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하고 이기적인

'안전 없이 운행 없다?' 환영하지만 글쎄요...

대지의 마음 2021. 1. 18. 11:45

 

최근 내가 근무하는 현장에 게시된 내용 중 일부.

차량기지 또는 도중역에서 열차를 조성하기 위해 연결 분리하는 작업(입환) 중 안전에 유념할 것을 지시하는 내용이다.

평시에도 자주 안전 준수사항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관련 사례를 전파하기 위해 자주 등장하는 게시물들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그런데, 조금 다른 게 하나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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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본사에서 내려온 공문 중 일부를 수정하여 편집한 내용일텐데....

우리 공사의 슬로건이 '안전하지 않으면 일하지 않는다!', '안전하지 않으면 운행하지 않는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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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해 동안 안전 관련 공사와 노동조합의 활동을 모니터링해오고 있는데,

이런 내용을 발견하는 건 한편으로는 뜬금없는 것이고, 한편으로는 매우 반가운 일이다.

물론 현장이 그렇게 운영되는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이런 방침을 공표하고 있다는 건 어쨌든 의미가 크다.(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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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2015년을 경과하면서 보다 구체화되었을텐데,

노동조합이 단체협약이나 임금협약을 맺으면서 늘 주장하는 것이 안전에 관한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며, 이를 위해 노사 공동 활동을 전개하자는 것이었다.

그런 결실로 노사공동위원회의 활동이 여러 해 동안 이루어졌고, 최근에는 철도안전(경영)위원회가 구성되기도 했다.

물론 내용은 노동조합이 주장하는 내용들이 대부분이고 사측의 관리자들도 대부분 공감하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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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핵심이 위의 슬로건과 꼭 같은 것이다.(묘한 일이지만...!?)

노동조합은 '안전 없이 운행 없다!'는 안전 원칙을 노사 공동의 대표자가 공표한 후 구체적인 지침을 공식화하고, 현장이 실제 그렇게 운영되는지 모니터링을 통해 좋은 사례를 전파하여 한국철도만의 안전문화로 만들자는 주장을 한 바도 있다. 이런 주장은 국토교통부 철도 담당 부서에도 여러 차례 주장 했었다.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는 저 슬로건은 그저 당연한 수사에 불과하지만,

현장에서는 책임이 따르는 일이고, 수많은 시민들이 정시 운행을 요구하는 현실에서 누구도 '안전 없는 조건에서 운행을 거부하는 일'은 상상 속에나 존재하는 일에 버금간다.

따라서 수 년의 공동 활동을 통해 현장의 변화를 이끌고, 아울러 시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캠페인도 끊임없이 전개하자는 것이 노동조합 주장의 핵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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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노동조합의 주장은 늘 공감은 백퍼센트하지만 당국자와 관리자들에 의해 두루뭉실 다루어지고 결정도 실행도 부정도 되지 않는 묘한 상황에 빠지고는 했다.

안타깝지만 정권이 바뀐 최근도 마찬가지다.(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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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철도공사의 안전슬로건이 '안전 없이 운행 없다!'라는 것이다. 여전히 저 문구를 게시한 담당 관리자도 요즈음 벌어지는 운행 현장의 상황을 알면서 그저 웃음을 짓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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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마한 긍정적 신호 조차 부정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하지만, 관련된 노사간의 계획까지 있는 마당에 그것도 무시하면서 구호만 보기 좋게 늘어 놓고 있는 것이 못내 짜증 반 실망 반의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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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문화를 주도하는 핵심은 '안전리더십'이다. 안전리더십이란 안전이 최우선임을 경영자가 공표하고, 그렇게 사업으로 구현되는 것을 현장이 체감하는 것이다. 우습지만 대한민국의 대부분 현장은 '관리자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 말로는! 그리고 실제로는 수익을 우선시한다!', 이렇게 본질을 이해하고 있다. 그러니 변함없이 부지런히만 일하고 있다. 그리고 죽어가기도 한다.

 

'안전리더십'이 경영진이 현장 작업자에게 입바른 소리나 해대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말과 실천이 실천적으로 결합되는 것!, 그걸 어떻게 할래? 이 잘난 바보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