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 자리에

[2020]몇 줄로 남기는 독서 기록

대지의 마음 2020. 12. 31. 13:21

[새해 1월 1일, 걸어서 출근하는 길. 무등산 방향에서 떠오르는 해가 멋지다.]

 

올해의 몇 가지 생활 계획은,

  1. 내 영혼을 위한 이기적인 생활

  2. 소설과 친구하기

  3. 이 땅과 벗하는 자연스런 식생활 습관 갖기

  4. 언제고 일어나 걷기

 


<독서 기록>

 

67. 오직 한 사람의 차지_김금희 소설, 문학동네

_12월 31일

 

-올해의 마지막이 되는 책. 어쨌든.

-이렇게 재미있을 수도 있나 하고 엄청 웃었음. 아따 표현 기가 막히네 하면서 감탄도 여러번 터졌음. 시크한 풍자가 이렇게도 존재할 수가 있구나 하는 생각도 했음.

-단편 '문상'에서는, '송 역시 그 일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마음이 난폭해지곤 했다'는 대목에서 헐!!, 김금희 작가가 어쩌면 나보다 더 내 심사를 잘 표현할 수도 있겠다 하면서 멋쩍어하기도 함. 역시 내 감정 또한 무언가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함.

-2020년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좋은 책이었음. 고마워~~~!! 

 


66. 세계를 매혹시킨 불멸의 시인들_이승하 지음, 문학사상사

_12월 28일

 

-밴드 추천 글을 본 후, 우연한 기회에 중고책을 구입할 수 있었음. 문학사에 길이 남을 시인 25인의 생과 사, 예술을 다룸. 잠자리 곁에 두고 한 챕터씩 나누어 읽기를 2달여. 때론 계속 읽어야 할 지 고민도 생김. 시인 한 사람 한 사람을 따로 읽을 일이지만, 그럴 시간과 기회가 없다면 읽어도 좋을 듯.

-다만, 개인적 소감으로, ... 시인이 살아간 사회와 역사를 다루는 여기저기에서 약간의 두루뭉술함이... 뒷머리를 긁적이는 쑥스러움도 전해지고...

 


65. 아직 멀었다는 말_권여선 소설, 문학동네

_12월 25일

 

-때로는 소설이 보여주는 사연들과 담긴 의미들이 전염되어 현실보다 더 지독한 체험을 하는 경우가 있기도 한데, 윤여선의 소설이 그랬다. 각기 다른 단편이지만 다영이도, N도 소희도 해옥도 마치 '나'인 듯 슬프고 고독한 절망 같은 걸 느끼게 된다. 왜 그리도 나를 닮았을까? 아니 이 시대의 숱한 짜증 가득한 평범한 인간들을 그리도 닮았을까? 

 

 


64. 상실의 시대(노르웨이의 숲)_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사상사

_12월 22일

 

-우연이지만 읽기를 마치고, 딸과 싸웠다. 책하고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

-1980년대 후반 대학에서 이 책을 읽지 않았던 이유는 단순하다. 시대를 걱정하는 청춘이였지 않은가.^^ 작년과 재작년 글방에서 추천한 하루키의 소설을 읽으며 친숙해진 때문일까? 모든 문학작품이 시대의 반영이며, 소산일진대 거기에 순수문학과 정치 참여적 문학이라는 구분이 소용이 있겠는가? '상실의 시대' 또한 우리가 지내온 시대를 좀 더 잘 이해하게 도와주는 책이 아닐까 싶다. 단 의문은 다른 일본 작가와 달리 '상실의 시대'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일본 문학 작품 중 단연 으뜸이라는 건 어떤 의미일까 하는 것이다. 난 거기에 한국인의 유난스러움(더 적절한 단어를 찾지 못하고 있지만,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한 건 아니다.)이 있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확신이 있다. 나만 그런지는 몰라도 촛불항쟁의 국면에서도, 코로나 초기 국면에서도, 그리고 검찰 개혁을 둘러싼 작금의 논란의 가운데에서도 확인하고 있다. (다분히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62~63. 관부연락선 1~2_이병주, 한길사

_12월 16일

 

-독서모임 '글방'의 12월 도서. 역사적 사건만 기록된 역사서를 통해서는 알 수 없는 당시의 구체적인 민중의 삶을 복원하는 것이야 말로 '소설'의 몫이겠다. 소설을 비롯한 문학작품이 작가의 역사 인식의 바탕 위에 서 있는 것은 당연하겠고, 폭넓은 사실관계에 대한 수집과 분석이 설득력 있는가 하는 판단의 몫은 독자의 것이리라. 그런 소통이 어쩌면 소설 읽기의 과정이라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문학 작품이 가치 중립의 길을 걸을 것이라는 오해는 얼마나 속없는 사고 방식인가.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주장은 또 얼마나 정치적인가.

-194~50년대를 그린 관부연락선 또한 마찬가지겠다. 소설 자체가 가진 재미와 체계적인 구성이 압도적인 흡입력을 발휘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되는데, 거대한 역사의 수레 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것. 역사의 물결 위에 떠 있는 인간의 삶이 그런 것이겠다. 무서운 역사의 힘이여.

-'운명'이라는 것이 기가 막히다. 정치적 견식인 '좌우'가 본인의 지적 태도와 관점 위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피할 수 있지만, 받아들이는 것이 '운명'이라 했던가. 소설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운명'... 그 이름 안에서만 죽을 수 있다.>는 말이 어렴풋이 이해될 듯하다.

-역사의 굴곡 만큼 굴절 많은 인생을 산 때문일까. 작가의 과도한 이승만 칭찬은 내 사상의 건강함(우익성?)을 공개적으로 시위하는 간증이라고 해야 하나. 이 또한 역사를 벗어날 수 없는 문학의 특성이라고 해야 할까.

 


61. 상처받지 않는 영혼_마이클 싱어, 라이팅하우스

_12월 7일

 

-여행 갈 때 반드시 챙겨가는 물건 중 하나라는 오프라 윈프리의 말이 사실이었다. 매일이 여행인 나도 언제까지일지는 모르나 가방 한 구석에 가지고 다닐 요량이다. 몇 페이지를 읽는 순간부터 밑줄 긋는 행동 조차 곧 읽게 될 다음 기회로 미루어 두었다. 묘한 책이다. 그저 읽고 있는 데 마음의 평화를 찾는다고 할까. 내 안의 문제들이 또렷하게 구분되어지고 드러난다고 할까. 그저 평화롭다.

-반면 일상에서 느끼는 미묘한 감정의 변화들은 더욱 적나라하게 다가서고 그 때마다 나는 이 책의 제목인 '상처받지 않는 영혼'을 속으로 외쳤다. 주로 사람들 사이의 해소되지 못한 찌꺼기들이 쌓이고 쌓여서 -대개는 홀로이 외롭게 소설을 써서 층층이 분노를 쌓아가는- 이제는 어느 대목부터 어긋났는지도 알 수 없는 감정들로 주위를 힘들게 하는 모든 사람들이 선명하게 보인다. 어제도 오늘도 서로 스치듯 만나며 헤어지는 과정 자체가 얼마나 힘이 들까. 나 또한 여전히 더 많은 위로를 찾고 싶고, 더 많은 평안을 찾고 싶다. 그저 나와 무관한 듯 흘려보내는 일에 익숙해지고 싶다. 그런 이유로 이 책은 거듭 거듭 읽게 될 것이다.

-강렬한 몰입감을 느꼈던 1부의 글들과 '제9장 마음 속 가시 빼내기', '제17장 죽음이 주는 의미'가 무척 좋았다.

 


60. 녹색평론 175호(11~12월)

_11월 28일

 

-특히, 조현철 신부님의 '탈성장, 역병에서 배우기'와 김덕수 극작가의 '온라인문화, 공적인 경험의 상실'을 흥미롭게 읽었다. 김덕수 극작가의 글은 연극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비대면 문화'라는 공적 공유감의 상실과 인간 자아의 상실에  이르는 통찰력이 놀라운 글이었다. 연극의 정체성 또는 공연의 본질에 대한 근본 '질문의 변경'이 비대면 문화를 통해 잃어가는 것이 본질적으로 무엇인지 깨우치게 설득한다. 질문의 변경이 프레임을 전환하는 역할을 했다. '포스트 코로나 언택트 뉴딜(?!)' 같은 개소리가 정작 무엇을 빠뜨리고 있는지 정신차리도록 돕는다. 공에 대한 인간의 전면적 능력의 쇠퇴를 어찌해야 하는가?

-김남일 소설가의 '그들이 우리 곁을 떠난 뒤'를 통해 소설가이자 혁명가였던 루이스 세풀베다를 만났다. 아내에게 물어보니 '연애소설 읽는 노인'을 건네주며 다른 책들 읽지 말고 이런 책들 읽으라고 핀잔을 준다. 아마존을 배경으로 자연이 인간의 문명 앞에 무너지는 비탄을 담은 이 소설은 언제라도 다시 읽어도 좋겠다.

-이보 모슬리의 '민중의 이름으로(1)_오늘날의 민주주의는 정말로 민주주의인가'는 앞으로도 기대가 되는 글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신봉하며 민주주의 꽃이라 자부하고 있는 '선거대의제'가 본래 민주주의의 정반대라고 생각한 -나는 예전부터 이에 동의해 왔다!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바보를 대통령으로 뽑았던 과거가 있지 않은가- 과거 논의를 소개하며 민주주의에 대한 재성찰을 의도한 글이겠다. 이어지는 연재가 기다려진다.


59. 하비 다이아몬드 박사의 자연치유 불변의 법칙_하비 다이아몬드 지음, 이문희 강신원 옮김_사이몬북스

_11월 26일

 

-육식을 하지 않는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확고한 결심을 이어갈 에너지가 꾸준히 공급되어야 한다. 초기 몇 권의 책들은 채식 생활을 위한 자기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과 가족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구입했다. 몇 권은 호주 동생에게 보내주고, 또 몇 권은 막내 처제에게 선물했다. 그 후에는 비교적 저렴한 전자책을 구입해 다른 책을 읽는 사이사이에 편하게 읽고 있다. 아내는 이제 그런 책은 그만 보라고 하지만, 육식을 거부하는 식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충분한 에너지를 얻는 것으로 의미가 남다르다. 이번에 읽은 자연치유 불변의 법칙에서 몇 구절 옮겨왔다.

 

http://blog.daum.net/jmt615/1344

 

<하비 다이아몬드 박사의 자연치유 불변의 법칙>에서.

<하비 다이아몬드 박사의 자연치유 불변의 법칙>에서 몇 구절 옮겨옴. -오직 여러분 자신만이 자기 몸의 전문가입니다. 몸이 들려주는 소리에 진지하게 귀 기울이십시오. 증상이나 질병은 우리

blog.daum.net

 


58. 연애소설 읽는 노인_루이스 세풀베다, 정창 옮김_열린책들

_11월 24일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과 같다는 말이 실감나는 책. 짧고 명확한 이야기의 간결함이 주는 몰입감이 대단하다. 처음에는 '번역을 참 잘 했네' 라고 했다가 '우와 이건 뭐 소설 자체가 대단한 거네' 하고 감탄하게 되었다.

-아마존 부근의 마을에 사는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은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침투되는 야만 앞에 잃어버린 -본질적인- 삶의 근원을 고민하게 한다. 오로지 승리만을 좇는 인간이 얼마나 무기력하고 위선적인지도. 개발과 진보라는 이름으로 확장하는 '문명'이 지구 생태계에 가한 파국은 현재의 코로나19가 상징적으로 보여주지만, 소설에 등장한 아마존 밀림의 동물들과 인간이 주장하는 '문명'의 충돌을 통해 오래된 '인간의 역사'임을 거듭 확인할 수 있다. 안타깝지만 지구와 공존하기 어려운 동물은 '인간'임이 분명하다.

-이제서야 이토록 뜻깊은 책을 만났는데, 올해 2020년 4월 작가 루이스 세풀베다는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인간이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저지른 만행 앞에 예외야 있을 수 없겠지만, 허망하기 그지없다.

-이 소설은 수 많은 구절들을 곱씹듯이 읽게 되는 매력이 있는데, 그 중 연애 소설 읽는 노인에 대한 첫 소개는 이렇게 멋지다.

 


57. 오늘을 조금 바꿉니다.(일상에 작은 습관을 더하는 제로웨이스트 라이프)_자그마치북스

_11월 4일

 

-쓰레기 없는 삶을 꿈꾸며 주위에 돌려 볼 요량으로 구입. 몇 가지 아이디어를 메모했고, 실천해 보려 한다.

 


45~56. 아리랑 1~12권_조정래 지음, 해냄

_9월과 10월

 

-90년대 말에 이어 2번째 읽음. '역사는 한 번도 나를 비껴가지 않았다'라는 책을 기억한다. 한 인간의 삶이란 거대한 역사와 비껴갈 수 없는 숙명적인 것임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제목으로 생각된다. 아리랑 전 권을 다시 읽으며 깨닫게 된다. 동학농민혁명에서 의병 전쟁으로, 의병 전쟁에서 독립 항쟁으로 일제 시대를 관통했던 역사적 사실들이 단편적인 것으로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생명을 키워내 질긴 '역사'로 자리한 뚜렷한 흐름을. 어려운 역사서로는 실감할 수 없는 장구한 흐름이 실증적으로 이해될 때, 이제 2010년 현재의 정치적 지형이 또 거슬러 일제 식민의 역사와 뗄려야 뗄 수 없는 필연적 산물임을 분명하게 깨닫게 된다. 결국 현재는 과거의 산물이며, 현재를 극복하고 진보할 대안 또한 과거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에서 비롯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다시 갖게 된다. 

-우리 지역 전라도 사투리에 대한 애정을 거듭 확인하는 재미가 크다. 전라도 사투리에 대해서는 송기숙의 '암태도'를 읽었을 때의 첫 충격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 때 나는 '이 책을 통째로 외우고 싶다'고 할 만큼 사투리의 매력에 흠뻑 취했다. 그리고, 사투리라면 '태백산맥'과 '아리랑'이 단연 압권이라 할 만하다. 평소 사투리를 무의식적으로 쓰고는 있지만 실제 쓰는 말보다 글로 적어놓은 사투리가 더욱 아름다운 건 뭘까. 다시 읽어보고 또 읽어보면 화자의 표정마저 생동감 있게 살아나는 마력. 슬며시 웃게 된다. 적나라하고 해학적인 남녀간 애정 관계 서술과 더불어 이것이 땅과 어우러져 살았던 민중들의 본 모습이 아닐까 싶다. '태백산맥'과 '아리랑'을 거듭 다시 읽는 이유이다.

 


44. 비거닝(채식에 기웃거리는 당신에게)_이라영 등 지음, 동녘

_10월 16일

 

-또 버릇이 도진 것이다. 육식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실천하는 것은 늘 아즘찮은 상황들로 인해 그 진위가 시험되는 듯한 착각에 빠지거나, 이것도 '채식'이라 이름할 만한 것인지, 과연 이대로가 마땅한 것인지 고민하게 한다. 그런 심리적 상황이라면 당연히 다른 사람들이 겪는 이러저러한 사례들을 접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으려고 기웃거리기 마련이다. 아마도 그래서 일 것이다. 돌이켜보면 구입하지 않았을텐데 하는... 분명한 사실이다! (나는 그래도 세상에 무의미한 책은 없다는 쪽이다.)

-이 책을 통해 나는 3가지 교훈(!)을 얻었다. 첫째, 회색빛 짙은 채식이라도 그만큼의 의미가 분명한 만큼 흔들리지 말고 계속해가야 한다는 것. 그런 열린 마음이라면 타인과의 관계도 부담없이 가질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둘째, 사실 이 부분이 가장 새겨두고 싶은 메세지가 아닐까 싶다. 정작 또 그렇게 분명하게 새긴다면 위의 첫번째 교훈과는 상반되는 고민이 펼쳐지는 것이 아닌가 우려스럽긴 하지만 말이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현재 한국의 비건운동은 '탈육식'에 맞춰져 있다. 어떤 방법으로든 사람들의 동물성 식품 섭취를 줄일 수 있다면, 환경을 위해서나 동물의 권리를 위해서나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동물성 식품을 최대한 본뜬 순수 식물성 식품을 소개하는 방식의 활동으로 이어진다. 우유와 설탕이 주성분인 아이스크림을 대체할, 식물성 지방과 설탕이 주성분인 '비건 아이스크림'을 소개하고, 튀긴 소고기 패티가 들어간 햄버거 대신 튀긴 식물성 고기가 들어간 버거에 환호한다. (중간 생략) 고기나 동물성 식품 없이도 얼마든지 이전과 비슷하게 달고 기름진 맛의 '비건 음식'을 즐길 수 있으니, '탈육식'을 하자는 것이다. 심지어 이런 비건 음식들을 '건강한 음식'이라고 홍보하기도 한다.

그러나 비건 활동가들이 이런 화려한 '비건 음식'들로 배를 채우면, 얼마 가지 않아 다양한 만성 질환으로 의료 기관을 찾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환경과 동물, 지구의 아픔에 공감할 줄 아는 활동가들이 역설적이게도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자기 자신만 학대하는 격이 되는 것이다. 이런 운동은 지속되기 어렵다.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들의 건강이 시들해지면, 그 가치도 시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축산-낙농업자들과 그들의 후원을 받는 전문가들은 기가 막히게 이런 문제를 파고들어 언론 플레이를 한다."

 

즉, 간혹 세상에서 회자되는 '비건은 건강하지 않다'는 결과를 증명하는 역설적인 상황은 이런 맥락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확실하고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채식의 방식으로 자연과 가장 가까운 '자연 식물식'이 제기되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쉽지 않지만 진실을 확인한 만큼 고민을 거듭할 방향도 확실해 진 것 성과라 할 수 있겠다.

-셋째, 이 책이 구입할 가치가 분명히 있고 다른 이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인 것은 틀림없지만, 앞으로는 더욱 신중하게 몇 번이고 숙고해서 구입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더 깊은 지식을 얻을만한 책을 가지고 있음에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중복해서 구입하는 이런 실수가 반복되는 건 고쳐지지 않는다. 그래서 구입하기에 망설여지는 책에 대해서는 차선책으로 값싼 전자책을 구입해 보려고도 노력하는데, 그것마저 느긋한 기다림이 필요한 법이다. 어쨌든 책 구입에 더 신중을 기해야 하겠다는 교훈을 다시 얻는다.

 


43.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신영복 유고), 돌베개

_9월 21일

 

-책표지에 남겨진 몇 해 前 메모

  '그 해 겨울, 여수여행/ 00선배에게 받은 책/ 딸이 함께 있었다/ 눈이 내렸고, 어두운 바닷가 파도소리가 생생하다.'

-아직 읽지 못한 신영복 선생의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것으로 큰 기쁨.

-앞서 읽었던 전우익 선생의 글과 녹색평론(9~10월호)에서 그랬듯이, 읽는 내내 부끄러움을 갖게 하고, 염치를 생각하게 하고, '나'를 또는 '관계'를 돌아보는 계기가 됨. 하지만, 이토록 큰 깨달음이 과연 내 몸 어딘가에서 꿈틀대며 영향을 주는 것인지 의문이 들어 안타까움.

-'척박한 관념'과 '창백한 관념성', 언어가 참으로 무력한 것이라는 깨달음. 가장 먼저 언어를 버려야 한다는 권고.

-그리고, '사상'이라는 것에 대한 따뜻한 정의 : '사상'이란 이성적인 것이라기보다, 하지 않으면 자기가 불편한, 양심의 가책이 되는 그런 정서적 내용을 갖는 것! 

-2003년 강연을 통해, 여전히 '긴 호흡'을 갖지 못하는 시민사회에 던지는 충고.

-'인간'에 대해 본질적으로 '관계론'의 총체라는 인식. '관계론'은 자기 책임과 연대의 마음을 부른다. 이러한 자세는 필요하고 그런 사회를 복원해야 하나, 생활의 강령으로 삼아 실천하는 길은 그로 인해 마음이 상하고, 늘 스트레스를 안고 사는 것.

-그렇다. '관계'를 생각하는 -'관계론'를 바탕으로 사고하고 실천하는- 일은 세상을 바라보는 세계관의 변화를 가져오지만, 한편으로는 긴장과 스트레스를 늘 떠안는 일이다. 나이 50을 넘긴 상황이라면 때로는 철없는 어른임을 스스로 후회하고, '뭘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하는 자책을 반복하는 것. '관계'가 인간의 본질적 측면임을 부정할 수 없으나, 자본주의 아래에서는 처지로, 세대로, 지역으로, 생활수준으로 갈등하고 충돌하는 일을 감내하는 것. 때로는 괜한 오지랖이시다는 힐난을 듣고 웃어 넘기는 일. 하지만, 여전히 고민이 되는 이유는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라는 불편함을 안고 살기 때문이리라.


42. 나무열전_나무에 숨겨진 비밀, 역사와 한자, 강판권 지음, 글항아리

_9월 15일

 

 

41. 나무와 숲_숲과 나무를 이해하고 식별하기, 남효창 지음, 한길사

_10월 7일

 

-이어서 나무에 관해 두 권의 책을 읽었다. 한 권은 나무의 유래와 역사를 관련된 한자로 풀어보는 무척 흥미로운 책이었고, 한 권은 그야말로 숲과 나무에 관해서는 기본으로 두고 언제든지 펼쳐보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포괄적이고 잘 정돈된 책이 아닐까 싶다.

-전우익 선생의 '사람이 뭔데'를 읽다가 문득 왜 나는 내 주변을 차지한 생명체인 나무에 대해서 이토록 무심했고, 이토록 무지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강변길을 걷다가, 공원을 또, 산행에 나서는 길에서도 유심히 나무들을 살펴보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도무지 내가 아는 나무라는 것이 명패 달린 몇 그루에 불과하니.. 쯧..

-곧바로 '우리 산에서 만나는 나무 200가지'라는 화보가 곁들여진 휴대용 책자를 싼 값에 구입했고, 매일처럼 만나는 나무들과 대조해보았다.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나무와 저 나무는 어떻게 다른지 주의를 기울일 수록 헛갈리는 것이다. 그래서 '나무와 숲'이라는 두꺼운 책을 추가로 구입하고, 집안 서재 여기저기를 뒤져서 '나무열전'을 찾아내 읽기에 이르렀다.

-'나무와 숲'은 숲에 대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지식을 습득하기에 충분했고, 나무는 서로간의 어떤 차이에 의해 분류되는지 그 체계를 어렴풋이 접할 수 있었다. 물론, 나무를 가장 빨리 구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나무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그림으로 만나는 나무 종류에 대한 구분은 늘 한계가 있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 지금 나는 1회 독서로 얻은 얕은 지식 탓에 걷다가 멈춰서서 한동안 나무를 쳐다보고는 넘겨짚어 추측은 해보지만, 이것과 저것에 대한 구별은 더욱 혼란에 빠져버렸다. ㅎㅎ.. 결국, 무엇이든 깊이를 찾으려면 진득한 시간이 흐르고 안으로 쌓여야 하는 법이다.  


40. 녹색평론(2020년 9~10월)

-9월 14일

 

-김종철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이번 174호는 김종철 선생님이 관계를 맺은 수없는 인연들을 통해 그 분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인간이 전지전능한 존재일 수 없다는 것을 자각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분수를 지키려는 자세를 갖어야 합니다. 부끄러움으로 읽고 또 읽었습니다.

 

[옮겨온 글]

 

(책을 내면서_김정현)우리는 결코 역사의 승리자가 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꺾일 수 없는 인간정신과 온전한 삶의 비전을 증언하며 오늘날 이 땅에서 살아가는 인간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려고 한다. 그런 삶의 자세야말로 선생의 가장 큰 유산이라고 믿는다.

 

(특별 좌담)

*선생님의 혜안이 돋보였던 것은, 우리가 학내 직선제를 민주화의 상징처럼 이야기하는데, 김종철 선생님은 직선제가 꼭 좋은 게 아니라고 하셨어요. 특히 대학이 이미 자본과 한 덩어리가 되어 있는데 직선제는 욕망을 키워나가는 것을 부추긴다고 보셨어요.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총장들의 면면을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형편없는 인물이 총장으로 많이 당선이 됐거든요. 구성원들이 돈 들어가는 일을 요구하고, 돈 잘 끌어오겠다고 약속하는 사람이 일반적으로 총장이 되니까요.

*선생님은 경제성장과 같이 갈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하셨어요. 그러나 대부분의 정치인, 전문가, 식자들은 '탈성장'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꺼립니다.

*도농직거래운동을 한다는 유기농 유통조직조차 소농을 배제하는 행태를 보인다. 소비의 리듬에 생산의 리듬을 맞추라고 강요한다.

*지역균형발전 운운하면서 행정수도 이전 얘기를 하는데, 번지수가 틀려도 한참 틀렸다 싶다. 수도를 세종시로 옮긴다고 해서 인구가 분산되고 도시집중도가 덜해질 리가 없어요. 수도권이 충남까지 확대될 뿐이죠. 진정하고 확실한 지역균형발전은 농촌의 지역경제를 살리는 일이다. 농촌 지역경제를 살리려면 농민기본소득 또는 농촌주민기본소득을 지급해서 장기적으로 도시에 있는 사람들이 시골로 옮겨 가도록 하면 된다. 농촌을 살리려 하지 않고 살농정책으로 일관하면서 행정수도를 옮기는 것은 도시만 자꾸 비대하게 키우고 또다른 토건사업을 합리화하는 것에 불과한 결과가 될지도 모른다.

*무위당 장일순 "돼지가 살찌는 것을 두려워해야 하듯이, 사람은 세상에서 이름이 나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 돼지가 살찌면 도살당하듯이 사람이 이름이 나면 반드시 남의 음해를 받고 공격을 받는다는 얘기이기도 함.

*진정한 평화는 자발적 가난을 통하지 않고는 이뤄질 수 없다는 김종철 선생님의 평소의 지론.

 

(김종철 선생님)

-사람이 성숙하게 된다는 것은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그러나 현대의 우리는 우리의 삶에서 가급적 죽음에 대한 의식을 배제하려고 하며 회피하기가 절대로 불가능한 것을, 마치 그것이 불상사이거나 한 듯이 될 수 있는 대로 죽음을 외면하려 한다.

-김종철 선생님이 소개한 일화 : 로버트 콜스가 처음으로 도로시 데이를 만나러 찾아갔을 때, 마침 그녀는 횡설수설하는 한 여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자기들의 이야기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손님을 보고는 틈을 내어 다가와서, '우리 두 사람 중 누구한테 볼 일이 있는지'를 물었다고 한다. 온전치 못한 노숙인 여성보다 자신을 조금이라도 더 특별하고 중요한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 육화된 겸손을 말과 태도로 보여준다.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 아님은 물론 자기 자신의 주인도 아니라는 것을 아는 분이다.

-경제성장은 하면 하고 말면 마는 것이지 적당한 게 있을 수가 없다.

-국가경영을 맡은 이들의 대다수는 아직도 '전환이냐 자멸이냐' 보다 '성장이냐 추락이냐'를 고민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개울과 강은 직선보다 3.14배 정도 긴 곡선을 이루며 흐른다고 한다. 파이라고도 부르는 원주율의 법칙을 따르는 게 물이 가는 길이다. 사람이 물과 함께 살려면 그 자연스러운 흐름에 우리 삶을 맞추어야 하리라. 직선으로 물길을 바꿀 수 있다는 오만은 하룻밤 빗줄기로도 쉽게 무너져 내린다.

-전근대라는 말을 안 쓰고 비군대라는 말을 쓴다. 역사는 보다 나은 단계로 발전해 간다는 이른바 발전사관은 역사가 직선적으로 어떤 목표를 향해서 발전적으로 나아간다는 생각은 한마디로 근대적 미신이다. 인간 역사를 굳이 시대적으로 구분해야 한다면 단순히 '비근대'와 '근대'로 나눌 수 있을 뿐이다. 근대 이전의 삶은 어딘가 미개하고 야만적인 제도와 관습이 지배하던 시대라는 통념이 깨진다.

-일본의 다나카 쇼조라는 분이 있다. 이 분이 한 말 중 '전기가 들어와서 세상이 캄캄해졌다'는 말이 있다. 말하자면 산업문명이 이 세상에 들어옴으로 인해서 이 세상에 희망이 없어졌다는 것. 특히 백성들의 삶에서 희망이 없어졌다. 우리가 밀양에서 송전탑 때문에 할머니들이 삶터를 잃고, 강정에서 어민들이 삶터를 잃고, 이런 것을 보면서 우리가 국가적으로 현대생활을 하려면 일부 지방민들이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희생이다 이렇게 안이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아니다. 도처에서 우리가 당하고 있지 않은가. 그것이 근대 문명의 본질이다.

-한 때 회자되었던 똘레랑스. 서로 다를지라도 공존해야 한다는 것. 그러나 사실 이 말은 굉장히 모욕적인 말이 아닌가 싶다. 왜냐, 이건 강자가 약자를 좀 봐주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황규관 님의 시에서]

-괜히 어려운 소리 하지 말고, 니 어머니가 알아듣게 써라!, 호들갑 떨지 마라 사람이 나이 들면 다 아픈 것이고 그러다 죽는 것이다.

 

[이후 글에서 옮겨옴]

-터무니 없는 대책들이라. 타이타닉이 차가운 바닷물 속으로 침몰해 가는 동안, 갑판 위에 있는 의자들을 보다 미학적으로 배치하는 것 이상의 일을 하지 못한다는 말.

기후를 위한 행동에 자금을 대기 위해서, 본질적으로 기후위기를 부채질하는 경제 시스템을 회복시키겠다고 하는 것도 터무니없는 일.

 

-이제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실행해야 한다.

 

-사실 경제성장은 바이러스와는 상관없이 원래 종식될 운명이다. 우리가 유한한 행성에서 살고 있다는 명백하고 증명된 사실을 고려한다면, 경제가 끝없이 기하급수적으로 확장될 수 없다는 사실은 조금만 생각하면 쉽게 알 수 있다.


39. 재밌어서 밤새 읽는 식물학 이야기_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더숲

_9월 9일

 

-재밌어서 밤새 읽을 수도 있겠다 싶었음. 진짜로!

-왜 평소에는 이런 호기심을 갖지 못했을까? 꽃이 누구를 위해 피는가 아는가, 단풍이 물드는 이유는, 소나무는 왜 항상 푸른빛인가, 과일과 채소는 무엇이 다른가, 대나무는 나무인가 풀인가, 식물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식물은 왜 죄다 녹색인가... 참 기가 막힌 건 어느 하나도 확실한 답변을 내놓지 못할 질문들이라는 사실. 식물이야말로 이 지구의 주인이라 할 수 있을텐데, 건방지게도 '사람(동물)'의 입장에서 뭔가 덜 진화한 생명체 취급을 해오고 있으니.

-지구 위에 생명체가 생긴 건 약 38억년 전. 그 시간을 어찌 헤아릴 수 있겠는가 마는 그리고도 어마어마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인류가 등장한다. 가장 먼저 지구 위에 탄생한 식물은 그 뒤를 이은 동물에 비해 덜 진화한 생명체 쯤으로 간주하지만, 위의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차분하게 읽어가다 보면 '아니다! 지구 위에 가장 진화한 생명체는 식물이구나!'하고 깨닫게 된다. 지구는 '식물의 행성'이다.


38. 사람이 뭔데_전우익, 현암사

_9월 6일

 

-2002년 4월에 읽었던 책을 다시 보다. 색깔은 바랬지만 페이지마다 묵직한 무게감이 여전하다.

-당시에 나는 이 책을 통해 무엇을 배우고 느꼈을까?

"읽어도 차분하게 여러번 읽어야 할 책. 많이 배웠지만 <분명하지 못한 '과학(?)'>에 기반한 기술에 익숙해져버린 우리 모두에게 그가 잔잔하게 전하는 한마디 한마디는 아주 뼛 속 깊이 울리는 충격이다. 우리는 너무나 건방지게 세상을 대하고 사는 것이 아닌가! 책 보다는 생활을 통해 진실을 체득해야 한다는 그의 말이 소중하듯 그의 생각을 전해준 이 책 또한 너무도 소중하다."

책의 마지막에 남겨둔 그 때의 메모가 지금의 감정과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단, 내가 변한 게 무엇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지나간 세월 동안 나의 어느 부분에 영향을 주고 받았을까? 당시 나는 이 책을 통해 <소설 동의보감>, <나무의 생명, 나무의 마음>과 같은 책을 연달아 읽었던 기억이 난다. 한참 동안이나 주옥같은 문장들을 메모해 두고 보았던 기억도 난다. 나이가 쌓이는 만큼이라도, 단 한 뼘이라도 깊어지지 못한 아쉬움이 돋는다.

-나무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왜 그 때에는 그런 고민을 하지 않았을까? 걸으며 만나는 수 많은 나무들에 대해 나는 2~3가지를 제외하곤 그 이름조차 모른다. 그러면 안 되는데.... 쯧.


37. 침묵이라는 무기_코르넬리아 토프 지음, 가나출판사

_9월 2일

 

-일종의 자기개발서. 그럼에도 나는 '모든 책은 배울만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 이러저러한 스트레스 때문에 말을 해놓고 후회하는 일에 기분이 상했을 테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침묵이라는 무기'라는 제목만 봐도 마음이 갔을 것이다. 이 책이 전하는 바에 의하면, 5초만 더 시간을 들여 침묵하고 고민했으면 구입하지 않았을 것이다. 싼 값의 전자책으로 구입한 걸 보니 나름 고민을 있었으리라.

-무엇보다 내게 도움이 된 것은 풍부한 사례에 비춰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는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과거 내가 얼굴 붉혔던 경험들이 떠올라 후회스러운 감정에 휩싸이기도 하고, 창피한 마음에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했다. 묵직한 침묵의 시간을 견딜 수 있었다면 그런 과거는 훨씬 소소한 일상으로 스쳐 지났을텐데. 도대체 우리는 왜 단 1분의 침묵도 견디지 못하는 걸까?

-근래 들어서도 타인의 말에 감정이 상하거나, 얼마간 시간이 흐른 뒤에도 곱씹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걷는 시간이 많아진 탓도 크겠다. 그 때마다 나는 후회를 하거나 마음 속으로 다음에는 어떻게 답변을 해야 한다라는 고민을 하지만, 대부분은 혼잣말로 짜증을 내고는 앞으로는 말을 섞지 말아야겠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과거에도 그랬을까? 다르다면 과거와 현재의 내 모습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책 곳곳에서 발견되는 경구들은 내 생각과 행동을 부끄럽게 만들고, '침묵의 시간'이 왜 필요한지 확인시켜 준다.

 

-아래 몇 개의 문구들을 옮겨왔다.

 : blog.daum.net/jmt615/1311

 

<침묵이라는 무기_코르넬리아 토프 지음, 가나출판사>에서

침묵이라는 무기-의도적으로 침묵할 줄 아는 사람만이 원하는 것을 갖는다! _코르넬리아 토프 지음 _장혜경 옮김 _가나출판사 -일종의 자기개발서. 그럼에도 나는 '모든 책은 배울만한 구석이 있

blog.daum.net


36. 거대도시 서울 철도_전현우 지음, 워크롭프레스

_9월 1일

 

-역시 제 버릇 어디 안 가는 모양. 안전이니 철도니 하는 책들은 되도록 피해 독서 생활을 하는 것이 올해 계획이건만. 안 보면 안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이게 병이라면 병이다!

-결국 1장과 3장 정도를 건성으로 읽는 정도에서 스트레스를 줄이기로 함. 처음 1장을 읽기 시작하고선 입이 떡 벌어질 정도. 이런 부분도 있었나 싶을 정도의 흥미로운 내용들이 차례대로 등장. 허나 꽤나 전문적인 내용들과 풍부한 데이터 분석이 담긴 이 책을 즐거운 마음만으로 읽는 건 불가능하리라 생각됨. 철도 생활 20년이 넘었고 나름 철도 문제을 담은 자료들을 자주 접해 읽고 공부해온 편이지만, 그 동안 접하지 못했던 다양하고 새로운 분석 의제를 접할 수 있었음. 그런데 내가 지금 이 책을 머리싸매고 읽어야 하는가 싶었음. 올해 계획이 이게 아닌데 말이야.....

-언제일런지 모르나, 안전이니 철도이니 하는 문제들에 다시금 주의를 기울일 여력이 생기면 꼼꼼히 읽어보기로 함.


35. 신칸센 버라이어티 쇼_야베 데루오 지음, 한언

_8월 29일

 

-텟세이는 JR 동일본 철도의 100% 자회사. 역에 들어와 방향을 바꿔 다시 출발하기까지 단 7분 동안 이뤄지는 신칸센 내부 청소 업무를 담당하는 기업. 창 너머로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이 극장의 무대 위에서 주어진 역을 연기하는 배우와 같다하여 '신칸센 극장'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데, 이들의 업무는 '청소'를 뛰어넘어 '환대'와 '여행의 추억 만들기'라 정의한다. 그러니까 '청소'라는 업무에 새로운 영감을 부여한 것인데, 놀라운 사실은 구성원 모두의 동의와 참여를 조직하는 과정에서 창출된 조직문화라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철도공사를 비롯한 유수의 회사 뿐만 아니라 CNN과 같은 언론에서도 주목하는 텟세이의 기업 문화. 나는 무엇보다 궁금한 건 방문 인터뷰를 통해 각국의 경영자들은 무엇을 얻었을까?(특히, 코레일의 담당자들) 겉으로 드러난 형식을 모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구성원이 자부심을 가지고 자발적 직장 생활에 이르게 된 일반화(!)할 수 있는 이유를 찾으려 노력했길 바래본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떤 조직의 가치와 방향, 당면한 사업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궁극적으로 실천에 옮기는 일을 일종의 '교양'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조직 활동의 기본 방향이 맞다는 확신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결국 기업의 조직 문화를 일대 혁신하고자 한다면 현장 구성원의 자부심을 향상시키는 방향에서 자발적 참여와 창의력을 조직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이걸 문서를 통한 강요로 이룰 수 없음은 당연하다.

-무엇보다 이를 일군 저자의 철학이 눈에 띈다. JR 동일본에서 안전 업무를 총괄한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하는데, 안전문화 조성의 관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예를 들면, 한 가지 문제가 생기면 모두를 싸잡아 썩었다며 나머지 99명의 의욕을 빼앗는 흐트러진 균형감을 가진 경영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1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아울러 그 이상으로 99명의 사람들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확한 원인 분석과 조직 경영 마인드라 할 수 있다.

-또 다음과 같은 위험관리에 대한 철학적 이해는 매우 탁월하다.(사실 이런 이해 태도를 접하고, 자기개발서 같다는 선입견을 한꺼풀 벗어날 수 있었다.) "철도를 둘러싼 환경에는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사고의 싹들이 도처에 숨어 있다. 만약 혼날 것 같아서 보고를 게을리 한다면, 이로 인해 끔찍한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화내지도, 처벌하지도 않을테니 뭐든지 알려달라.'는 말뿐이 아닌 진정한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것이 위험관리(Risk Management)의 첫 걸음이자 안전을 다루는 모든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발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접하기 쉽지 않은 위험관리에 대한 견해이다. 이 정도 이해라면 기업문화를 새롭게 전환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 축적이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무조건 수긍하고 받아들이기에는 납득되지 않는 경직됨 또한 느껴진다. 자발성을 조직했다고는 하나 그것이 일본 특유의 줄서서 단체 인사하고, 허리숙여 환대하며, 군사적 규율과 절도있는 행동 통일이라는 데, 이것이 개선하고 가꾸어야 할 조직 문화 모델로 적합한지 의문이다. 기본적으로 나는 아무리 자발적이라 하더라도 경직된 제복 입고 길거리에서 줄서서 서비스 인사하는 꼴은 납득하지 못하겠다.(KTX 승무원에게 한때 요구되었던 무릎인사에 거부감도 마찬가지다.)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필수적 안전장치로 신봉하는 '지적확인 환호응답'에 대해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하던 유럽 철도 노동자들의 태도를 접하면, 우리와 그들 사이에 얼마나 큰 사회 문화적 차이가 존재하는지 냉정하게 돌아보게 된다. 그런 역사적, 문화적 맥락을 마냥 무시하고 효율적 기업 경영의 관점에서만 받아들일 수 없었던 마음 속 '불편함'의 실체가 그런 것이다.


34. 해남 가는 길(고3 아들과 쉰 살 아버지가 함께한 9일간의 도보여행)_송언 지음, 김의규 그림, 우리교육

_8월 27일

 

-전자책으로 구입해 읽음. 굳이 사서 소장해야 할 책은 아니지만 아들과 함께한 도보여행은 어땠을까 들춰보고 싶은 마음 참을 수 없어서. 책의 볼륨과 전해지는 공감각이 내용을 이해하는 데 필수불가결함(?!)에도 쌓여가는 책 숲을 무작정 늘리는 것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 종종 구입하나 영...

-도보여행은 한 번쯤 해 본 사람이라면 헤어나기 어려운 매력이 있다. 느린 걸음만큼의 시간을 온전히 몸으로 느끼며 특별하지 않은 풍경마저 색다른 감흥을 느끼게 되는. 그런데, 아들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며 연거푸 몇 일 동안이나 걷는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게다가 아들이 먼저 국토종주를 떠나자고 했다니. 부럽다.

-교사인 작가 송언씨의 글도 부담스럽지 않고 편안한 기록이라 쉽게 읽을 수 있으며, 나아가 누구라도 여정을 꼼꼼하게 메모해 둔다면 자기만의 여행기를 남길 수 있다는 자신감도 준다. 아름다운 그림도 여행의 매력을 실감하게 돕는다.(이 부분이 전자책이라 가장 아쉬운 대목.)

-평소 아이와 장거리 도보여행을 한다면 이런저런 문제들이 난감하겠구나 했던 문제들도 즐거운 경험으로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예를 들면, 아이와의 잠자리는 어떤 곳을 골라야 할까? 동료들과 함께 도보여행에 나선다면 부담없이 모텔을 골라 하루 묵을 수 있지만, 아이와 함께 걷는다면 신중해야 하지 않은가? 공감되는 에피소드들이 여러 장면 등장해 즐겁게 함께 호흡할 수 있었다.


33. 2050 거주불능 지구_데이비드 월러스 웰즈, 추수밭

_8월 26일

 

-신기한 일이다. 폭염과 홍수가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주더니 이젠 점차 '일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자세와도 사뭇 다르다. 물론 자연재해와 코로나 바이러스의 근본적인 원인은 생태계 파괴, 기후 위기에서 비롯되었다. 왜 우리는 인류 전체의 대멸종을 염려하는 상황에서도 무감각하고, 도무지 '나'의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일까?

-이 책에서도 지구온난화는 오래전부터 예고되어 왔음에도 그보다 지엽적인 문제라 할 원자력 발전이나 미세 플라스틱 문제 등에 비해 국가와 개인, 전 세계가 외면하는 경향이 있음을 염려하며, 매우 긴박하고 총체적인 문제임을 풍부한 데이터와 사례를 통해 진단한다.(살인적인 폭염, 빈곤과 굶주림, 집어삼키는 바다, 치솟는 산불, '날씨'가 되어버린 재난들, 갈증과 가뭄, 사체가 쌓이는 바다, 마실 수 없는 공기, 질병의 전파, 무너지는 경제, 기후 분쟁, 시스템의 붕괴 등 12개 테마로 망라)

-제3장은 급격한 기후변화 시대 이후 우리 사회의 태도와 변화상을 폭넓게 담고 있다. 자본주의 제도가 흔들릴 만큼 치명적이다, 구원자처럼 등장하길 기대하는 기술은 비용과 효용성의 한계로 쓸모 없을 것이다, 역사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역사는 항상 진보한다'는 명제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개인의 일상적 변화 정도로는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문제 앞에서 인간이 지니는 종말론적, 회의론적 사고와 연구 데이터가 더욱 절망적일수록 침묵하게 되는 '과학의 침묵'까지... 기후위기가 우리 사회에 끼친 실체를 감각적으로 이해하기에 충분하다.

-그렇다면, 기후위기 시대를 대처할 인류에게는 무엇이 요구될까? 여기에 '인류 원리'라는 개념이 등장하는데 아쉬운 결말이 아닐 수 없다. 인류에게 필요한 원칙은 한 사람처럼 생각하는 것, 단지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모두가 나눠서 짊어지어야 한다? 맞는 말이지만 영양가 없는 결말이 아닐 수 없다.ㅎㅎ...

-그럼에도 올 1월부터 시작한 고기를 먹지 않는 소박한 실천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확인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물론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거대한 문제 앞에 채식이니 텀블러 사용이니 하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도 충분히 알고 있지만.


32. 오래된 미래, 라다크로부터 배운다_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지음, 녹색평론사

_8월 24일

 

-'2002년 4월', 책 서두에 구입한 흔적이 남아 있다. 군데군데 밑줄 그은 흔적이 보인다. 과연 당시에 나는 어떻게 이 책을 읽었을까? 무엇을 교훈으로 얻어 내 몸에 새겼을까? 시간이 흘러 다시 읽으면서 독서할 의지와 관계없이 나에게 어떤 의미로 자리매김 되었을까는 의문이 남는다.

-오래된 미래, Ancient Futures. 김종철 선생님의 멋진 번역이다. 역설적이지만 확고부동한 대안을 갖고 있기도 하다. 물론 전통적 생활방식으로의 회귀만을 의미하지 않음에 유의해야 한다.(흔히 '전통적'인 것은 고리타분한 무엇이지 않은가?) 이 책에서 등장하는 '반개발(counterdevelopment)'이라는 개념이 바로 그것이다. 라다크 전통사회가 이상적인 낙원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하며, 사회적 생태적 위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지속가능한 토대를 만들기 위한 창조적인 노력을 일컫는 개념. 그런 의미에서 현재도 실천되어지는 '현실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우리 사회가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사회 발전의 가치를 공감하는 것은 근본주의적으로 치부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우린 미증유의 기후 위기와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무엇을 성찰할 것인가? 바로 그 지점에서 이 책은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인간에게 물질적 생산과 소비의 증대가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 주는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사이의 조화로운 관계는 과연 가능한 것인가? 라다크 사회는 오랜 세월 동안 누려온 사회적, 생태적 균형을 희생하지 않고도 생활 수준을 높일 수 있다고 확신하며 전진하고 있다.

 

-색다른 기억으로 남는 구절을 옮겨온다.

*겨울에 라다크 사람들은 고기를 먹는데 그러지 않고는 생존이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물고기는 먹는 일이 없다. 생명을 빼앗아야 한다면 많은 사람에게 음식을 공급할 수 있는 커다란 동물이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고기를 먹는다면 훨씬 많은 생명을 빼앗아야 할 것이다. 짐승을 죽이는 일은 가볍게 여겨지지 않고, 반드시 용서를 빌고 많은 기도를 올린 후에야 한다.

*시간은 느슨하게 측정된다. 분을 셀 필요는 절대로 없다. 그들은 '내일 한낮에 만나러 올게, 저녁 전에'라는 식으로 몇 시간이나 여유를 두고 말한다. 라다크 사람들에게는 시간을 나타내는 많은 아름다운 말들이 있다. '어두워진 다음 잘 때까지'라는 뜻의 '공그로트', '해가 산꼭대기에'라는 뜻의 '니체, 해뜨기 전 새들이 노래하는 아침시간을 나타내는 '치페-치리트' 등 모두 너그러운 말들이다.

*질병은 이해의 결핍에서 생긴다.-라다크의 한 의원

*말을 백마리 가진 사람이라도 채찍 하나 때문에 다른 사람의 신세를 져야 할 때가 있다.-라다크 속담

*호랑이의 줄무늬는 밖에 있고 인간의 줄무늬는 안에 있다.-라다크 속담

*'모든 사람이 우리처럼 행복하지 않단 말입니까?'-체링 돌마(라다크 사람)

*현대세계의 도구와 기계들이 그 자체는 시간을 절약하는 것들이지만, 새로운 삶의 방식이 전체적으로 시간을 빼앗아간다는 것이다.

*알더라도 남에게 물어보는 것이 낫다.-라다크 속담

*나는 서구인들이 비서구문화를 평가할 때 그것을 실제의 어떤 사회와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이상적인 것과 비교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열등한 것으로 판단하게 되는 것을 되풀이해서 보아왔다. 예를 들어, 인류학자들은 전통적인 라다크의 계급차이를 완전한 평등의 이상에 비교한다. 그들은 자기들의 사회에서 부자와 가난한 자의 간격이 라다크의 경우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은 잊어버린다. 서구인들은 또 은연중에 전통문화들을 개발이 약속하는 '이상'과 비교하고, 실제로 개발이 세계 각처에 어떤 것을 초래했는가를 무시한다.

*타시 랍기아스는 영국에서 두어달 지내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놀라울 정도로 간접적입니다. 사람들은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글을 쓰고 이야기하고, 어디에 가든지 화분에 담긴 식물과 플라스틱으로 만든 식물이 있고, 벽에는 나무들의 그림이 있습니다. 그리고 텔레비젼은 늘 자연에 대한 프로그램을 방영합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도대체 실제의 자연과 접촉을 갖는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31. 수학이 필요한 순간_김민형 지음, 인플루엔셜

_8월 14일

 

-한 해에 한 권 정도는 수학 관련 서적을 읽는 모양이다. 학교 시절처럼 수학적 계산에 빠지는 건 부담이지만, 수학적 논의의 과정에서 사회의 이러저러한 문제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갖게 된다는 점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이번 책 또한 그런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특히, 그동안 잘몰랐던 위상수학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는 점은 평가할 수 있겠다. 왜 우리가 학문으로 접하는 수학은 "왜?"라는 지점을 확인시켜 주지 못하고 계산하는 것에만 매몰되어 있을까? 미분적분은 왜 따지고 들어 수학의 주요 분야를 차지하고 있는걸까? 우리가 탐구하고자 하는 세계의 어떤 부분을 이해하기에 적절한 도구일까? 아마도 이런 질문들이 쉽게 학생들에게 전달된다면 수학은 지금보다 훨씬 매력적인 학문으로 흡수될 수 있지 않을까?

-책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수학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방식"이다. "일상의 문제에서도 정답부터

 빨리 찾으려고 하기보다 좋은 질문을 던지려고 할 때, 그것이 수학적인 사고"이다.

-마지막 추천의 글에서 다음과 같은 좋은 문장을 발견한다. "직관에 의존해도 세상을 무난하게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직관에 약간의 수학적 사고를 첨가하면 물리적 세계의 아름다운 속성이 드러나고, 우리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진다."

 


30. 철도원 삼대_황석영, 창비

_8월 9일

 

-독서모임 '글방'의 8월 추천도서.

-지난 6.28 파업 기념 주간 행사의 일환으로 황석영 작가와 토크콘서트를 서울에서 개최하였단다. 노동조합 활동도 어쩔 수 없이 지역 소외가 생기는 법이지만, 황석영 작가와 직접 만날 수 없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일제에 의해 건설된 철도는 그 자체로 식민지 아픈 역사와 애환이 고스란 할 뿐만 아니라 해방과 분단으로 얼룩진 현대사의 한복판을 묵묵히 건너왔다. 식민지 해방 운동의 과정에서도 철도노동자들은 충실한 자기 역할을 하였지만, 그런 이유로 어용의 아픈 역사를 감수해야 했다. 2000년대 들어 직선 민주노조가 들어서 훌륭한 역할을 해왔지만, 20여 년 이어진 투쟁의 결과가 내부로 설득되고 축적되지 못한데다, 이제는 역량의 한계가 다다른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마저 생긴다. 어쨌든 이토록 한국 현대사의 복판에 있음에도 왜 아직 철도원이 겪어야 했던, 그리고 싸워야 했고 희생되어야 했던 승리와 패배의 역사는 문학 작품으로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바로 그런 자연스러운 질문에 답을 주는 소설이다. 황석영 작가의 필력은 잠시도 쉬지 않고 다음 장을 넘기게 만들었고, 나중에는 이걸 이렇게 빨리 마지막 장까지 넘긴다면 얼마나 아쉬울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무서운 흡입력이다.

-탄압을 피해 피해야 했던 이일철에게 "어딜 또 나가시려우?"라는 신금이의 마지막 말은 역사 앞에 얼마나 나의 일상은 무기력하고 숙명적인지 확인할 수 있다. 어찌 이일철의 가족만 그러했겠는가. 우리 모두의 지금도 다름아닌 묵직한 역사의 한 장면이 된다.


29. 느리게 걷는 즐거움_다비드 르 브르통 지음, 북라이프

_8월 4일

 

-작년 10월 독서모임 '글방'을 통해 입수한 책. 장장 10개월에 이르는 긴 부대낌 끝에 마침내 읽기를 마쳤다.

-한 테마씩 천천히 곱씹으며 읽어간 탓도 있지만, 많은 테마들이 내포한 지루하고 팍팍한 흐름을 이겨내기에는 쉽지 않은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였다. 몇 번을 읽고 또 읽었고, 때론 퉁치는 눈치로 넘겨내는 장도 있었다. 또 한 번은 더 차분하지 못한 내가 원망스러워 책 앞 장에 '그저 옮겨 적을 뿐이다'라고 적은 스티커를 붙여놓고 몇 개 장을 온전히 옮겨 적어보기도 하였다. 모두가 좋은 경험으로 추억된다.

-굳이 걷기를 작가와 같이 느끼지 않더라도 이제 내겐 자연스러운 활동의 일부가 되었고, 아직도 퇴약볕 아래로 나설 수 있는 마음가짐을 느끼곤 한다. 퍼시픽크레스트트레일을 걷을 만큼의 여유와 열정은 가지지 못했지만 2박 3일 정도의 걷기 여행을 떠날 마음의 욕심 정도는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고맙다.


28. 무탄트 메시지_말로 모건 지음, 류시화 옮김, 정신세계사

_8월 3일

 

-호주 원주민이 주는 마지막 메세지를 옮겨 적으며, 후기를 대신한다. 부끄러워야 한다.

"만물의 어머니인 대지를 당신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떠난다. 당신들의 삶의 방식이 물과 동물과 공기에, 그리고 당신들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깨닫기 바란다. 이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서 당신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내기를 바란다. 무탄트들 중에는 자신의 참된 자아를 이제 막 되찾으려고 하는 이들도 있다. 충분한 노력과 관심을 기울인다면 지구의 파괴를 돌이킬 시간은 남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더 이상 당신들을 도울 수가 없다. 우리의 시대는 끝났다. 비 내리는 것이 이미 달라졌고, 더위는 날로 심해져 가고 있으며, 동식물의 번식이 줄어드는 것을 우리는 오랫동안 지켜봐 왔다. 우리는 더 이상 영혼에게 인간의 모습을 주어 이곳에서 살게 할 수는 없다. 이 사막에는 이제 물도 식량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신의 부족인 우리 참사람 부족은 지구를 떠날 것이다. 우리에게 남아 있는 시간 동안 우리는 가장 높은 차원의 영적인 생활을 실천하기로 결정했다."


27. 풍아송_옌렌커 장편소설, 문학동네

_7월 24일

 

-독서모임 '글방'의 6월 추천 도서.

-중국 사회에서는 상당한 논쟁을 불러 일으키는 작가로 소개되는데, 과히 '독보적'이라는 평가에 공감할 수 있음.

-자본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사회주의, 공산주의는 여전히 많은 고민을 던져주는 것이 사실. 하지만, 현실 사회주의 국가를 통해서 우리는 도달하고 싶은 이상이 어떻게 현실에서는 왜곡되는지 참고할 수 있을 것임.

-중국 사회의 단면을 풍자로 써내려간 이 책은 주로 지식인 사회를 다루는데 때로는 가슴 썸뜩함을 느끼기도 하고, 때로는 황당한 상황에 실소를 던져주기도 함. 부패한 관료주의 아래에서 지식인의 나약함 또한 그 끝이 어디일까 보여줌. 과연 이런 사회에서 혁명의 이상은 어떻게 회복되고 재구성될 수 있단 말인가.

-며칠, 아니 가능하다면 몇 시간 동안이라도 쉼없이 단숨에 읽어내려갈 수 있을 만큼 작가의 필력이 돋보이는 소설. 


26. 녹색평론(2020년 7~8월)

_7월 19일

 

-이번 호에서도 코로나19로 적나라하게 드러난 현실과 기후위기에 대한 거짓된 해결책들, 대량생산-소비-폐기를 핵심으로 하는 자본주의적 생산방식의 한계에 대해 고민하게 함.

-그 중 압권은 김종철 선생님의 '코로나 시즌, 12개의 단상'. 이 글은 코로나 시대의 한복판을 지나면서 독백하듯이 적은 단상들이라 정제되지 못했다고 단서를 달고 있지만 말이다. 몇 가지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초창기 내가 헛갈리게 바라보았던,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말이 주는 모호함. 이에 대한 의미있는 내용을 접할 수 있다. 비상한 시기에 등장하는 세계적 석학들에 대해서도 지적 속물로 깔끔하게 진단. 그토록 자랑스럽게 떠드는 K-방역이 전국 구석구석까지 촘촘히 연결된 전자감시망이라는 본질에 주목. 인간의 죽음에 대한 통찰. 특히, 이용수 할머니와 정의연의 논란을 바라보는 선생님의 해석은 두루뭉술한 실체의 본질을 명확하게 꼬집는 탁월한 분석으로 보인다.

 

"여성인권운동이라는 대의를 위해 세계를 돌며 '위안부' 문제의 역사적 청산을 주장해온 사람들의 '근대적' 사고와 할머니들의 '비근대적' 사고 사이의 근본적인 불일치 혹은 간극에 있다."

 

"이번 일은 서로 다른 언어를 쓰고, 서로 다른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서 지금까지 '운동'을 같이 해오다가 마침내 그것에 내장된 모순, 갈등이 (우리가 알 수 없는) 어떤 일이 계기가 되어 터진 것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또, 코로나 사태로 필요한 일과 쓸모없는 일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주장. 일상화된 '소독'은 본질적으로 자연에 대한 공격과 파괴에 대한 대가, ......

-이 책을 받을 즈음, 돌아가신 김종철 선생님의 명복을 빈다.

 


25.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_헬렌 니어링 지음_보리

_7월 14일

 

-99년에 선물 받아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 읽었다. 최근 니어링의 책을 줄줄이 읽으면서 조화로운 삶을 살기 위한 헌신에 존경의 마음을 갖게 되었다. 세상을 바꾸려는 의지를 품었지만 속된 것으로 비쳐지도록 끌고 있는 일단의 현실적 흐름에 따끔하게 일침을 주는 것으로 읽었다.

-그런데, 나는 99년에 왜 지금과 같은 감동으로 책을 읽지 못했을까? 마지막 페이지로 다가갈수록 부부에 대한 존경과 삶에 대한 배움의 의지가 타오르는 데 왜 당시에는 그렇지 못했을까? 새삼스럽게 생각해 볼 일이다. 현재의 좁은 식견을 이길 가장 빠르고 현명한 방도는 그런 궁금증을 품음으로서 넓어지는 것이리라.

-훌륭한 인생을 산 만큼 죽음에 대한 통찰력도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값어치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죽은 사람이 정말 죽은 것이라면, 왜 그 사람이 지금도 내 마음 속에 걸어다니는 것일까? 놀랍지 않은가. 결국 죽음이라는 것을 닫힘, 종말과 같은 폐쇄적 결말로 받아들이는 가치관을 떨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삶의 과정으로서의 죽음, 여전히 살고 있음으로서의 죽음. 진정 현재의 삶을 자기 의지껏 살다간 사람만이 꿈꾸고 누릴 수 있는 것.

-어머니는 내게 일체의 연명치료를 거부하겠다는 뜻을 자주 밝히곤 한다. 나 또한 마무리를 그렇게 할 것이라 다짐한다. 하지만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일 것인지 고민스러운 하루하루다. 다시 읽고 싶고 누구에게도 읽을 것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24.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_헬렌 니어링 지음, 공경희 옮김_디자인 하우스

_7월 2일

 

-역시 실망은 없었다. 50여 년을 자연과 조화하며 살아온 역사가 고스란히 글월 하나하나에 담겨 있다. 본래 좋은 글은 화려한 글이 아니라 지나온 삶의 역사가 전해져 오는 단순하고 짧은 글이다. 바로 그 표본이 아닐까 싶다.

-특히, 다음 몇 가지 질문에 대해 좋은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요리라는 것이 꼭 수고스러워야만 할까?, 익힐 것인가 익히지 않을 것인가?, 죽일 것인가 죽이지 않을 것인가?, 가공한 식품인가 신선한 음식인가?

-짧지만 명쾌한 글들을 모두 머리 속에 옮겨오지 못했다. 곧 한 번 더 읽어야지 하는 욕심 때문이다. 그 때는 꼼꼼하게 기억하고 되새길 문장들을 옮겨 적을 생각이다.


23. 조화로운 삶의 지속_헬렌 니어링과 스코트 니어링 지음_보리

_6월 25일

 

-'조화로운 삶 이어가기'라는 제목이 더 좋겠다. 책 '조화로운 삶'에서 다루었던 20여 년에 걸친 버몬트 생활에 이어지는 메인에서의 25여 년간의 생활을 다룬다.

-즉, 근 50여 년간의 경험을 살려 '조화로운 삶'을 살기를 희망하는 이들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과 철학을 전한다. 50여 년 정도의 -인생을 걸고 묵묵히- 내공 정도라야 누구에게도 거들먹거리지 않는 이야기를 꺼내 놓을 수 있는 것이다.

-건방지게도 4~5년 '안전' 문제를 공부했다고 거들먹거렸던 세월이 부끄럽게 다가온다.ㅎㅎㅎ...

-요즘 개인적인 화두인 채식주의에 대해서도 언급하는 부분이 있다. 채식에 대해 니어링 부부는 조화로운 삶에서 빠뜨릴 수 없는 일로 여기며, 윤리와 인도주의에 걸맞는 길이라 강조한다. '감각이 있고, 자기 몸을 방어하지 못하는 짐승을 포로처럼 가두어 기르다가 잡아죽인 뒤에 그 시체를 먹는 일을 마음이 따뜻하고 생각이 깊은 사람이라면 어떻게 좋아할 수 있겠는가' 하는 묻는다. 들리는가?

-호화로운 미각에 현혹되고, 보이는 근육에만 눈이 팔려 정작 돌봐야 할 나와 공동체, 지구와 '조화로운 삶'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벽을 쌓고 사는 이들에게 깨우침을 줄 수도 있겠다. 근데 정작 읽어볼 시간이라도 있겠는가?


22. 백년 허리__정선근_사이언스북스

_6월 21일

 

-내가 아는 허리에 관한 상식을 모두 바꿔야 할 듯 싶다. 왜 지금껏 책을 부지런히 읽어오면서도 좋지 않은 '허리'에 대해서는 책을 사서 읽어볼 마음조차 가지지 못했을까. 어쨌듯 나는 대략의 이치를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그걸 실천하는 일은 쉽지 않겠지만...

-허리가 좋지 않은 어머니와 여동생에게도 많은 사실을 알려줄 생각이다. 여동생은 이 책을 구입하기로 했다.

-이제 아침, 저녁으로 조금은 호들갑스럽지만 기분 좋은 몸짓이 있으리라. 문제는 꾸준히..... 실천하는 일이다.


 

21. 백년 운동(척추 관절 아프지 않게 100세까지 운동하는 방법)_정선근

_6월 19일

 

-대학 초반부터 안고 사는 디스크 때문에 변변찮은 근력 운동이란 걸 해본 적이 없는 내가 근력운동에 대해 새롭게 바라보게 되는 계기가 준 책.

-어머님은 오래된 식당 일로 틀어진 허리를 바로잡기 위해 오늘도 열차를 타고 광주송정까지 다니신다. 난 허리 치료 때문에 더 아프지는 않을까 고민이지만 어머님 생각을 존중하고 따르는 걸 택했다. 하지만, 우리는 척추와 관절에 대해 너무 모르고 살았다. 이 정도는 읽어두면 살아가는 데 크게 도움이 될거라 생각된다.

-자연과 함께하는 유산소 운동을 좋아하는 내가 자연과 동떨어진 곳에서 무산소운동으로 겉으로 드러난 모습을 키우려 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근데 그 놈의 무산소운동이라는 게 얼마나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하는지 알게 되었다. 자연과 더불어 걷되 무산소 운동도 조금씩 결합해 보기로 한다.

-다음 책은 '허리'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정선근 교수의 '백년 허리'를 읽기도 한다.

 


 

20. 조화로운 삶_헬렌 니어링, 스코트 니어링 씀, 류시화 옮김_보리

_6월 14일

 

-'조화로운 삶', 니어링 부부가 어떤 삶을 의도하는지 함축적으로 드러낸다. 나는 '단순한 삶'이라는 말에서 그런 지향 비슷한 걸 그려봤는데... 쯧. 역시. 니어링 부부의 사색과 실천은 평범한 우리네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단순한 삶'이 다분히 개인주의적이고 기능주의적인 삶의 열망이라면, '조화로운 삶'은 '단순한 삶'을 포함하면서도 지구와 환경, 공동체를 두루 살피며 사는 목표와 내용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20년간 버몬트 숲 속에서 '조화로운 삶'을 살기 위한 그들의 구체적인 실천과 고민을 담은 글이다. 나의 직장 생활이 20년을 넘겼는데 그 만큼의 역사만큼 땅을 일군 경험을 축적해 온 것이다. 그 정성이 놀랍고도 경이로운 일이다.

-하지만, 주위와 함께 '공동체'를 꾸리고자 했던 실천 만큼은 실패한 것으로 인정한다. 단순하고 조화로운 삶의 내용을 공감하기 쉽지 않아 어려움을 예상했다고 하지만, 과연 인간에게 그런 내용은 공감 가능하고 달성 가능한 범위에 있는 것일까? 짧은 6개월의 육식 중단만으로 주변과 어울리고 살기가 이토록 힘이 드는데 말이다.ㅎㅎ..

 

-아름다운 두 영혼이 생활의 기준으로 삼은 원칙이 과연 어떤 것이길래 그런 것일까?

-채식주의를 지킨다.

-하루를 오전과 오후 둘로 나누어, 빵을 벌기 위한 노동은 하루에 반나절만 하고 나머지 시간은 온전히 자기 자신을 위해 쓴다.

-한 해의 양식이 마련되면 더 이상 일하지 않는다.

-방문객이 찾아와도 밭에 나가 일을 하면서 얘기를 나눈다.

-누구든 자기가 먹은 그릇은 설거지하게 한다.

-집짐승을 기르지 않는다. 집짐승을 돌보는 데 얽매여서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으며, 또한 사람과 똑같은 생명을 가진 동물을 키워 내다 파는 일은 옳지 못하기 때문이다.

-은행에서 절대로 돈을 빌리지 않는다.

-할 수 있다면 모든 먹을 거리를 자급 자족하며, 농사지을 수 없는 생필품은 농작물과 맞바꾼다.

-기계에 의존하지 않으며, 할 수 있는 한 손일을 한다. 기계가 고장났을 때의 번거로움으로부터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두뇌와 정신 건강에도 좋기 때문이다.

-최저 생계비가 마련되면, 먹고 남는 채소나 과일은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 준다.

-하루에 한 번씩은 철학, 삶과 죽음, 명상에 관심을 갖는다.

-일 년에 한두 달은 여행을 할 것.

-커피와 차를 멀리하고 간소한 식사를 하며 설탕과 소금을 삼갈 것.

-깨끗한 양심과 깊은 호흡을 유지할 것 등

-건방지게도 내가 꿈꾸는 삶과 닮아 있다. 실천할 수 있을런지 모르지만 말이다?!!!

-어쨌든 지난 99년에 읽었던 헬렌 니어링의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를 다시 읽어야겠다.


 

19. 몸에도 미니멀리즘_황민연 지음, 사이몬북스

_6월 5일

 

-두 번째 읽었다. 딸에게 권해야겠다. 읽을지는 알 수 없으나...

 


18. 녹색평론 172호(2020년 5~6월호)

_5월 31일

 

-녹색평론을 정기구독하기로 했다. 코로나19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을 중심으로 다루었다. 역시!!!

 


17. 무엇을 먹을 것인가_콜린 캠벨, 토마스 캠벨 지음, 유자화 옮김, 이의철 감수_열린과학

_5월 29일

 

-독서모임에 추천한 책. 허나 대부분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듯.ㅜㅜ...

-까탈스럽고 소심하게 '무엇을 먹을 지'에 관심 갖기 보다는 맛있는 거 많이 먹으면서 행복하게 살겠다는 사람들이 주위를 에워싸고 있다. 뭐라고 대꾸할 생각도 없지만 순식간에 건강만 생각하는 인간으로 대접받는다. 분명 그건 나쁜 일은 아니나 억울한 측면이 있다.

-실상 나보다 더 건강 생각하고, 돈 생각하며 사는 인간들인데, 왜 내가 책 한 권으로 그런 시선을 받는지...ㅎㅎ.

-어쨌든 그렇게 조금이나마 육식 위주의 식생활에 변화를 주고 싶었던 욕심도 허망하게 날아간 듯 싶다. 단 나에게는 그간 읽어왔던 채식 관련 서적들의 집대성과 같은 내용들이라 머릿속이 정리되는 느낌을 받았다. 복잡한 의학적 용어들을 다룬 부분은 금방 따라나오는 핵심 내용들을 중심으로 전체 맥락을 이해하면 충분히 읽기가 가능한 책이다. 제발 이 책을 통해 두 번 먹을 고기, 한 번 먹는 습관의 변화가 온 지구에 퍼지기를 소망한다.

 


16. 간과 쓸개_김숨 소설집, 문학과지성사

_5월 14일

 

-'모일, 저녁'의 황망한 절망. 내 맘 같은 '간과 쓸개'

-왜 단편은 늘 허망하고, 세상의 아픔만 줄곧 담고 있는 것일까?

-김숨 작가의 한 발 나아감을 기대함. 하지만, 그것이 내 취향이 될 거라는 기대는 들지 않음.

 


15. 강산무진_김훈 소설, 문학동네

_5월 9일

 

-길지 않은 단편들이 이런 감동을 주는구나. 그저 다양한 사람들의 일상을 엿본 것일 뿐인데 말이다. 글이 섬세하고,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애잔한 마음에 서글픔이 인다. 산다는 게 그런 것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하는 필력이다.

 

 


14. 올리브 키터리지_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권상미 옮김_문학동네

_5월 3일

 

-올리브의 아들, 크리스토퍼. 그의 두번째 부인 앤 "힘들었다고, 클 때. 어머니 기분이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까."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다. 나는 누구에게(아마도 내 사랑하는 가족들일게다!) 상처를 주며 살아왔을까? 또 지금도 살아가고 있는가? 지나간 나의 부끄러운 역사가 스친다. 업보다. 나는 어떤 부모이고, 아들이고, 직장에서는 어떤 이 일까? 뒤늦은 후회와 참회의 마음이 간절하게 떠오른다. 어떻게 나이 먹어가야 하는가?

 

 


13. 무엇이든 가능하다_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정연희 옮김_문학동네

_4월 22일

 

-폭력에 대해 생각했다. 어떤 형태의 폭력이든 결국 인간 대 인간의 문제이고, 결국 내 개인의 문제이다. 무던히도 나와 주변을 힘들게 했던 폭력성의 실체가 뚜렷하게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린다. 특히 언어와 정서적 폭력이 내 아이들에게도 어떤 식이로든 간직되어 있을테니... 그 상처가 역사가 되어 흐를 것이다.

-물론 그런 문제들은 나의 욕망과 사회적인 의무, 포장된 개인과 그걸 부추기는 문화적 조건 등에서 비롯되었지만, 무엇보다 긴 흐름으로 나를 둘러싼 상황을 조망하지 못한 협소함이 문제였다.

 


12. 산 음식, 죽음 음식, 호모사피엔스는 무엇을 먹도록 설계된 동물인가?_더글라스 그라함 지음, 김진영 강신원 번역, 사이몬북스

_4월 20일

 

-단순한 밥상이 단순한 삶을 완성하고 삶이 단순해야 행복에 이를 수 있다.

-우리는 음식 습관을 살펴볼 때, 밥상에만 한정된 고민에 머무르는데 반해 이 책을 통해 인류가 출현하기 이전의 영장류의 출현으로 거슬러 올라가 엄청난 역사의 흐름 속에 인간을 자리하게 해, 비로소 무엇을 먹을 것인가 궁금증이 해소될 수 있게 돕는다.

-몇 십만 년을 거스르는 진화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인간이 먹어야 할 음식은 '과일과 채소'라는 것은 명백해 보인다. 그 확실하고 설득력 있는 사례들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이제 나는 간식으로서의 '과일과 채소'가 아니라, 밥을 대신할 수 있는 주식으로 '과일과 채소'를 먹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11. 나는 인생에서 중요한 것만 남기기로 했다_에리카 라인 지음, 이미숙 옮김, 갤리온

_4월 17일

 

-평소 자주 방문하는 책과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밴드에서 추천 받은 책. '몇 번이고 읽을 계획'이라는 한 독자의 권유의 말에 이끌렸지만 꼭 그렇게 해야 할 책인지 의문이 들기도 함.ㅎㅎ.

-최근 내가 고민하는 '소박한 삶'(미니멀리즘)에 대해 무언가 정신 바짝 드는 내용이 있을까 하는 호기심에...흑...

-뭔가 당장의 목마름을 해소하기 위해 찾는 게 '자기계발서'가 아닐까 싶은데, 이 또한 아주 쓸모없는 독서라 할 수는 없으나 독서가들에게는 권장되는 일은 아니리라 여겨지고....  나 또한 그닥 그러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던 터다.

-헌데 최근 (물론, 비교적 전자책이긴 하지만..) 실용서나 자기계발서에 준하는 책들에 자연스럽게 눈길이 가는 건 왜일까? 아마도 내 처지와 관련이 있는 듯 싶다. 그렇다면 반대로 다시 예전의 독서 패턴으로 돌아가는 것이 내 처지가 나아진 증거가 아닐까도 싶다.

-어떤 책에서도 배울 건 있고, 이 책 또한 오래도록 곱씹을 문장도 만났다. 그런 문장들은 내가 소박한 삶을 찾아가는 길에 큰 도움이 될 거라 믿는다.

 


10. 세계 진보정당 운동사('큰 개혁'과 '작은 혁명'들의 이야기)_장석준 지음, 서해문집

_4월 2일

 

-'채식의 철학', '육식의 종'말 등을 번갈아가며 찔끔찔끔 독서로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을 무렵, 코로나 시국에도 어김없이 다가오는 총선을 두고 (특히, 준연동형 비례제로의 변화) 여기저기서 설왕설래가 오가니 자연스럽게 읽기 시작함.

-선거마다 흘러나오는 아주 오래된 레퍼토리인 '민주대연합' 흐름이 이번 선거에도 여전히 유효한 것인가? 주로 민주당 지지자들에게서 주장되어지는 '친일 VS 반일'의 프레임으로 이름할 선거인가? 그렇다고 하더라도 '반일'을 대표하는 정당이 민주당인가? 촛불 이후 형성된 광범위한 개혁 진영의 연합이 21세기 우리 사회의 변화를 이끌 진보적인 틀인가?

-그에 파생된 현실적인 문제로는 '비례연합 정당'에 진보정당이 참여하는 것이 좋은가, 원칙을 지키며 변모된 선거제도의 취지를 국민들께 알리고 선택을 받는 것이 장기적으로 적절한 것인가?

-이에 대한 나의 답변은 초기부터 원칙을 걷는 것이 힘들지만 가야할 길이라는 판단이었지만, 최근 민주당의 비례 위성 정당 출범과 민주당 탈당파들을 중심으로 출범한 또 다른 비례 정당의 출현으로 확고부동한 신념이 되었다.

-이 책을 통해 150여년 전부터 이어온 사회 '개혁'과 '변혁'의 이분법적인 대립이 긴 역사의 호흡으로 보았을 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조망할 수 있다. 선거를 통한 집권이 진보정당에게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기 까지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이와 함께 여전히 부족한 다음을 깊이 성찰해야 한다.("대중 사이에 진보정치의 이념, 운동, 문화를 뿌리내리는 것이야말로 진보정당운동의 가장 중요한 토대이다.")

-스웨덴 등 북유럽 진보정당의 발달, 남미 진보정당의 발전과 답보, 일본 진보정당의 침체 등 흥미로운 곳곳의 진보정당 운동의 역사를 만날 수 있었지만, 내가 왜 이런 오지랖을 떨고 있는지.... 이만...!

 

 

 


9. 본 투 런, 신비의 원시부족이 가르쳐준 행복의 비밀_크리스토퍼 맥두걸 지음, 민영진 옮김(페이퍼로드)

_3월 21일

 

-멕시코 코퍼 캐니언의 타라우마라족에 대한 이야기(진짜 이름 '라라무라', '달리는 사람들')

-거친 호아무지를 얇은 샌들만 신고 달리면서도 아무런 부상을 입지 않으며 소박하고 평화로운 성품을 지니며 현대의 질병과는 상관 없는 삶을 지내는 이들.(가장 좋은 신발은 맨발!!!)

-폭력, 비만, 질병, 우울, 극복할 수 없는 탐욕. 이 문제는 '달리는 사람들'로 살기를 멈추면서 시작되었다.

-역시 우리는 인류의 본원적인 모습과는 너무 멀리 와 있는 것.

  ('자연을 거부하라. 그러면 자연은 다른 방식으로, 훨씬 더 추한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다.')

-걷는 것 처럼 달릴 수 있다는 경지에 이르니 인류는 본래 달리기 위해 존재하는 것. 묘하게 공감하게 되었다.

-가볍게 달려. 힘들이지 말고. 언덕이 얼마나 높은지, 갈 길이 얼마나 먼지 생각하지 마. 그렇게 오랫동안 연습하면 내가 연습하고 있다는 것도 잊게 돼. 그러면 아주 순조롭게 달릴 수 있어.

-너무 많은 것을 소유하고, 너무 많은 관계들 속에서 너무 많은 고민들로 지내는 현대인들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의문이 들었음. 어느 한 정당이나 세력의 변혁적 상상으로 우리는 이 파멸의 길을 멈출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

-'달리면, 절대 목이 마를 때까지 참아서는 안된다.'고 하는데 우리는 지구의 생명이 갈갈이 말라 갈 때까지 인내하고 있을 것인지. 쯧.-기억에 남는 문장 하나, '다른 유기체와 달리 인간은 몸과 머리가 같은 목적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몸은 수행하도록 만들어졌지만 뇌는 항상 효율성만 추구합니다.'...... 아이쿠 이런. 공감 백퍼센트!!!

 

 


8. 행복의 가격(최소한의 것으로 최대한의 인생을 만드는 삶의 미니멀리즘)_테미 스트로벨(북하우스)

_2월 29일

 

-미니멀리즘. 자발적 소박함. 다운사이징.

-나에게 '소박한 삶'이란 무엇일까? '소박한 삶'과 '행복'이란 무엇인가? 나만의 정의를 찾아야.

-삶을 소박하고 단순하게 하는 것으로 내가 얻는 것은 '자유'다.

-완벽함이란 더 이상 보탤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이루어진다.(생텍쥐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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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박한 삶에는 누구에게나 들어맞는 단 하나의 정답이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미니멀리즘, 다운사이징, 자발적 소박함, 나아가 개인적인 행복 등의 개념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그래도 문제될 건 전혀 없다. 내게 있어 소박한 삶이란, 자동차 없고 빚 없는 생활, 작은 집에 사는 것, 소유물 최소화하기 등을 뜻한다. 누구나 소박한 삶과 행복에 관한 자신만의 정의를 가질 필요가 있다.

 
-초기 단계에서 할 일은 우선 행복과 소박함의 의미를 자기 나름대로 정의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처음 소박하게 살기를 시작했을 때 나는 스스로에게 두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어떻게 해야 삶을 단순화하고 더 큰 행복을 얻을 수 있을까? 이는 우리 자신과 물건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고 행복을 정의하는 데 아주 좋은 방법이다.
 
●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란 무엇인지 적어보라. 일기장이나 빈 종이를 꺼내 놓고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에 관해 적어라. 적으면서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을 돌이켜보라. 그때 어디서 누구와 있었는지, 풍경과 소리, 냄새는 어땠는지. 당시의 경험을 고스란히 담아낸 다음 그 순간에 행복을 느꼈던 이유를 찾아내라. 내 경우 행복이란 충실한 인간관계와 평생 잊지 못할 추억, 이 두 가지가 모여 조화를 이룬 상태를 뜻했다. 여러분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 삶을 단순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당장, 삶을 단순화할 수 있는 방법을 떠오르는 대로 다 적어라. 적으면서 이것을 고려하라. 지금보다 더 많은 자유와 시간을 얻기 위해 일상생활에 줄 수 있는 변화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 변화가 어떻게 나를 행복하게 만들까?
 
-영화배우 겸 칼럼니스트 윌 로저스Will Rogers는 이런 말을 했다. “아직 벌지도 못한 돈으로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원하지도 않는 물건을 사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정확하게 나를 표현한 말이었다. 나는 소유한 물건을 유지하기 위해 살아가고 있었다. 그 결과, 공동체나 가족과의 유대는 느슨해졌다. 그리고 나는 자유와 에너지, 자아감을 잃었다.
 
-현재 우리 부부는 애초 내 상상보다 훨씬 많은 것을 줄였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이 정도의 다운사이징이 가능하리라곤 생각 못했다. 다운사이징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이루어야 하는 과정이었다. 초기에 나는 소박한 생활에 관한 책을 두루 읽으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물건을 줄여나갔는지 살폈다. 이 일은 내가 소비지상주의 껍데기를 깨고 나오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결국 우리는 5년에 걸쳐 계속 물건을 줄이고 세 번의 이사 끝에 지금의 집까지 오게 되었다. 바퀴 달린 3.6평 넓이의 이 ‘작은 집’을 우리는 무척 사랑한다. 처음 이 여정을 시작할 당시 우리 아파트의 면적은 지금 사는 집의 다섯 배도 넘었다. 왜 그렇게까지 극단적인 길을 가냐며 궁금해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작은 집을 선택함으로써 얻는 가장 중요한 자산은 바로 자유죠. 작게 살면 세상이 커집니다. 금전과 시간 면에서 할 수 있는 일이 훨씬 많아지기 때문이죠. 지금은 온 세상이 내 거실입니다.”
 
-나는 책읽기를 좋아해서 책을 사는 일도 잦다. 예전 같으면 다 읽은 뒤에도 그 책들을 계속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 읽은 책은 되팔거나 기부한다. 나는 이것을 하나 생기면 하나 없애는 ‘원-인 원-아웃one-in, one-out 규칙’이라 부른다. 이 규칙에 따라 나는 뭔가 새로 살 때마다 가지고 있던 물건 중 하나를 꼬박꼬박 자선단체에 내놓는다.
 
-로버트 케네디Robert Kennedy는 이 문제를 아름다운 문장으로 설명했다. 그는 GDP가 “우리 아이들의 건강, 아이들이 받는 교육의 질, 아이들이 놀이에서 느끼는 즐거움을 나타내진 않는다. GDP에는 시의 아름다움이나 결혼생활의 안정성, 대중토론의 지적 수준이나 공무원의 청렴도가 포함되지 않는다. GDP는 우리의 기지도 용기도, 우리의 지혜도 학식도, 우리의 연민도 나라에 대한 헌신도 측정하지 못한다. 한마디로 GDP는 우리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들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것을 측정할 뿐이다”라고 단언했다.
 
-● 여행을 떠날 때는 되도록 짐을 가볍게 싸라. 이런저런 물건으로 꽉 채운 큰 여행가방 대신 배낭 하나만 가져가는 도전을 해보라. 그리고 여행 과정에서 어떤 일이 생기는지, 어떤 기분이 드는지 주의 깊게 살펴라. 좀 감상적인 제안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분명 효과가 있다.   ● 물건을 사기 전에 30일을 기다려라. 나는 새로 뭘 사기로 하면 일단 30일을 기다린다(더 오래 기다릴 때도 있다). 이처럼 기다리는 기간을 두면 충동구매를 피하고 욕심과 필요의 차이를 제대로 판단하는 데 좋다. 나는 얼마 전에 아이폰을 샀다. 2007년 출시된 직후 당장 달려가서 사고 싶었지만 무려 2012년까지 기다린 것이다!   ●‘원-인 원-아웃 규칙’을 활용하라. 나는 ‘30일 기다리기’뿐만 아니라 이 규칙의 팬이기도 하다. 나는 어떤 물건을 하나 살 때마다 다른 물건 하나는 자선단체에 기부한다. 책을 사든, 스웨터나 셔츠를 사든 반드시 그만큼의 다른 물건을 나누고 있다.
 
-진열대를 둘러보며 갖가지 보관용기들을 살폈다. 한 시간가량 그러다 희미하게 풍기는 플라스틱 냄새와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용기에 숨이 막힌 매트는 큰 소리로 말했다.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물건을 보관하려고 더 많은 물건을 사들인다고? 이건 미친 짓이야!”
 
-● 물건을 관리하는 데 얼마나 시간을 들이는지 검토하라. 물건을 얻고 관리하는 데 인생의 시간을 얼마나 바쳤는가? 그 시간을 수량화해보기 바란다. 집 청소는 얼마나 걸리는가? 자동차, 정원, 각종 기기 등을 깨끗하고 온전하게 유지하는 데는? 또 옷을 세탁하고 관리하고 간수하는 데는? 그럼 이 중에 단순화를 통해 삶에 자유를 줄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 물건을 얼마나 자주 쓰는지 검토하라. 방에서 물건을 정리할 때 이런 질문을 던져보라. “정말로 이게 필요할까?”, “나는 이 물건을 매일, 매주, 혹은 매달 사용하나?” 굳이 소유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쓸 수는 없을까? 개인 장서로 집 안을 채우기보다는 공공도서관을 이용할 수는 없을까?  
 
-“더 작게 살면서부터 내가 원하는 것과 내게 필요한 것 사이의 차이가 전보다 뚜렷하게 보이는 것 같아요. 그 차이점을 보면서 내가 꼭 평안함이나 행복만을 느끼는 건 아니에요. 때로는 어려운 도전에 직면하죠. 그렇긴 해도 소박한 삶은 내게 만족감과 삶에 대한 자각을 가져다 줘요. 삶에 애정을 느끼기 위해 더 큰 집이나 더 많은 물건이 필요한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깨달음의 순간이 온다는 얘기죠. 내게는 훌륭한 이웃들과 멋진 정원이 있고 몇 블록만 가면 식료품 협동조합도 있어요. 해질녘이 되면 잠깐씩 찾아오는 박쥐들이 있고, 퓨젓사운드 만의 언덕 밑에는 왜가리와 고래들도 있어요. 또 지붕에 떨어지는 빗방울, 처마 밑을 스쳐가는 바람, 정원에서 피어나는 해바라기도. 이 모든 것들이 내 삶에 믿을 수 없을 만큼 값진 축복을 내려줘요. 그리고 지극한 행복을 안겨주죠.”
 
-소박한 삶이란 곧 자기 자신에게 꿈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시간, 자유, 돈을 부여하는 삶이다. 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여러 면에서 내 삶의 거울로 삼아왔다. 나는 그들에게 소박함이 곧 내핍을 뜻하는 건 아님을 배웠다. 소박함은 개인성장의 혁명을 의미한다.
 
-생텍쥐페리가 말했듯이 “완벽함이란 더 이상 보탤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이루어진다.”
 
-“토드 카시단이라는 사람이 쓴 책인데, 여기 보면 대다수 사람들이 의미 있는 일이나 활동, 그러니까 친한 친구랑 대화하거나, 연인과 사랑을 나누거나, 즐겁게 놀거나 하는 데 쓰는 시간은 하루의 20퍼센트도 채 안 된대.” 엄마가 입을 딱 벌렸다. “그거 충격이네! 그러고 보면 요즘은 정말로 재미있게 지내는 사람들이 있기나 한지 모르겠어.”
 
-● 일주일간 시간을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기록하라. 달력을 출력해서 빈 공간에 일주일간의 시간사용 내역을 기록하라. 일, TV, 출퇴근, 인터넷, 운동 등에 각각 시간을 얼마나 썼는지 적는 것이다. 나 역시 2005년에 이렇게 시간사용을 기록하면서, 그래서 내가 출퇴근과 TV시청에 매주 20~30시간을 쓴다는 걸 발견하면서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깨닫고 일의 우선순위를 재정립할 수 있었다. ● 자신에게 30일간의 말미를 줘라. 연구에 따르면 새로운 습관이 생활 속에 완전히 자리 잡는 데는 21~30일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30분마다 이메일을 확인하는 등의 강박적 습관을 버리려고 노력 중이라면 처음에는 일단 작게 시작해서 최소한 한 달은 꾸준히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 ● 일 처리 방식을 싱글태스킹으로 바꿔라. 내 경우,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은 내 정신회로를 망가뜨린다. 그래서 지금은 싱글태스킹single-tasking, 즉 한 번에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여러분도 한 가지 일이 마무리될 때까지 그 일에만 집중하고 정신을 산만하게 하는 다른 것들은 전부 몰아내는 연습을 해보면 어떨까. ● 나만의 버킷 리스트bucket list를 만들어라. ‘버킷 리스트’란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적은 목록이다.
 
-로건과 나는 부부로 함께 성장하면서 물리적 공간이 우리의 소통패턴을 형성한다는 점도 깨달았다. 데이비스의 34평 아파트에 살 때는 서로 화가 나면 각자의 공간으로 숨기 일쑤였다. 하지만 점점 더 좁은 집으로 옮겨감에 따라 문제를 회피하는 일도 줄어들었다. 지금은 상대방에게 화가 나도 도망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소통해서 마음속에 화가 생기기 전에 문제를 풀어버린다. 이뿐만이 아니다. 삶을 단순화하면서 돈, 빚, 물건 등 우리 부부가 다툼을 벌이던 주된 원인들이 대부분 사라졌다. 차를 전부 판 것은 특히 잘한 일이었다. 덕분에 빚을 청산했으니까. 빚 스트레스가 없어지면서 돈 문제로 싸우는 일도 적어졌다. 심지어 일상생활의 자잘한 다툼들도 사라졌다. 카펫이 없으면 카펫 청소를 안 한다고 잔소리할 일이 있을까? 이제 우리는 집 청소만 하며 주말을 보내기보다는 함께 재미나게 놀면서 시간을 보낸다. 
 
-소박하게 사는 것이 곧 금욕적 생활을 뜻하는 것도 아니다. 소박한 삶은 즐거움과 기쁨을 거부하며 궁핍을 견디는 삶이 아니다. 오히려 오래 지속될 행복을 가져다주는 소중한 선물들, 즉 나를 위한 시간, 자유, 공동체가 깊이 스며든 삶을 뜻한다. 초점은 물건이 아닌, 삶 자체에 있다. 우리는 튼튼한 인간관계와 공동체를 일구고 소박한 삶이 주는 끊임없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길을 찾아 나선 존재들이다.  

 


7. 먹거리 혁명_존 로빈스/오션 로빈스(한울)

_2월 17일

 

-나의 먹거리가 세상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왜 우리는 한 번도 생각할 기회를 갖지 못할까? 간혹 언론에 등장해 화제가 된 특별하지만 지엽적인 먹거리 사고에는 엄청난 분노를 쏟아내면서도,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먹거리가 가진 환경 파괴, 불평등과 다른 생명에 대한 경시 등에 대해서는 인식하지 못할까?

-먹거리 혁명을 이루고자하는 폭넓은 문제 분석이 결국 정부와 자본의 식품 정책으로 나아간다. 진보적 패러다임은 이렇게 정립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탐욕을 버리면 삶이 풍성해진다" 내 안에서 버리지 못한 욕심은 무엇일까? 먹거리만은 아닐텐데...

-생명에 대한 존중과 사랑으로 한 달 중 하루라도, 세끼 중 한 끼만이라도, 혹은 전체 식료품 중 단 하나의 품목만이라도 지금의 먹거리 습관을 바꾸려고 해야. 어떤 것도 순식간에 바뀌는 일은 없을테니.

 

 


6.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_멜라니 조이 지음, 노순옥 옮김(모멘토)

_2월 10일

 

-제목 자체가 충격(우리는 왜 당연한 이 질문을 하지 않는걸까?)

-우리의 고기 섭취는 과연 순수하게 내 의사로 결정되어 습관이 되었는가? 신화가 되어버린 육식주의, 이데올로기로서의 육식주의, 은연 중에 모두를 감싸는 거대한 권력으로서 육식주의.

-나는 왜 영화 '옥자'를 보고서도 육식에 대한 문제점을 고민하지 않았을까? 이것이 거대한 권력인 육식주의 세상의 한 단면일 듯.

-보이지는 않는 곳에서 행해지는 도살의 끔찍함, 여지껏 만나지 못한 끔찍한 간접 경험

 


5. 어느 채식의사의 고백_존 맥두걸 지음, 강신원 옮김(사이몬북스)

_2월 3일

 

-매우 놀라운 사실을 전해주는 충격적인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의 주장을 듣는 많은 사람들은 괴짜들의 기이한 주장들로 폄하할 것이 분명하다. 이 책을 통해 나의 채식이 내 몸에도 큰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본 다음과 같은 말이 뼈아프게 다가온다. "우리나라에서 육식을 피하는 일은 비무장지대를 걸어가면서 지뢰를 피하는 것처럼 어렵다!' 매일 벌어지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들을 떠올리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채식을 이어갈 좋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어서 무척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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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에 몇 가지 기억에 남는 내용을 옮겨왔다.]

 

-이 책의 단 한가지 메시지를 정리하라면, '녹말음식을 먹어라!'

-지금의 당신은 당신이 먹은 것의 결과물이다. You are What You Eat.

-우리의 몸은 지구상의 공기와 같다. 공기 중 산소 21%가 존재하지만 몸에 좋다고 50%가 된다면 인류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오랜 시간 이 땅에서 진화한 우리의 몸은 균형 잡히도록 조절이 가능하며, 어느 이상의 성분을 섭취하면 몸에서 독이 된다. 단백질, 지방 등의 과도한 섭취가 현대의 수없이 많은 질병을 부르고 있다.

-모든 야생동물은 맛을 위해서 음식을 먹지 않고 생존을 위해서만 먹는데, 오직 인간만이 끊임없이 새로운 맛을 추구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필요 이상의 과도한 단백질 섭취는 몸에 해를 끼치는데, 특히 간과 신장에 해가 된다.

-식물은 완벽한 단백질의 풍부한 원친으로 손색이 없다. 코끼리, 하마, 황소, 기린 등 거대한 동물들은 무엇을 먹고 있는가.

-우유 : 정상적인 상태에서 다른 종의 모유를 먹는 동물을 본 적이 있는가? 사자의 젖을 먹는 소를 본 적이 있는가? 소의 젖을 먹는 쥐를 본 적이 있는가? 왜 인간만이 다른 동물의 젖을 먹는가 말이다. 영양학적으로 분석하기 전에 생리학적으로도 진화론적으로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칼슘 부족? : 인류역사를 통틀어 칼슘부족현상이라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것이다. 현재에도 수십억 명이 식물에서 칼슘을 섭취하고 있다. 그러나 칼슘부족이란 말은 지구상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오직 한 곳에서는 계속해서 '당신은 칼슘부족이다'라고 소리 높여 목청을 돋우고 있다. 어디일까? 그렇다. 바로 낙농업계다.

-아이러니하게도 칼슘이 많은 동물성식품들은 단백질이 지나치게 많다. 인간은 이 과도한 단백질을 모두 흡수하지 못하도록 진화해왔다. 몸이 위험에 처해지기 때문이다. 여분의 단백질은 당신의 뼈에 있는 칼슘과 결합해서 몸 밖으로 배출된다. 골다공증에 안 걸릴 수가 없다.

-채식주의자들은 육식을 하는 사람보다 '정신적 청명함'이 2배 이상으로 나타났으며 치매에 걸릴 확률도 50% 이하인 것으로 밝혀졌다.

-당신은 비타민이 부족해서 심각한 질병에 걸린 친구나 친척들은 본 적이 있는가? 아마도 거의 제로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면 이제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영양과잉으로 병에 걸린 사람을 주위에서 본 적이 있는가? 비만, 심장병, 동맥경화, 고혈압, 관절염, 당뇨병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주변에 널려 있다.

-햇볕은 직접적으로 면역시스템을 작동시켜주고, 각종 호르몬의 상태를 알맞게 조절해주고, 피부세포의 기능을 활성화시켜준다. 햇볕은 또한 생물학적 주기를 확실히 조절해주는 기능 때문에 해외로 여행할 때 생물학적 시차를 조정해주기도 한다. 시차적응의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나라의 햇볕에 몸을 노출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더 건강하게 살고 덜 질병에 걸리게 살 수 있는 단 한가지 방법은 녹말음식과 채소와 과일을 먹는 것이다. 그리고 야외에 나가 햇볕을 쬐며 약간의 운동을 하라.

-육식동물들은 고기를 아무리 먹어도 혈관에 혈전이 생기지 않는다. 장이 짧고 위액의 산성이 강해서 거뜬하게 소화시킨다. 그 동물들은 수백 수천만 년 동안 그렇게 진화해 왔다. 인간도 채식만 하면 절대 혈관이 막히지 않지만 육식을 하면 혈관이 막힌다. 장이 육식동물에 비해 훨씬 길고 위액의 산성이 약해서 고기가 오래 장에 머물기 때문이다. 장에 오래 머물러 부패하기 때문에 독소와 기름이 혈관을 타고 흘러 혈전을 만들기 때문이다. 혈전이 쌓여 혈관이 막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질병 중 거의 대부분은 혈관이 막혀서 생긴다. 그렇게 혈관을 막히게 하는 것이 육식이다.

 

 


4. 현미밥 채식_황성수, 페가수스

_1월 30일

 

-현미의 재발견 : 현대의 질병과 식습관의 관계에 대한 알기 쉬운 해설

-비정상적인 식생활 역시 자본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하는가. 현대의 많은 질병은 식습관의 변화만으로도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다.

-사람들은 더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들여 좋은 기운과 에너지를 죽이는 짓을 왜 하는가.

-채식이 아니어도 현미 식사는 여러모로 환경과 몸에 이롭다.

-친절한 설명이 이해를 돕지만, 반복되는 강조가 독서의 즐거움을 살짝 뺏어간다.(아주 살짝!!^^)

 

 


3. 희랍어 강의_한강 장편소설, 문학동네

_1월 10일

 


2. 몸에도 미니멀리즘 : 단순한 음식은 어떻게 단순한 삶을 완성하는가_황민연 지음, 사이몬북스

_1월 10일

 

-호주의 산불을 보며 들었던 예감은 맞다.

-쉽게 화를 내고 충동적이고 공격적이며, 자극적인 내 모습을 돌아보았다.

-가능한 가공하지 않은 자연적인 음식을 먹는 것은 유난떠는 일이 아니다.

-먹는 것이 기본적으로 건강해야 생각도 차분해지는 법이다. "내가 먹는 것이 곧 나 자신!"

-동물은 인간의 형제도, 인간의 종도 아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생명과 시간의 그물에 갇혀 지구의 장려함과 고통을 나누는 구성원이다.

-우유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다큐멘터리 몇 편을 추천받다.

-최소한의 삶을 지향할 것이다. 내 서재에서 부터...

 

 


1. 시절일기(우리가 지나온 밤)_김연수 지음, 레제

_1월 4일

 

-정복씨 추천, 나와 동갑이라니. 이런 문장은 어떻게 쓸 수 있을까 무릎 위에 올린 책을 한 동안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

-세월호의 아픔을 다시 깨워줌. 문학의 사회적 역할은 여전히 훌륭하게 남아있음을 느낌.

-내가 하고 싶은, 또는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격려의 메세지가 고마움.

-나도 이처럼 기억하고, 돌아보고, 써야 하는 걸.

-김연수의 책은 앞으로도 한참을 더 읽고 싶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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