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민영화 신호탄?... 국토부 차관 "경쟁사회로 전환"
11.02.24 20:30 ㅣ최종 업데이트 11.02.24 20:30 |
이명박 정부 출범 뒤 간간이 언급되던 철도민영화 계획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인 최구식·백성운 한나라당 의원 주최로 열린 '철도운송산업 선진화 정책토론회'의 부제는 '철도운송시장의 경쟁도입과 효과'다.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이재훈 교통연구원 철도연구실장은 "주제는 철도운송시장의 경쟁 도입에 관한 내용이고, 철도시설을 민영화하자는 것이 아니라 민간부문의 참여를 일정 부분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전제했다. 철도공사를 민간에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 철도공사와 민영기업이 경쟁하도록 한다는 것이지만, 민간기업의 철도사업 진출이라는 점에서 민영화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외국·국내 기업 철도공사와 경쟁입찰, 운영권 30년 보장
이날 발제에서 이 실장이 제시한 철도 경쟁 도입의 골자는 철로 등 각종 시설은 철도시설공단이 관리하면서 철도운영업체로부터 이용료를 받고, 한국철도공사와 민간 철도업체들은 경쟁입찰을 통해 철도 운행권을 따내는 방식이다.
이 실장은 "입찰 참여는 철도공사뿐 아니라 새 사업자들이 다 참여하도록 개방하는 것이 좋겠고, 철도공사도 외국 기업도, 국내 기업도 상호경쟁을 통해 합리화를 추진할 수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수도권 고속철도, 호남고속철도, 원주~강릉 철도, 서해안철도 등 수익성이 높은 고속 신설노선에 대해 철도공사와 신규사업자를 대상으로 경쟁입찰을 실시, 수주업체에는 30년 동안 운송사업권을 보장해주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 실장은 "새 사업자가 차량 구입 등에 드는 투자비를 회수하기 위해선 30년 이상의 운영권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경부선의 경우 서울~금천구청 구간에서 인구대비 선로용량이 이미 과포화 상태지만, 2015년께 수서~평택 간 수도권고속철도가 완공되면 선로용량 부족은 해소할 수 있고, 새로운 철도사업자가 참여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상업성은 없지만 철도의 공공성 유지를 위해 운행하고 있는 PSO(Public Service Obligation) 보상 노선 운영권도 철도공사와 민간업체가 경쟁입찰을 하고, 운영권 보장기간은 5~10년으로 하는 안이 제시됐다.
이 실장은 "경쟁 도입의 기본 방향은 공공성을 보장하면서 철도라는 공공재를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것이고, 국민 부담을 줄이면서 최대의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국토부 차관 "경쟁사회로 탈바꿈하는 패러다임 전환 필요"
이날 발제에서 민영화가 필요한 이유로 강조된 부분은 철도공사의 막대한 부채와 과도한 인력규모, 이로 인한 낮은 생산성이다. 특히 한국과 철도 수송밀도가 비슷한 일본의 사례가 자주 거론됐다.
이 실장은 "철도의 노동생산성 면에서 한국이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보다 뛰어나지만 수송여건이 한국과 비슷한 일본과 비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2008년 한국철도의 노동생산성은 일본철도의 66% 수준이고 생산성 증가율은 일본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실장은 "한국철도의 노동생산성이 점차 향상되는 추세임은 부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2001~2008년 철도 관련 모든 생산요소의 생산성을 평가한 해외 연구자료를 인용하면서 "OECD 34개 나라 중에서 한국철도의 생산성 증가율은 25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한나라당 소속 의원 10여 명이 국회 대정부질문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도 토론회에 자리했고, 국토해양부 차관도 참석해 철도 민영화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추진 의지를 반증했다.
이날 축사를 한 송광호 국토해양위원장은 "철도에 경쟁체제가 들어가서 대국민 서비스가 양질의 서비스가 되지 않을까 한다"며 "잘 상의해서 입법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희국 국토해양부 제 2차관도 "토마스 프리드만은 1990년이 세계화의 첫걸음이라고 진단했고, 산업화의 단계를 넘어 지식정보화의 사회, 경쟁하는 사회로 탈바꿈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된다"며 "지금보다는 더 싸고, 더 빠르고, 더 편리한 3가지 요소를 갖춰야만 그 분야에서 위치를 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철도노조 "편파적 발제, 일본철도는 기본 구조가 다르다"
그러나 이 실장의 발제에 대해 전국철도노동조합 측은 "악의적이고 편파적인, 짜깁기식 발제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김용남 철도노조 기획국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정부가 KTX 건설비용을 철도시설공단과 철도공사에 떠넘겼고, 수익성이 없어 민간에서 철도공사로 떠넘긴 인천공항철도 등 정부의 정책실패에 의해 철도공사가 떠맡고 있는 부채의 비중이 매우 큰데도 모든 것을 인건비의 탓으로 돌렸다"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또 "수익구조가 취약한 철도시설공단 운영을 위해 선로 사용료가 많이 높다는 것도 철도공사 부채의 주요인"이라며 "한국 철도의 노동생산성이 다른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 국장은 "운영구조가 한국 철도와 근본적으로 다른 일본 철도를 비교 대상으로 삼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경우, 민영화 과정에서 철도 관련 부채를 정부가 인수하는 조치가 있었고, 일본 철도회사들은 운행구간에 대한 선로관리도 자체적으로 하고 있어서 선로 사용비의 비중이 낮다는 것.
또 일본은 한국에 비해 철도 운임이 2배 이상 비싸고 철도 회사가 유통업 등 각종 부대사업도 활발히 하면서 이윤을 창출하고 있는 점 등을 무시하면서, 한국 철도가 일본에 비해 노동생산성이 낮다고 주장하는 것은 민영화 논리를 위해 끼워 맞춘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김 국장은 "현재도 정부가 철도공사의 운임 인상 요구를 억누르고 있는 상황인데, 민간업체가 진출하면 운임 상승 억제가 가능하겠느냐"며 "철도요금이 크게 오르는 것 뿐 아니라 수익성이 좋은 고속철도와 광역철도 운행은 크게 늘고 수익성이 없는 구간에서는 철도를 이용하는 것이 어려워져 철도의 공공성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 국장은 또 "영국 대처 정부가 철도를 민간에 매각한 뒤 시설투자와 안전관리가 소홀해 지면서 1999년 2000년 열차충돌 사고와 전복사고 등 각종 사고가 이어졌고, 유지보수 업체 레일트랙이 파산하는 등 부작용이 너무 많아 결국 다시 국유화하고 있지 않느냐"며 "독일철도도 민영화로 인한 인력감축과 정비불량으로 베를린 전철 540여 대 중 절반가량만 운행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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