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아버지을 모신 산소는 비교적 길가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내년이나 그 후년쯤이면 선산에 옮겨 모실 생각이지만...
아버지가 생전에 얼마간 가꾸셨던 감나무 밭과
아들과 막걸리잔을 나누었던 당산나무가 바로 옆에 있고,
앞으로는 넓은 저수지의 끝자락이 보이는 곳이다.
해년마다 명절을 앞두고 벌초를 마치고서
우리 가족들이 두런두런 둘러앉아 음식을 나누는 장소도
이 당산나무 아래이다.
큰 딸 민결이의 탯줄을 묻어주고
아이의 건강을 빌었던 곳도 바로 이 당산나무 아래이다.
지금은 당산나무 아래 있던 연자방아 댓돌 2개를
조그만 철망으로 둘러치고
콘크리트 장벽으로 나무를 감쌌다.
누가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나무를 소중히 하려는 의도라면
콘크리트 장벽을 치지 않았으면 좋았지 싶다.
두 분 산소가 길가에 있어서
동네 분들의 눈길이 자주 머무는 만큼
어머니는 비가 오거나 한차례 장마가 지나고 나면
늘 훌쩍 커버린 풀 때문에 걱정이시다.
행여 동네분들에게 관심없이 그냥 버려둔 묘지로 보일까 신경이 쓰이시는 모양이다.
그래서 7월말 8월초쯤이면
할머니와 아버지를 모신 당산나무 옆 산소는
가볍게 벌초를 해오고 있다.
올해도 우리 가족이 총출동했다.(그래야 다섯 식구 뿐이지만...)
어른들이 벌초를 하는 동안 아이들은
당산나무 아래에서 장풍 대결을 즐겼고...
모처럼 기분 좋은 땀을 흠뻑 흘린 후
갈증을 가시게 한 오이맛이 아주 일품이었다.
벌초를 끝낸 어머니는
'아이고, 이제 한 시름 놨다'
이제야 걱정꺼리 없이 여름을 보낼 수 있게 되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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