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홍콩 시위는 여러모로 남다릅니다. 최루가스에 맞서 펼쳐든 우산, 거리에서 숙제하는 학생들, 시위대를 이끌고 있는 18세 소년 조슈아 웡 등이 우리를 놀라게 했죠.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메신저 파이어챗을 급속히 확산시켰던 것도 화제를 모았습니다. 여기에 시위를 소재로 한 모바일 게임까지 등장했습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최근 홍콩의 애플리케이션 개발 회사 어스앱이 만든 '노란 우산(Yellow Umbrella)'을 소개했습니다. 구글플레이스토어에서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는 이 게임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홍콩 시위를 그대로 옮겨놓았습니다.
↑ 구글플레이스토어에 올라온 ‘노란 우산’ 게임 시연 영상의 한 장면. 유튜브 캡처
게임 방식은 간단합니다. 플레이어는 바리케이드 너머로 다가오는 무장 경찰과 조직폭력배로부터 시위대를 지켜야 합니다. 노란우산을 배치해 앞으로 다가오지 못하게 하는 거죠. 시위대의 맨 앞에는 딱 봐도 조슈아 웡을 닮은 캐릭터가 서 있습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노란 리본을 모으면 우산보다 강력한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적들 중에는 파란 리본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사람이 있는데요. 도심 점거를 반대하는 시민들입니다. 이들은 돈다발 아이템으로 막아야 합니다. 도심점거 반대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이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게임에도 적용했습니다.
시위를 촉발시킨 렁춘잉 홍콩 행정장관도 나옵니다. 정장을 입은 늑대의 모습입니다. 렁 장관의 이름이 늑대라는 단어 발음과 비슷한 탓도 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는 거짓말쟁이라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렁 장관은 '5000만 홍콩달러 상당의 금괴' 아이템으로 막아야 합니다. 최근 렁 장관이 호주기업에게 5000만 홍콩달러를 받고도 숨겼다는 사실이 드러났거든요. 숨겨진 뜻을 알고 보면 개발자의 디테일에 놀랄 수밖에 없습니다.
어스앱의 CEO는 시위에 직접 참여한 후 이 게임을 제작했습니다. 학생들에게 힘을 보태기 위해 5일을 밤낮없이 작업했다고 하네요. '이것은 혁명이 아니다. 우리는 민주주의와 평화를 요구한다.' 게임이 끝나면 나오는 멘트는 시위대가 전하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홍콩 시민들이 센트럴을 점령한 지도 한 달이 넘었습니다. 세계 각국의 관심은 예전만큼 뜨겁지 않습니다. 정부 제안을 수용할지 결정하는 찬반투표가 갑자기 취소되는 등 내부분열 조짐도 발견되고 있죠.
게임 속에선 삼국지의 영웅 '관우'를 불러 적들을 한꺼번에 물리칠 수 있습니다. 일종의 필살기입니다. 현실에선 무엇이 관우를 대신할 수 있을까요.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은 아닐까요?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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