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붙여,
일본, 나아가서 동아시아 근대 역사에서 '천황=신'이라는 개념이 얼마나 가공할 영향을 미쳤는가를 알 수 있죠.
그런데, 우리나라의 일부 저널리즘에서 일본의 천황을 가리킬 때 천황이라고 하지 않고 흔히 일왕이라고 표기하는데, 이것은 무식의 소치입니다. 지금 천황이라는 말을 쓴다고 해서 그게 천황이라는 존재에 대한 존경심을 나타내는 게 아닙니다. 그냥 단어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일왕이라고 표기해버리면 일본과 아시아의 근현대사를 전혀 이해할 수가 없어요. 천황은 다른 나라에서 흔히 보아온 단순한 세습 군주가 아닙니다. 철저히 신격화된 천황을 중심에 위치시켜놓고 천황제 관료독재 국가라는 '무책임의 체계'를 형성해온 역사를 모르면, 일본 제국주의의 득세와 좌절이 갖는 독특한 성격을 절대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왜 일본 제국이 그토록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방향으로 미쳐 돌아갔는지, 그래서 미국과의 전쟁이라는 터무니없는 국면으로까지 치닫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전혀 알 수 없게 됩니다.
...
독일지도자들이 기본적으로 양식이 있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메르켈 총리만 해도 원래는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죠. 후쿠시마 발전소가 폭발하는 장면을 보자마자 즉각 그 심각성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위원회 두 개를 구성합니다. 하나는 원전의 기술적 안전성을 점검하는 원자로안전위원회, 또 하나는 원전에 관련된 철학적, 사회적 문제를 검토하는 윤리위원회. 그리고 각 위원회에 정치적 중립성을 완전히 보장했습니다. 심지어 총리는 윤리위원회 의장에 자신의 정적인 전 환경부 장관을 임명했어요.
...
(위는 모두 <녹색평론> 김종철 선생의 강연에서)
'가혹하고 이기적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영효율만 강조' 행자부 공기업 평가, 안전불감증 부른다_김경년[오마이뉴스] (0) | 2016.06.10 |
---|---|
서울시, '구의역 사고' 시민대토론회 연다_김경년[오마이뉴스] (0) | 2016.06.08 |
[생각]이어지는 철도 사고와 10분 지연 (0) | 2016.06.04 |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한 죽음_김세정 변호사 (0) | 2016.06.03 |
[후기]'안전신화의 붕괴_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왜 일어났나'에서. (0) | 2016.06.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