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위하여

사우디 인권 또 비판… 스웨덴 외교장관 발스트룀의 ‘소신’

대지의 마음 2015. 6. 13. 11:02

 

ㆍ블로거 태형에 “중세 방식” 3월엔 “독재 국가” 쓴소리‘
ㆍ페미니스트 외교’ 신념… 기업들은 경제협정 파국 우려

“사람들이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게 하고 태형을 부과하는 건 중세식 처벌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독재국가다.”

정치인이나 정부 고위 관료가 소신껏 할 말을 하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쉽지 않은 일이다. 쓴소리의 상대가 주요 교역국이라면 더 그렇다. 스웨덴 외교장관 마곳 발스트룀(60·사진)은 그런 반발에 굴하지 않는 드문 정치인이다. 발스트룀이 사우디의 블로거 태형 확정 소식을 듣고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중세식 처벌”이라며 재차 비난했다고 더로칼 등 현지 언론들이 9일 보도했다.

 

 

 

라이프 바다위라는 사우디 블로거는 인터넷 블로그에 사우디의 종교와 정치·사회 문제를 논의해 보자는 글들을 올렸다가 2012년 체포됐고, 1심에서 징역 7년과 태형 6000대를 선고받았다. 국제적인 비난여론이 일었지만 항소법원은 오히려 형량을 올려 징역 10년과 태형 1000대를 선고했다. 지난 8일 대법원은 그의 2심 형량을 확정지었다. 발스트룀은 지난 3월 바다위 사건을 거론하며 사우디를 “독재국가”라고 비난했다. 이 일로 사우디가 스웨덴과의 무기 계약을 보류하는 등 찬바람이 불었다. 아랍연맹까지 나서서 내정간섭이라 비난했고, ‘스웨덴 대 아랍’의 대립으로까지 비화됐다. 하지만 발스트룀은 사우디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다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발스트룀은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사민당 소속으로 정계에 뛰어들었다. 내각과 의회, 유럽연합(EU)에서 여러 직책을 맡아오는 동안 그의 행보에는 거침이 없었다. 2004년에는 EU 집행위원회에 있으면서 블로그를 열어 EU 정책의 잘못을 낱낱이 적었다. 솔직한 발언들에 힘입어 그는 2006년 스웨덴에서 가장 인기있는 여성 1위로 꼽혔다. 2010년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분쟁지역 성폭력 대응 특사로 임명됐다.

지난해 10월 스테판 뢰펜 총리의 사민당 정권이 출범한 뒤 외교장관에 취임한 그는 “외교정책에서 여성주의를 최우선시하겠다”고 선언했다. 여성주의가 외교의 기준이 될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왔으나, 그는 9일 스톡홀름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지속가능한 평화를 얻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힘든 일”이라며 페미니스트 정책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유럽의 기후변화 대응 논의에서도 가장 강도 높은 탄소 절감 대책을 주장하고 있다.

발스트룀은 지난달 한 인터뷰에서 “대가를 치르는 한이 있더라도 신념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신이 스웨덴 국민들을 대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잇단 강성발언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사우디와 갈등이 빚어지자 볼보, H&M 등 기업들은 “사우디와의 경제협력 협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갈등을 피해달라”며 정부에 요청했다. 영국 가디언은 “발스트룀은 신념을 강조하지만 정작 스웨덴은 인권 침해로 악명 높은 나라들에 무기를 파는 국가”라고 모순을 꼬집었다.

구정은 기자 ttalgi21@kyunghyang.com

(2015년 6월 10일)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6102218295&code=97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