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철마야

[스크랩] 철도산업의 전략적 발전방향

대지의 마음 2009. 5. 17. 10:59

‘철도발전을 위한 100인 선언'에 즈음한

 

철도산업의 전략적 발전방향에 대한

철도노동자의 입장

 

철도노동조합은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와 국토해양부가 주관하는 ‘철도발전을 위한 100인 선언’에 공식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참여여부를 두고 내부에 논쟁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철도산업발전과 관련된 논의에는 그 곳이 어디든 누가 주관하든 철도노동자가 직접 참여해서 철도노동자들이 생각하는 철도산업의 발전전망을 적극적으로 발언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최종 참여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

비록 ‘철도발전을 위한 100인 선언’이 정부의 철도선진화 계획과는 일정하게 거리가 있으며 오히려 서로 충돌되는 점이 있다는 아이러니는 있지만 오히려 이런 기회를 통해 철도선진화계획의 부족한 점을 찾아내고 메울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참여하게 된 이유가 됐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은 그러나 ‘철도발전을 위한 100인 선언’ 참석에 앞서 철도노동자들이 생각하는 철도의 발전 방향을 국민 앞에 밝힐 필요를 느꼈다. 그것이 철도를 책임지고 있으며 철도의 앞날 역시 책임져야 할 철도노동자들의 당연한 몫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철도노동자들은 줄곧 국민철도 공공철도를 외쳐왔다. 더불어 한반도 정세변화를 기본으로 통일철도 대륙철도를 모색하고 주장해 왔다. 또한 대중교통과 물류운송의 중심에 철도를 배치하는 교통물류정책의 전반적인 혁신을 주문하고 철도산업이 갖고 있는 특성을 반영하여 환경철도 문화철도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기해 왔다.

우리는 여전히 국민철도, 공공철도, 통일철도, 대륙철도, 대중교통과 물류운송의 중심 철도, 환경철도와 문화철도가 한국철도산업이 나아가야할 전략적 방향이라고 믿고 있다. 그리고 철도산업의 지위와 역할, 발전방향에 걸맞게 정부정책 역시 획기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1. ‘국민철도’는 철도산업 관련 모든 논의의 전제

국민이 철도의 주인이며 그렇기에 철도와 철도노동자는 국민을 주인으로 모시고 오로지 국민을 위해서만 헌신적으로 일해야 한다는 것은 3만 철도노동자의 가치관이며 좌우명이다.

그렇기에 우리 철도노동자들은 ‘국민철도’가 철도와 관련된 모든 논의의 전제라고 믿고 있다.

철도의 주인은 국민이 아닌 다른 사람 또는 다른 것으로 바뀌어도 되는가?

철도와 철도노동자는 국민이 아닌 다른 사람 또는 다른 것을 위해 일해도 되는가?

철도노동자들은 지난 10여년 세월을 철도의 주인은 오직 국민이며 그렇기에 철도와 철도노동자는 국민을 위해서만 헌신해야한다는 당연한 원칙을 지키기 위해 혼신을 기울여 왔다. 이른바 철도를 시장에 매각하여 철도의 주인을 자본(현실적으로 재벌 또는 해외자본)으로 바꾸겠다는 철도민영화정책에 맞선 것이다. 또한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개인 사장의 배를 불리기 위해 헌신하라는 요구에 반대해 나선 것이다.

우리는 여태까지 그래왔듯이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여전히 이 믿음을 굳건히 지킬 것이다.

철도의 주인은 국민이다. 그러니 철도와 철도노동자는 온전히 국민을 위해서만 일해야 한다. 이것이 철도산업의 전략적 발전방향을 논하는데서 변할 수 없는 원칙이다. 그리고 이 원칙을 벗어나는 순간 그 모든 논의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점을 우리는 의심치 않는다.

 

2. 국민철도의 핵심내용 : 공공철도 환경철도 문화철도

국민철도가 한국철도산업의 기본뼈대라면 공공철도와 환경철도 문화철도는 한국철도산업의 피와 살이다.

한국철도는 공공철도와 환경철도 문화철도를 자신의 핵심 내용으로 품어 안아야 한다. 그래야 국민철도는 더욱 풍부해지며 국민을 위해 헌신한다는 자신의 기본임무를 다 하게 된다.

1) 공공철도

경제적 능력이 있는 소수를 위한 철도인가?

아니면 사회경제적 약자를 배려하는 국민다수를 위한 철도인가?

철도노동자들은 국민을 주인으로 모시듯 전체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철도여야 한다고 믿는다.

철도는 대중적인 교통수단이다. 몇몇 부자를 위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그 부자마저 포함한 전체 국민을 위한 교통수단인 것이다. 철도가 특히 일반 서민을 위한 교통수단이라면 철도에 대한 모든 정책 역시 서민을 위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가난한 서민을 배려해야 하고 장애우와 노인, 어린이와 공부하는 학생 등 사회경제적 약자를 배려해야 한다. 교통수단으로부터 소외받는 지역도 역시 배려해야 한다.

그렇게 하자고 국민은 기꺼이 세금을 내서 철길을 깔고 도로를 만들고 각종 사회복지시설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국민은 세금을 통해 혼자서 잘 사는 사회가 아니라 국민 모두가 함께 서로를 배려하며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철도는 주인인 국민의 요구대로 더욱 공공적으로 발전해 가야 한다.

2) 환경철도

지구환경문제는 인류전체의 문제이며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의 문제이다. 따라서 환경문제는 철도뿐 아니라 전사회의 전략적 책임이 되고 있다.

철도는 ‘상대적 친환경성’을 자랑하는 것을 넘어서서 오히려 친환경산업을 주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스스로 모든 체질을 친환경적으로 바꿔야 하고 그렇게 해서 관련 산업의 친환경성을 유도해야 한다.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문제의 일부만을 취사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일과 계획의 원칙과 기준을 환경문제에 맞춰야 한다.

지금 국회와 국토해양부, 철도공사에서 추진하는 ECO-RAIL 2015 계획 역시 환경으로 시작해서 다시 경제로 회귀하고 있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언젠가 경제에 도움이 안 되면 이 계획은 폐기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든다.

경제가 아니라 환경을 우선순위에 두는 원칙 속에서만 철도는 오롯이 그 친환경성을 자랑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미래세대의 행복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환경철도는 수정될 수 없는 한국철도의 전략적 방향이 된다.

3) 문화철도

철도는 네트워크 산업이다. 사람이 모이고 만나며 다시 흩어지는 공간이다. 역세권은 사실상 사람들의 정치 경제 문화적인 흐름이 집중되는 공간이다. 이렇게 철도는 역을 중심으로 선로를 따라 문화가 고이고 흐르는 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산업이다.

한국철도가 철도산업으로서의 자기 길을 밝히기 위해서는 지역의 문화를 꽃피우고 지역의 문화를 철길마다 새기고 전파하는 역할을 자기 사명으로 삼아야 한다. 딱딱한 철제와 아스팔트와 썰렁한 승강장, 자동차가 꽉 들어찬 광장이 아니라 문화가 숨 쉬고 사람의 향이 나는 그런 철도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철도역 또는 역 부대공간에는 백화점과 상가가 들어설 것이 아니라 우선 지역의 문화와 생태를 알리는 지역문화관, 생태관이 들어서야 하며 지역의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한 도서관이 들어서야 한다.

문화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총체적인 삶의 질을 반영한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의 질을 높이는 것은 국가의 전략사업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문화가 흐르고 고이는 철도를 우리 시대의 문화를 머금고 창출하게 하는 전략사업으로 배치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 된다.

 

3. 국민철도의 지위 : 대중교통과 물류운송의 중심 철도

철도는 모든 물류운송과 대중교통체계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이미 유럽과 중국, 러시아가 앞서가고 있는 길이며 대다수의 나라들이 그렇게 자신들의 물류운송과 교통체계를 재설계하고 있다. 이는 환경을 고려한 시대적 요구이기도 하며 물류운송비용 절감과 효율적 운송체계 등을 담은 경제적 요구이기도 하다. 이는 또한 환경과 공공성, 고르게 배려하고 고르게 잘 살기, 교통체계의 효율적 배치라는 국민의 본질적인 요구와도 부합한다.

이제 아무렇게나 만들어지는 선로, 아무렇게나 그어지는 도로가 아니라 장기적이고 일관된 계획 아래에서만 하나의 짧은 선로, 하나의 조그마한 도로, 하나의 길이라도 만들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 모든 길의 중심에는 철도가 놓여 있어서 이 철길을 중심으로 다른 길들이 만들어지고 연결돼야 한다.

이러한 일들은 각 교통 주체들이 알아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서로가 서로를 이기기 위해 경쟁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은 더욱 아니다. 국가가 주도적이고 전략적으로 계획하고 배치해야만 가능한 일이 된다.

정부는 경쟁력 운운하며 철도산업의 민영화를 꾀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라의 대중교통체계와 물류운송체계를 철도를 중심으로 전략적인 계획 아래 재배치해 들어가는 주도성을 발휘해야 한다.

 

4. 국민철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 : 통일철도 대륙철도

남쪽에 갇힌 한국철도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남북을 연결하고 통일의 기운으로 대륙으로 뻗어나갈 것인가?

철도노동자들은 통일철도 대륙철도를 꿈꾼다. 이제 꿈꾸는 단계를 넘어서 실질적인 통일철도 대륙철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다짐한다. 그것이 진정 국민을 위하고 민족을 위하는 철도노동자다운 자세라고 믿는다.

한반도 남녘땅에 고립된 한국철도가 아니라 남북을 잇고 시베리아와 중앙아시아를 건너 대륙으로 뻗어가는 한국철도는 단지 기다릴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한국철도산업의 전략적 발전 방향으로 설정하고 준비해야 할 문제다.

통일철도와 대륙철도의 중심주체가 되면서 한국철도는 교통수단이나 물류이동수단을 넘어서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지역에 평화와 상생의 공동체를 건설하는데서 자신이 기꺼이 떠맡아야 할 역사적 임무를 다하게 될 것이다.

 

이상으로 부족하나마 그동안 철도노동자들이 고민해온 철도산업의 전략적 방향을 정리해 보았다.

 

좀 더 간략하게 요약해 보면

한국철도는 국민철도를 기본 뼈대로 하여

공공철도 환경철도 문화철도를 자신의 피와 살이라는 내용으로 품어야 하며

대중교통과 물류운송의 중심에 서서

통일철도와 대륙철도를 지향해 나가는 것을

자신의 전략적 발전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철도노동자의 기본 입장이다.

 

물론 모자란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철도산업이 걸어가야 할 큰 방향과 관련된 만큼 논쟁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철도가 국민의 것이라는 점만큼은 변할 수 없는 철도산업의 전략적 근간이며 방향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그리고 이 믿음이 한 해 수십 명의 산재사망자를 내면서도 철도노동자들이 기꺼이 철길 위를 걸어 온 이유라고 자랑스레 밝히고 싶다.

철도노동자들은 국민을 주인으로 모시고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것을 자기 자랑으로 자기 행복으로 삼는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자랑과 행복, 존엄을 훼손하려는 일체의 도전에 대해 철도노동자들은 자기희생을 마다하지 않은 것이다.

아직도 철도산업의 발전을 위해 국민의 철도,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철도를 만들자고 자기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던 해고자들이 46명이나 철길로 돌아오지 못 하고 있다. 새롭게 철도발전을 위한 각계각층의 전략적 모색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 올해에는 해고자들이 철길로 돌아올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생긴다.

철도를 위해 자기희생을 마다하지 않은 이유로 벌써 6년째 해고생활의 고통을 받고 있는 그들에게 이 글을 바친다.

  

 

 

 

출처 : 마음 없는 이론은 空論이다.
글쓴이 : 통일철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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