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 자리에

[2011년] 독서의 기록

대지의 마음 2011. 12. 28. 11:30

 

 

27. 행복한 통일 이야기_안영민

-지난 6월(?) 북한 제대로 이해하기 운동 차원에서 민주노총에서 제안해 많은 간부들이 함께 읽었던 책. 구입은 했지만 앞부분 조금만 읽은 채 두었던 책을 다시 잡았다. 일반적으로 북한에 대해 가질 만한 궁금증을 하나하나 들어가면서 <민족21> 기자로서 취재차 방문해서 경험하면서 느꼈던 사실들을 쉽게 설명해준다. 정권이 바뀐 이후 남북간 내왕이 줄고 없어질수록 북에 대해 왜곡된 정보는 커져만 간다는 저자의 말은 여러 사례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이 읽고 토론했으면 좋겠다 싶다.

 

 

26. 최재천의 한미 FTA 청문회(향연 출판사)

-책읽기를 결심한 의도에는 맞지 않았다. 철도산업과 한미 FTA 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공공서비스시장 개방, 규제완화가 한미 FTA 의 본질적인 목표라는데.. 그보다 조금 더 나가서 철도산업과 한미 FTA 의 직접적(?) 관련성을 해명하는 설명을 듣지 못했다. 단순하고 형식적이랄까? 그래서였다. 에이 한미 FTA 에 대한 떠도는 독소조항 정도의 이해를 넘어서 그냥 한번 파보자는 마음을 먹었다. 호남고속철도 경쟁체제 도입은 한미 FTA 와 맞물려 어떤 효과로 작용할까? 그 해법을 찾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의도에 맞는 책 선택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이미 지난 노무현 정권 시기에 적을 글로서 여전히 올바른 글이지만 현재 고민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렇더라도 2006년과 07년으로 돌아가서 한미 FTA를 둘러싸고 진행되었던 논란들을 다시금 돌아불 수 있어 적지 않은 도움이 되었다. 채우지 못한 목표를 이룰려면 어떤 책을 골라서 읽어야 할까? 쩝~~!

 

 

25. 빅토르 하라(아름다운 삶, 끝나지 않은 노래)_조안 하라 지음

-빅토르 하라의 <선언>을 듣는 순간 나는 오래전 '노래는 삶이요, 힘이요, 혁명이요'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선언>은 혼란의 시기 본인이 열망하는 세상을 위해 노래라는 무기로 헌신했던 빅토르 하라의 삶을 극적으로 대변하는 노래다. 스스로에게 기타는 '노동하는 기타'로서만 의미있는 것이었다. 철저한 혁명가였기에 노래운동가인 것이다.

 

그런 빅토르 하라의 삶을 곁에서 지켜본 영국인 부인 조안 하라가 썼다. 1970년 전세계 유일의 선거를 통한 사회주의자의 집권 과정과 이후, 그리고 아직도 극복되지 못한 아픈 역사를 쉽게 알 수 있다. 역사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피로 발전하는가?

 

그가 지었던 노래만 들어도 그가 누구인지 그의 삶은 어떠했는지 알 수 있었다. 앞으로 몇 곡을 이 곳 블로그에 담아두고 시간날때마다 들어야겠다. 덧붙여, 우리 민중음악계도 칠레 민속음악 속에서 민중가요의 발전 방향을 찾았다는 것에서 우리 음악의 원형질은 어떤 것인지도 고민이 더 되었으면 좋겠다.

 

 

24. 바람의 노래 혁명의 노래(라틴아메리카 문화기행)_우석균 지음

-2005년에 보고 또 봤던 책. 이 책을 보고 CD를 몇 장 구입했었고,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와 사상>, <영화 속의 문학읽기>, <콜럼버스에서 룰라까지>, <배를 타고 아바나를 떠날 때>, <라틴앨범>, <라틴아메리카 영원한 위기의 정치경제>, <남미가 확 보인다>,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로 이어지는 독서에 빠져지냈다. 그 뒤 단연 남미 여행을 꿈꾸고 몇 개월을 지냈다.

 

뭐에 홀린 듯 다시 들었지만 여전히 한 문장 한 문장 한 눈 팔수 없는 즐거움이 여전하다. 이번에는 차분하게 들어야 할 노래 36곡을 선정해보았다. 책에 나온 순서대로 나열하면,

 

 1. 내 사랑하는 부에노스 아이레스_카를로스 가르델

 2. 모두 함께 부르는 노래(Cancion con todos)

 3. 생에 감사해_메르세데스 소사 or 비올레타 파라

 4. 매미처럼(Como la cigarra)_메르세데스 소사

 5. 신에게 오직 바라네(Solo le pido a Dios)_레온 히에코, 메르세데스 소사

 6. 잠을 자려네_알폰시나 스토르니의 시

 7. 알폰시나와 바다(Alfonsina y el mar)_아리엘 라미레스 작곡, 펠렉스 루나 작사

 8. 고물상(Cambalache)_엔리케 산토스 디세폴로

 9. 어이, 반도네온(Che, Bandoneon)

 10. 안녕, 노니노(Adios Nonino)_피아졸라

 11. 인디오의 길(Camino del indio)_아타왈파 유팡키

 12. 무엇을 거리라고 부르는지(A que le llaman distancia)_아타왈파 유팡키

 13. 돌멩이의 차카레라(Chacarera de las piedras)_아타왈파 유팡키

 14. 기타야, 말해다오(Guitarra, dimelo tu)_아타왈파 유팡키

 15. 투쿠만의 달(Luna tucumana)_아타왈파 유팡키

 16. 슬픈 구름(Llaqui phuyo)_인티 라이미

 17. 바람의 노래(Canto del viento), 푸른 나무(Leno verde)_에르네스토 카부르의 연주곡

 18. 철새는 지나가고(El condor pasa)

 19. 체의 삼바(Zamba del Che)_빅토르 하라

 20. 단지 그 뿐(Nada mas)_아타왈파 유팡키

 21. 영원히(Hasta siempre)

 22. 열일곱 살로 돌아간다는 것은(Volver a los 17)_비올레타 파라

 23. 룬룬은 북쪽으로 가버렸네(Run Run se fue pal norte)_비올레타 파라

 24. 노래꾼이 침묵하면(Si se calla el cantor)

 25. 우리 승리하리라(Venceremos)

 26. 단결된 민중은 결코 패배하지 않으리(El pueblo unido jamas sera vencido)

 27. 아옌데(Allende)_킬라파윤의 칸타타

 28. 선언문(Manifiesto)_빅토르 하라

 29. 너를 기억해 아만다(Te recuerdo Amanda)_빅토르 하라

 30. 칠레 스타디움(Estadio Chile)_빅토르 하라

 31. 나 그 거리를 다시 밟으리(Yo pisare las calles nuevamente)_파블로 밀라네스의 글

 32. 이상한 사람(El hombre extrano)_실비로 로드리게스

 33. 마추피추의 산정(Alturas de Macchu Picchu)_로스 하이바스

 34. 나는 살리라(Voy a vivir)_미키스 테오도라키스

 35. 나는 여기 남으리라(Aqui me quedo)_미키스 테오도라키스

 36. 네루다를 위한 레퀴엠(Neruda Requiem Eternam)

 

 

23. 닥치고 정치_김어준

-직관이라고는 하지만 이론에 대한 통찰을 통해서 얻어진 것으로 감각에만 머무르지만 않은 느낌. 초반 좌와 우를 구분하는 태도는 당황스러운 것이었지만 무학의 통찰이라고 강조하는 것에 비하면 훌륭하다는 생각.(그럼에도 좌와 우는 타고난 것이라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BBK 에 대한 분석이나 정치권의 여러 인사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는 부분은 ‘정치’에 관심을 갖자고 하면서도 ‘정치’에 무감한 나에게 ‘정치’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 김어준의 정치적 성향을 인정하더라도 군데군데 도움이 되는 지적들이 많이 있다. 대중과 호흡하고 활동하는 진보진영의 감각, 사상, 생활 모든 면에서 한 번 쯤은 생각해 볼 것들이 많았다.

 

 

22. 파벌(민주노동당 정파 갈등의 기원과 종말)_정영태 지음

-이런 책을 꼭 보아야 하나? 9월 25일 민주노동당 당대회를 앞두고 국민참여당과의 통합 문제로 난리다. 광주전남의 대부분의 동지들이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찬성하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러저러한 논리를 앞세우지만 압도적으로 찬성하지 못하면 당이 망한다고 설득하고 있다. 살벌한 긴장이 느껴지고 숨이 막힐듯하다. 조그마한 논란의 여지라도 비추면 그야말로 씹히는 상황이다. 왜 그럴까? 상대에 대한 존중의 마음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민주노동당 창당 이후 양대 파벌간의 경쟁(?)도 그랬다. 운동이라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 '가치중립'의 개념이 아니라 '가치지향'의 영역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상대를 제압해야하는 것의 정당한 논리는 당면 혁명을 목숨으로 사수해야 하는 것 마냥 과장된 논리로 엄숙하게 진행된다. 분당 이전에도 그랬듯이 그 버릇 여전히 지금도 유효하다. 에이~~씨. 또 뭘 써야 하나?

 

 

21. 강남좌파(민주화 이후의 엘리트주의)_강준만 지음

-언제나처럼 그의 책은 속시원함이다. 내가 갖고 있는 '감각의 균형'(객관을 보는 눈으로서의..)에 대한 반성도.. 그는 학자이고 나는 그렇지 않으므로 그렇게 반성할 것까지야 없지만 세상을 향한 나의 사고도 온통 계급적 관점으로서 비롯된 것은 아니지 않은가? 문재인의 운명에 안으로 굽었던 팔은 강남좌파를 통해서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다. 내가 줄곧 지향한다는 그 가치에 대해서도 불신의 눈으로 한번쯤은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고서.. 기회주의적 인간이란 비판도 감수하고..

 

 

20. 문재인의 운명_가교출판

-다리 깁스하고 널부러져있는 날이 며칠되면서 2권의 선정성(?) 높은 책을 선정했다.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도 마찬가지지만 여러 논란의 과정에서 드는 것은 비판적 견지에서 바라보는 것과 그걸 온전히 책임지고 경영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많은 논란은 이런 바탕위에 진행되는 만큼 쟁점 중 상당 부분은 사실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오는 근본적인 이해의 차이가 아닌가도 싶다.

 

어떤 평가를 받던지 정부를 경영한 경험 속에서 당시의 복잡한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했는지를 알고 싶은 욕구가 컸다. 노동문제와 관련되어서는 노무현 대통령 집권 초반 화물연대 파업과 철도 파업이 중요 핵심으로 부각된 만큼 이러한 파업들이 향후 노동정책 전체에 어떤 식으로든 준 영향도 있을 것이었으리라. 한미 FTA 추진, 이라크 파병, 신자유주의 정책 추진, 공무원노조 합법화 문제, 전교조의 NEIS, 검찰 개혁, 국보법 폐지 등등  '보수적인 정치지형 속에서 기득권의 저항과 반대를 어떻게 극복하며, 국민의 지지와 동의를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가? 정부는 어떻게 추진하고, 시민사회는 어떻게 지원하면서 정부를 견인할 것인가? 많은 개혁과제 가운데 우선 순위는 어떻게 설정하고, 시기별로 해야할 범위는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 고민하고 이를 연대의 토대로 삼아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19. 25일(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울산공장 점거 투쟁 기록)

-어떻게 투쟁해야 승리할 수 있는지 정말 힘들고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투쟁 지도부의 이러저러한 의견 차이 또한 자주 겪게 되는 문제들이고.. 세월이 흐를수록 상대의 내성은 이를 통해 강화되었고,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높이나 충격 또한 덩달아 올라가지 않을까하는 순진한 생각을 해보았음. 모든 것이 이해되지만 결국 역량을 보존 강화하고 승리할 수 있는 싸움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이상수 지회장은 20여일을 남긴 시점에서 단 한 명이라도 싸울 동지가 있다면 최후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거듭 생각하게 된다.

 

3차 희망버스 타고 부산 다녀오는 길. 희망버스 안에서 구입하다. 우연히 옆에 앉게 되어 소개를 하게 된 들풀한의원 원장님! 그 분은 4권이나 구입하셨다. 전국의 비정규 투쟁이 있는 곳이면 마다하지 않고 투쟁을 지원하고 계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 책 속의 작가와 들풀한의원 원장님간의 전화 통화도 나온다. 정말 특별한 우연이 아닐 수 없다.

 

 

14~18. 소설 대장정 1~5_보리출판사

-기관차 승무를 하면 여름에 함께 타는 승무원과 태백산맥을 돌려 읽곤 했다. 적어도 1개월간은 함께 승무하니 태백산맥을 1회독하는 것은 무난했고 간혹 책에 나온 이야기들을 나눌 때면 상당히 재미있었다. 그래서 태백산맥을 다섯번, 여섯번 정도... 솔직히 몇 번 읽었는지 모르겠다.

올 여름에는 대장정이 그런 역할을 해주었다. 지금의 나, 우리의 모습을 자꾸 생각했다.

 

 

13.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_김제동

-가볍게 읽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느낌. 그가 만난 사람들은 모두 내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람이었지만 그들의 대화를 통해서 그들을 다시금 보게 되었다. 그 분야에서 그들이 가지는 위치만큼 그들의 견해도 깊고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흐뭇하다

 

 

12. 대중음악 SOUND VOL2

-이런 책을 좋아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but, 여러 앨범들에 대한 평가도 듣고 노래를 찾는 재미도 있었다. 그 때문일거다.

 

 

11. 4대강 르포르타주, 흐르는 강물처럼(우리 곁을 떠난 강, 마을, 사람들이 이야기)_송기역 글, 이상엽 사진(레디앙)

-어느날 부처님이 앉아 참선을 하고 계셨다. 그 때 비둘기 한 마리가 날아와 부처님께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부처님이 까닭을 묻자, 굶주린 여우가 자기를 잡아먹기 위해 쫓아오고 있다고 했다. 이를 가엾이 여긴 부처님은 비둘기를 가슴에 품어 숨겨주었다.

 

곧이어 여우가 달려와 부처님께 비둘기를 보지 못했느냐고 물었다. 비둘기를 왜 찾느냐고 묻자, 여우는 며칠째 주린 자신의 배를 채우기 위해 비둘기를 먹어야겠다고 했다. 그래도 남의 생명을 헤쳐서야 되겠느냐고 타이르자, 여우 하는 말이 "부처님은 비둘기가 죽는 것은 가엾고, 내가 굶어죽는 것은 가엾지 않느냐"고 대들었다.

 

듣고보니 그도 그렇다 싶은 부처님은 여우에게 비둘기 살만큼 자신의 살을 베어 주기로 했다.

여우는 비둘의의 살보다 조금도 모자라선 안된다며 저울을 가져왔다. 저울 한쪽에 비둘기를 올려놓고 난 뒤 부처님은 자신의 허벅지 살을 베어 한편에 올려놓았다. 그래도 저울 눈금은 변화가 없었다. 다시 팔을 베어 얹고, 다리를 베어 얹었지만 눈금은 같아지지 않았다.

 

별수 없이 부처님 자신이 저울대로 올라가자, 이번에야 저울 눈금은 비둘기와 똑같아졌다.

 

 

 

10. 정치의 발견_박상훈(폴리테이아)

-민주주의와 정당정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다. 평소 느낌만 가지고 있던 정치를 바라보는 편향(?)된 일부 견해에 대한 내 거부감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고 할까? 솔직하게 이야기하기에 조심스러웠던 정치에 대한 진보의 접근 방식에 대해 깔끔하게 정리해주었다.(물론 한편으로 촛불에 투영된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저자의 문제제기처럼 조금은 과도한 측면이 있어보이지만..)

 

정파운동의 문제점과 지도자의 역할, 리더십의 연관 관계도 처음 접하는 견해였다. '리더십의 역할에 의존하지 않는 정당 민주주의라야 대중 권력이 강해지지 않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리더십없는 민주주의의 필연적 결과는 정파나 도당과 같은 '강한 소수' 내지 '비가시적 권력'이 지배하게 된다는 것이다.' 막스베버의 '지도자 있는 민주주의'의 중요성과 같고 '지도자 없는 민주주의'에서는 대중권력이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정파와 도당이 지배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2004년 진보의 정치적 자원이 탕진된 것은(분당을 이야기함), 정파 때문이 아니라 강력한 지도부의 부재로 인해 정파의 폐해가 무제한으로 허용되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동의가 가는 대목이다.

 

정당에 대해서도 저자는 정당은 반드시 민주적이어야 하는가? 라고 묻고 답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반드시 민주적이어야 하는 것은 정당 체제이지 정당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쩌면 형식화된 민주주의라고 할까 당내 민주주의에 대한 물신화된 접근이 조직으로서의 정당 내지 리더십의 발전을 억압하는 결과를 가져온 측면도 있음을 강조한다.

 

다음의 몇가지 솔직한 생각에 고개가 숙여졌다.

 

'제 아무리 이상적 민주주의라 해도, 민주주의 역시 지배의 한 형태라는 것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된다.'

'근대 정치학은 도덕주의와 단절하면서 출발했다'

'마르크스주의의 혁명이 중요하고 혁명 이후에는 하나의 진정한 정치형태만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인데, 사실 그것만큼 위험한 생각은 없다. 정치는 인간이 천사가 되지 않는 한 언제나 꼭 있어야 하는 불가피한 것이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길은 정치를 선용하는 방법을 찾는데 있지 정치없는 세상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진보세력이 소극적으로 방치한 정치의 공간은 적극적 정치 참여를 주장했던 세력(무솔리니와 같은 부류)들의 차지가 되었다.'

'광장의 촛불 집회 그 자체에 민주주의의 상상력을 묶어 두려는 것, 대중을 선거와 정당, 의회와 같은 정치의 세계로부터 떼어 놓으려는 것, 그것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민주주의에 대한 잘못된 이해가 무책임하게 강요되는 현상이다. 대의 민주주의 때문으로 사태의 원인을 환원하는 해석, 제도 정치 내지 정당정치에 대한 부정, 여러 형태의 반정치주의적 경향들, '새로운 민주주의'나 '직접 민주주의' 등 현실이 될 수 없는 낭만적 정치관 등이 대표적인 예들이다. ... 민주주의는 대의민주주의다.'

'오늘날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문제의 핵심은 '대의제를 제대로 하고 투표를 중요하고 의미있게' 만드는 데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9. 인문학으로 광고하다_박웅현, 강창래 지음(알마)

-너무나 친숙하고 감동(?)적이었던 광고들을 만든 사람이 박웅현이었다. 알지 못하는 광고인에게 관심이 간 것은 '인문학으로 광고한다'는 책 제목 때문이었다. 아내와 아이들이 오래간만에 방문한 서점에서 난 4권을 책을 골랐는데 그 중 한 권이다. 광고는 시대정신을 담아야한다며 인문학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하듯 그가 만든 광고는 적어도 나에겐 큰 공감대를 던져주었다. 특별히 창의성에 대한 나의 관심에도 여러가지 흥미로운 힌트를 주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이야기랄까? '우리 주위에는 아이디어가 마치 전파들처럼 가득 차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안테나를 세우는 순간 전파가 잡힙니다. 라디오를 켜면 전파를 잡아서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전달해준다는 것이지요. 물론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에 책을 많이 읽어야 더 많이 그리고 잘 보이고 합니다. 그러나 책을 읽더라도 '잘 읽어야' 합니다.' 그리고, 수많은 광고들에 대한 해석을 재미있게 보았다.

 

 

8. 새롭게 다르게(진보이론 계간지 vol. 1)

-얼마전 새로 창간한 진보이론 계간지. 현재 민주노조운동 진영의 반성과 혁신의 내용을 담은 기획기사 '제2민주노조운동을 주장한다'와 특집기사 '2012년 전략을 논한다'를 흥미롭게 읽었다. 각각의 기사 내부에서도 여러가지 입장의 차이를 드러내고 있어서 역시 현재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응하는 더욱 더 적극적인 논의가 진행될 필요성을 느꼈다.

 

복수노조 시대 민주노조운동의 전략을 다룬 글에서는 현재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복수노조 대응 전략과는 상당히 다른 문제의식을 담고 있어서 꼼꼼하게 읽어보았다. 복수노조 시대 도래에 대한 긴장감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글이었다. 특별히 진보이론 계간지라고 하지만 뒷 부분에 다룬 시를 천천히 읽는 것도 이 책의 묘미다. 아마 이런 잡지를 통해 많은 시를 읽어본 것이 근래에는 없는 일인듯...

 

 

7.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오픈하우스)

-오랫동안 함께하고 있는 직장 독서모임 '글방'. 매달 1권의 책을 추천하고, 읽고, 토론하는 모임. 3년째 들어가는 순천 생활 때문에 모임에는 참석하지 못하지만 매달 책만큼은 꼬박꼬박 배달되어왔다. 해고 기간에는 회비도 받지 않고, 당연히 그러해야한다며 책은 배달되었다. 배달되어온 책 중 어떤 책은 손때를 묻히지만, 어떤 책은 나중에 봐야지 하고 읻혀지는 책도 많았다.

 

이번 달에 배달되어온 책이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잠깐 떠들어보고 무슨 내용일까 하다가 그냥 하루 반나절 꼬박 시간 들여서 다 읽어버렸다. 간만에 기분 좋은 책이었다.

 

낙장불입 시인, 버들치 시인, 최도사, 고알피엠 여사, 꽁지, 강남좌파, 시창작반 비너스, 섬진강변 옷가게 여사장, 수경 스님, 도법 스님, 그리고 실상사와 지리산. 자발적 가난이 가져다주는 행복을 선택한 그들은 누군가에겐(아니, 대다수에게) 부러움과 선망의 대상이다. 같은 인생 사는데, 늘 소유하고 갈망하는 삶, 그로 인한 마음의 상처가 일상화된 삶만을 알고 지내는 우리들. 문득 문득 왜 우리는, 나는 그런 삶 속으로 들어가지 못할까? 생각이 들고 그들을 통해 마치 내가 지리산 자락의 품에 있는 것과 같은 착각도 느꼈다. 모처럼 평안한 마음의 주말을 보냈다.

 

 

 

6. 행운아_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북하우스)

-왜 이렇듯 무겁고 우울한 책만 볼려고 하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이 책은 책값이 아깝지 않았다. 야구를 좋아했고 자기의 영혼을 판다면 조금은 화려하게 살 수도 있지만, 구질구질하게 사는 삶에 익숙해지더라도 나만의 음악을 고집했던 이. 그는 스스로를 '행운아'라 노래했다. 그의 가사가 좋았고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된 그의 사고가 좋았다. 아쉬움을 남기고 얼마전 세상과 작별하지 않았다면 더 많은 노래를 들을 수 있었을텐데 안타깝다.

 

 

5. 미친 사유화를 멈춰라_미헬 라이몬, 크리스티안 펠버(시대의 창)

-벌써 '선진화'라는 용어에 익숙해져서 일텐데, '사유화'라는 용어에 대해 왠지 구태의연한 느낌이 들었다.  철도의 경우, 전라선 시설유지보수업무 민간위탁에서 드러나듯 지금도 현재진행형인데 '선진화'라는 벽에 갇혀 '사유화'라는 실체에 둔감해져가듯이..  

 

용어가 주는 프레임을 고민하는 것은 모든 정치인에게도 마찬가지다. '민영화'라는 괴물을 발명해낸 마가렛 대처 또한 초기에 용어 선택에서 많은 고민을 했단다. 1960년대 논문에서 '민영화'라는 단어를 발견하고도 사용하기를 오랬동안 거부했단다. 결국 대체할 다른 용어를 고르지 못하고 '민영화'라는 용어를 사용하고도 한참 뒤에 '나는 그 단어가 싫다. 문제는 자유경제다.'라고 했단다. 여전히 '사유화'인지 '민영화'인지, '자유 경제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고민되는 대목이다.

 

철도와 의료, 물, 에너지, 교육, 연금, 정보통신미디어 심지어 안보까지 사유화로 치달은 세계적인 경험을 알기 쉽게 정리해주었다. 책이 출판된 이후 몇 년 동안 변화된 조건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빼곤 언제든지 그때그때 참고할만한 서적으로서 좋겠다.

 

 

 

4. 知의 정원_다치바나 다카시 & 사토 마사루
-타인에게서 지적 자극을 받는다는 것은 때론 아주 즐거운 일이 되고, 때론 아주 곤혹스러운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에는 아무리 바빠도 책은 읽고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먹기 위해 일부러 자극을 받는 길을 택하기도 한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을 3-4권 정도 읽어 보았는데 그가 선택한 100권의 책과 그 사연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또, 지금이 내겐 바쁜 와중에도 책을 읽으라는 누군가의 혼쭐이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그래서 광천터미널 영풍문고에서 사 들었다.

 

역시나 그들의 교양에 엄청 놀랐다. 한편으론 이 교양을 쌓는 일에 목숨을 거는 이들은 무엇때문에 그러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마르크스주의나 기독교 같은 종교적 '독약'을 이겨내는 힘이 '교양'이 아닌가하는 대화 속에서 한참을 골똘해야 했다?         여전히 어떤 '사상'이나 '사물'을 바라보는 다양한 견해에 가슴 닫힌 나를 발견하게 된다.  

 

 

3. 허수아비 춤_조정래
-치밀한 구성으로 경제민주화를 다뤘다는 평을 받고 있는 책이다. 기대가 너무 컸던 걸일까? 아님 선생님의 장편에 매혹된 경험을 여전히 버리지 못한 내 탓일까. 인터넷에서 접한 여러 네티즌들의 서평보다 높이 평할 수는 없었다. 내가 똑똑해서는 아닐텐데... 경제 문제를 다루기에는 여전히 어렵다는 기본 사실을 전제하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리 생각하니 쉽지 않은 문제에 대한 작가의 고민이 이해가 되었다. 
 

 

2. 맑스주의 역사강의_한형식
-2010년 첫번째 읽고 두번째 독서를 마치다. 첫번째 읽었을 때의 놀라움보다 두번째 읽을 때 더욱 천천히 그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여전히 내가 고민할 바를 많이 주지만, 백승욱 선생이 지적하셨듯이 '많은 부분 세밀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들었다. 어쨌든 한 권으로서 이 많은 역사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영광을 준 저자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내가 이후 읽어야 할 책들에 대해서도 도움을 받았다.

 

 

1. 3불전략
-참고해야 할 3가지 전략을 얻다. 하지만, 2번 읽을 의미를 찾기는 어려웠다. 베트남전(본토인의 입장에선 해방 전쟁)의 승패는 최첨단 무기라는 물질적 전쟁 자원보다 결집된 민중의 힘임을 증명한 것이고, 그러한 민중의 힘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다면 3불전략보다 훨씬 뛰어난 전략을 구사하더라도 승리는 담보할 수 없었다. 3불전략보다 무서운 건 '우리를 지지하는 다수 대중의 힘을 어떻게 확보하는가' 이다.

 

 

 

 

영원불멸의 승리 요인을 기술적으로만 이해하면 '책'이 되고, 그 책만 배운 사람들은 '학식있는 사람'이 되고, 그로 인해 승패의 경험을 얻은 사람은 결국 패배하게 되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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