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만이 희망이다' 라고 앞과 뒤표지에 적힌 한지로 직접 만든 책!]
좋은 선물을 하나 받았다.
아니, 아주 '특별한' 선물이라는 표현이 어울리겠다.
선거 출마 이후 약 보름 정도 바쁘게 보내는 동안
이런 나와 동료 한 명을 위해
그 만큼의 시간 동안 좋은 시를 모으고, 한지를 잘라 붙이고 결국 책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선거가 끝나면 무엇을 선물해줄까 오랫동안 고민했으리라.
2년 동안 노동조합의 대표자로서 살아가는 내내
잃지 않고, 변치 않고 마음에 담아 두었으면 싶은 내용은 뭘까?
사람에 대해 무디어지고, 피곤을 호소할 때
몸은 피곤해도 얼굴에 흐뭇한 미소 머금으며 순간순간을 차분하고 현명하게 보내는 방법은 뭘까?
매일 한 편씩 읽으며 맞이하는 아침은 얼마나 상쾌할까?
<첫마음>의 열정 간직하라 준 <첫마음>님의 선물이 고맙다.
선물받은 시집에서 시 몇 편을 옮겨온다.
연탄을 소재로 한 안도현의 시가 상당히 많다.
연탄 한 장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을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을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연탄 한 장_안도현 작사, 강종철 작곡, 안치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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