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하고 이기적인

<재난안전인문학(Disaster Safety Humanities)>에서 옮김.

대지의 마음 2018. 7. 15. 09:47

<재난안전인문학(Disaster Safety Humanities)>에서 옮김.

저자 : 송창영 (재)한국재난안전기술원 이사장
펴낸 곳 :  예문사


(작성 : 2018년 7월 15일)



**재난에 대한 이해와 접근의 전환, 재난인문학?


-'재난인문학'은 '인간 가치 중심의 사고와 자세를 바탕으로 재난을 대하는 것'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 가치 중심의 사고'에 대한 이해가 수반되어야 함.

-인간 중심의 기술을 가장 잘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사례가 '적정 기술'이며, 이것은 영국의 경제학자 에른스트 슈마허의 '중간 기술'에서 시작한다.

-1960년대 슈마허는 제3세계의 발전 방향에 초점을 맞춘 '중간 기술'이라는 개념을 제안.
-'중간 기술'이란 과거의 원시적인 기술에 비한다면 비교할 수 없이 우수하지만 선진국의 거대 기술과 비교를 한다면 아주 소박한 기술임.
-그것은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해당 지역 사람들에 의한 비교적 간단한 생산 기술로 현지의 재료를 활용하여 현지에서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해 소규모 생산하는 활동을 지향하는 것을 의미.
-슈마허의 저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 3세계의 빈곤, 영양실조, 저생활 수준 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제시.
-그런데, '중간 기술'이라는 단어는 부족하거나 다소 열등한 기술이라는 의미로 이해될 수 있는 등 해석에 대한 논란이 발생하면서, 비로소 '적정 기술'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가지게 됨.
-나아가 '착한 기술'이라는 새로운 옷을 입게 되는데, '착한'이란 기술을 인간 중심에서 바라보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즉 기술에 인문학이 더해진 예라고 볼 수 있음.
-정리하면, 주변 환경에 대한 충분한 고찰을 통한 인간 중심이 사고 방식을 바탕으로 최고가 아닌 최적의 기술을 적용하는 것을 의미
-재난인문학의 핵심 맥락은 인간을 중심에 두고 문제를 바라보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것.

-아직까지 재난을 단순히 복구의 대상으로 보는 경우가 많음.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재난의 본질을 다룰 수가 없으며, 인간 중심의 사고를 바탕으로 재난을 치유한다는 관점에 섰을 때 비로소 제대로 된 재난관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재난 현장의 권한 위임

-재난재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일단 재난이 발생되어 피해가 일어난 뒤라면 2차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빠른 구조와 대응이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야 한다. 이러한 체계적 재난 대응을 위해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부분은 바로 재난 현장에 전권을 위임하는 것이다. 재난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 또한 해당 구조대의 현장 책임자가 요청할 경우 지위를 막론하고 동원 가능한 모든 자원을 보내야 재난으로 인해 발생되는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다.




*재난은 발자국 소리를 내며 우리에게 다가온다?

-한국사회의 안전의식은 100점 만점 중 17점인 것으로 나타남.(2014년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안전의식 실태와 정책 과제') 새벽에 차가 다니지 않는 도로에서 교통신호를 준수하는가? 뒷좌석에서 안전벨트를 착용하는가? 등 기본적인 안전규칙 준수의식이나 안전교육 수준에 대한 평가지표로 2007년 조사 결과인 30.3점과 비교하면 퇴보한 결과.

-이것은 사회가 과거보다 발전되어 재난에 대한 대비를 과학이 대신 해결해 줄 것으로 과신하는 경향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분석되었음. 하지만, 이런 인식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사회가 과거보다 더 안전해졌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착각이다. 도시가 발달하면서 우리 사회의 위험요소는 더 커지고 복잡해진 반면 시설은 낡고 노후되었기 때문이다'라고 우려 섞인 경고를 보내고 있다.

-우리는 사회적 재난이 발생한 원인으로 안전의식이 부족하다는 표현 때신에 사회가 '안전불감증'에 빠졌다는 말을 주로 사용하곤 한다. 하지만 여기서 '안전불감증'이라는 용어는 '위험 불감증'으로 바꾸어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안전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또한, 안전불감증이 행위 주체, 보다 정확히는 개인에게만 책임을 돌리는 의미로 사회적으로 인식되는 점, 안전이 기본적으로 '위험 관리' 측면에서 선제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도 '위험 불감증'이라는 용어가 적절한 듯)


-세월호 참사 이후 선박에 대한 안전 규제가 강화되었다. 이런 변화된 여건에 선박을 운영하는 선주들이나 이용하는 승객들은 불만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고 다지는 데는 초기에 많은 비용과 수고로움이 들어가 불편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불편은 익숙해지고 원칙으로 인식되며 예산투입은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예산투입으로 정착되어 예산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선순환적인 형태로 되돌아오게 된다.

-안전한 사회를 위해서는 국민들 개개인에게 재난을 살피는 '청설'의 자세가 필요하다. '청설'이란 어구를 풀이하자면 싸릿문 밖에서 내리는 눈 소리를 안방에 앉아서 듣는다는 뜻으로 그만큼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무언가를 살핀다는 뜻이다.



*국가는 한 번도 나에게 지진 행동 요령을 교육하지 않았다?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한 이후 한 경주 시민이 방송에 나와 자신은 한 번도 지진에 대한 행동요령 등을 교육받은 적이 없다고 이야기하며 정부에서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책임을 소홀히 했다고 호소했다. 생각없이 본다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잠깐이라도 생각해보면 시민을 소환하여 교육을 시키는 것이 과연 국가가 해주어야 하는 일인지 의아심이 든다.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컨테르를 확인할 수 있음에도 불러다 앉혀놓고 교육을 시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부가 책임을 소홀히 했다고 비난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이다.

-일본에는 자조(自助), 공조(共助), 공조(公助)라는 개념이 있다. 자신의 안전은 자신이 지키고 나서야 그 후에 주변 사람을 돕는 공조(共助)와 나라의 도움을 기대하는 공조(公助)가 이루어진다는 것. 물론 지진이 극단적으로 짧은 시간에 발생하는 특성상 도입된 개념이지만 여기서 재난 상황에서 자신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챙길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국민이 국가에만 안전을 의지하는 응석받이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사전예방보다 사후 처벌을 중시한다?

-중국은 재난에 대한 정책을 사전 예방보다는 사후 처벌에 무게를 두고 있는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에 재난이 발생하면 공무원이 면직되고 책임자는 사형까지 당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중국 공무원들은 지진, 홍수 등 대형 재난으로 큰 인명 피해가 나면 사상자 규모를 일단 최대한 줄이려고 사망 가능성이 큰 실종자 규모 공개를 늦추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대형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 발표보다 사망자가 훨씬 많을 것이라는 소문이 퍼졌고, 이는 정부에 대한 불신 풍조로 이어지곤 하였다.


*9.11 사태와 릭 레스콜라 이야기

-실제 지하 폭탄 테러가 발생한 1993년부터 8년 동안 3개월 주기로 비상 훈련을 실시. 자기보다 상급 직급자가 아무리 중요한 거래나 업무 중이었다고 호소하여도 '당신들의 연봉이 당신들의 안전이나 목숨보다 소중하지 않다. 재난에 마주 했을 때 멈춰버릴 당신들의 뇌를 깨우는 유일한 방법은 같은 훈련을 반복하는 것 뿐이다.'라고 말하며 예외없이 모두 대피 훈련에 참석하도록 만들었다.

-건물이 붕괴된 후 모건스탠리의 직원 2,687명과 은행을 찾은 고객 250명은 모두 안전하게 대피하였지만 레스콜라의 시신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재난 앞에서 모든 국민이 평등하려면?

-대한민국의 재난 및 안전과 관련된 최상위 법인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상에서는 '장애인', '취약' 등 재난 및 안전에 취약 계층을 대변할 수 있는 그 어떠한 단어도 찾아볼 수 없다. 재난 취약 계층이라는 특수한 부분에 한해서는 법으로부터 외면받고 있음을 의미함. 대한민국이 법치국가인 만큼, 재난 앞에 모든 국민이 평등하기 위해서는 재난 취약 계층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미국은 재난 관리 측면에서 '장애 Disability'의 개념을 재정의-기존 장애인에 국한하지 않고 아동과 고령자 등 재난 취약계층을 모두 포함-하면서 재난 취약 계층에 대한 미국 시민들의 사회적 동조를 끌어내고 있음.)



*재난 대응에 실패한 기관의 운명은?

-재난관리란 오랜 경험과 수 많은 '실패'로부터 얻은 노하우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

-국가의 존망과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다양한 재난을 처음부터 완벽하게 막아내는 것은 어렵다. 재난관리에 실패한 경험들이 하나씩 누적되고 그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믿을 수 있는 재난관리가 완성되어 가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 우리나라의 많은 재난관리기관들이 이름을 바꾸고 소속이 바뀌며, 찢어지고 합치고를 반복하였다. 재난관리의 실패로 심각한 재난이 생겼으면 문제가 발생한 이유를 찾고, 앞으로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대비를 해야 마땅할 것임에도, 조직을 개편하고 담당자를 문책하는 것이 의례 정해진 절차인 것처럼 반복되고 있다. 일본과 미국은 재난관리의 실패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적도 있었지만 그러한 경험까지도 국가의 자산이라고 여기고 기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잘 유지해오고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