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철도신문에 실린 한국교통대 전영석 교수의 글을 옮겨옴.
이미 많은 전문가를 통해 언급되었고 우리 노동조합도 반복했던 문제제기와 매우 유사.
그러나 짧지만 체계적인 이 글엔 매우 함축적인 문제의식들이 여러 군데에 담겨 있으니 하나하나를 착실히 살펴보고 고민꺼리를 만들어야 할 것임.
아래 밑줄을 긋고 번호를 매긴 부분은 개인적인 필요에 의한 것임.
전영석 교수가 명시적으로 구분하지는 않았지만, 시스템접근방식은 크게 두 가지 정도로 이야기하고 있음.
하나는 실수 또는 사고에 대해 안전정책과 시스템 유지의 반영이라는 관점. 발생한 대부분의 사고는 인적오류로 귀결되지만 사실상 80~90%는 조직 에러를 배경 원인으로 한다는 연구도 있음. 즉, 모든 사고에 대해 안전정책과 안전관리시스템의 문제를 표현하는 것이라는 관점을 가져야 함.(사람도 안전관리시스템의 일부임.)
다른 하나는 예시로 든 몇 가지 사고사례의 교훈인 심층방어(다중방어)와 같은 시스템적 보완을 최후로 마련해야 한다는 관점. 가능한 안전시스템의 마지막 단계에 사람이 아닌 시스템이 있게 해야 한다는 것. 전라선 율촌역 탈선사고의 경우를 예로 든다면 인간의 실수나 착오를 보완할 시스템적인 보완은 전무했음. 사고 이후 첫번째 예방 대책이 이런 실수를 차단하기 위한 ATP 비장착모드 운전이었음.
하지만, 여기에는 반드시 관점의 전환이 필요함. 인간은 반드시 실수할 수 있다는 관점! 이런 인간의 실수 발생 가능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은 '안전불감증'이라고 해야 할 것임. 전라선 율촌역 탈선의 경우에도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어도 기관사가 실수하지 않을 거라는 맹신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것임. 시스템적 보완이 전무한 반대선 운전을 오랜기간 동안 당연한 것으로 인정한 철도 운행의 역사가 '안전불감증'과 경영진의 '안전마인드 부재'를 상징하는 것임.
단, 주의할 것은 모든 철도 업무에 인간의 실수를 보완할 시스템적 설비를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임. 제임스 리즌은 다중 방어가 겹겹이 설치되는 것은 안전을 강화하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복잡한 과정이 연결되는 여러 경로를 통해 예상하지 못한 사고의 잠재적 원인이 싹틀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음. 즉, 우리 철도 현실에 가장 적합한 안전 방어벽을 설치하도록 많은 토론과 현장의 경험이 결합되어야 하는 것임.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더 자세한 글을 써볼까 함.
'위험도 저감'과 같은 단어도 등장하지만 현장에서의 작동 메커니즘과 한계 등에 대해서도 역시 다음 기회에 살피기로 함.
철도안전은 시스템접근방식으로 해야 한다!
철도신문 2017. 3. 8(수) vol. 1238.
전영석(한국교통대학교 철도운전시스템공학과 교수)
철도교통은 기반시설과 차량, 운영인력 등을 활용하여 철도운송을 목적으로 하는 시스템산업이다. 철도교통의 기본 가치인 철도교통 안전 확보는 무엇보다 중요하고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와 같은 이유로 철도안전법이 마련되어 있다. 이 법에 따라 국가는 철도종합안전계획과 연차별 시행계획을 마련하여 시행하고 있고, 철도운영기관의 철도안전관리체계를 승인하고 매년 정기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철도안전감독관제를 도입하여 15명의 철도안전감독관이 상시 철도현장의 안전관리를 지도감독하면서 안전관리체계의 유지와 예방안전에 노력하고 있다. 철도운영기관은 안전 확보의 1차적인 책임을 갖고 각종 안전활동계획을 수립하여 이를 추진함으로써 사고예방의 주체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각종 안전 정책 및 활동 전개에도 불구하고 철도사고는 계속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예방안전에 실패한 결과이다. 실패의 근본 원인을 규명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항공 및 철도사고조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고, 이에 따라 일정규모 이상의 철도사고에 대해서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독립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중대 사고가 발생하면 국토교통부에서 특별점검을 실시하고 그에 대한 특별대책을 수립·추진하여 왔다.
한편 ①국내 철도운영기관은 대내외적으로 비용절감과 경영개선에 대한 강한 압박을 받고 있어서, 이에 따른 인력감축, 외주화 등 비용절감과 효율성 제고를 위한 자구노력을 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철도안전시스템의 균열이나 시스템적인 결함(안전싱크홀)이 발생하여 사고로 이어지게 된다.
국가차원의 안전 확보와 사고 방지를 위한 철도안전정책의 추진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②철도사고는 계속 일어나는 것이 현실이며, 이는 철도안전정책과 철도안전시스템 유지에 실패한 결과로 본다. 특히 근본적인 안전시스템의 보강보다는 당장 직원 개인에게 책임을 지우는 징벌주의 문화는 또 다른 사고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낳고 있다. 철도교통에서 발생되는 사고는 시스템적인 특성에 기인하여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양상을 띠고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단편적인 접근이 아닌 ③시스템적 접근방식이 긴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사고책임을 직원 개인에게 전가시키는 잘못된 안전문화를 답습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④전라선 율촌역 무궁화호열차 탈선 전복사고, 태백선 관광열차 충돌사고, 부산 3호선 전동열차충돌사고, 대구역 KTX열차 3중 충돌사고 등은 인적오류에 기인된 사고다. 인적오류가 발생된 배경에는 안전시스템 유지와 비상대응체제 유지에 필수적인 정보공유 등 의사소통상의 문제가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부분적으로 인적오류를 시스템에서 차단하기 위한 안전장치와 안전설비의 미비, 제도상 문제 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연구결과에서 나타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이 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배경에는 ⑤시스템접근보다 현장 직원 몇 사람에게 책임을 물음으로써 다른 사고 요인에 대해서는 면죄부를 주게 되고 이는 또 다른 사고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구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
철도교통 ⑥안전시스템의 마지막 단계에 현장 직원이 위치하도록 된 안전시스템은 현장 직원의 인적오류가 발생하였을 때 시스템에서 이를 차단하지 못하는 경우 필연적인 사고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근본적인 철도사고 방지를 위해서는 철도안전시스템은 ⑦인간의 특성상 인적오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당연하다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인적오류를 전제하여 안전시스템상 ⑧인적오류가 시스템에 반영되지 않고 차단될 수 있도록 중첩된 철도안전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일례로 열차충돌사고방지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관사의 인적오류가 시스템에서 차단될 수 있도록 다음 단계로 기술적인 차상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하고, 이에 실패한 경우에는 물리적으로 충돌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안전측선 등 지상안전설비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운전속도를 최대한 제한하여 ⑨위험도를 저감시킬 수 있어야만 철도운전이 가능한 안전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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