의 비상식과 반역사의 흐름도..... 




3.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박성관 옮김, 문학동네)


다치바나 다카시에 대한 관심은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에서 시작되었다.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 '우주로부터의 귀환', '임사 체험', '사색 기행' 그리고 몇 권의 책이 더 있을텐데...('사색 기행'에 대한 짧은 감상은 노보에 실리기도 했다.) 그때마다 덜 관심을 가진 분야까지도 흥미진진하게 살펴볼 지적 호기심을 주었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는 일부러 사서 볼 필요까지는 없겠다는 생각을 일찌감치 가졌지만 며칠이 못가고 덜컥 구입하고 말았다.^^ 실망시키지 않았던 그의 책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고 무엇보다 고양이 빌딩을 채운 장서 사진을 보고서는 참을 수가 없었다.  이어서  http://blog.daum.net/jmt615/1086




2. 구글의 미래(토마스 슐츠 지음, 비즈니스북스)


구글이 열어갈 새로운 세상은 대단하다. 세상의 규칙 따위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태도는 또 어떤가?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그들의 사고와 조직문화다. 물리학의 기본이라 할 제1원리에 기반한다거나 조금 더 나은 것이 아니라 10배 나아간 사고방식은 현재에 연연하지 않는 근본적 발상의 전환이다. 모든 낡은 관습을 벗어던지고 독창적인 방식의 사고는 당연히 그들만의 조직문화에서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이 책을 통해 구글이 그리는 새로운 세상을 엿보는 것에 만족한다면 그건 구글적 사고가 아닐 것이다. 문제는 구글은 어떻게 많은 실패에도 전진을 멈추지 않는가 살피는 것이다. 구글의 사업과 비밀스런 프로젝트에 동의하지 않아도, 그들이 내뱉는 거침없는 키워드만으로도 즐거운 책읽기가 되었던 이유이다.




1. 재난 불평등(존 C, 머터 지음 장상미 옮김, 동녘)


'재난 앞 불평등'은 다른 근거를 설명하지 않더라도 쉽게 수긍된다. 오직 평등은 재난이 진행 중인 당시일 뿐 그 전에도 후에도 불평등은 선명했고 오히려 극대화하는 역할을 했다. 이미 지진 예측 가능성을 내다보는 연구 과제를 근본적으로 포기하고 확률적 서술이 보편화된 과학 기술 수준의 현재라면, 자연적 재해 앞에 등장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사회과학의 세계여야 한다. 그러니 재난 앞에 섰던 자연과학적 맹신에서 벗어나 사회과학의 경계를 아우르는 파인만 경계는 획기적이고 당연한 귀결이겠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무엇인가? <이코노미스트>에 실린 자연재해의 경제학에 관한 기사가 우릴 깨운다. '가난한 나라에 줄 수 있는 교훈은 성장이야말로 최고의 재난 경감 정책이라는 것이다.' 곧 부유해질수록 더 안전해진다는 말. 사회 불평등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준다.


[덧붙임] 이 책의 '들어가는 말'(파인만 경계 넘나들기)의 가장 끝자락에 '서문이 매우 강렬하다!'는 연필 메모를 적어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