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초5)과 아들(초2)은 2박 3일(8/19~21) 동안 180km가 넘는 거리(약 200km?)를 자전거로 달렸습니다.
광주에서 출발해 목포 영산강 하구둑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영산강 자전거길을 주로 달렸지만 벗어나서 국도를 몇 시간 동안 달리기도 했습니다.
이 여행의 시작은 아빠의 좋지 않은 건강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꾸준히 운동을 해야 한다는 의사는 적당한 운동으로 '걷기'와 '자전거'를 추천했었습니다.
그렇게 1주 1~2번의 자전거 타기가 몸에 익숙해질 쯤..
우연히 자전거로 여행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전국일주를 다녀온 사람들의 여행기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린 결심합니다.
"자전거로 목포를 다녀오면 좋겠다!"
여행에 나서기 전날 밤 가져갈 짐을 아이들 방 한 켠에 나열합니다.
빠진 건 없는지 확인하고 자전거 3대에 나누어 실기 위해서..
생각보다 짐이 많습니다.(... 나중에 이 무거운 짐 때문에 후회를 엄청했습니다.^^)
짐은 자전거 관련 물품(안전장비와 공구), 야영 장비(텐트와 코펠, 버너, 침낭, 매트 등), 간단한 음식물과 기타 물품.
그렇게 짐을 나누어 실은 자전거를 집 앞에 나와 시승해봅니다.
딸은 어른용 자전거를 타는 어린이.
무게를 줄이기 위해 짐받이에 가방을 걸고 상대적으로 부피가 큰 개인용 매트를 우선 넣고 음식물 박스를 가운데 얹었습니다.
처음 실어보는 짐 무게와 좌우 흔들림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상당히 힘이 들 것입니다.
아들은 원래 누나가 타던 자전거에 짐받이를 설치하고 침낭과 개인매트 1개씩과 간이의자를 실었습니다.
간이의자는 정말 쓸모가 많았던 물건입니다.
이빨 빠진 아이가 웃습니다.
출발 전 자전거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어볼까?
힘찬 격려를 해주는 엄마와도 인증샷!
아직 힘이 넘치고 설레는 마음도 크니 이렇게 활짝 웃고 있습니다.
엄마와 인사를 나누고 아침 9시가 조금 넘은 시간 아이들이 자전거 길을 달리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얼마 달리지 않아 누나가 많이 힘들어 합니다.
다리 밑 돌의자에 아들도 함께 자리를 잡고 앉습니다.
많이 힘이 드는 모양입니다. 짐을 다시 점검합니다.
역시 짐이 많습니다.
찬찬히 살펴보니 분홍색 물건도 보입니다.
아니.. 머리빗인데...?!
ㅋ. 딸은 딸입니다.
짐이 무거워도 꼼꼼하게 머리빗을 챙겨온 민결이.
이제 출발한지 얼마되지 않았으니 한번쯤은 무거운 짐을 감당하는 것도 좋겠다 싶어 그냥 계속 운행하기로 결심합니다.
대신 초기에는 더 자주 쉬기로 합니다.
얼마를 더 달려 도착한 쉼터.
라이딩 중에는 물과 과일을 자주 먹어야 합니다.
다시 출발하는 길.
'자, 신나게 웃어봐!'
그렇게 웃으면서 가보기로 합니다.
2시간 넘게 달려 나주 승천보에 도착합니다.(뭣땜에 만든지 모르는 00보, 이런데는 사진에 담질 않았다.)
점심은 영산포 쪽으로 더 내려가서 먹기로 하고
찬물 솟아오르는 분수대로 뛰어듭니다.
거침없는 아들!
누나는 조심 조심 통과해보지만 흠뻑 젖기는 마찬가지.
젖은 양말을 갈아 신고 짐 위에 걸어두고 누운 아이.
한바탕 물놀이가 끝나니 자전거 여행꾼의 포스(!)가 조금씩 풍겨 나오기 시작합니다.
짐은 많지만 물은 필수적인 물품이니 무거워도 더 사서 싣기로 합니다.
10 킬로미터를 더 달려 내려가서 점심을 먹습니다.
첫번째 점심은 엄마가 준비해 준 생협 라면. 남은 국물에 쌀을 넣고 끓여 라면죽까지 해 먹었습니다.
뭔가 직접 해 먹는 즐거움에 신이 납니다.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누나의 무거운 짐을 덜어내 아빠 자전거에 옮겨 싣고 다시 출발합니다.
영산포 홍어거리를 지나서 첫번째 관문인 언덕을 지나야 합니다.
모두들 짐 때문에 힘이 들텐데... 쉬엄 쉬엄 걸어서 넘어가기로 합니다.
그래도 무척 힘이 듭니다.
그나마 민결의 짐을 줄였으니 망정이지. 휴~
'야영장비까지 다 있는데 뭐가 걱정이냐!'
'쉬엄쉬엄 기분좋게 가보자'
다시 생각하면서 차들이 쌩쌩 지나는 길 옆을 몇 차례 쉬어가면서 오릅니다.
'힘드니? 녀석아!'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갑자기 내린 소나기 덕분에
급하게 비닐을 꺼내 씌운 누나도 웃어줍니다.
그렇게 오른 고개를 넘어 짧은 내리막을 시원스레 내려 갔습니다.
무더운 뙤약볕 아래 이어진 시멘트길.
길만 뚫어놓았지 쉬어갈 공간이라고는 형편없이 만들어놓은 길을 따라 달렸습니다.
더위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더 달려야 합니다.
마침내 나주의 회진 근방 다리 밑 도착.
우리가 붙인 다리명은 'P 10'
다리 밑 시원한 공기에 어느새 생기가 돌아옵니다.
장난이 빠질 수 없지요.
조금만 더 가면 죽산보(?)가 나왔습니다.
아까 먹고 간단하게 닦아둔 코펠을 깔끔하게 설거지하고..
햇볕에 말린 뒤
인적 드문 죽산보를 패스합니다.
멀지 않은 곳에 드라마 '주몽' 촬영을 위해 산 위에 지은 성곽이 등장합니다.
이름하여 '나주 영상 테마 파크'
글씨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것이 사람의 방문이 뜸한 모양입니다.
뒷편 산 위에 드라마에 등장했던 성곽이 보입니다.
이제 나주시 공산면을 지나 동강면으로 접어들기 시작합니다.
돌아오는 길에 재미있는 에피소드(뒷편에 등장?!)가 있었던 곳.
새로 만들어놓은 해바라기 길이 참 좋습니다.
특히 길가에 높다란 소나무와 어우러진 해바라기 길.
그리고 지나치는 아이들 모습은 보기에도 멋집니다.
이제 시간은 오후 5시를 넘고 있습니다.
말만 듣던 느러지 고개가 앞에 있는데..
야영은 느러지 고개를 넘어서 장소를 물색해 보기로 합니다.
'이런 등산로를 자전거길이라고 거짓말을 치는 거야!'
'사진은 오는 길에 찍어야지'
뭐 이런 생각을 하면서 가다 쉬다를 반복하며 마침내 전망대에 올랐습니다.
허기진 배에도 인증센터에 도착한 아이들은 도장부터 찍는다고 난리입니다.
(영산강 자전거길 전 구간을 달리면서 도장을 받는 인증을 말함. 4대강과 국토종주 인증수첩을 들고 전국적인 여행길에 나서는 사람들이 많다. 아이들에게 인증수첩을 한 권씩 사줬다.^^)
멀리서 들려오는 누나의 한숨소리~. 인증 도장이 없다고 합니다.
인증수첩을 들고 인증센터를 찾아 나서는 사람들이 늘어난 만큼 도장을 훔쳐가는 사람도 늘어가는 모양입니다. ㅋㅋ..
인증 도장을 인증샷으로 대신하고..
배가 너무 고파 앉아서 생라면을 부셔 먹었습니다. (오후 6시 43분)
맛이 기가 막히게 좋았습니다.
아빠가 미안해 합니다.
간단한 간식을 챙겨온다는 걸 깜박해서...^^
'시간은 늦어도 전망은 봐야지. 영산강 최고의 조망 포인트에 왔는데...'
마침내 전망대로 향합니다.
아이고 그렇찮아도 힘든데. 3층입니다. 쯧.
아이들과 함께 계단을 올라갑니다.
무척 힘이 듭니다.
하지만,
올라서 바라본 광경은...!!
"장관이다! 올라온 보람이 있구나!"
"얘들아!"
이제 서둘러 내려가야 합니다. 시간은 저녁 7시.
포장되지 않은 등산로(?)를 급하게 내려갑니다.
이제 급한 건 야영장. 점차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데 마음이 더 급해집니다.
5km 정도를 더 달렸을까 밭에서 일하시는 마을 어르신께 정자가 없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없어 보이는데 그래도 혹시 해서 물었지만 역시 없으시답니다.
더 피해를 드리기는 그렇고 더 가보자고 아이들에게 부탁해서 자전거에 오릅니다.
그렇게 또 30여분을 이동해도 영산강변 어느 곳에도 텐트칠 장소를 찾긴 어려워 보였습니다.
이제 어쩐다?
비교적 차분하게 아빠 말에 따르던 아이들도 차츰 어둠이 내리자 마음이 급해지는 모양입니다.
많이들 힘도 들 것입니다.
그때!
눈 앞에 공사장 공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자갈로 깔린 곳이지만 그리 굴곡이 심하지 않아 매트를 깔면 괜찮을 듯 합니다.
강변 습지보다 모기떼도 없을 듯 하고..
'얘들아. 저기에 텐트를 치자!'
그렇게 저녁 8시를 넘겨 텐트를 쳤습니다.
아이들은 정말 어른들처럼 각자 해야할 일을 찾아서 아빠를 도왔습니다.
늦은 저녁이지만 밥도 하고, 고기도 구웠습니다.
나중에는 벌레를 피해 음식물을 들고 텐트 안으로 옮겨야 했습니다.
조금 더 이른 시간에 도착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대충 밥 먹은 자리를 치우고 잠을 청했습니다.
구름이 잔뜩 낀 날씨에 하늘의 별은 보이지 않습니다.
하루 종일 흘린 땀에 온 몸이 찝찝하고 높은 습기까지 아이들에겐 익숙하지 않은 것이리라.
그나마 아들은 일찍 잠이 들었는지 코를 색색거립니다. 다행입니다.
누나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잠시 울먹거립니다.
힘이 들고 불편한 모양입니다.
눈물을 보이지 않기 위해 고개를 돌린 민결이에게 일부러 말을 걸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이 귀찮은 것 투성이어도 아빠는 너희들이랑 같이 있으니 기분이 좋다." 고만 했습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갑니다.
-두번째 글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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