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선언문
농민의 아들 노동자의 벗 장문규 인사드립니다. 저는 무안군 해제면의 가난한 농부의 아들입니다. 미리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저의 얘기는 어려운 환경을 딛고 사회적으로 큰 명성을 얻은 성공담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렇다고 책속의 위인처럼 파란만장한 역경을 이겨낸 투사의 얘기는 더더욱 아닙니다. 오히려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과 함께 싸우는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전남 영암 대불공단에서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위원장으로, 노동상담소 소장으로 일 해왔습니다. 그동안 제가 걸어온 길은 생존의 벼랑 끝에 서있는 사람들과 인간답게 살 권리를 위해 싸우는 것이었습니다. 억울한 사정으로 찾아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아마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다면 노동조합이니 노동운동이니 하는 말을 평생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임금체불이나 부당해고 등 불행이 닥쳐온 후에야 새삼 자기 자리를 깨닫게 됩니다.
딱한 사정이 있는 노동자라 하여 모두 선한 사람은 아닙니다. 때로는 못된 사업주들의 꼬임에 넘어가 사업자 명의를 빌려주다 낭패를 보기도 하고, 다른 노동자를 방패로 세우고 제 이익만 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지키고자 한 것은 선한 노동자가 아니라 일해야 생존하는 그냥 ‘인간’이었습니다. 나약하고 시시하지만 존중받아 마땅한 사람 그 자체입니다.
사람은 당장의 삶이 고단해도 손잡아줄 사람 단 한명만 있으면, 포기하지 않습니다. 사람의 몸은 밥으로 유지되지만, 사람의 영혼은 공감과 연대로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부당한 대우에 맞서 싸우는 것은 떼인 임금을 찾아주거나, 치료비를 보상 받는 일이 아닙니다. 사람의 존엄을 지키고 고단한 현실을 살아낼 용기를 주는 일입니다. 그래서 노동운동은 계급운동이 아니라 인권운동이고 생명운동이며 공동체운동입니다.
제가 꿈꾸는 세상은 이처럼 타인의 불행이 곧 나의 불행이 되는 측은함과 안타까움이 공유되는 사회입니다. 정치의 본령도 국민을 부자로 만드는데 있지 않습니다. 갑작스레 닥친 삶의 고비에서 절망을 없애는데 있습니다. 사람들 사이의 따뜻한 연대와 협력을 이루는데 있습니다. 사람의 얼굴을 한 공동체를 만드는데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일한 만큼 보상받지 못하고, 하루하루 생존의 사투를 벌이는 곳에서는 다른 이의 불행에 발걸음을 멈출 수 없습니다. 땀의 정의를 바로 세워야 공감과 연대의 세상도 꿈꿀 수 있습니다. 우리 현실은 비정규직이 천만을 헤아리며, 개방농정의 미명하에 농민은 희생하고, 그 이익은 기업이 독점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서민의 주머니를 털어 부자의 곳간을 채우는 부정한 행위가 횡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목격했던 일부 악덕 사업주들의 행태가 국가라는 무대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 하에서 국민으로서 누려야할 당연한 권리를 빼앗긴 대한민국은 저에게 또 하나의 분쟁 사업장입니다. 상대가 더욱 거대해지고, 우리의 힘은 미약하지만 그래도 저는 제가 해왔던 싸움을 멈출 생각이 없습니다. 국민의 노동조합 정의당, 국민의 노동상담소장 장문규가 되겠습니다.
존경하는 무안 신안 영암군 주민여러분
시대의 어둠이 깊습니다. 살림살이도 팍팍합니다. 이번 총선에서 야권의 선거결과도 우울하게 예측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버티면 이깁니다. 국민은 패배하지 않습니다. 조금 춥고 외롭다면 제가 같이 비를 맞겠습니다. 노동자의 손 농민의 손 절대 놓지 않겠습니다.
끝으로 오늘은 세계여성의 날입니다. 선거 출마 소식에 저의 어머님은 양파를 팔 궁리를 하고 계십니다. 도드라지지 않지만 세상을 품고 위로하는 이 땅의 모든 어머니와 여성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약력
무안군 해제면 출생 (만48세)
정의당 전남도당 노동위원장(현)
민주노총 영암군 노동상담소장(현)
전남지방노동위원회 근로자 위원(현)
목포노동자회 회장(전)
전남서남지역 일반노동조합 위원장(전)
전국금속노동조합 전남서남지역지회 지회장(전)
'낯설은 아쉬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것 같아요"라는 말은 합리적인 논쟁을 막는다(NYT기고) (0) | 2016.05.03 |
---|---|
봄날은 갔네_박남준 (0) | 2016.04.12 |
애플 CEO 팀 쿡이 정부의 '백도어' 요청에 대해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전문) (0) | 2016.02.24 |
초조해지는 것은 죄? (0) | 2015.12.17 |
“집밥 혁명”은 계속되어야 한다_[안녕?페미니즘!]집밥의 미래설계는 페미니즘 과제 (0) | 2015.07.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