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글을 옮겨오기 싫지만 몇 마디 붙이지 않으면 속으로 앓을 듯하여 옮겨옴.
보통 '(철도)안전 문제'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 주류들(관료, 경영진, 그리고 이를 주도하는 문화권력, 언론권력 등)의 인식이 대개 이렇다. 즉, "회사(경영진)에서는 안전을 최고의 가치로 인식하고, 무엇보다 우선하지만 현장(작업자)은 제대로 실천하지 않는다."라는 인식!!
실제 최고위층이 아닌 현장 생활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중간관리자들 중에서도 이러한 인식은 마찬가지로 뿌리깊게 스며있다. 스스로의 경험과도 배치되는 이러한 사고나 안전문제에 대한 주류적 인식은 언론과 문화권력이 주도해 형성되고 강화되어 온 것으로, 패러다임의 변화가 세상의 역학관계(계급, 계층관계)가 변화하는 것과 같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나는 생각한다.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에 대한 기업살인법 도입에 대해서도 이러한 논리와 인식은 마찬가지로 작용하고 있다. 왜 개인이 잘못한 것을 회사가 책임지는가? 누가 기업 경영을 할 수 있겠나? 백번 양보해도 책임 소재를 가리는 것도 쉽지 않은 게 아닌가? 등등...
이러한 인식은 [최고의 가치로 안전문제를 강조하는 것이 어떻게 내부의 안전문화로서 내화되어 비로소 효과적으로 작동할 것인지]에 대해 제대로 이해되지 못한 결과이다. 본인은 강조하는 데 현장 노동자는 따르지 않는다? 스스로의 목숨을 담보로 안전 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채 작업을 한다?... 때로는 죽을 수 있는데도 말이다.
대개 그런 사업장은 어떤 식으로든 입으로 안전을 강조하지만, 은연 중에 이윤과 목표 달성을 더욱 중요하게 바라본다는 메세지가 전달되기 때문이다. 안전 최우선의 안전문화는 말로 떠든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제반의 현장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일관된 메세지로 실천되지 않음을 무엇보다 현장 노동자들이 제대로 알기 때문이다.
주류의 이러한 인식은 발생하는 사고에 대한 예방 대책 마련 과정에서도 잘못된 결과를 이끌어 낸다. 이 분야는 사고 자체를 어떤 관점으로 접근하고 분석할 것인가 하는 상당히 복잡한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사고의 표면적인 현상 뒤에 숨겨진 작업장 요인과 문화적 요인, 관리적 요인 등을 포괄적으로 분석하고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개인에게만 주의를 돌리고 있는 현실이다. 단순화하면 사고가 발생하면, 우리는 [개인(사람)의 행동 (흔히 휴먼에러라고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어떻게 하면 현장 이행력이 담보되는지]에만 쉽게 눈을 돌리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가 차고 넘치지만 최근의 사례를 몇 가지 살펴보자.
코메디 같은 일이지만, 2018년 11월과 12월 사이에 철도 현장에서는 12건의 크고 작은 사고(*장애 포함)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각각의 사고가 모두 관련되어 있는 것은 아닐테지만 언론과 관료들은 마치 모든 사고의 원인이 하나 밖에 없다는 식으로 대책을 마련한다. 당시 '철도안전 강화 종합 대책'이라는 문서에서도 대부분 인적오류로 발생한다고 규정하는데, 정작 사고조사 보고서는 당시까지 단 1건도 제출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모두가 인적오류라고 섣부른 진단을 내리고, 꺼내든 카드가 바로 '철도 정책 당국의 책임은 없고, 말대로 따르지 않는 현장 이행력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언론의 호들갑과 맞닿아 철도 현장 죽이기에 활용되고, 결국 현장 작업자와 노동조합의 활동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반전은 2019년 9월 즈음에 당시 해당된 12건의 사건에 대한 후속 사고조사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대부분이 인적오류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 기계적 결함 등 비인적오류에 의한 것임이 밝혀진다. 물론 이미 추진된 대책은 돌릴 수 없는 것이었지만, 잘못된 대책 마련과 추진 과정에 대해서 국정감사 등에서도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되지 않았다.
특히, 당시의 대책은 2018년 12월 8일, 50여 명의 부상자를 낸 강릉선 KTX 탈선사고 발생으로 촉발되었다. 강릉선 사고 자체에 대한 이성적인 접근이 아니라, 그 때까지 발생한 모든 사고들을 모아서 안전대책을 발표하는 방식으로 모양새를 고민한 것이 문제였다. 통상 관료나 관리자들은 서로 관련되지 않은 몇 개의 사고가 특정 시기에 발생함을 이용해 기강 문제 등으로 접근하는 데, 이러한 방식은 하향통제에 용이할 뿐만 아니라 내부 당사자(작업자 개인이나 개별 회사)에 집중된 안전 문제점을 겨냥해 스스로 의도하는 정책적 방향을 도출하기 위해 활용한다.
강릉선 탈선사고의 경우, 2020년 7월에 검찰 발표를 통해 사고의 주요한 원인을 제공함 혐의로 시공업체 현장대리인과 감리자, 책임연동검사자 6명, 한국철도시설공단을 업무상과실치상죄 등으로 불구속 기소하기에 이른다. 사고 이후 전 언론을 통해 철도공사의 문제점을 쏟아내면서 악마화했는데, 결국 조사 결과 발표는 상반된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잘못된 원인 진단으로 이미 추진되고 있고, 철도산업발전기본계획과 같은 굵직한 국가 계획에 반영되게 한 잘못은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사고 발생 당시 철도공사 오영식 사장이 사퇴하고, 상하통합을 위한 연구용역의 중단, 감사원 감사 요청으로 촉발되어 현재 진행 중인 감시카메라 설치 등의 철도개혁 역주행은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그렇게 관료들은 자기 생명을 연장하며 철도전문가라는 이름을 달고 부끄러움도 모르고 살아간다.)
문제는 지난 20여 년간의 사고에 대한 사태 처리가 이런 식이었다는 것이다.
"서로 연관되지 않는 사소한 오류를 포함하여, 각각의 사고 원인이 다른 경우들을 하나로 모아, 사고조사 결과가 도출되기 이전에 비전문가 관료들이 잘못된 원인 진단을 하고, 정책 당국의 입 맛에 맞는 정책들을 안전 대책으로 제출하고, 이를 언론이 다루면서, 당사자나 해당 기업은 처벌받되, 정확한 근본 대책이 아니므로 비슷한 사고는 반복되는 데, 그 후 더 현장 이행력을 문제시하면서 현장을 배제한 관료주의가 주도하는 잘못된 안전문화만 강화한다!"
아래 글을 보고 욕 밖에 안 나오는 이유가 그런 것이다!!!!!
[기고] 철도안전은 현장 이행력 확보가 최우선이다.
국토교통부 철도안전정책과 oo 과장
현재 우리나라의 철도는 총 연장이 5,400km를 넘어섰고, 연간 45억명이 넘게 이용하는 대중적인 교통수단이 됐다. 철도의 외적 성장과 함께 안전하게 철도를 이용하고 싶은 국민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으며, 정부도 철도안전을 실현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그 결과 대형 열차사고가 발생하지 않았고, 운행거리 1억km당 철도사고 사망자수도 꾸준히 감소하는 등 최근 몇 년 간 철도안전 수준도 대폭 향상됐다. 그러나 지난 ‘18.12월 발생한 강릉선 KTX 탈선사고, 국민의 불편을 초래하는 운행장애의 증가 등 철도사고·장애의 지속적인 발생은 철도안전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19년에 대형 열차사고 제로화를 목표로 한 ’제3차 철도안전종합계획 수정계획‘을 마련했고, 올해는 ’철도안전시스템 고도화 방안‘을 통해 사고·장애 감소를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러나 철도안전은 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종사자들의 이행력이 반드시 담보돼야 한다. 현장 종사자들은 국민들이 안심하고 철도를 이용 할 수 있도록 철도안전의 최전선에서 시설관리, 차량정비 등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추진하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더라도 현장 종사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가 맡은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 되고 마는 이유이다.
정부는 철도안전대책의 현장 이행력 제고를 위해 철도운영기관 및 현장 종사자들과 다양한 노력들을 추진해왔다.
현장종사자에게 담당 직무에서 수행해야할 업무를 명시한 책임 업무카드를 제공하고, 책임있는 유지보수 및 차량정비를 위해 점검실명제도 도입했다. 현장 중심의 안전교육·훈련을 강화해 철도종사자의 안전역량을 향상시켰으며, 철도안전감독관, 연구원,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합동 집행 점검단을 통해 현장 이행실태를 상시 점검하고 있다.
철도안전은 정부의 노력만으로 달성될 수 없다. 철도안전을 보다 강화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적 노력과 더불어 현장 종사자의 의지와 노력이 최우선으로 확보 되어야만 안전대책들이 철도안전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는 것이다.
현장 종사자들이 높아진 국민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안전에 대한 의식을 제고하고, 체계적인 보수․정비를 시행해 주시길 당부드리며 정부 역시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안전한 철도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
www.ikld.kr/news/articleView.html?idxno=220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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