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외로움

시험지 앞 한 아이

대지의 마음 2011. 3. 9. 00:00

 

전국 초등학교 3-5학년, 중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대상으로 2011 교과학습 진단평가가 실시

된 8일 오전 서울 신당동 흥인초등학교에서 초등학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있다. ⓒ뉴시스

 

 

작년에 진보성향의 교육감이 당선된 지역에서는 아예 시행하지 않거나,

학교별로 자체적으로 판단해 시행하는 정도에서 일제고사가 진행되었다.

시험지를 앞에 놓은 어린 아이의 답답함이 남의 문제로 느껴지지 않는건 왜일까?

내가 시험치고 있는 듯  마음 한 편이 짠하게 느껴지는 건 또 뭐냐?

나이값을 못하는 탓일까? 사진을 잘 찍어서일까?

 


 

 강원도와 광주시 교육청이 진단평가를 치르지 않으면서 이명박 정부 들어 추진됐던 전국단위 일제고사가 사실상 무너졌다.

8일 초등학교 3-5학년, 중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교과학습 진단평가가 실시됐다.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진단평가는 지난 2008년 처음 시행된 이후 매년 새학기 초에 치러졌다.

하지만 올해는 진보교육감이 있는 지역의 경우 교육청에 따라 진단평가를 실시하지 않거나 실시여부를 놓고 학교별 자율 선택권을 부여하면서 전국 모든 학교가 동시에 시험을 치르는 '일제고사'식 평가는 막을 내렸다.

그동안 교육당국은 최소한의 기초학력 성취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을 가려내고 보충지도를 하기 위해 진단평가를 실시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전교조나 참교육학부모회 등에서는 학교별 서열화, 학생 간 경쟁 강화, 학생 학습 부담 증가 등을 부추긴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다.

강원도, 광주시교육청은 일제고사 실시하지 않아

이날 강원도교육청, 광주시교육청은 진단평가를 실시하지 않았다. 이들 교육청 소속 초.중학교에서는 계획된 시간표대로 수업을 진행하는 등 차분한 모습이었다. 이미 교육청에서 진단평가 외에도 학생들을 진단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한 상태여서 평가 미실시로 인한 혼란도 없었다.

광주시교육청 정환운 장학사는 "일선 학교 교사들에게는 지난해 성적 등 학생들을 진단할 수 있는 자료가 충분하다"며 "광주의 경우 학교별로 학생 지도계획을 세워 교육청에 제출할 것이고, 교육청에는 자료들을 취합한 다음 예산이 필요한 경우 지원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동안 학기가 시작하자마자 진단평가를 실시해 부담을 느껴야만 했던 학생들도 '진단평가 미실시'를 환영했다.

광주 수완중에 다니는 강모(중2)군은 "오늘 과학, 역사 등 시간표대로 정상수업을 했다"며 "학생마다 잘할 수 있는 것이 다 다른데 성적으로만 평가하는 일제고사가 초등학교 때부터 싫었다. 학생들의 특성에 맞는 교육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박모(중2)양도 "시험 자체가 경쟁이기 때문에 학생들로서는 부담이 크다"며 "시험을 보면 일단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누가 공부를 잘하는지, 못하는지 알 수 있다. 공부를 못하는 친구들은 당연히 소외받게 돼있다. 오늘 시험을 봤다면 부담이 컸을 것이다"고 말했다.

강원도와 광주시 외에도 진보교육감이 있는 서울, 경기, 전남, 전북 지역은 진단평가 실시 여부를 학교 자율에 맡겼다. 이들 지역은 공통문제를 제공하면서도 각 학교장이 평가 시기 및 방법, 도구 등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진단평가 치른 학생들 "이번에 시험 못 보면 공부 못하는 학생으로 낙인"

반면 진단평가를 실시한 학교 학생들은 '시험을 보지 않으면 뒤쳐질 것 같다'면서도 학습 부담을 토로했다.

창덕여중 라모(중2)양은 "시험을 잘 보지 못하면 선생님이 공부 못하는 학생이라고 생각할 것 같아 부담스러웠다"고 밝혔다. 조모(중2)양도 "진단평가를 계기로 다시 한 번 공부를 할 수 있어서 도움이 되긴 한다"면서도 "시험을 보게 되면 잘 봐야하니까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장은숙 회장은 "일제고사가 시행되면서 초등학교조차 여름방학 때 문제풀이 보충학습을 하는 등 여러 부작용이 나타났다"며 "진보성향 교육감들이 학교마다 자율권을 보장하거나 실시하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로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가 점수 경쟁 등 교육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일제고사를 폐지시켜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