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하고 이기적인

책 <안전경영, 1%의 실수는 100%의 실패다 : 위대한 기업을 만드는 안전경영 365일>에서.

대지의 마음 2018. 12. 22. 14:29

<안전경영, 1%의 실수는 100%의 실패다 : 위대한 기업을 만드는 안전경영 365일>





*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동료보다 능력이 뛰어나고, 친구보다 더 도덕적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더 친절하다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물론 자신의 수준을 평균 이상이라고 여기는 것이 반드시 나쁜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스스로를 지나치게 비하하는 것이 더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안전과 관련해서는 예외입니다. 왜냐하면 스스로 평균 수준 이상이라고 간주하는 순간, 안전의 문제를 잘 보지 못한 채 이 정도 수준이면 괜찮다는 판단을 내리기 때문입니다. 안전에 관한 한 어떤 순간에도 어디인가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자세로 임해야 작은 문제도 놓치지 않을 것입니다.



*현장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예방하려면 인간은 멀티태스킹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사고의 마지막 원인은 사람이다.” 사고 원인을 찾아가다 보면 설비의 문제, 작업 절차의 문제, 자재의 문제 등 표면적인 이유는 쉽게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모든 사고의 본질은 언제나 사람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더 깊이 들어가면 결국 최고 책임자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최고 책임자들이 겉으로는 안전이 최우선이고 안전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도 막상 의사결정은 다르게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되돌아보면 우리도 과거에 그런 잘못이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이런 잘못은 책임자들이 자신은 바담 풍 하면서 실무자들에게는 바람 풍 하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남에게는 하지 말라고 하고 자기는 행한다면, 어찌 남을 지휘할 수 있단 말인가?(禁人而己用之 將何以服人 금인이기용지 장하이복인)”



*한번은 스페인 합작공장에서 근무 중인 후배 팀장이 새해 인사차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메일 내용 가운데 스페인 현지 직원들과 일하면서 겪었던 안전과 관련한 경험담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1. 촉매 충진 때문에 작업자들이 내부에 들어가기 위해 반응기를 식히는데 시간이 너무 걸렸습니다. 그래서 제가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돈을 더 줄 테니 조금 일찍 들어가서 내부 계단이라도 열었으면 좋겠다. 이 작업은 시간도 오래 안 걸리고, 계단을 열면 더 빨리 식을 것이니 그렇게 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그 전에 일정이 많이 지연되어서 불가피한 상황 판단이었습니다.) 협력업체 대표 왈, ‘50도 이하로 떨어져야 들어갈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안전을 위해 어떤 경우에도 경우에도 못 들어간다’라는 대답이었습니다.(그래서 1일 이상 더 기다렸습니다.) 아마 한국 같으면 휴대용 선풍기나 에어컨 등을 설치한 후에 조금 온도가 높더라도 들어갔을 겁니다.   

2. 압축기(Compressor)의 잦은 트러블로 일정이 늦어졌고, 긴급 보수 작업 후 재가동할 때였습니다.(이때가 밤 10시 정도 되었습니다.) 제가 압축기 감독관 및 우리 직원들에게 일정이 많이 지연되었으니 보수 작업이 끝나자마자 재가동하자고 재촉했습니다. 압축기 감독관은 ‘요즘 너무 많이 초과 근무를 했다. 오늘 계속 일하면 작업하는 동안 위험할 수도 있고, 또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면 내일 일에도 지장이 있다. 이로 인해 더 큰 사고가 발생할 위험도 있으니 절대 일할 수 없다’라면서 그냥 퇴근했습니다. 이에 대해 우리 직원들조차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바람에 오히려 저만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3. 공장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필요한 안전복 착용, 휴대물품에 대한 많은 제약이 있습니다. 특히 외부 업체가 공장에 들어가 일하려면 사전허가(이것이 무척 까다롭고 해당 업체에서 필요한 각종 서류를 다 받아서 확인과 점검을 합니다)를 받아야 합니다. 이것이 준비되지 않으면 우리 필요에 의한 것이라도 절대 공장 안에 들어가서 일할 수 없습니다.(감독관 및 정비업무 직원 구분 없이 모두 다 적용됩니다.) 만일 이런 서류가 불충분하면 예외적으로 COO의 특별 승인을 얻은 다음에 들어갈 수 있지만, 이는 최후 수단입니다. 그리고 공장 안에 들어가 작업하기 전에 반드시 안전교육(최소 약 4~5시간)을 이수해야 하고, 사고 발생 시 보상 관련 제반 보험 가입은 의무입니다. 이런 여러 가지 절차와 준비로 실제 작업이 늦어지는 문제는 있습니다만, 안전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와 시스템은 본받을 만합니다. 

4. 마지막으로 파견 나온 우리 직원이 시운전하는 기간 동안 지원 업무하는 중에 발생한 사례입니다. 이곳 기준에 의하면 공장 내 휴대폰은 반입 금지입니다. 우리 직원이 이를 등한시하고 휴대폰을 소지한 상태로 공장에 들어가 잠시 통화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를 보고 스페인 팀장 중 한 명이 허겁지겁 제게 달려와서 항의했습니다.(얼굴이 빨개지고 목소리는 떨리고 격앙된 상태에서) 우리 직원이 현장에서 휴대폰 통화를 하고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며 바로 추방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제가 가까스로 설득해 재발 방지를 약속한 후 넘어간 적이 있습니다. 이때 공장에 무슨 큰 사고가 난 줄 알았습니다. 이곳에서는 휴대폰에서 나오는 전파 등이 현장 계기의 오작동을 일으킬 위험성 때문에 엄격히 사용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우리 울산공장과는 안전에 대한 기준과 문화가 다른 것 같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이곳에서는 안전모의 턱끈 착용이 의무는 아닙니다. 턱끈이 오히려 더 위험해서인지, 불필요하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톨스토이의 위대한 소설 《안나 카레니나》는 이 구절로 시작합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총,균,쇠》에서 야생동물이었던 개나 돼지가 가축화될 수 있었던 요인을 설명하면서 톨스토이의 문장을 인용해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가축화할 수 있는 동물은 모두 엇비슷하고, 가축화할 수 없는 동물은 가축화할 수 없는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그리고 이를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이후 톨스토이의 이 첫 문장은 사회적인 여러 가지 현상을 설명하는 데 인용되고 있습니다.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을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안전에 적용해보겠습니다. “안전한 사업장은 모두 엇비슷하고,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은 사고가 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그렇다면 안전한 사업장이 되는 조건이 무엇일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경영에 대한 경영자의 의지(Safety Leadership)일 것입니다.



*안전한 사업장을 이루는 데 필수적인 한 가지가 꼭 빠져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예를 들어 효율과 생산성을 우선시하여 무리하게 공기를 단축하거나, 비용절감을 위해 꼭 필요한 안전장비조차 비치하지 않았다가 사고가 난 회사도 버젓이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경영방침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처럼 안전경영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사업장은 언젠가 반드시 사고가 발생합니다.



*선진 회사들은 안전관리가 생산 활동의 일부로서 생산부서가 책임지고 해야 할 일로 규정하고, 이를 위해 생산부서 사람들 모두 안전에 대해 잘 알고 안전 관련 업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데 역점을 둔다고 합니다. 또한 안전전문가는 공정에 대한 경험을 거친 엔지니어들을 대상으로 선발하여 육성한답니다. 반면에 안전관리 수준이 아직 높지 않은 회사들은 안전관리를 생산 활동에서 분리해 안전부서의 일로 여기고 안전부서에서 책임지도록 한다고 합니다.



*한편 어떤 전문가는 일부 회사들이 경제성을 지나치게 중시해, 위험성 평가 결과에 따른 안전투자를 최소화할 목적으로 위험성 평가 시 위험도를 의도적으로 낮게 산정하는 사례가 있음을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를 방지하려면 위험성 평가가 경제성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도록 독립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안전에 대해서는 세계 최고라는 듀폰의 안전관리에 대해 궁금한 사항들을 질문했는데, 돌아온 답변은 “안전에는 지름길이 없다(no shortcuts to safety)”라는 말과 함께 안전 관련 기준과 절차는 아무리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예외 없이 지킨다”라는, 너무나도 교과서적인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듀폰 구성원들은 회사의 안전 최우선 문화를 DNA로 받아들일 만큼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다카우 수용소나 서대문 형무소가 원형 그대로 보존되는 이유는 단 한 가지, 후손들이 이 장소를 보면서 다시는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교육하기 위한 것입니다. 다카우 수용소에는 이런 글귀가 있다고 합니다. ‘We are not the last ones.(우리가 마지막이 아니다.)’ 언젠가 다시 같은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이 수용소를 보면서 아픈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마음속에 새기자는 의미로 받아들여야겠습니다.


*말콤 글래드웰은 자신의 저서 《아웃라이어》에서 어느 분야에서든 전문가로 인정받으려면 1만 시간의 연습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안전한 일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가장 강조되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안전문화의 정착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전문화가 정착되려면 우선적으로 근로자를 포함한 모든 국민이 안전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정립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어떠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어떻게 하면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지를 정확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 전환이 반복행동으로 나타나 안전습관으로 형성되어야 안전문화의 정착에 성공하는 것입니다. 말로만 하는 ‘안전 최우선(Safety First)’은 더 이상 우리의 안이한 습관을 변화시키지 못합니다. 이제는 우리도 알코아의 폴 오닐처럼 습관을 변화시킬 수 있는 신호와 보상이 무엇인지를 고민해봐야 할 것입니다.


*우선 경영층과 안전관계자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근로자의 안전에 대한 인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근로자 개개인이 스스로 안전을 확보해야겠다는 신호가 나타나야 하며, 안전한 행동이 지속적인 반복행동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그 결과로 산업재해가 없고 생산성이 높아지는 작업환경이 구현될 때, 비로소 안전습관이 형성되고 안전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가 안전습관을 통한 안전문화 정착에 좀 더 노력한다면 사고 없는 행복한 사회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보고의 두 가지 핵심은 정확성과 적시성이라고 합니다.



“보고의 영향력은 콘텐츠와 커뮤니케이션의 곱하기다. 여기서 콘텐츠는 고객, 즉 보고받는 사람의 니즈에 맞춰져 있는지(즉 필요한 보고를 하느냐), 그리고 결론과 주장이 분명하고 명확한 사실과 객관성에 근거한 것인지가 중요하다. 한마디로 상사가 필요로 하는 사안을 정확하게 보고하라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에 관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적시성이다. 좀 적게 파악되었더라도 먼저 보고하는 것이, 내용을 더 파악하여 늦게 보고하는 것보다 낫다. 작은 것, 평범한 것을 소홀히 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보고받는 사람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성과를 높일 수 있다.”



*안전문화가 성숙해지기 위한 새로운 방법론으로 행동기반안전(BBS, Behavior Based Safety) 이론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인간의 실수를 야기할 수 있는 행동을 미리 없애자는 것인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것이 바로 지적해주는 문화입니다.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가 보이면 누구라도 지적해주고, 또 이를 즉각 받아들여 사고를 예방하자는 것입니다. 조직문화가 경직된 회사일수록 구성원들이 상대의 잘못을 보고도 말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음속으로만 “저러면 안 되는데”라며 방관하다가, 일이 터지고 난 후에 “내 저럴 줄 알았다”라고 뒤에서 뒷담화에 열중하지요. 특히 상사가 관련된 일이나 다른 조직이 하는 일에 대해서는 잘못되거나 행여 지적했을 때 상대방의 입장이 난처해지거나 잘난 척한다고 욕먹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조직의 리더나 구성원 모두가 함께 이런 무책임하고 냉소적인 조직문화를 바꾸어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버클리는 인간은 완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신의 시각(타인의 시각)을 더해야만 더 완전해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누구도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는 전제하에 서로 상대방을 보완해주고, 또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조직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가장 인상 깊게 본 것은 바로 ‘안전철칙(Safety Golden Rules)’이었습니다. 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구성원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을 정하고, 그 규칙을 어기면 아주 엄격하게 다루었습니다. 지금은 우리 회사도 이 제도를 도입해 사업장별로 사고의 위험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되는 항목을 정하고, 반드시 지켜야 할 세부 규칙을 마련해놓았습니다.

그 비결이 무엇이냐고 묻자, 안전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즉시 처벌할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선 바로 해고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그 나라 최초로 정유공장을 건설하고 운영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사고 방지를 위해 지나칠 정도로 엄격한 규칙을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안전규칙을 지키는 데 엄격한 규율은 지나침이 없는 법입니다. 안전 수준이 높은 회사와 낮은 회사의 근본적인 차이는 매뉴얼의 유무가 아니라 규칙을 얼마나 엄격하게 지키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얼마 전부터 정기보수 현장에 ‘안전철칙’에 더하여 ‘원 스트라이크 아웃(One Strike Out)’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지금까지 운영한 결과 그동안 문제가 많았던 크레인 작업기사들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고, 밀폐작업 등 사고 위험이 많은 작업에도 확대 적용해 현장의 안전의식과 문화가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무조건 모든 부분에서 엄격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취약한 분야나 많은 노력에도 개선되지 않는 분야에 대해 더 엄격하게 관리해야만 우리의 안전 수준을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베트남 정유공장의 경영진이 공장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사용한 방법 중 하나는 깨진 유리창이 처음부터 없도록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지시 사항을 불이행하면 바로 징계하고, 공장 종업원들에게 즉시 그 내용을 공지했습니다. 동시에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세부적인 규칙을 지정하고, 이를 어기면 가차 없이 해고한다는 사실을 천명했습니다. 그 결과 베트남 정유공장의 종업원들은 안전과 관련한 규칙을 어기면 예외 없이 처벌받는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여 초기에 안전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사고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일어났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니 ‘스위스 치즈 이론’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다고 할 정도로 현장 곳곳이 허점투성이였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안전 전문가들은 “모든 사고는 인재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요즘 안전 강사로 인기가 높은 김동수 회장은 안전 관련 강의를 할 때마다 “Why?”를 계속 물어보면 결국 사람의 잘못으로 귀결된다고 주장합니다. 기계의 운전 잘못은 차치하더라도 자재 불량, 시공 불량 등 우리가 자주 언급하는 모든 원인을 끝까지 파고 들어가면 사람의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모든 사고의 원인은 인재라는 표현이 정답입니다.



*보고서의 서두는 “이 사고는 BP 전체의 총체적인 안전관리 결함에 기인한다”라고 시작할 정도로 광범위하게 조사되었습니다. 그러면서 NASA의 우주왕복선 콜롬비아호 폭발사고 조사보고서에서 언급한 내용을 그대로 인용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많은 사고조사보고서는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 같은 실수를 되풀이한다. 그것은 사고를 낸 설비, 사고와 직접 관련된 사람, 결정을 잘못 내린 관리자 등 사고 자체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부분만 원인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기술적 결함을 보완하거나 개인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만으로 해결책을 마련하게 되고, 이것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오도하게 만든다.’

BP의 사고도 단순하게 평가하면 레벨 게이지 오작동, 운전원의 실수, 현장 감독자의 실수 등으로 결론 내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 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조직문화, 인사관리 상태 등 근본적인 것을 조사했다고 보고서에 쓰여 있습니다. 조사 결과 BP는 안전에 대한 잘못된 핵심성과지표(KPI, Key Performance Indicator)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인명사고를 줄이는 데만 관심을 쏟았습니다. 그 결과 공정안전관리 상태가 매우 부실했고, 전반적으로 안전문화에 많은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아모코와의 합병(실제 이 공장은 BP와 합병되기 전에는 아모코사가 운영했음) 후 비용절감에만 주력하느라 안전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운전원 교육 상태도 매우 불량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사고는 관련된 몇몇 사람의 실수가 아니라 회사 전반에 걸쳐 있는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CSB가 부러운 것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독립 기관이 장기간에 걸친 조사를 통해 근본적인 개선을 이룰 수 있는 보고서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누구라도 볼 수 있게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것입니다. 많은 안전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우리나라가 미국처럼 투명하게 체계적으로 운영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왜냐하면 관계기관 사이에도 수많은 문제들이 얽혀 있어, 누구도 쉽게 명백한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사고보고서도 과거와 다르게 많은 인력과 시간을 투입해 근본 원인을 찾으려는 노력을 몇 년 전부터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완성도가 많이 높아졌습니다. 물론 투입되는 시간이 많아서 사고 조사 담당자들이 훨씬 힘들어졌지만 그 이상의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자신합니다. 그리고 굳이 아쉬운 점을 토로하자면, 사고보고서에서 조그마한 결함들이 가끔씩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사고의 점검과 원인 조사는 열심히 했지만 정작 사고보고서에는 빠진다든가, 사고 대책이 제대로 수립되거나 실행되지 않아 나중에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는 일도 간혹 있습니다.



*SHE 본부에서 관리 시스템을 재정비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이 바로 사고 조사와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사고 조사가 제때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가 자체 감사를 통해 드러났고, 모든 사고를 기한 내에 보고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제도화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을 보니 화학공장의 사고 조사가 거의 1년 이상씩 걸리는 것이었습니다. 미국화학사고조사위원회라는 기관이 주관하는 화학사고 조사는 우리가 보기에 원인이 명료한 것도 1년씩 걸립니다. 보고서를 읽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사고가 일어난 직접적인 원인과 함께 왜 그렇게 했느냐는 근본적인 문제까지 조사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관계되는 모든 사람들을 직접 인터뷰하면서 조직문화까지 점검하기 때문에 그렇게 오랜 기간이 걸리는 것입니다. 우리도 몇 년 전부터 사고 조사를 할 때 근본 원인을 찾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미국 화학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앞의 두 사고는 직접 원인은 찾았으나 이면에 숨어 있는 근본적인 원인까지는 밝혀내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고의 시작과 끝은 반드시 사람 문제로 귀결됩니다. 설령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시스템에서 생긴 문제의 원인을 제공하는 것은 바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고의 원인을 끝까지 밝혀내야 하는 이유와 목적은 바로 유사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