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철도 협약에서 드러난 민간자본 특혜
- 30년 운영 원리금 회수(BTO방식), 최소운영수입보장율이 90%에 달해 사실상 투자 위험 없이 수익 확보.
- 2007년 개통 이후 인천공항철도의 실제 수요가 예측의 7%(지난 2년간 2,700억원의 국고보조금 지급,30년간 연평균 4,610억원, 총 13.8조원이 소요예상)
이슈페이퍼 |
2009-06 |
인천공항철도 협약에서 드러난 민간자본 특혜
2009. 5. 11
오 건 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
요 약
□ 국민적 의혹으로 등장한 인천공항철도
ㆍ인천공항철도는 4조원이 투입되는 최대 민간투자사업으로 2001년 3월 협약 체결. 현대건설컨소시엄이 30년간 운영해 원리금을 회수하는 BTO방식. 최소운영수입보장율이 90%에 달해 사실상 투자 위험 없이 수익 확보.
ㆍ2007년 개통 이후 인천공항철도의 실제 수요가 예측의 7%에 불과. 향후 30년 간 예측치의 30% 수준으로 추정됨. 지난 2년간 2,700억원의 국고보조금이 지급되었고, 앞으로 30년간 연평균 4,610억원, 총 13.8조원이 소요될 것.
□ 인천공항철도 부실, 현대건설컨소시엄에 제공된 특혜에서 비롯돼
ㆍ협약 체결 당시 컨소시엄 주간사인 현대건설은 유동성 위기로 부도, 워크아웃을 겪고 있었고 국책은행의 부채전환으로 간신히 회생한 기업. 이러한 와중에 정부는 현대건설컨소시엄과 특혜를 주는 협약 체결.
▷특혜 1: 과도한 수익률 -> 현대건설컨소시엄에 부여된 실질수익률은 10.43%(명목수익률 15.95%). 이것은 협약이 체결되던 당시 2001년 체결된 민간투자사업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익률. 투자위험이 가장 높다는 항만건설사업의 실질수익률도 모두 9%대 수준. 시장금리와 비교하기 위해 명목수익률을 보면, 당시 국고채(10년) 명목금리가 7%였음. 30년 장기투자 프리미엄을 감안해도 명목수익률 15.95%는 과도. 또한 항만사업은 전체 운영기간 50년 중 20년만 최소운영수입보장율 80%가 적용된 반면, 인천공항철도는 운영기간 30년 내내 최소운영수입보장율 90%가 적용.
▷특혜 2: 법령 위반하며 협약 승인 -> 정부는 인천공항철도 사업 기본내용과 총사업비를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협약 체결. 또한 애초 고시되었던 내용과 다르게 사업이 추진되었음에도 재고시 절차를 밟지 않고 협약을 승인. 이 모든 것은 민간투자법을 위반한 행위.
□ 의혹: 정부는 왜 현대건설컨소시엄에 특혜를 베풀었을까?
ㆍ정부는 왜 이례적인 특혜를 현대건설컨소시엄에 제공했을까? 2002년 인천공항철도 사업 감사를 벌인 감사원도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으나 건설교통부장관, 철도청장에게 주의, 통보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마무리.
ㆍ당시 협약 체결과정에서 정부 책임자였던 김윤기 건설교통부장관은 체결 이틀 후 장관직을 사임했고, 정부측 협약 서명자인 정종환 철도청장 역시 일주일이 지나 자리 떠남. 이들은 대형 국책 부실 협정을 성사시키고 사라진 셈.
□ 지분 인수 이전에 진실 규명이 먼저
ㆍ현대건설컨소시엄은 2007년 인천공항철도가 개통되자 지분매각을 통해 사업을 정리하는 작업 추진. 이미 투자이익을 실현했고 사회적 논란을 피해가려는 것으로 보임.
ㆍ정부는 인천공항철도 부실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는커녕 인천공항철도 지분을 한국철도공사가 인수하는 방침 발표. 이는 국책 부실 사건에서 민간자본이 빠져나가려는 것을 방조하고 자신도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조치로 판단됨.
ㆍ인천공항철도 인수 이전에 진상 규명이 선결돼야. 왜 정부는 현대건설컨소시엄에 특혜 조치를 베풀었는지, 이 과정에서 정부 관료는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가 밝혀져야. 그래야 민간자본, 관련 관료들에 책임을 물을 수 있고 이후 인천공항철도의 국가 인수 방안을 논의할 수 있음.
인천공항철도 협약에서 드러난 민간자본 특혜
과도한 수익률 보장․총사업비 확정 없이 협약 체결
인천공항철도가 사회적 쟁점으로 떠올라 있다. 2007년 개통 이래 수요가 예상치의 7%에 불과해 천문학적인 국가 세금이 낭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천공항철도를 운영하는 민간투자회사들은 사업을 정리할 궁리를 하고, 정부는 이를 수용하여 인천공항철도를 한국철도공사로 넘기겠다고 발표했다. 진상 규명도 없이 대형 국책사업 부실을 국민에게 떠넘기려는 정부의 태도를 보며, 어떻게 인천공항철도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이 이슈페이퍼는 인천공항철도 부실을 낳은 출발이 민간투자사업자인 현대건설컨소시엄에게 제공된 과도한 특혜에서 비롯되었음을 밝힌다.
1. 인천공항철도, 14조원의 세금을 삼킬 예정
인천공항철도는 정부가 철도부문에서 최초로 추진한 민간투자사업이다. 1998년 7월 인천국제공항철도 민자사업단이 결성되었고, 2001년 3월 현대건설이 주간사로 참여한 컨소시엄과 사업협약을 체결했다.
공사는 2단계로 진행되는데, 1단계는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구간으로 2007년 3월 개통되었고, 2단계는 김포공항과 서울역 구간으로 2010년부터 운행된다. 인천공항철도는 총 건설비용이 4조 995억원으로 민간투자사업 중 최대 규모이다. 이 중 정부의 건설보조금이 1조 885억원, 민간투자비가 3조 110억원이다.
인천공항철도 민간투자는 BTO방식이다. 민간투자회사가 인천공항철도를 건설해(Build) 정부에게 이관하되(Transfer) 30년간 운영하며 투자 원리금을 회수한다(Operate). 이 사업은 민간자본에게 투자 위험이 사실상 없다. 예상수요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결손분을 정부가 보전해주는 ‘최소운영수입보장 (MRG: Minimun Revenue Guarantee)' 항목이 협약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철도의 경우 예측수요의 90%까지 정부가 보전해준다.
개통 이후 인천공항철도의 수요가 예상에 비해 턱없이 낮게 나오자 정부는 다시 미래 수요를 분석해 보았다. <표 1>에서 보듯이, 앞으로 30년 후인 2031년에도 수요는 예측치의 32.8%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는 곧바로 정부의 재정 부담으로 전가된다. 정부는 2007년 1,040억원, 2008년 1,666억원을 운영보조금으로 지급했다. 지금 상태로는 보조금이 연평균 4,610억원, 30년간 총 13.8조원에 달하게 된다.
<표 1> 인천공항철도 수송실적 및 장래예측 (일평균, 명) | ||||
구 분 |
2007 |
2008 |
2011 |
2031 |
협약수요 |
21만 |
23만 |
49만 |
82만 |
실 적 |
1만3천 |
1만7천 |
11만 |
27만 |
대 비 |
6.3% |
7.3% |
22.3% |
32.8% |
보 조 금 |
1,040억원 |
1,666억원 |
4,889억원 |
4,466억원 |
- 출처: 국토해양부 자료 (김성순의원, “인천공항철도 민간지분 정부가 매입해야”에서 재인용 2009.4.7) |
2. 현대건설컨소시엄에 부여된 두가지 특혜
어떻게 이런 부실이 발생할 수 있을까? 애초 사업의 타당성은 제대로 검토되었을까? 수요예측은 객관적으로 이루어졌는가? 실제 공사비는 투명하게 산정된 것인가? 현재로선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구하기 어렵다. 세금을 내는 국민들이 이후 밝혀야할 과제들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자료 검토를 통해 현대건설컨소시엄에 과도한 특혜가 제공되었음이 확인되었다. 대형 국책 사건으로 기록될 인천공항철도 부실이 근본적으로 민간자본에 대한 특혜에서 비롯되었던 것이다. 이제 인천공항철도 부실을 야기한 특혜 조치들을 살펴보자.
1) 특혜 1: 이례적으로 높은 실질수익률
모든 민간투자사업 협약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이 실질수익률이다. 수익률 수준에 따라 최소운영수입보장율, 국고지원금 크기 등이 정해지고, 심지어 미래 예측수요도 부풀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컨소시엄은 인천공항철도 사업에서 얼마의 수익률을 약속받았을까?
1996년 철도청의 의뢰로 인천공항철도 사업타당성을 검토한 교통개발연구원은 민간투자사업자에게 보장할 실질수익률로 7.7%을 제시했다. 이듬해인 1997년 철도청은 사업타당성 재검토에서 같은 수익률을 재확인했다. 반면 1998년 우선협상대상자로 정해진 이후 현대건설컨소시엄은 정부에게 12.4%의 실질수익률을 요구했다. 양측의 입장 차이가 현격하게 컸다. 마침내 양측은 협약을 체결하면서 30년간 현대컨소시엄에 실질수익률 10.43%(명목수익률 15.95%)을 보장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이 수익률은 적정한 것이었는가? 당시 시장금리와 비교하기 위하여 명목수익률 기준으로 살펴보자. 2001년 3월 기준 국고채(10년) 명목금리는 7%였다. 30년 장기투자에 따른 프리미엄을 고려한다 해도 국고채 명목금리에 비해 2배가 넘는 15.95% 명목수익률은 과도하다. 사실상 당시 항만, 도로, 철도 등 민간투자사업에서 제공된 수익률은 시장금리에 비해 모두 상당히 후한 수준이었다. 민간투자사업 자체가 특혜 소지를 안고 있는 것이었다.
<표 2> 2001년 민간투자사업 실질수익률 현황 (단위: 억원) | |||||||
사업명 |
사업비 |
국고보조금 |
협약일시 |
실질수익률 |
운영기간 |
보장기간 |
수입보장율 |
인천북항고철1부두 |
417 |
158 |
’01.8 |
8.9% |
50년 |
20년 |
80% |
인천북항고철2부두 |
850 |
264 |
’01.8 |
9.0% |
50년 |
20년 |
80% |
목포신외항 |
226 |
115 |
’01.12 |
9.62% |
50년 |
20년 |
80% |
광주제2순환도로 |
1,494 |
198 |
’01.4 |
7.28% |
30년 |
30년 |
90% |
문학산터널 |
617 |
없음 |
’01.7 |
9.7% |
20년 |
20년 |
90% |
대전천변고속도로 |
1,675 |
없음 |
’01.2 |
8.1% |
30년 |
- |
- |
인천국제공항철도 |
27,885 |
9,142 |
’01.3 |
10.43% |
30년 |
30년 |
90% |
신공항고속도로 |
14,606 |
없음 |
’95.10 |
9.7% |
30년 |
20년 |
90% |
- 출처 : 2001년 민간투자지원센터 연차보고서, 국토연구원 민간투자지원센터 (감사원. 2002. “감사결과” 1352쪽 표 재인용 편집) |
이렇게 민간투자사업들이 민간자본에게 땅 짚고 헤엄치기 투자였지만, <표 2>에서 확인되듯이, 비슷한 시기 체결된 민간투자사업에서 10%가 넘는 실질수익률은 없었다. 2002년 인천공항철도 사업을 검토한 감사원도 민자사업의 수익률은 투자위험도, 다른 민자사업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할 때 인천공항철도의 수익률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되었다고 지적할 정도이다. 인천공항철도에게 특혜 중의 특혜 수익률이 제공된 것이다.
철도청은 철도사업이 도로사업 등 다른 사업에 비해 투자위험이 크기 때문에 높은 수익률을 제공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논리는 다음과 같은 감사원의 지적대로 근거가 없는 것이다(감사원 2002: 1297-8).
첫째, 투자위험도에 있어서, 예상수요의 90%까지 보장되는 최소운영수입보장항목이 있기에 인천공항철도 민간투자사업자들은 투자 위험을 거의 부담하지 않는다. 둘째, 일반적으로 투자위험이 높다고 알려진 항만건설사업의 경우에도 정부가 인정한 수익률은 9%대였다. 셋째, 최소운영수입이 보장되는 기간도 항만사업이 전체 운영기간 50년 중 20년, 인천공항고속도로가 운영기간 30년 중 20년으로 한정되었던 것에 비해 인천공항철도는 전체 운영기간 30년 모두 보장받았다.
민간투자사업에서 수익률은 보통 운영수입으로 보장된다. 수익률이 미리 정해지기 때문에 이를 충족하기 위하여 예측수요를 부풀릴 수 있다. 인천공항철도의 높은 수익률과 예측수요의 과대 추정 사이에 상당한 관계가 있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해진다.
한편 협약에서 맺은 실질수익률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최소운영수입보장율 90%로도 감당되기 어려울 수 있다. 이 때는 사전에 지원되는 건설 국고지원금으로 민간투자회사의 투자원금의 크기를 줄여야 한다. 인천공항철도 건설과정에 무려 1조원에 달하는 건설지원금이 현대건설컨소시엄에 제공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만큼 수익률이 높았던 것이다.
2) 특혜 2: 법령을 위반하며 협약 승인
① 사업계획, 총사업비 확정 없이 협약 체결
정부가 현대건설컨소시엄과 인천공항철도 건설사업 협약을 체결하는 과정도 이해하기 힘든 의문투성이다. 정부가 법령을 위반하면서까지 협약 체결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당시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에 의하면 인천공항철도 건설사업은 대형국책사업이어서 정부가 노선 및 역사계획 등 사업기본계획을 직접 수립·고시해야 하고, 이러한 내용이 확정된 상태에서 민간투자회사와 협약을 체결해야 한다.
<표 3> 인천공항철도 협약 체결 시 민간투자법 위반 내용 | |||
내용 |
조항 |
실제 |
결과 |
사업계획 직접 고시 |
제10조 ③ 주무관청은 .......사업기본계획을 수립 또는 변경한 때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를 고시하여야 한다. |
철도청은 2단계 사업계획을 고시하지 않고 민자사업자에게 위임 |
위반 |
사업계획 기본내용 명시 |
제11조 ① 사업기본계획에는 다음 각호의 사항이 포함되어야 한다. 1. 대상사업의 추정투자금액․건설기간․예정지역 및 규모 등에 관한 사항 등. |
사업기본계획에 노선, 건설액이 확정되지 않음 |
위반 |
총사업비 확정 |
제13조 ③ 주무관청은 .......협상대상자와 총사업비 및 사용기간 등 사업시행의 조건 등이 포함된 실시협약을 체결함으로써 사업시행자를 지정한다. |
노선, 건설액 등이 확정되지 않은 체 협약 체결 |
위반 |
- 출처: 감사원 “감사결과: 제11절 인천국제공항철도 건설사업 추진실태) |
그러나 <표 3>에 정리되어 있듯이, 정부측 대표인 철도청은 자신이 직접 수립하여 제시해야 할 2단계 구간 전체 노선계획, 용산역 추가설치 계획 등을 고시하지 않고 이것을 민간투자회사에 위임해 버렸다(제10조 3항, 제11조 1항 위반). 그리고 이러한 사업계획이 정해지지 않았는데도 협약을 체결했다(제13조 3항 위반). 사업계획, 총사업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민간투자회사와 대형 국책사업 협약을 체결하는 ‘기이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국가를 운영하는 정부에서 있을 수 없는 법 위반 행위였다.
② 재고시 절차 없이 민간투자회사의 사업계획 변경 묵인
현대건설컨소시엄에 대한 특혜 조치는 여러 곳에서 또 발견된다. 민간투자사업에서 처음 정부가 고시한 내용과 다르게 사업이 추진될 경우 민간투자법 제10조에 따라 기본계획 변경고시 절차를 거쳐 협약을 체결해야 한다. 그런데 인천공항철도의 경우 이 절차가 모두 무시되었다(감사원 2002: 1291~1293).
첫째, 애초 사업 고시는 민간투자회사가 외부에서 조달하는 2조원의 타인자본 대출확약서를 제출해야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현대건설컨소시엄과 협약을 체결할 때는 이를 제출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둘째, 애초 고시는 사업신청자가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때 철도청의 출자지분을 5% 이하로 명시했다. 하지만 민간사업자들이 정부 추가출자를 요구하자 정부 정해진 절차를 밟지 않고 자신의 지분을 9.9%로 증액했다.
셋째, 애초 고시에는 경의선 복선전철화공사가 현대건설컨소시엄의 몫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노선이 인천공항철도와 관련이 있다는 이유로 복선전철화 공사 7km 구간(추정사업비 6,187억원)을 현대건설컨소시엄이 맡도록 협약이 맺어졌다.
<표 4> 인천공항철도 협약의 고시 위반 내용 | |||
내용 |
고시 내용 |
협약 내용 |
결과 |
타인자본 대출확약서 |
외부에서 조달하는 2조원의 타인자본 대출확약서를 제출해야 한다. |
1단계 노반공사 실시계획 때 이를 제출할 필요 없다 |
위반 |
철도청의 출자지분 |
철도청의 출자지분은 5% 이하로 한다. |
민간자본의 요구로 9.9%로 확대 |
위반 |
민간투자회사의 경의선 복선전철화공사 |
없음 |
복선전철화공사 7km 구간 현대건설컨소시엄이 주관 |
위반 |
- 출처: 감사원 “감사결과: 제11절 인천국제공항철도 건설사업 추진실태) |
3. 의혹: 그들은 왜 특혜를 베풀었고, 협약 체결 직후 자리를 떠났을까?
지금까지 살펴본 ‘특혜’ 내용은 모두 2002년 감사원 결과보고서를 기초로 정리한 것이다. 감사원자료를 보면, 협약 체결과정에서 주요 역할을 했던 건설교통부와 철도청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감사원: 1336-1337).
건설교통부는 인천국제공항철도 사업은 확대경제장관회의 결정 사항에 따라 추진되었고, 모든 업무를 철도청으로 이관했으므로 추진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의 책임은 철도청에 있다고 감사원에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에 철도청은 건설교통부가 인천공항철도를 민자유치사업으로 추진하도록 결정하였고, 실시협약과 사업을 조속히 추진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이를 이행하려다보니 불가피하게 법령에서 정한 제반절차를 지키지 못했다고 변명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당시 감사원이 인천공항철도 부실을 낳게 한 중대한 특혜 조치를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감사원이 내린 조치는 주의, 통보에 불과했다(감사원: 1266-68, 1289). 건설교통부장관과 철도청장은 민자유치사업을 법령에 의거하여 추진하라는 ‘주의 촉구’를 받았고, 철도청장은 민자유치사업에서 정부의 재정지원 규모와 민자사업자의 수익률이 다른 사업과 형평에 맞게 결정해야 한다는 ‘통보’ 처분을 받았다. 이렇게 감사원의 통과의례를 거친 후, 핵심 책임자들은 사실상 면죄부를 받았고, 인천공항철도 사업은 아무런 변화 없이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다.
또한 우연이라고 하기엔 이상한 일이 협약 체결 직후 일어났다. 협약을 체결한 정부측 책임자인 당시 김윤기 건설교통부장관은 협약이 체결된 이틀 후인 3월 25일 장관직을 사임했다. 당시 협약에 정부측 대표로 서명한 정종환 철도청장도 일주일이 지나 철도청을 떠났다. 대형 국책 부실 협약을 성사시키고 바로 자리에서 사라진 것이다.
이후 이들은 화려하게 복귀했다. 당시 건설교통부장관은 공직자 윤리법이 정하는 관련사기업체 취업제한 기간이 경과한 후 2004년 인천공항철도주식회사 사장으로 부임해 현재까지 재직중이다. 지금은 인천공항철도 지분을 팔겠다고 정부에게 승인을 요청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승인 요청을 받은 정부부처 책임자는 당시 철도청장이었던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이다. 정장관은 이명박정부 들어 국토해양부장관으로 장수하며 운하 건설 민간투자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들은 왜 인천공항철도 민간투자사업자에게 특혜 수익률을 베풀었을까? 인천공항철도 민간투자컨소시엄의 주간사는 현대건설이다. 현대건설은 2000년 유동성위기로 부도와 워크아웃을 겪었고, 2001년 8월에야 국책은행들의 부채전환 조치로 겨우 살아난 기업이다. 인천공항철도 사업 협약을 맺을 시점엔 현대건설은 대규모 국책사업을 추진하기엔 위험한 기업이었다. 그런데도 정부 대표자들은 이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 주고, 법령까지 위반하면서 협약을 체결하는 데 급급했다.
도대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인천공항철도 부실이 현대건설컨소시엄에 대한 특혜에서 비롯되었다면, 이제 남은 숙제는 왜 이들이 그러한 특혜를 제공했을까를 규명하는 일이다.
4. 맺으며: 지분 인수 이전에 진실 규명이 먼저다!
인천공항철도 민간투자사업 부실 사건은 현대건설컨소시엄에게 제공한 무리한 특혜 조치에서 비롯되었다. 이 특혜는 지금 예측수요의 7% 이용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현실도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지금 민간투자자본은 인천공항철도사업을 정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대건설컨소시엄은 이미 2007년 5월 정부 승인을 전제로 한국인프라투융자사 등 금융권과 지분 매각 계약을 체결하고 2008년 4월 국토해양부에 ‘출자자 변경 및 자금재조달’ 승인을 신청했다. 이들은 30년 기간의 BTO 민간투자사업자로서 아직 2단계 공사도 완료되지 않았고 1단계 개통이 시작된 지 두 달 만에 새로운 금융투자자들과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준비에 따른 시간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인천공항철도가 개통을 시작하기도 전에 지분 매매 논의를 시작했던 것이다. 이미 건설과정에서 기대했던 이익을 충분히 실현했기에 이후 사회적 논란이 더 커지기 전에 손을 떼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3월 30일 인천공항철도 부실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는커녕 인천공항철도 지분을 한국철도공사가 매입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국책 부실 사건에서 탈출하려는 민간투자자본을 방조하고 자신도 책임에서 벗어나보려는 조치로 판단된다. 이렇게 될 경우 인천공항철도 부실 사건은 영영 어둠에 묻힐 위험이 크다.
국민의 세금을 먹는 국가재정 부실 사건을 이대로 놔둘 수는 없다.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왜 당시 정부는 현대건설컨소시엄에 상식을 넘은 특혜 조치를 베풀었는지, 이 과정에서 정부관료는 어떠한 역할을 했는 지가 밝혀져야 한다. 그래야 민간자본, 관련 관료들에 적절한 책임을 물을 수 있고 이후 인천공항철도의 국가 인수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
<참고> 인천공항철도 관련 검토 필요 자료목록
감사원, “감사결과: 제11절 인천국제공항철도 건설사업 추진실태” (2002).
감사원, “공공시설 민간투자사업 추진실태 감사결과 처분요구서” (200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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