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문 시집/ [아버지가 서 계시네]/ 황금알/ 2016
아버지가 서 계시네 -이종문
순애야~ 날 부르는 쩌렁쩌렁 고함 소리
무심코 내다보니 대운동장 한복판에
쌀 한 말 짊어지시고 아버지가 서 계셨다
어구야꾸 쏟아지는 싸락눈을 맞으시며
새끼대이 멜빵으로 쌀 한 말 짊어지고
순애야~ 순애 어딨노? 외치시는 것이었다
너무도 황당하고 또 하도나 부끄러워
모른 척 엎드렸는데 드르륵 문을 열고
쌀 한 말 지신 아버지 우리 반에 나타났다
순애야, 니는 대체 대답을 와 안 하노?
대구에 오는 김에 쌀 한 말 지고 왔다
이 쌀밥 묵은 힘으로 더 열심히 공부해래
하시던 그 아버지 무덤 속에 계시는데
싸락눈 내리시네, 흰 쌀밥 같은 눈이
쌀 한 말 짊어지시고 아버지가 서 계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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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팡이 톡, 부러지네 -이종문
곧장
땅에 누워
땅이 될
할머니가
땅에다
지팡이 짚고
땅을 밟고
버티면서
그 땅과 맞장 뜨는데
지팡이 톡,
부러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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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와 그카노 니가?- 민달팽이 하시는 말 -이종문
니가 하마터면 날 밟을 뻔 하고서는 엄마아~ 비명 치
며 아예 뒤로 넘어가데
죽어도 내가 죽는데 니가 와 그 카노 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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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이종문
문득
황혼 무렵
그 소가
생각난다
찾아
이 산 저 산
다 헤매다
돌아오면
어느새
먼저 돌아와
움모~, 하고
울던 소
***********
품에 푸른 사슴 안고 -이종문
초간본 청록집(靑鹿集)을 품에 안고 돌아온 날 하도나 좋
은 가을 어디 가서 울고 싶어
돌밭에 나가 울었네, 품에 푸른 사슴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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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문 시인 】
1955년 경북 영천 출생, 199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 시집 {저녁밥 찾는 소리}, {봄날도 환한 봄날}, {정말 꿈틀, 하지 뭐니} 등이 있음. 역류 동인. 한문학자로 {고려전기 한문학 연구},{한문고전의 실증적 탐색}, {인각사 삼국유사의 탄생} 등 집필했으며, 현재 계명대 한문교육과에 재직중임.
학창시절 배웠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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