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구하라와 설리의 안타까운 죽음과 접하면서 불현듯 떠오르는 뮤지션이 있었다. 바로 싱어송라이터 장덕이다. 1990년 2월 그녀의 사망소식을 접했을 때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불과 몇 달 전 동생의 매니저를 자처하고 나선 오빠 장현과 함께 만났기에 더더욱 그랬다. 그로부터 6개월 뒤 오빠 장현도 설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창밖에 내리는 빗물 소리에 마음이 외로워져요/ 지금 내 곁에는 아무도 아무도 없으니까요/ 거리에 스치는 바람 소리에 슬픔이 밀려와요/ 눈물이 흐를 것만 같아서 살며시 눈 감았지요/ 계절은 소리 없이 가구요 사랑도 떠나갔어요.”
1985년 현이와 덕이 이름으로 발표된 ‘뒤늦은 후회’는 장현이 작사, 장덕이 작곡했다. 지난해 남측 예술단의 평양공연 때 최진희가 불러 재조명됐다. 이 노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애창곡이었다는 이유로 북측의 선곡 요청이 있었다.
당시 장덕의 공식 사인은 약물과다복용이었다. 그러나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 차례 자살을 기도한 전력이 있는 장덕을 무심하게 방치한 결과였다. 1975년 중학교 때 ‘꼬마 인형’으로 데뷔한 장덕은 자타가 공인하는 천재 뮤지션이었다. 시립교향악단 첼리스트로 안익태가 인정했다는 아버지와 서양화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장덕은 부모님의 이혼으로 외로운 10대 시절을 보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본인이 작사, 작곡한 노래 ‘소녀와 가로등’(진미령 노래)으로 MBC가 주최한 서울국제가요제에서 입선했다. 하이틴 영화에도 출연하면서 다재다능함을 과시했다.
고교 졸업 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테네시주립대에서 작곡을 전공한 장덕은 짧은 결혼생활의 실패와 향수병으로 인해 서울로 돌아와 솔로로 컴백했다. 솔로앨범의 반응이 좋지 않자 현이와 덕이를 재결성, ‘너 나 좋아해, 나 너 좋아해’를 히트시켰고, 1986년엔 솔로곡 ‘님 떠난 후’로 절정의 인기를 누렸다. 이은하의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과 김진아의 ‘묻지 말아요’도 그녀의 곡이었다. 그녀가 우리와 함께 나이 들어 왔다면 참 좋은 싱어송라이터가 됐을 것이다.
오광수 부국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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