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외로움

백자의 <가로등을 보다>를 구입하다.

대지의 마음 2011. 5. 7. 15:31

 

 

백자의 1집 앨범 <가로등을 보다>를 샀다.

당분간은 이걸 들어야겠다.

누군가는 호사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무척 흐뭇하다!

 

내 돈 내고 음반을 사는 건

첫째, 왠지 모르게 뿌듯한 마음이 든다.

둘째, 돈 주고 산 것이라 처음부터 끝까지 반드시 듣는다.

셋째, 그것도 몇 번씩 듣는다.

넷째, 그러면 다음번에도 또 사고 싶어진다.

다섯째, 백자와 같은 음악인은 스스로하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하게 될 것이다.

 

 

1. 조금씩

2. 가로등을 보다

3. 어김없이

4. 나비(다큐 '호은' ost)

5. 녹음기

6. 오직 너답게

7. 아물지 않는 악몽

8. 울고 싶던 어느날

9. 그대가 떠나가는 오늘 밤에도

10. 내버려 둬

11. 구름(연주곡)(다큐 '오체투지 다이어리' ost)

 


 

나 비

백자 작사, 작곡

 

 

꿈이었나 그건 꿈이었나

그게 난지 그게 그대인지 알 수 없어 나는 모대기네

얼핏 그댈 본 것만 같아

꿈이었나 얼핏 그대인가 알 수 없어 나는 모대기네

나비 그대

나비 그대

 

*모대기(명사) : 북한말로 괴롭거나 안타깝거나 하여 몸을 이리저리 뒤트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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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었나? 더딜지라도 조금씩...

백자의 첫 정규음반 <가로등을 보다>

 

 민정연(꽃다지 대표) 

 

민중가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가도 발끈하게 되는 한마디가 있습니다. “민중가요는 너무 네박자 투쟁가 아니면 성가풍이 주를 이루고 있어 선택의 여지가 없다. 좀 다양해졌으면 좋겠다.” 라는 말이 그것인데요. 분명 민중가요가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조언임에도 동의하기 힘듭니다. 최근 10여 년간 나온 음반을 들어보면 초기의 민중가요보다 훨씬 다양한 시선을 담은 화법으로 다양한 장르의 노래가 있다는 걸 알텐데 집회장에서 들은 몇 곡의 노래들로 그것이 민중가요 전부인양 말하는 것에 답답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여러분께 좀 더 관심을 갖고 들어주셨으면 하는 당부를 드리게 됩니다. 아울러 그 많은 노래들이 여러분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야겠다는 반성을 하고 분발해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제가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오늘은 아무런 선입견 없이 듣는다면 ‘민중가요는 이거다’라는 고정관념을 불식하고도 남을 음악세계를 가진 이의 첫 음반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백자’라는 가수를 아시는지요? 그는 낯설어도 그가 속한 노래패 ‘우리나라’를 모르는 분은 없겠지요. 백자는 노래패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가수이며 음악감독이며 솔로가수이기도 합니다.

 

제가 그를 처음 보았던 것은 1999년이었습니다. IMF 구제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적인 문제로 해고된 노동자들이 개인의 능력부족으로 해고된 것 마냥 죄인취급 당하면서도 어디 가서 억울함 한마디 호소하기 힘들었던 1998년에 꽃다지는 주 1회 거리음악회를 진행했었습니다. 1999년에는 그 판이 커져서 여러 문화 활동가들이 참여하여 40여회의 순회공연을 했었습니다. 대학로에서 진행한 거리공연에 ‘혜화동 푸른 섬’을 섭외했었는데 그 일원으로 ‘백자’라는 특이한 이름의 그가 기타 하나 달랑 들고 나타났었지요. 그래서인지 1년여가 흐른 후 등장한 노래패 ‘우리나라’에 그가 함께 한 모습은 매우 낯설었습니다. 그 이후 저돌적이라고 느껴질만큼 왕성한 ‘우리나라’의 음악활동을 응원하면서도 솔로였을 때 만났던 그의 모습이 생각나 아쉽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가 홍대 인근 클럽에 출몰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다큐 음악을 한다더니 수록곡을 모아 소품집 ‘걸음의 이유’를 발매하고 콘서트까지 하더군요. 그리고 마침내 2010년 겨울에 첫 정규 솔로음반 <가로등을 보다>를 발표하고 얼마 전 ‘학전 블루’에서 단독콘서트 <봄날>을 열었습니다. 팀 활동을 하면서 솔로 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녹록치 않은 작업임을 아는지라 내 일처럼 기쁘더군요. 3일간 입추의 여지없이 객석을 채운 관객들에겐 고맙기까지 했습니다.

 

 

자신만의 사운드를 고수하면서 관객을 잡아끌었다 놓았다 자유자재로 무대를 꾸미는 그의 콘서트를 보는 내내 ‘우라사와 나오키’의 <20세기 소년>의 주인공 켄지가 오버랩 되더군요. 한때 음악가가 되기를 꿈꾸었으나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누나가 남겨놓은 조카를 기르며 평범하게 살던 켄지... 세계를 손아귀에 넣으려는 '친구'에 맞서 싸우며 길거리에서 ‘온 세상에 밤이 찾아온다. 온 세상 사람들이 서둘러 집으로 돌아간다. 그런 하루하루가 당신 주변에서 언제나 계속되기를 구다라라 스다라라~’ 자신이 만든 노래를 읊조리던 켄지와 그의 음악 여정이 매우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백자의 첫 정규음반 <가로등을 보다>는 꼭 솔로음반이어야 하는 이유, 그가 몸담고 있는 팀의 노래와는 확연히 다른 색깔의 음악을 들려준다는 점에서 더욱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팀 활동을 하다보면 어느덧 개성은 사라지고 팀 색깔에 맞춘 소리로 바뀌기 십상인데 그는 오히려 10여 년 전 처음 보았을 때보다 훨씬 깊어진 다양한 보이스 칼라로 ‘백자만의 노래’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그가 얼마나 절치부심 스스로를 담금질해왔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첫 음반에는 포크를 기반에 두고 있으면서 블루지한 색깔을 더하여 지루하지 않게 들을 수 있는 11곡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초라하지 않은, 소박하면서도 과하지 않은 사운드는 틀어놓고 일하며 흘려듣다가 귀를 쫑긋 세우고 집중해서 듣기도 하면서 하루 종일 틀어놓아도 좋은 휴식 같은 음반이 아닌가 합니다. 아주 개인적인 독백을 담고 있으면서도 세상의 부조리함에 눈감지 못하는 시선이 행간마다 숨겨져 있는 그의 음반은 두고두고 들을 수 있는 음반일 듯합니다.

 

 

마치 초원을 걷는 청량감 있는 사운드로 시작하여 음울하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첫 트랙 ‘조금씩’은 그가 어떤 마음으로 노래의 길을 찾고 있는지를 바로 옆에서 읊조리는 듯합니다. 타이틀곡인 두 번째 트랙 ‘가로등을 보다’는 오래 전 이별의 아픔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강렬한 블루스 포크 사운드의 이 노래는 말랑말랑한 사랑 노래, 이별 노래가 드문 민중가요에 익숙한 청자라면 살짝 놀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의외성에 오히려 무장해제 당하고 음악에 젖어들 수 있다고나 할까요?! 세 번째 트랙 ‘어김없이’는 본인은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고 함에도 잔잔한 건반선율에 얹혀진 그의 결기 넘치는 목소리가 5월, 광주를 떠올리게 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네 번째 트랙 ‘나비’라는 곡에 이르러서는 더욱 귀 기울이게 됩니다. 블루지한 사운드가 봄날 아지랑이처럼 나른하게 다가오며 흐느적흐느적 춤이라도 추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이 다음의 음악행보가 어떨까 궁금하게 만드는 결정적 곡입니다.

 

이후 이어지는 11번 트랙까지 때론 방황하기도 하고 두려움에 떨기도 하는 그의 내면세계를 고스란히 들어내며 마지막 트랙인 연주곡 ‘구름’이 끝나면 어느덧 듣는 이 스스로 자신의 내면세계와 솔직하게 대면하게 합니다.

 

 

은근히 듣는 이를 끌어 잡아당기며 진한 여운을 남기는 그의 목소리가 다음 음반에서는 어떤 노래를 들려줄까 기대하게 됩니다. 그가 찾고 있다는 그만의 사운드가 어떻게 표현될지 벌써 궁금해집니다.

 

 

콘서트에서 백자를 검색하면 ‘청화백자’나 ‘삼백자 이내로 작성하시오’ 같은 게 맨 위에 뜨고 그 다음에서야 가수 백자가 뜬다고 하던 멘트를 듣고 깔깔대고 웃으면서도 한편으론 가수 ‘백자’의 이름이 가장 위에 나올 만큼 사랑받았으면 좋겠다고, 저 뚝심 있는 가객 백자는 그런 날이 올 때까지 노래를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래봅니다.

 

 

이번 음반은 그의 음악활동을 지지하고 좋아하는 100여명의 사람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제작됐다고 합니다. 후원금을 걷는 수고를 하지 않고도 다음 음반을 낼만큼만 그의 음반이 팔렸으면 좋겠습니다. 그의 음악은 충분히 그럴만한 자격이 있으니까요. 자, 지금 당장 검색창에서 백자를 검색하여 백자의 음악세계를 만나봅시다. 그의 노래가 여러분 마음 한구석을 움직였다면 주저 말고 음반을 구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