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간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솔직하고 감동적인 사유, 테레즈 클레르의 마술적인 매력이 뿜어져나오는 영화 <보이지 않는 사람들>(2012년)
2. '사람들은 자유의 번잡함이 괴로운 나머지 자발적으로 선택지를 좁힌다. 자율화된 학생들의 복장은 교장들의 용단과 학부모들의 열렬한 지지 속에 다시 교복 시대로 복귀하고, 세상의 미혼 남녀들은 자신의 직관과 느낌으로 짝짓기를 포기하고 결혼중계업체의 배를 불리는 선택을 한다. "자유는 싫어. 선택은 귀찮아. 그냥 정해줘. 그럼 시키는 대로 할게." 이런 아우성이 곳곳에서 들린다. 최근 청소년들에게서 나타나는 가장 심각한 증상은 불같은 반항이 아니라 '무기력'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3. '도서관처럼 박물관도 온전히 공공의 목적에 봉사해야 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들이 문화부 산하의 돈벌이 기구로 전락했다. ...... 나는 산책 삼아 루브르 박물관에 가기도 하고, 거기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뭔가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되리란 기대로 가기도 했다. 두 가지는 완전히 다른 방식의 관람이었다.' _루브르 박물관의 무료 입장을 허하라. 베르나르 아스크노프.
4. '프랑스 문화부는 여전히 문화민주주의를 말한다. 매년 박물관 입장객 수가 신기록을 갱신하니, 그것으로 문화민주주의에 성공한 거라고 생각한다.' _베르나르 아스크노프.
5.'박물관에 전시된 작품을 사진 찍지 못하도록 한 것에 불복종하는 운동을 전개한 적도 있었다.' _베르나르 아스크노프.
6. '어쩌면 문화부가 생겨나지 않았던 시절, 그들이 팔 걷어붙이고 달려들어 한류며 케이팝이며 관광단지며 무형문화재 따위를 만들어내지 않았던 시절, 아니 문화라는 단어가 제도와 자본 사이에서 이토록 역겹게 나뒹굴지 않고 우리가 그런 개념을 머릿속에 떠올릴 수조차 없던 시절. 우린 익숙하게 문화를 걸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7. '박근혜란 사람의 세계 인식은 냉전시대에 머물러 있다고 느꼈다. 프랑스와 한국 간의 우호관계를 말하면서 60여년 전 한국전쟁 당시 프랑스의 참전을 언급한다는 것은 프랑스인의 시각으로 볼 때 어이없는 발상이 아닐 수 없었다.' _세상의 좋은 것들을 자본가에게 뺏기지 마라. 자크 제르베르.
8. '자본가들에게 좋은 것을 다 주지 마라. 우리가 그것을 가져야 한다. 세상의 아름다운 모든 것은 네 것이다. 아름다운 정원을 보았을 때 주저하지 말고 문을 열고 들어가라. 누가 '거긴 네 정원이 아니다'라고 말하거든 이렇게 대답해라.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은 모두의 것이라고.' _자크 제르베르의 어머니.
9. '부모의 뜻을 거스를 때 너만의 세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 매일매일 너는 부모의 마음에 안 들게 행동해야 한다. 그렇게 구축한 네 모습을 나는 사랑할 것이다.' _자크 제르베르가 아들에게 .
10. '우리의 박진감 넘치는 바캉스에 비하면 권태를 견디는 법이라도 익히는 것처럼 보이는 그들의 나른한 휴식.'
11. '대도시가 아닌 시골에서 대장간을 꾸리고 내 손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며 살겠다고 말씀드렸을 때 어머니는 '숲에서 사는 법', '내 집 만들기' 같은 제목의 책들을 건네주셨고 아버지는 온갖 나사와 공구들이 들어있는 상자를 선물로 주셨다.' _내 지식이 자본가를 위해 쓰이기를 거부한다. 카헬 자닉.
12. '자연에 가까이 사는 사람들일수록 손으로 직접 해결해내는 일이 많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었다. ...... 광활한 자연 속에서 나를 느끼는 것은 지구의 주인이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오만을 떨칠 수 있게 해준다.' _카헬 자닉.
13. '좌파는 우리를 둘러싼 모든 현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다. 단순히 현상에 대하여 반대하는 것 외에 또 다른 방향으로의 가능성을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다. ...... 좌파활동가는 그들에게 에너지를 제공하는 샘물을 다양하게 마련해야 한다. 이것을 다양화하지 않고 오직 한 가지 문제로만 접근한다면 단 한가지의 투쟁에 몰두하게 된다.' 익숙해지지 말길, 그렇게 새로워지길, 솔렌 페랑도.
14. '그럴 땐 잠시 멈춰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잠시 멈출 수 있는 용기를 갖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본다. 지금 잠시 멈춰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축적하지 않으면 완전히 고갈될 때까지 싸우다가 영영 활동가의 삶을 떠나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_솔렌 페랑도.
15. 다큐멘터리 영화 <모두 라르작으로>, 1971년부터 81년까지 진행된 거대한 규모의 비폭력 시민 불복종 운동. 긴 세월 동안 이어진 이 시민 운동은 항상 만장일치가 될 때까지 토론하여 단 한사람의 반대도 없을 때에야 비로소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갔던 것으로 유명하다.
16. '모든 동물처럼 생존을 위해 다른 동물을 죽일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은 주변에 있는 작은 벌레들을 습관처럼 죽인다.' _나의 양심은 총을 들 수 없었다. 이예다.
17.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이들 각자가 내면이 얼마나 고결한 존재인지, 우리는 이들에 대해서 얼마나 무지한지를 깨닫게 된다. 최근 몇 년간 아프가니스탄, 방글라데시에서 많은 청년들이 프랑스로 난민 신청을 하러 왔다. 프랑스 사람들에게 그들은 흔히 식당 주방보조로 일하는 유색인들로 여겨질 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그들은 수많은 시를 줄줄 암송할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고, 그들의 내면에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었던 아름답고 성숙한 문화가 내재되어 있기도 하다. 한번은 그들에게 모국어로 우리가 함께 배운 글을 옮겨보게 했다. 그랬더니 프랑스어로 더듬거리며 말할 때와 달리 그들의 태도와 눈빛에서 다른 것들이 흘러나왔다. ...... 언어가 협소해지면 사람의 정신도, 더불어 몸도 움츠러든다. 그걸 보면서 사람이 자신의 모국어를 말하고 쓰는 것이 얼마나 그 사람의 존엄을 공고하게 지탱해주는지 알게 되었다.' _변신을 위해 양쪽의 세계가 필요하다. 엠마누엘 갈리엔느.
18. '흰머리는 인생의 아카이브야. 내가 살아온 인생이 이 흰머리에 차곡차곡 쌓이는 거야. 그래서 좋아해. 그러니까 염색 안 하지.' _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라. 사라 달루아.
19. '요즘 사람들은 언제 어디로 바캉스를 떠날까, 언제 바겐세일이 시작될까 하는 얘기들만 화제로 올린다. 예전엔 이웃끼리 눈만 마주치면 정치 얘기를 했는데, 지금은 모두가 정치 얘기를 꺼린다. 그래도 나는 그들에게 여전히 정치 얘기를 건넨다. 그것이 나의 실천이다.' _사루 달루아.
20. '케이팝은 한국 음악에서도 극히 일부에 불과한 엔터테인먼트일 뿐이다. 한국의 독립 음악이나 전통 음악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 정부는 한국 문화를 알리려는 노력에 있어서 너무 안이한 모습을 보인다. 케이팝의 반짝 성공을 한국 문화의 전파로 믿고 싶어하는 태도, 거기서 바로 걸림돌이 발생한다.' _한국 국정원이 나를 투사로 만든다. 브누아 켄더.
21. '좋은 사람을 만날 때마다 그에게 악수를 청하고, 그를 꼭 끌어안으라.' _로베스피에르
22. 프랑스 파리에는 지명의 동네 이름들이 보인다. '마르크스, 레닌 등이 지명으로 쓰였다면 그 동네는 좌파 동네, 마을 한가운데로 드골 광장이 있다면 그 동네는 전통적인 우파 동네다. 심지어 내가 사는 동네의 지하철역 이름은 루이 16세를 단두대로 보낸 주역 로베스피에르. 이 동네 사람들은 그 이름을 쟁취하기 위해 지하철공사를 상대로 집회와 시위를 불사하기도 했다.'
23. 영화 <비밀스러운 감염> : 남성 동성애자들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것처럼 선전되어왔지만 여성이 가장 직접적인 희생자였던 에이즈의 폐해를 다룬 영화.
24. '그녀가 현재 가입해 활동하는 유일한 단체는 '콜리브리 Colibris'다. 콜리브리는 우리말로 벌새라는 뜻으로 콜리브리가 등장하는 전설에서 단체의 이름이 유래했다. 옛날 어느 숲에 큰 불이 났다. 동물들이 소스라치게 놀라 허둥지둥 달아나고 멀리서 망연자실하게 불이 숲 전체를 삼키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 때 작은 벌새 한 마리가 나뭇잎에 물을 떠다가 숲에 난 불을 끄려 하고 있었다. 하늘의 신이 이걸 보고 '너 그래봐야 아무 소용도 없다는 거 알아?'하고 소리쳤다. 벌새는 대답했다. '나도 알아. 그렇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뿐이야.'' _52년생 루이즈 포르가 가입해 활동하는 단체 소개.
25. '일정한 한계선을 그어놓지 않으면 활동가의 일은 거의 모든 자유 시간을 잠식해버리곤 한다.' _나는 사회당을 지지하지 않는 극좌파다. 이렌 장(가명).
26. '아이를 낳는 순간 가족 이기주의에 빠질 것을 염려하기도 하거니와 이토록 모순된 세상을 변화시켜놓지도 못한 채 새로운 생명을 다시 모순된 세상에 던져놓는다는 것이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 어머니의 삶은 마치 자녀를 낳고 키우는 일이 아니라면 대체 의미가 어디에 있느냐고 외치는 것 같았다.' _이렌 장(가명).
27. 책 <분노와 저항의 한 방식, 페멘>
28. '호기심이 멈추게 되고 앉은 자리에서 축적이라는 것을 하기 시작하게 된다는 것은 어른, 잔인하게는 노인이 되어가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특정한 지위에 도달해 점잖게 위용을 빼며 살기보다 죽는 날까지 이 넓은 세상을 탐닉하고 호기심을 충족하며 읽고 배우면서 최대한 누리기를 바랐다.' _반공은 모든 독재 정권이 시작되는 징후. 심영길.
'나래치는 펭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펌]쉽게 푸는 과학자를 위한 연구제안요청서(RFP) (0) | 2016.03.07 |
---|---|
[읽고 싶은 책] 장정일의 악서총람 (0) | 2016.01.10 |
역사 속에서 걸어나온 사람들_나카지마 이츠시 지음 (0) | 2015.06.20 |
흥미롭지만 어째 익숙한, 스피드 리딩(Speed Reading) (0) | 2015.05.29 |
[읽고 싶은 책]북방 루트 리포트_환동해 네트워크와 대륙철도(돌베개, 2014년 12월) (0) | 2015.04.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