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구 선생님 시 <희망을 위하여>에 곡을 붙인 노래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아래에 소개된 천지인의 노래이고,
다른 하나는 노래마을에서 불렀습니다.
취향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저는 천지인의 노래를 더 좋아합니다.
아래는 몇 해 전에 미니홈피에 올렸던 내용을 그대로 옮겨왔습니다.
희망을 위하여[원작시]
곽재구
너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굳게 껴안은 두 팔을 놓지 않으리
너를 향하는 뜨거운 마음이 두터운 네 등 위에 내려앉는 겨울날의 송이눈처럼 너를 포근하게 감싸 껴안을 수 있다면
너를 생각하는 마음이 더욱 깊어져 네 곁에 누울 수 없는 내 마음조차 더욱편안하여 어머니의 무릎잠처럼 고요하게 나를 누일 수 있다면
그러니 결코 잠들지 않으리 두 눈을 뜨고 어둠 속을 질러오는 한세상의 슬픔을 보리
네게로 가는 마음의 길이 굽어져 오늘은 그 끝이 보이지 않더라도 네게로 가는 불빛 잃은 발걸음들이 어두워진 들판을 이리의 목소리로 울부짖을지라도
너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굳게 껴안은 두 손을 풀지 않으리
[사진 한 장]
[1967 생명의 키스] 전신주 위에서 전기 가설 작업을 하던 동 료가 전기에 감전되어 전신주 위에 매달린 채로 기절을 하자 동 료가 인공호흡을 하고 있다.
[글 하나 - 한겨레신문]
“어디로 모실까요?”
“기사님! 그냥, 기사님 마음 가는 대로 가 주십시오. 저, 잠깐만 울겠습니다.”
택시기사 박씨는 깜짝 놀라 남자 손님을 쳐다봅니다. 운전석 뒤에 머리를 묻고 남자는 소리를 죽여 울기 시작합니다. 박씨는 어이가 없어집니다. 운전대를 잡은 박씨는 그대로 출발합니다. 지금껏 수많은 손님들을 태워봤지만 이런 손님은 처음입니다. 다짜고짜 택시를 타더니 울겠다니요. 그것도 말만한 덩치의 남자 손님이 말입니다. 남자 손님은 소리 죽여 흐느끼더니 숫제 아이처럼 울음보를 터뜨리며 꺽꺽 울기까지 합니다.
박씨는 그에게 무슨 위로의 말이라도 건네고 싶었지만 그냥 그대로 있기로 합니다. 살다 보면 남자들이라고 해서 울고 싶은 순간이 왜 없겠습니까. 박씨도 순간순간 울고 싶어질 때가 간혹 있습니다. 아이들의 학원비가 모자랄 때도, 막내 동생이 결혼할 무렵 돈 한 푼 못 보태주었을 때도, 녹내장 수술하시는 어머니의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했을 때도 울고 싶었지요. 살다 보면 남자들도 울고 싶을 때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렇지만 남자들은 한번도 소리 내어 울 수가 없는 가련한 존재입니다. 어디 사내대장부가 눈물을 질질 짜느냐고 하기 때문이지요.
운전석 뒷좌석에서 고개를 파묻고 우는 남자는 도대체 울음을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가만히 놔두면 하루 종일 이렇게 맹렬하게 울 기세입니다. 박씨는 이유를 묻고 싶지만 참습니다. 아마도 남자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거나, 사업에 실패했거나, 가장 친한 친구에게 배신을 당했거나, 그랬겠지요. 상처 입은 한 남자가 박씨의 택시를 타고 가며 울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 남자가 울 수 있는 공간은 좁디좁은 택시라는 작은 공간일 테지만, 그는 이 울음을 택시 속에 부려놓고 새로운 힘을 차려 세상에 다시 나갈 용기를 얻을지도 모릅니다.
30분 넘게 울기를 계속한 남자가 눈물범벅이 된 눈으로 고개 듭니다.
“손님, 이제 좀 괜찮아지셨습니까?”
“네, 덕분에 실컷 울었습니다. 가슴속이 좀 뚫리는 기분입니다. 저라는 인간은 말입니다. 도박에 빠져 우리 집사람이 위암에 걸린 줄도 모르고 있었던 몹쓸 인간이랍니다. 식구들 앞에서 눈물을 보일까 봐, 택시를 탄 겁니다. 울 자격도 없는 인간이 왜 우냐고 할까봐서요. 이제 모든 게 끝장입니다.”
박씨는 차를 갓길에 세우고는 생수 병을 내밀었습니다. 남자가 물을 벌컥벌컥 마십니다.
“손님! 생명이 남아 있는 한,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남자의 눈에 아주 희미한 별빛 같은 희망의 빛이 반짝 스치는 것을 박씨는 놓치지 않았습니다.
병원 안으로 들어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가만히 응시하는 박씨의 눈시울이 붉게 물들어 있습니다.
김옥숙/소설가
희망을 위하여_노래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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