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하고 이기적인

[후기]'대형사고 방지를 위한 안전의식과 안전공학적 실천 방안'의 몇 가지 시사점.

대지의 마음 2017. 4. 1. 13:53


대형사고 방지를 위한 안전의식과 안전공학적 실천 방안

_나카무라 마사요시 지음, 시그마프레스

(2013년 일본 현지 출판, 2016년 번역 출간.)



중요한 시사점 몇 가지를 얻을 수 있었음.


첫째, 유럽과 일본의 안전에 대한 생각 차이를 비교한 부분은 매우 흥미로움. 오랜 역사와 문화,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만큼 해당 국가 사회의 특징을 잘 정리해볼 필요가 들었음. 우리의 경우 일본과 유사한 생각을 보이고 있음을 참고로 살펴보면 좋을 것임.



둘째, 리스크평가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음. 리스크 평가를 실시한다고 해도 모든 리스크를 없앨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함. 흔히 볼 수 있는 생각이 리스크 평가를 실시하면 리스크를 제로로 할 수 있다는 오해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리스크 평가가 추구하는 안전은 '수용 불가능한 위험이 없는' 수준을 상정하고 있음. 리스크 감소 조치를 강구하더라도 잔류 리스크는 남고 이를 위해 정보를 공유하고 끊임없이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임. 또, 우리의 경우 사고마다 나오는 대책으로 위험평가를 들먹이는데 앞뒤 맥락을 짚지 못한 상투적인 수준에 그침.


관련해서 '절대 안전'을 주장하는 경영진의 태도에 대해 비판적인 평가가 되어야 함. 잔류 위험의 존재를 망각하고 리스크평가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이념적 목표를 주장하는 것은 안전에 대한 기본적 사고가 부족함을 보여주는 것임.



셋째, 인적오류에 대한 인식 전환 문제. 향후 안전관리의 중요한 변화의 지점은 '현장의 실수가 일어날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것'임. 그래야 오류가 발생하면 인적요인에 대한 다양한 해명이 가능하고, 종국적으로 심층방어의 개념을 활용한 시스템적 안전 대책을 강구할 준비가 되는 것임.



넷째, 4m4e 분석법에 대한 공부가 필요함을 느낌. JR동일본 철도에서 활발하게 활용되는 기법이지만 이번에 새로 알게된 사실은 그 기원이 미국운수안전위원회라는 사실이며, 일본 산업계에 여러모로 전파되어 있다는 것임. 한국 철도의 HEAR 기법이 어느 정도에서 전파, 활용되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하고, 노동조합 내에서도 다양한 기법을 실제 활용한 사고 분석 훈련을 할 필요가 있음.


(참고)노동조합 내부에 철도안전전문위원회를 마련한다면 안전정책분야(정부와 철도공사의 안전 정책 분석), 안전문화분야(국내외 안전문화 비교 분석 및 한국 철도 안전문화 비판적 검토, 대안 마련), 사고조사분야(국내 철도 사고사례에 대한 조합 차원의 사고조사 및 관련 실무 연구)의 3가지 분야를 기본으로 출발하면 좋을 듯.



다섯째, 경영진의 안전방침과 태도, 현장 순시 등에 대한 중요한 힌트를 얻음. 경영진의 직장 순시는 개별 사건을 지적하는 것보다 직장에 안전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필요하며, 안전에 대해 경영진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것과 동시에 직장 전체가 어떤 분위기 속에서 일을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어야 함. 한국의 경영진의 현장 활동을 비판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음.



여섯째, 변경관리에 대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음. 많은 사고나 재해는 결론적으로 현재의 기준과 규칙을 벗어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특히, 규칙을 변경했을 때 약 2/3 정도가 발생함. 작업 기준과 규칙의 변경에 따른 위험을 사전평가하여 안전하게 변경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제반의 경영활동을 '변경 관리'라 정의함. 즉, 변경관리는 현장의 창의적인 개선 활동의 성과가 반영된 긍정적인 측면의 결과물이지만 부득이 변경됨으로 발생하는 부정적 영향이 있으므로 필수적이며 중요하게 취급되어야 함. 변경관리 업무의 핵심은 다양한 조건의 변경이 실제 업무에 적용되는 과정임. 우리 철도 사고 등에도 항상 변경관리와 같은 행정적 업무가 실제 현장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원인 차원에서 해명하도록 노력해야 함.



일곱째, 이 책에서 '에러교정화'라는 개념이 등장하는데 이는 심층방어와 유사한 것으로 이해됨. 심층방어는 제임스 리즌의 스위스 치즈 모델을 바탕으로 하는데, 단계적으로 위험에 이르는 과정을 차단하도록 하는 방안이라 할 수 있음. 사고는 단일한 하나의 원인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음. 심층방어의 관점에서 철도 위험 대응 활동 과정 전반을 꼼꼼하게 체크해 볼 기회가 필요함.



여덟째, '휴먼에러'와 '휴먼팩터'를 주목하는 것은 차이가 있는 것임. 기본은 시스템적인 사고에 기반하는가의 차이라 할 수 있음. 인간의 오류에만 주목하는 '휴먼에러'와는 달리 '휴먼팩터'는 시스템 속에서의 인간과 조직 등 전반적인 안전 요소를 결합해 이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음. 사람의 실수는 원인이 아닌 결과라고 볼 때 '휴먼에러'적 접근 사고에서 벗어나 '휴먼팩터'적 접근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할 것임.



아홉째, 일본 후생노동성의 2006. 8.1 '제조업 도급 사업자에 의한 종합적인 안전 위생 관리를 위한 지침서'는 검토해야 할 문헌임.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음. 일본의 경우, 도급사업자가 관계도급인의 직원에게 직접 지시를 하는 것은 '위장 도급'이어서 적법한 것이 아님. 이것은 우리도 마찬가지. 그러나 노동안전위생법 제29조와 관련 지침에 의해 관계도급인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도급사업자가 안전 위생 법령을 준수하는 데 필요한 지침, 지도를 관계도급인의 직원에게 실시하는 것은 파견법에 저촉되지 않음. 파견, 외주 등의 고용 형태의 혼재에도 안전관리 책임을 도급사업자가 가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임.



열째, 듀퐁의 안전관리는 세계적으로 모범으로 회자됨. 이 책에서 특히 강조되는 부분은 듀퐁의 규율이 매우 엄격하다는 점. 엄격한 규율의 안전문화 자체는 비판의 여지가 없음. 하지만 이로 발생하는 부정적 측면의 문제를 어떻게 해소하는지 추가적인 공부가 필요함. 또, 이 책의 저자는 규율과 규칙을 혼동해서 사용하는 것은 아닌지도 의문이 생김. 개인적으로 규율이 엄격하게 관리되는 것과 규칙 준수의 엄격성은 성격이 다른 것으로 이해됨.




[기타] 일본 후쿠치야마선 탈선 사고 이후 2006년 4월에 발표된 일본 대중교통에 관한 휴먼에러 사고방지대책 검토위원회의 자료는 참고해야 할 자료임.   http://blog.daum.net/jmt615/10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