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기내식 '대란', 서비스 영역이지 '안전' 문제 아니라는 국토부
기사입력 2018.07.04 16:07
최종수정 2018.07.04 16:07
항공정책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공급 대란을 두고 서비스 분야의 문제이지 안전과 직접적 연관이 없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기내 안전을 책임지는 승무원들도 기내에서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하고, 음식물 섭취가 중요한 탑승객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국토부 인식이 너무 안이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4일 국토교통부 소관 법령인 항공안전법에 근거해 제정된 ‘국가항공안전프로그램’ 고시를 보면 제4조에 “국토부 항공정책실장(1급)이 각 분야의 안전관리시스템 시행자(항공사)에 대한 관리업무를 수행한다”고 적혀 있다. 항공안전활동에 관한 관리·감독은 기본적으로 국토부 항공정책실에서 총괄해야 한다는 의미다. 같은 고시 제30조 ‘변화 관리’에는 국토부가 항공사의 위탁 계약 변화를 살펴봐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 30조에는 “안전관리시스템 운영환경에 잠재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경우 변화관리조치를 취해야 한다”고도 규정돼 있다.
고시에는 ‘변화 관리’의 하나로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공급 대란의 발단이 된 ‘업무서비스의 외부위탁 등 계약환경의 변화’가 적시돼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일부터 기내식 공급업체가 바뀌면서 공급량을 충당하지 못해 기내식을 싣지 못하거나 일부만 싣고 항공권이나 면세품을 구입할 수 있는 바우처를 대신 제공하면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항공기 기내식은 기본적으로 기내 서비스의 영역이지 안전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토부 항공정책실 관계자는 “국가항공안전프로그램에 나오는 계약환경 변화는 정비 등 항공 안전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만 해당한다”며 “관련 조항에 어디에도 기내식이라는 표현이 등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국토부 고위관계자는 “기내식과 관련된 부분은 안전 문제라고 볼 수 없고 서비스의 문제”라며 “이 때문에 담당 부서도 항공정책실 산하 항공안전정책과가 아닌 항공산업과이고, 해당 과에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업계에선 국토부의 설명이 ‘책임 회피’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항공기 기내식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승무원과 승객의 안전에 모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승무원들이 제때 식사를 못하면 그것 자체가 안전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며 “음식물 섭취가 주기적으로 필요한 환자가 탑승할 가능성도 적지 않은데, 기내식을 안전 문제가 아니라고 국토부가 선을 긋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국제여객운송약관이나 항공교통이용자 보호기준에도 기내식과 관련된 규정은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주장을 받아들이다면 기내식은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것인데 국토부가 이를 방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는 이날 오전 “조종사들은 식중독 위험 등으로 인해 다른 음식을 먹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렇긴 하지만 안전 문제와 직접적이진 않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오후 들어 최소 7편의 조종사들에게 기내식이 공급되지 않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항공안전법 위반 소지가 있는지 위반사항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항공안전법에는 운항 승무원의 피로 방지와 관련된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진에어 불법 등기이사 건을 포함해 국토부의 항공행정이 선제적 대응에 실패하고 파문이 커진 다음 뒷 수습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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