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하고 이기적인

[후기]'안전신화의 붕괴_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왜 일어났나'에서.

대지의 마음 2016. 6. 2. 12:20



1.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은 4개의 조사 기관이 각각의 활동을 펼쳤다. 정부사고조사위를 비롯해 의회와 도료전력, 민간이 참여하는 독립적인 기구까지.

 

2. 후쿠시마 제1원전의 사고원인은 직접적으로는 지진, 쓰나미라는 자연현상에 기인한 것이다. 그러나 사고가 아주 심각하고 대규모였던 배경에는 사전의 사고방지대책·방재대책, 사고발생 후 발전소에서의 현장 대처, 발전소 밖에서의 피해확대방지책에 있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복합적으로 존재했다.(45) 그리고, 무엇보다도 도쿄전력을 포함한 전력사업자나 국가가 일본의 원자력발전소에서는 노심용융과 같은 심각한 사고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안전신화에 사로잡혀 있던 탓에, 위기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현실로 보지 않게 됐다는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3. 후쿠시마 제1원전, 터빈건물의 지하 1층과 지상 1층에는 대부분 배전반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들이 쓰나미로 물에 잠긴 것이 사고가 심각해진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 만약 배전반만 무사했더라면 살아남은 2대의 비상용 디젤엔진발전기가 모든 호기로 최소한도로 필요한 전기를 공급해 노심까지 손상되는 사고로 커지지 않을 수도 있었다. ... 이것은 안전대책의 바탕이었던 안전장치대책이 엉뚱한 결과를 낳았다는 것을 나타내었다. , 후쿠시마 1원전에서는 페일=이상사태시에는 여하튼 방사능의 누설을 막기 위해 압력용기를 봉하는것이 세이프=안전지대라는 바탕 위에 설계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 생각은 다른 냉각수단을 전부 잃어버린 이번과 같은 심각한 경우에는 냉각회로가 차단되어 오히려 훨씬 위험한 상태에 몰리는 모순이 숨어 있었다. ... 관계자 누구도 비상용 복수기가 멈춘 것을 눈치채지 못했던 직접적인 원인은 우선 직류전원이 끊어질 것을 대비한 교육훈련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던 데 있다. 그 원인으로 장기간 교류전원 끊김은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안전설계심사지침을 지적할 수 있다.

 

4. 일본에서는 중대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극히 낮으며, 사고관리도 사업자이 자율적인 노력으로 충분하다고 한 결정이 있다. 스리마일섬사고와 체르노빌 사고와 같은 국제적인 중대사고에 즈음해 논의를 시작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92<발전용 경수형 원자로 시설에서 중대사고대책으로서 사고관리에 대하여>를 결정하였다. 이에 기초해 통상산업성은 <원자력발전소 내에서 사고관리의 정비에 대해서>라는 문서를 낸다. 취지는 중대사고대책의 필요성을 인정하였지만 사업자의 자율적 노력으로 추진한다는 것이었다.

 

통상산업성의 판단의 근거는 우선 소송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이고, 둘째는 현행 규제에 의해서 충분하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확신의 근거는 확률론적 안전평가법이었다.

 

확률론적 안전평가(PSA), 원자로시설의 이상과 사고가 일어나게 될 원인의 발생빈도, 발생한 사태가 미치는 피해를 낮추는 안전기능이 사라질 확률과 발생한 사태가 커지거나 피해 정도를 정량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원자로시설의 안정성을 종합적,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이다. 이로 인해 얻어진 일본의 중대사고의 발생확률은 10-6/·년 정도로, 이는 당시 IAEA가 목표로 하고 있던 기존 원자로 확률인 10-4/·, 새로운 원자로 확률인 10-5/·년을 밑돌고 있었다. 그 때문에 현행 규제로 안전은 충분히 확보되었다고 판단하게 된 것이다.

 

5. 중대사고대책은 사업자의 자율적인 노력에 맡겨둘 것이 아니라 법령, 규제 요구사항으로 마련해야만 했다는 것을 재차 보여준 것이 이번 사고다.

 

6. 후쿠시마 제1원전사고에서는 원자로 세 기에서 동시에 문제가 발생해, 원자로 하나를 수습하는 것이 가까이 있는 원자로의 대처 대책에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지금까지 일본의 중대사고대책에서는 두 기 이상의 원자로에서 심각한 중대사고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다.

 

7. 스리마일섬 사고와 체르노빌 사고는 원자력발전소에서 설계기준을 넘는 중대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명료한 형태로 보여줬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등급3 이상의 발전소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에 안주하여 중대사고에 대한 현실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과거의 실패로부터 배운다는 것의 중요성을 새삼 인식하게 한 것이 후쿠시마 제1원전사고였다.

 

8. 안전은 확립되어 있다는 착각이 외부사태로 생길 피해의 불확실성을 과소평가하는 것으로 이어지고, 발전소의 가동률 중시라는 경영자세가 중대사고의 피해를 과소평가하게 만들어버렸다.

 

9. 도쿄전력의 전원 상실 대책은 인접한 원자로시설 중 어느 것 하나는 온전하다는 것을 전제로 세워져 있다. , 어떤 요인에 의해 여러 개의 원자로시설이 동시에 고장, 파손되어 인접한 원자로시설로부터 전원을 돌려 쓸 수 없는 사태가 된 경우의 대처방책은 검토되지 않았다.

 

10. 전국의 전기사업자들로 구성된 전기사업자연합회는 홈페이지에 자주 하는 질문이라는 메뉴를 만들어 놓고 있다. 그 중에 최근까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중대사고에 대해 왜 사고관리가 필요한가?라는 항목이 있었다.

 

이 항목에 대한 답변으로 원자력발전소에서는 설계, 건설단계로부터 운전관리에 이르기까지 다중방호의 정신에 입각한 엄격한 안전확보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안전성은 충분히 보장되어 있습니다. 사고관리의 정비는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이 충분하다는 사실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전성을 한층 더 높이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하는 편이 낫다는 관점에서 전기사업자가 자율적으로 취한 만약을 위한 조치입니다라고 기술되어 있었다.

 

11. 긴장 속에 매우 곤란한 사고대처가 지속된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도쿄전력의 긴급시 대응능력에는 큰 약점이 있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것은 현장에 있는 사원 개개인의 문제라고 하기보다는, 도쿄전력이 그러한 능력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교육, 훈련을 하지 않았다는 것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12. 전문직별 수직적 조직의 폐해 : 기능반은 주어진 업무를 다하는 데는 전력을 다하지만, 사태를 넓게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해 자기 반의 역할을 정하여 필요한 지원업무를 하는 능력이 부족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시야는 좁아지고 평소에는 문제없이 조직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여도, 이번 같이 긴급사태가 일어나면 그 약점이 드러나 버리는 것이다. , 문제점을 종합해서 폭넓게 보질 못하게 되고,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가에 관해서 조직의 의사결정이 애매해져 대처가 늦어지게 되는 것이다.

 

13. 과도한 하청의존 체질 : 소방차와 중장비 조작은 협력회사라고 불리는 하청회사가 담당해왔는데, 긴급시나 이상이 발생했을 때의 사용방법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는 정해져 있지 않았다. ... 이렇게 체제가 하청에 지나치게 의존하다보니 도쿄전력 사원이 플랜트를 보수관리하는 기술력이나 긴급시 대처하기 위한 실무능력 등이 떨어지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14. 도쿄전력의 안전문화

 

*IAEA 의 원칙3 ‘관계된 모든 조직과 개인의 안전에 관련되는 자세와 행동을 지배하는 안전문화는 관리시스템에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고 밝히고 포함되는 사항으로 다음 3가지를 들고 있다.

 

1) 지도부, 경영진, 직원 모두의 입장에서 개인과 집단이 가져야 할 안전에 대한 헌신

2)모든 차원에서 안전에 대한 조직 및 개인의 설명책임

3)질문해서 배운다는 태도를 장려하고 안전에 관해 자기만족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하기 위한 수단

 

스웨덴 보건복지부 장관인 라스 에릭 홈 장관은, 고발생부터 수주일 사이에 현장의 하청 종업원에게 선량계(휴대용 방사선 감지 장치)를 지급하지 않고 작업을 시킨 것과 선량계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가시와자키카리와 원전 등에서부터 도착해 있었던 것을 도쿄전력 사원이 알지 못해 활용되지 못했던 점, 두 가지를 지적하며 도쿄전력 안전문화의 부재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도쿄전력의 정보제공 방식은 도쿄전력은 무언가 불리한 것을 감추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진실을 말하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닌가?’ 등 국민의 불신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 점에서도 도쿄전력의 안전문화에는 뚜렷한 결함이 있었다.

 

15. 사고에서 배운다.

 

구체적인 사례를 시작으로 상위개념으로 올라가, 추상화, 보편화해서 지식으로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일단 지식으로까지 끌어올려두면, 나중에도 그 지식을 그때그때 사회정세나 기술상황에 맞게 바꾸어, 각각의 사례에 맞춰 생각할 수가 있게 된다.

 

충분히 지식화해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것을 게을리 했기 때문에 사고의 교훈을 살릴 수 없었던 예로서, 도쿄전력 가시와자키카리와 원전의 예가 있다. 2007년 도쿄전력 가시와자키카리와 원전이 지진으로 피해를 입었다. 지진대책을 충분히 강구하고 있었기에 큰 피해는 없었으나, 주변부의 설비 등이 파손되었다. 이로 인해 다시 운전하기까지 2년 이상 걸렸고 막대한 비용이 들었다. 이 사고로부터 중요설비만 지켜내려고 주력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고, 주변부까지 포함한 전체를 생각해 필요한 대책을 취해야 하는 것을 배워야만 했던 것이다. 예로 지진에만 초점을 맞춘 안전대책처럼 주의를 한 군데만 집중하면 그 외 부분에는 소홀해져, 그것이 원인이 되어 큰 사고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데까지 생각해야만 했다. ... 사고로 얻은 교훈을 지식으로까지 끌어올려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았다면, 원전 안전을 해치는 요인이 지진만이 아니라, 쓰나미라는 것에까지 생각이 미쳤을 것이다.

 

16. 또 중요한 것은 가설을 더해서 사고의 전체상을 만드는 것이다. 사고가 진행 중일 때는 시시각각 변해가는 사태에 맞추어 무엇인가를 선택, 결단해 실행해야만 한다. 사태진전의 각 단계에서 선택한 것을 연결한 결과의 하나가 실패의 길이다. 한편 각각의 단계에서 만약 다른 길을 선택했더라면 잘 됐을지도 모른다. 그 맥락이 성공의 길이다.

 

예를 들어, 이번 사고에서는 모든 전원 상실에 대비한 최소한의 대책으로 자가발전기 부착, 이동식 공기압축기를 준비해두었다면 중대사고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러한 이유로, 일본 국내 각 원전에서는 이 사고 후 전원차를 높은 곳에 배치하는 등의 대책을 곧 취했다. 그러나 그러한 중대사고대책은 사고 전에 취해야만 했던 것이다. 그것을 깨닫기 위해서는 사고나 실패에 이른 맥락을 자세히 조사, 검토하는 것뿐만 아니라, 성공의 길에 대한 탐색도 포함해 전체상을 생각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현재 존재하고 있는 다른 과제도 다시 보이게 될 것이다.

 

17. 사고가 일어났을 때는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생각해서 준비했던 것밖에 떠오르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한다. 동시에, 평상시부터 가상연습을 반복하여 머릿속에 사고회로를 확립하여 일부러 떠올리려 하지 않아도 생각날 수 있도록 해두고 실지훈련으로 신체를 움직여 몸이 기억하게 하도록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된다.

 

18. 정부사고조사위원회 위원장의 소감(사고에서 배운 것을 지식화할 것, 특히 시대가 변해도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도록 보편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소개함.)

 

1)있을 수 있는 일은 일어난다. 있을 수 없는 일도 일어난다.

 

2)보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은 보이지 않는다. 보고 싶어 하는 것이 보인다.

-보고 싶지 않은 것, 형편에 불리한 것,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을 일부러라도 찾아내려고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3)모든 것은 변하기 때문에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한다.

 

4)가능한 한 모든 예상과 충분한 준비를 한다.

-예상을 무한대로 해서 그것에 대응하는 방조제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렇게 해서는 비용이 끌없이 올라 결국은 실현 불가능하게 된다. 여기서 말하고 있는 것은 예기치 못한 사태가 일어나도 최악의 사태에 이르지 않도록 대책을 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아무리 조사하고 생각해도 깨닫지 못하는 것이 남아 있다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원래 인간의 생각 자체에 결함이 있다는 것을 겸허하게 인정하는 일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방재뿐만 아니라 감재라는 발상이다.

 

5)형식을 만들어놓은 것만으로는 기능하지 않는다. 구조는 만들 수 있지만, 목적은 공유되지 않는다.

-그 틀이 목적하는 바를 이해하고 있지 않으면, 충분히 활용할 수 없다.

-탁상위에서는 완벽한 대책으로 보이고 아무리 시뮬레이션을 해도 실제로 해보지 않으면 빠진 부분을 알아챌 수 는 없다.

-거의 모든 조직은 수직관계의 조직이다. 이러한 구조는 사태가 급속하게 진전되거나 시시각각 변화하는 비상시에는 전혀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 비상시에는 수평방향의 연대가 필요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6)위험의 존재를 인정하고 위험에 바로 맞서서 논의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든다.

-원전 추진파나 반대파 양쪽 다 안전을 바라는 방향 밖에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같다. 하지만, 양쪽 다 사고는 일어나는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발생시의 피해를 최소로 억누르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관점은 없었다.

 

7)자신의 눈으로 보고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고 판단,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그러한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개인이 되도록 노력하고 육성해야 한다.

-99JCO 임계사고 미국정부 조사단 중 한 명의 말, 기술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인터뷰를 했는데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제대로 말하는 사라미 없었다고 말한다. 기술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갖고, 그 생각을 외부를 향해서 발언할 수 있는 정부가 아니면, 원자력을 다룰 자격이 없다고 그는 말했다.

-다양한 안전대책은 강구되어 있었지만, 그것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채고 있던 원자력기술자들도 당연히 있었을 것이다. 그러한 기술자들이 좀 더 자신들의 의견을 소리 높여 말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한 사람의 기술자로서 주체적으로 판단해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인간이 되지 않으면, 진정한 의미의 원자력 안전을 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