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글로 부터 이어갑니다.
누나도 잠이 들었습니다.
아빠는 쉽게 잠에 들지 못하고 뒤척이고 있습니다.
늦은 밤까지 농약을 살포하는지 소형 헬리콥터 소리가 들렸습니다.
꾸물거리는 날씨도 비가 올 듯 하고...
결국 새벽녘에 비가 내렸습니다.
텐트안에 걸어둔 옷들이 짠하게 보입니다.
세워둔 자전거를 확인하고선 다시 들어옵니다.
지나가는 소나기겠지 생각하며 타프를 쳐볼까 하다가 포기합니다.
두 아이와 아빠의 자전거 여행 두번째 날이 밝아옵니다.
새벽 5시 30분쯤 모두들 일어납니다.
방금 잠에서 깬 누나는 밤새 country girl(?) 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피곤한 녀석도 입이 찢어지게 하품을 합니다.
많이 피곤한 모양입니다.
"피곤하지. 그래도 지금 일어나서 더 내려가다가 밥 먹을까?"
모두 흔쾌히 좋다고 답합니다.
그리 상쾌하진 않지만 즐겁고 활기찬 표정으로 짐을 챙깁니다.^^
아이가 출발 준비를 끝냈습니다.
짐은 어제와 똑같이 실었습니다.
무슨 영화에 출연한 듯 멋지네요.
누나는 어제보다 짐을 훨씬 더 줄여서 출발 준비를 해줬습니다.
그것마저도 짐받이 가운데에 모아 실어 양 옆으로 흔들리지 않게 했습니다.
"자, 두번째날 출발 인증샷을 찍어볼까?"
사진찍자고 하면 자동적으로 둘이 엉겨 붙습니다. 버릇이죠.
구름 뒤편에는 해가 솟아오르고 있습니다.
월출산도 보이는 것이 자전거로 정말 멀리 온 모양입니다.
약 9km를 달려 회산백련지 쉼터에 도착했습니다.
화장실도 있으니 세수도 하고 식사도 계획했던 장소입니다.
넉넉하지 못한 편의시설 때문에 무조건 화장실이 보이면 아이들에게 묻습니다.
"얘들아, 화장실 다녀와!"
조금 뒤 화장실에 다녀온 얘들이 말합니다.
"아빠, 물 나오는 곳이 없어!"
결국 세수는 목포 도착해서 하기로 하고 아침 식사만 하기로 합니다.
어제 저녁 먹고 남은 밥에 김치, 김으로 맛있게 밥을 먹었습니다.
아이들도 밥을 잘 먹습니다.
어제보다 훨씬 기분도 상쾌하고 마음도 느긋해집니다.
하루 동안의 경험이 이토록 사람을 편하게 만들어주고 자신감도 생기게 하는 모양입니다.
아이들의 장난치는 소리가 큰 힘이 됩니다.
이제 다음 쉼터까지 6km를 곧장 달리기로 하고 출발합니다.
카메라를 목에 건 누나가 사진을 찍습니다.
무슨 산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금새 소댕이나루 쉼터에 도착했습니다.
중간에 만난 동네 어르신들이 대단한 아이들이라면서 격려도 해주시고 지름길도 알려주셨습니다.
우리는 '오늘은 정말 운이 좋을 징조'라고 하면서 함께 크게 웃었습니다.
누나가 사진을 찍어줬습니다.
아빠는 말은 못하지만 늘어난 짐과 등에 맨 베낭까지 정말 무겁습니다.
다시 출발합니다.
틈틈이 누나는 사진을 찍기 바쁩니다.
목포가 정말 가까워진게 느껴집니다.
해변길이 훨씬 아기자기하고 사진 찍을만한 장소가 많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을 기약하고 지나칩니다.
그 사이에도 누나는 앞서 가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제 일반도로와 합쳐집니다.
버스와 트럭이 다니는 길입니다.
조심히 길 옆으로 가야 합니다.
아이들이 잘 따라 오고 있습니다.
영산강 하구둑에 다다르기 전에 아름다운 영산호의 석양을 즐길 수 있는 곳에 도착합니다.
석양을 즐기려면 무려 10시간은 기다려야 하는데... 쯧..
사진만 찍고 통과합니다.
이제 마지막 10km 만 달리면 됩니다.
도청이 이전하면서 새로 조성된 남악을 에돌아서 가기 때문에 생각보다는 긴 거리입니다.
9시 정각에 도착하자고 모두들 힘을 내서 페달을 밟았습니다.
드디어 대불선 철길을 지나 하구둑 앞 도로로 들어섭니다.
녀석은 썽썽합니다.
그리고, 영산강 자전거길의 첫 시작인 황포돛배 매표소에 닿습니다.
1박 2일 걸려서 도착했습니다.
네이버 지도를 기준으로 할 때 93.3km를 왔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돌아가는 길도 1박 2일이 걸린다는 사실입니다.^^
매표소와 그 옆 매점은 월요일에는 쉰다고 합니다.
"에이, 배는 못 타겠군. 그나저나 점심은 준비해 가야 하는데.."
주변에 물어서 주유소 옆 작은 편의점에 다녀왔습니다.
물과 먹거리를 준비했습니다.(특히, 초코바와 같은 간식을 대량 구입했습니다. ㅋㅋ..)
아이가 "저 산 위에 집이 있어?" 합니다.
"어~ 그러네" 하고 화장실로 향했습니다.
화장실에서 세수도 하고 설거지도 했습니다.
코펠을 햇볕 드는 곳에 펼쳐 놓고
옆에 앉아서 지나가는 자전거 동호인들을 불쌍하게(?) 쳐다봅니다.
전국에서 오신 동호인들이 영산강 자전거길을 완주하기 위해 출발하는 곳입니다.
가볍게 짐을 꾸리고 출발합니다. 그에 비하면 우리는 정말 한심할(?) 정도로 짐이 많습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우리는 우리 멋이 있는 거 아닙니까?
그렇게 푹 쉬었다가 다시 길을 나섭니다.
10시 30분입니다.
젖은 수건을 말리고 있습니다.
조금만 달리면 금방 마릅니다.
누나에게서 자전거 여행 달인의 냄새가 풍겨옵니다.
그렇게 4~50분을 재잘재잘 대화를 이어가며 달렸습니다.
건너편에서 자전거를 타고 오시는 분들이 힘내라고 격려해주고 지나가십니다.
조그만 아이가 짐을 실고 지나가니 재미있는 모양입니다.
또 한 분이 '화이팅'하면서 스치고 지나갑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냥 지나치지 않고 멈춰섭니다.
혹시...
순천으로 파견 나오기 전에 함께 근무한 고참 기관사 선배님이십니다.
오래간만이고 너무도 반가웠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여행하는 아빠 모습이 참 좋고 대단하다고 칭찬을 해주셨습니다.
저도 힘이 팍팍 났습니다.
다시 출발합니다.
아까 내려올 때 찍어주지 못한 사진을 많이 찍어주어야 합니다.
어째 장난스러운 표정인데...?
결국..! ㅋㅋㅋㅋ..
영산강 옆 옛 나루터를 끼고 달리는 길도 아름다웠습니다.
나룻배 위에 새가 앉아 있습니다.
방금 내려온 길이라 훨씬 익숙하고 편안합니다.
아이들의 자전거 위 장난도 수준이 높아집니다.
<둘이서 하나로>라는 기술입니다.^^
다음은 아들의 일명 <순식간에 엉덩이 들기> 기술입니다.
여행을 즐기기 시작하는 겁니다.
슬슬 점심 식사 시간이 되어가는데...
"점심은 어디서 먹을까?"
"아침 먹은 거기서 먹자." 하고 누나가 대답합니다.
적당한 거리의 장소를 선택하는 센스까지...^^
사진에 자꾸 라면이 등장하지만 '밥' 먹었습니다.
(아빠는 헬멧을 벗고 자전거를 타서 머리가 영~ )
차분하게 밥을 먹는 중간 중간 자전거 동호인들이 옆에서 쉬었다 갑니다.
경상도에서 오신 분들은 포도를 주셨습니다.
아이들이 대단하다고 맛있게 먹으라고 하시면서 격려를 해주셨습니다.
식사를 마칠 즈음 혼자서 여행하는 자전거 여행꾼이 왔습니다.
식사는 했는지 물었는데 초코바 같은 걸로만 먹고 완주한다고 합니다.
이런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밥은 다 먹고 난감했습니다.
다행히 물이 필요하다고 해서 물병에 물을 가득 채워줬습니다.
밥도 먹었고 이제 우리도 출발해야 합니다.
느러지 고개를 넘어가기 전에 엄마를 만날 생각입니다.
2박을 할머니집에서 지낼 생각이라 야영에 필요한 무거운 장비를 넘겨줄 계획입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자리를 치우고 일어났습니다.
-세번째 이야기에서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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