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사를 해보고 싶은 마음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불규칙한 직장 생활에 나름의 규칙성을 부여하기 어렵고,
적당한 텍스트를 찾아서 준비하더라도 혼자서 장기간 해내는 일은 쉽지 않은 난관이었다.
작년에 반야심경에 매료되어 (책 한 권) 필사에 도전해보았지만
홀로 적는 것으로는 도달하지 못하는 경계 같은 것을 느끼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
그러니 불광출판사 밴드에서 만난
100일 필사를 함께 해보자는 제안은 필연과도 같은 인연으로 느껴질 수 밖에...
'아, 드디어 뭔가 시작한 일을 끝맺음 할 수 있겠구나!'

부푼 마음에 책을 준비하고,
마침내 첫 글을 적은 날(2026/02/23)의 감동을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건 당연하다.
100일간의 필사를 준비하며 새로 장만한 부드러운 펜의 촉감도...
그렇게 나는 겨울의 끝자락을 100일 마음공부로 시작해
새 봄의 활기찬 깨어남도 새벽녘 필사와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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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는 늦은 근무를 마치고 12시를 넘겨서도 계속되었고,
새벽 3시이건 4시이건 잠이 깨면 자연스럽게 책과 펜을 찾는 습관마저 갖게 해버렸다.
...
그러던 중 아들 녀석의 군 입대가 다가왔다.
군대에 다녀온 사람이라면 자식을 군대에 보낼 때 상당한 마음 고생을 한단다.
자신이 군에 있을 때 마음 상태 -그 막막하고 답답하고 끝이 보이지 않던- 가 다시 떠올라 몸서리치게 된다는 점,
아빠가 자식에게 무언가 할 수 있는 통제력의 범위를 벗어나 아무것도 도움을 줄 수 없는 고립무원의 심정이 그렇단다.
물론 나도 듣기만 할 때는 반신반의의 마음이었지만,
아이를 훈련소에 두고 헤어질 때의 눈동자와 짧게 잘린 머리카락은 한동안 내 마음을 괴롭혔다.
그럴수록 필사의 구절마다 더 깊은 울림으로, 또 위로로 다가올 수 밖에 없었다.
'아이고, 필사마저 없었다면 이 헛헛한 마음을 어떻게 다독일 수 있었을까?'
...
그렇게 100일 디데이를 앞둔 어느날,
훈련소 수료식 초청장이 메세지로 날아왔다.
늠름하게 자란 아이를 만나러 오라는 초청장에 '6월 2일'이라는 날짜가 선명하다.

이 무슨 우연의 일치일까?
우여곡절 끝에 시작한 100일 필사의 마지막 날,
6월 2일이 내 아이의 훈련소 수료식 날이라니!!!
.
90여일을 넘긴 필사는 100일을 절박하게 기다리는 마음으로
도무지 더디게만 흘러가는 시간의 늪을 절감하며 지속되었다.

그렇게 6월 2일,
마침내 100일 필사의 마지막 장을 정성스럽게 쓰고 난 뒤
그리운 아이를 만나러 훈련소로 향할 수 있었다.
한층 성숙해진 아이의 모습도 좋았지만
내가 마음 다독이며 써내려간 글귀처럼
아이의 마음 또한 한결 편안하고 자신감이 충만해 있었다.
...
이제 아이는 자대 배치를 위해 경기도로 이동했다.
나는 100일간의 마음 공부로 얻은 충만함으로 새로운 독서와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마지막 장의 구절처럼
우리는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지금 이 곳에서 늘 새롭게 시작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시작보다 중요한 끝맺음을 위해
나와 녀석은 함께 '전진'하고 있다.
덧) 사랑하는 아들 별숲,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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