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은 아쉬움

[스크랩] 이종문 시집/ [아버지가 서 계시네]/ 황금알/ 2016

대지의 마음 2017. 2. 15. 09:41

이종문 시조집 『아버지가 서 계시네』

이종문 시집/ [아버지가 서 계시네]/ 황금알/ 2016

 

 

아버지가 서 계시네 -이종문

 

 

 

순애야~ 날 부르는 쩌렁쩌렁 고함 소리

무심코 내다보니 대운동장 한복판에

쌀 한 말 짊어지시고 아버지가 서 계셨다

 

어구야꾸 쏟아지는 싸락눈을 맞으시며

새끼대이 멜빵으로 쌀 한 말 짊어지고

순애야~ 순애 어딨노? 외치시는 것이었다

 

너무도 황당하고 또 하도나 부끄러워

모른 척 엎드렸는데 드르륵 문을 열고

쌀 한 말 지신 아버지 우리 반에 나타났다

 

순애야, 니는 대체 대답을 와 안 하노?

대구에 오는 김에 쌀 한 말 지고 왔다

이 쌀밥 묵은 힘으로 더 열심히 공부해래

 

하시던 그 아버지 무덤 속에 계시는데

싸락눈 내리시네, 흰 쌀밥 같은 눈이

쌀 한 말 짊어지시고 아버지가 서 계시네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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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팡이 톡, 부러지네 -이종문

 

 

곧장

땅에 누워

땅이 될

할머니가

땅에다

지팡이 짚고

땅을 밟고

버티면서

그 땅과 맞장 뜨는데

지팡이 톡,

부러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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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와 그카노 니가?- 민달팽이 하시는 말 -이종문

 

 

   니가 하마터면 날 밟을 뻔 하고서는 엄마아~ 비명 치

며 아예 뒤로 넘어가데

 

   죽어도 내가 죽는데 니가 와 그 카노 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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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문

 

 

문득

 

황혼 무렵

 

그 소가

 

생각난다

 

찾아

 

이 산 저 산

 

다 헤매다

 

돌아오면

 

어느새

 

먼저 돌아와

 

움모~, 하고

 

울던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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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에 푸른 사슴 안고 -이종문

 

 

   초간본 청록집(靑鹿集)을 품에 안고 돌아온 날 하도나 좋

은 가을 어디 가서 울고 싶어

 

   돌밭에 나가 울었네, 품에 푸른 사슴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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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문 시인의 "봄날도 환한 봄날"

이종문 시인 】

1955년 경북 영천 출생, 199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 시집 {저녁밥 찾는 소리}, {봄날도 환한 봄날}, {정말 꿈틀, 하지 뭐니} 등이 있음. 역류 동인. 한문학자로 {고려전기 한문학 연구},{한문고전의 실증적 탐색}, {인각사 삼국유사의 탄생} 등 집필했으며, 현재 계명대 한문교육과에 재직중임.

          

      

                                                

                                            학창시절 배웠던..               

 


 

 


출처 : 시나브로
글쓴이 : Simon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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