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외로움

운전면허를 어찌할까?

대지의 마음 2012. 1. 25. 11:39

 

요즘 관공서에서 부쩍 등기니 행정우편이니 하는 겉옷을 입고

자꾸만 우편물이 밀려든다.

 

재작년 파업건이라면 개인 변호사(?)에게 연락이 올터이니

따로 우편물을 받으러 우체국에 갈 일도 없고 신경쓸 일은 아닐테고...

 

'실업급여 반납 건'이라면 차근차근 반납을 하고 있는데

뭔 놈의 큰 건수라도 올린 것처럼 우편물을 남발해되니 큰 죄인(?)으로 몰리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거기에 며칠전에는 '이것이 나에게 해당이 있는 우편물인가?'하는 편지가 한 통 왔다.

열어보니 '운전면허 조건부 취소 결정통지서'...

 

'아~!, 아직 내겐 운전면허증이 있구나!'

이걸 어찌해야 할까?

 

 

 

 

아마 운전면허를 처음 딴 것이 94년인 모양이다.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운전면허증을 말이다.

 

면허를 따는 것은 당시로선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면허를 딴 이후 시골의 어머님은 술 좋아하는 아들 때문에 남모르는 고민에 빠지셨다.

 

술만 먹으면 폭음을 해대는 아들이

또 어디선가 술에 취해 운전대를 잡지 않을까?

 

이런 어머님의 고민은 거의 매일처럼

아들에게 확인하고 확인하는 수고를 반복하시게 만들었다.

 

그때마다 아들은 '운전할 차도 없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요.' 했건만...

 

이렇게 몇 해가 흐른 뒤

새해만 되면 천주교 성당에 다니시는 어머님이 꼭 보시는 '토정비결' 점괘를 받아오셨다.

이 신년 운세의 내용이 기가 막히지만 '운전을 해서는 안되니 조심하라!'는 것이었다.

 

운전할 일도, 당시로선 필요성도 없는 나에게

이렇게 걱정하시는 어머님의 소원을 하나 정도는 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 후 나는 운전면허증을 가지고 있음에도 운전은 단 한번도 해보지 않은 생활을 하게 되었다.

덕분에 어머님이 가지고 계신 큰 걱정(?) 하나를 해결해드렸다.

 

(나중에 자가용 운전을 하지 않는 이유를 하나 더 만들기는 했고,

 이제는 그 이유가 훨씬 큰 소명처럼 받아들여진다. ㅋㅋㅋ)

 

자, 이제 3월말까지 적성검사를 수검하지 않으면 운전면허를 취소시키겠다는 서면 연락에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투자한 돈이 아까우니 우선은 적성검사라도 받는게 좋겠다는 아내의 말일까?

 

아직까지는 3월까지 바쁜 일정을 핑계로 그저 모르듯 지나치고 싶은 마음이 훨씬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