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사용하시던 등산용 나무지팡이.
요즘이야 등산용으로 많이들 손쉽게 구입하는 물건이고 실용적인 제품들이 많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국민학교 때로 기억된다.
새벽 이른 시간에 동네 어르신들 몇 분이서 가까운 신걸산이나 백용산 산행을 다녀오시곤 하던 일.
매일처럼 산행은 이어졌고, 참여하시는 분들도 꽤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지팡이로 사용하기에 적당한 길이의 나무들을 한 움큼 가지고 오셔서서 정성스럽게 다듬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몇 번이고 니스칠을 하고 바닥에는 쇠를 고정해 상하지 않도록 만들고서 주변 어르신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어린 나는 가까이에서 산행용 나무지팡이가 다듬어져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 중 몇 개가 시골집에 남아 있다.
주의 깊게 지팡이를 살펴보니 손잡이 부근에 아버지가 새겨놓은 '푸를 청'자가 눈에 들어온다.
먼지를 씻어내니 그 때 칠한 니시칠이 햇볕에 반짝인다.
수십년 전의 기억을 되살리는 추억의 소품을 만드는 일은 무척 신기하고자 고마운 경험이다.
당시의 추억이 몸 안에서 살아나는 걸 느끼게 된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도 기쁘게 돌아볼 수 있게 한다.
나무지팡이 하나를 깨끗이 닦아서 집에 가지고 왔다.
손잡이 부근에는 줄을 끼워서 묶을 수 있도록 구멍도 내져 있었다.
하얀 줄로 마무리를 하니 산행에 들고 다녀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멋진 나무지팡이가 되었다.
무엇보다 요즘 재미를 붙인 새벽 운동에 가지고 나가면 좋을 듯 싶다.
새벽이면 영산강변 주변으로 무리지어 다니는 개들 때문에 걱정이었다.
(덤빌 리야 없겠지만 큼지막한 개들이 무리지어 주변을 거니는 광경은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두려운 경험이다.)
여러모로 따뜻함을 주는 추억의 소품이 아닐 수 없다.
(2019.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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