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비오는 토요일.
'임진강'이라는 노래를 듣고 있다.
기타 반주에 간혹 불러보곤 하는 그 노래.
영화 '박치기'를 통해서 처음 알게 된 이후 여기저기 검색을 해 보니 상당히 재미있는 사실들이 드러나고,
다양한 가수들에 의해서 불려진 그야말로 '나만 모르고 알만한 사람들은 모두 아는 노래'였다.
남과 북의 분단을 소재로 하는 노래 중 이렇게 많은 국내외 가수들이 부른 노래가 있을까 싶다.
우선, 영화 '박치기'에 등장하는 노래다.
임진강_박치기.wma [저작권위반의심, 본인만 확인가능]
イムジン河 水きよく (임진가와미즈키요쿠) 임진강 맑은 물은 とうとうと ながる (토우토우토나가루) 도도히 흐르고 みずどり 自由に (미즈도리지유우니) 물새들 자유롭게 むらがり とびかうよ (무라가리토비카우요) 무리지어 넘나드네 我が祖國南の地 (와가소코쿠미나미노치) 내조국 남쪽 땅 おもいは はるか (오모이와하루가) 추억은 머나먼데 イムジン河 水きよく (임진가와미즈키요쿠) 임진강 맑은 물은 とうとうと ながる (토우토우토나가루) 도도히 흐르네 北の大地)から南の空へ (키타노다이치카라미나미노소라에) 북쪽의 대지에서 남쪽의 하늘로 飛びゆく鳥よ自由の使者よ (토비유쿠토리요지유우노시샤요) 날아다니는 새들이여 자유의 사자여 誰が祖國を二つに分けてしまったの (다레가소코쿠오후타츠니와케테시맛타노) 누가 조국을 둘로 나누었느뇨 誰が祖國を分けてしまったの (다레가소코쿠오와케테시맛타노) 누가 조국을 나누어 버렸느뇨 임진강 맑은 물은 흘러흘러 내리고 물새들은 자유로이 넘나들며 날건만 내 고향 남쪽 땅 가고파도 못가니 임진강 흐름아 원한 싣고 흐르느냐
<イムジン河空遠く
(임진가와소라토오쿠)
임진강 하늘 멀리
虹よかかっておくれ
(니지요카캇테오쿠레)
무지개여 뻗어주오
河よ思いを傳えておくれ
(카와요오모이오츠타에테오쿠레)
강이여 내 마음을 전해나 주려오
ふるさとをいつまでも忘れはしない
(후루사토오이츠마데모와쓰레하시나이)
내 고향을 언제까지나 잊지는 않으리오
イムジン河水きよく
(임진가네미즈키요쿠)
임진강 맑은 물은
とうとうとながる
(토우토우토나가루)
도도히 흐르네
영화 장면과 겹쳐지는데다 통기타 소리가 노래를 잘 받쳐준다.
거기에 우리 말에 익숙치 않은 교포들의 노래소리라고 생각하면
이국 땅에서 조국의 분단을 아파하는 마음까지 겹쳐서
왠지 모를 슬픔에 휩싸인다.
노래에 대한 설명을 더 자세히 살펴보니 흥미로운 사실이 몇 가지 드러난다.
[곡 설명]
임진강’(박세영 작사/고종한 작곡)은 남북분단의 슬픔과 통일의 염원을 담은 노래로 일본에서는 1968년 ‘더 포크 크루세더스’가 번역해 발매했으나 금지곡으로 선정되었다. ‘더 포크 크루세더스’는 1960년대 일본을 주름잡던 밴드로 밴드의 작곡가 카토 카즈히코가 <박치기!>의 영화음악을 직접 담당했다. 극 중에서 오다기리 죠가 부르는 ‘슬퍼서 참을 수 없다’와 시오야 슌의 ‘임진강’도 그의 감각이 어우러진 산물.
‘임진강’을 일본어로 번역한 마츠야마 타케시는 중학생 때 ‘임진강’을 듣고 그 감동을 잊을 수 없어 2002년 <소년M의 임진강>을 집필하였다.
<소년M의 임진강>을 읽은 이봉우(씨네콰논 대표)PD가 다시 이즈츠 카즈유키 감독에게 이 책을 건네면서 2004년 영화 <박치기!>가 탄생하게 된다.
특히 교토에서 사춘기 시절을 보낸 이봉우 대표와 나라지방에서 자란 이즈츠 감독의 추억과 경험이 어우러져 더욱 풍성한 시나리오를 만들어냈다.
이 노래의 가사를 쓴 박세영은 북한의 '애국가'인 '아침은 빛나라'의 작사가로 1946년 월북한 월북작가이다.
일본에서는 평양에서 단독공연을 가졌던 김연자에 의해 다시 라바이벌되었고 남한에서는 황금사과의 주제가를 불렀던 적우라는 가수와 김용우라는 젊은 소리꾼에 의해 리바이벌되었다.
일단 노래를 작사한 사람은 박세영이다. 북의 '애국가'인 '아침은 빛나라'를 지은 작사가이다.
남아공 월드컵 북한 경기를 보면 북녘의 선수들이 입 속으로 조용히 따라부르는 '아침은 빛나라'의 작사가.
이어서 박세영이라는 사람에 대해 또 검색해 본다.
우선 그의 시를 소개하면,
오후의 摩天嶺(마천령)
장마물에 파진 골짜기,
토막토막 떨어진 길을, 나는 홀로 걸어서
병풍같이 둘린 높은 산 아래로 갑니다.
해 질낭이 멀었건만
벌써 회색의 장막이 둘러집니다.
나의 가는 길은 조그만 산기슭에 숨어버리고,
멀리 산 아래 마을에선 연기만 피어오를 때,
나는 저 摩天嶺을 넘어야 됩니다.
나는 생각합니다. 저 산을 넘다니,
산을 싸고 도는 길이 있으면, 백리라도 돌고 싶습니다.
나는 다만 터진 북쪽을 바라보나,
길은 기어이 산 위로 뻗어올라갔습니다.
나는 장엄한 대자연에 눌리어,
산 같은 물결에 삼켜지는 듯이,
나의 마음은 떨리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바빌론 사람처럼,
칼에 든 巫女처럼,
산에 절할 줄도 몰랐습니다.
(후략)
'아침의 빛나라'의 작사가인 시인 '박세영'은 1922년 배재고보를 졸업한 후 중국 혜령 영문전문학교에서 수학하였다. 귀국 후 사회주의 예술운동에 가담하여 조선프롤레타리아 예술동맹, 조선문학가 동맹의 맹원으로 활동하다 1946년 월북하였다. 저서로는 시집 <카프카 시인집>, <산제비>, <횃불>이 있다.
사랑하는 아내를 남쪽에 두고 월북한 시인은 임종을 앞두고 당대의 궁핍한 농촌 현실에 대한 탄식과 박탈감을 짙게 드러낸 시 <산제비>에 빗대 이런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환생이라는 게 있다면 산제비로 다시 태어나
남녘땅으로 자유롭게 훨훨 날아가고 싶다."
산제비
남국에서 왔나,
북국에서 왔나,
山上에서도 上上峰,
더 오를 수 없는 곳에 깃들인 제비.
너희야말로 자유의 화신 같구나,
너희 몸을 붙들 者 누구냐,
너희 몸에 알은 체할 자 누군냐,
너희야말로 하늘이 네 것이요, 대지가 네 것 같구나.
녹두만한 눈알로 천하를 내려다보고,
주먹만한 네 몸으로 화살같이 하늘을 꿰어
마술사의 채찍같이 가로 세로 휘도는 산꼭대기 제비야
너희는 장하구나.
하루 아침 하루 낮을 허덕이고 올라와
천하를 내려다보고 느끼는 나를 웃어 다오,
나는 차라리 너희들같이 나래라도 펴 보고 싶구나,
한숨에 내닫고 한숨에 솟치어
더 날을 수 없이 신비한 너희같이 돼보고 싶구나.
槍들을 꽂은 듯 희디흰 바위에 아침 붉은 햇발이 비칠 때
너희는 그 꼭대기에 앉아 깃을 가다듬을 것이요,
산의 정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를 때,
너희는 맘껏 마시고, 마음껏 휘정거리며 씻을 것이요,
원시림에서 흘러나오는 세상의 비밀을 모조리 들을 것이다.
멧돼지가 붉은 흙을 파헤칠 때
너희는 별에 날아볼 생각을 할 것이요,
갈범이 배를 채우려 약한 짐승을 노리며 어슬렁거릴 때,
너희는 인간의 서글픈 소식을 전하는,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알려주는
千里鳥일 것이다.
산제비야 날아라,
화살같이 날아라,
구름을 휘정거리고 안개를 헤쳐라.
땅이 거북등같이 갈라졌다.
날아라 너희들은 날아라,
그리하여 가난한 농민을 위하여
구름을 모아는 못 올까,
날아라 빙빙 가로 세로 솟치고 내닫고,
구름을 꼬리에 달고 오라.
산제비야 날아라,
화살같이 날아라,
구름을 헤치고 안개를 헤쳐라.
- 낭만(1936.11)
역시 그랬다.
가사가 주는 그리움의 이유를 알 듯하다.
이어서 일본에서 활발한 활동을 했고, 북녘 동포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
'김연자'가 처음 이 노래를 부른 건
2001년 12월 31일 당시 일본 최대의 노래 제전인 NHK 홍백가합전에서란다..
이후 이른바 플로어 뮤직(?)을 하는 적우라는 가수와 젊은 국악인 김용우가 불렀다.
적우는(영어로 하면 Red Rain 인데..)
플로어 뮤직(?), 맞는가는 알 수 없지만 노래가 주는 느낌은
호텔 로비와 같은 고급스러운 분위기에서 클래식 악기들로 재해석해 부르는 노래.
'기다리겠소'라는 노래가 좋았다. 아마 본인 노래는 아니고 리메이크하지 않았나 싶고...
스타일이 이쁘다.(?)
아무튼 적우의 다소 흐느끼는(?)듯한 노래도 좋고,
김용우의 노래도 국악풍의 느낌이 매우 좋다.
적우의 노래는 저작권 땜에 올리기가 어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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