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의 역풍으로 활용되리라는 무서운 학습 효과에 주목하는 현명한 시민들.
그러나, 공권력이 만들어놓은 합법과 폭력에 대한 함의를 꿰뚫는 고민도 잊어서는 안되겠다.
아래는 오마이뉴스 글 중 일부를 옮겨왔다.
(생략)
모인 사람의 수만큼 확연하게 작년과 달랐던 것은 경찰의 대응이었다. 작년과 올해 모두 대치상황은 있었지만, 분명히 달랐다. 작년의 나는 멀리서 물대포가 뿜어내는 물보라를 보고 울고 싶은 기분에 시달렸다. 차라리 저 너머에서 물대포를 맞고 싶은 심정이었다. 다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앞에 고립되어 있는데, 나는 멀리서 그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크게 "폭력경찰 물러가라"고 소리를 질러도 물줄기는 꿈쩍하지 않았다. 무력해졌다. 나는 목이 터질 거 같은데 저들은 내 목소리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아서. 그래서 너무 서럽고 속상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물대포를 보지 못했다. 캡사이신 냄새도 맡지 못했다. 내가 못 본 것일 수도 있지만 살수차가 없고, 캡사이신이 없고, 경찰 폭력으로 다친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사실은 당연히 없어야 하는 것들이지만, 없어서 다행이었다.
그러나 뉴스 헤드라인에 "경찰 '준법시위, 평화집회를 바란다'"고 뜨는 것을 보자 기분이 확 상했다. 왜 평화를 당신들이 규정하는가. '준법'이라는 말도 코웃음이 나온다. 나야말로 '준법경찰, 평화공권력'을 바란다. 어제 집회에서 쓰레기를 모아 활활 태우거나 죄 없는 의경들과 싸우지 않은 것은 전혀 아쉽지 않다. 다만 우리가 여전히 '평화'와 '폭력' 프레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공권력이 우리에게 자행하는 것이 이미 폭력이고 우리는 그것에 저항해야 한다'는 생각과 '하지만 폭력에 폭력으로 대응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느냐'는 물음. 나는 사실 앞의 의견에 동의한다. 의경과의 충돌, 그들을 향해 단발적으로 발사되는 욕설, 분노, 폭력적인 행동은 부질없을 수 있다.
개인 대 개인으로 감정이 격해지기 때문에 서로에게 부정적인 영향만 줄 뿐 아니라 언론에서 '폭력시위꾼'이라고 몰아붙이기 딱 좋다. 하지만 차벽을 부수거나 거리를 점령하거나, 박근혜 내려오라고 소리 지르는 것, 경찰의 해산 명령을 거부하는 것, 경찰과 대치하는 것은, 과연 그것을 시위대의 '폭력'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시위대는 경찰보다 우위에 있지 않다. 헌법에야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쓰여 있지만 사실상 공권력이란 것은 우리 세금 뜯어다가 버스 사고 장비 사고 인력을 조직해서 서민들을 탄압하기 위해 발휘되고 있다. 우리의 혈세는 경찰의 방패가 되고 우리는 광장에서 그것들과 대치한다.
짓눌린 자들이 발악하는 것을 '폭력'이라고 부르는 것은, 우리 스스로 '평화'라는 프레임에 갇혀 팔다리가 자유롭지 못할 때 쉽게 억압하려는 지배계급의 통치수단이다. 이미 자리 잡힌 거대한 권력의 차이, 우리가 말하는 것이 저들에 의해 쉽게 규정되는 것이 이미 폭력이다. 저들이 말하는 질서와 평화는 사실 '우리의 룰 안에서 놀아라'라는 저들의 협박인거다.
대학에 와서 항상 마음에 담아두는 말이 있는데 "평화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문제가 있어도 그것을 해결할 능력이 있는 상태다"라는 말이다. 나는 이 말을 굳건히 믿는다. 경찰이 말하는 '준법시위'와 '평화집회', 우리가 경찰이 막아놓은 앞까지만 갈 수 있는 것은 평화가 아니다.
'민중총궐기'라는 이름으로 모여 누군가를 배제하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여성, 장애인, 청소년, 학생이 아닌 사람 등) 그것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어야 평화집회다. 복잡한 인파 속에서 사고가 없도록 최소한의 질서를 만드는 것이 준법시위일 것이다. 우리에게 닥친 문제는 현재 대통령이 국정을 수행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고, 우리는 그 지도자를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게 평화다.
(생략)
또 하나의 글은
'낯설은 아쉬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깔끔한 글' 쓰는 방법 13가지_양원모 (0) | 2017.02.23 |
---|---|
[스크랩] 이종문 시집/ [아버지가 서 계시네]/ 황금알/ 2016 (0) | 2017.02.15 |
정치적 중립을 핑계로 시국선언을 하지 않겠다는 학생회에게 교수가 답하다. (0) | 2016.11.04 |
우리는 김민희를 그냥 이렇게 잃을 것인가_이선필(오마이뉴스) (0) | 2016.06.22 |
오, 나는 미친 듯 살고 싶다_알렉산드르 블로끄 (0) | 2016.05.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