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오후.
순천전기 지부 조합원 2명이 노동조합(지본) 사무실에 나타났다.
쌀쌀한 날씨인데 다소 추워보이는 옷을 입은 저 동지는
취미로 Guitar 를 다루는데 간혹 노동조합 행사에도 무대에 오르곤 했었다.
그 옆에 있는 동지는 안면은 있는데 조금 쑥스러워하는 모습이다.
무슨 일일까?
궁금해서 2층 회의실에 살금살금 올라가봤다.
왠걸 기타반주에 맞춰서 쑥스러워하던 그 동지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적의 '다행이다'
특별한 계기가 아니면 부르기에 만만치 않은 노래일텐데..
약간 두꺼운 목소리지만 차분하고 상대에 대한 마음도 느껴지는 분위기.
'아니 왠 노래?'
'제가 내일 결혼하는데 신부에게 불러줄 노래를 연습하고 있습니다.'
오호~ 놀라워!
사랑하는 신부에게 신랑이 불러주는 축하의 노래
이적의 '다행이다'
그대를 만나고 그대의 머릿결을 만질 수가 있어서
아주 적절한 노래지만 놀랍다.
젊어서(?)일까
그리고 또 놀랐다.
약간은 떨어진 거리에 있는 노동조합 사무실 2층 회의실에 와서 연습할 생각을 하다니...
고마웠다.
그렇게 편하게 와서 즐기고 가면 되는데 하는 생각을 했다.
그 무슨 '파업'이네 '투쟁'이네 하는 일에 심장 떨리는 심정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동네에서 그저 막걸리 한 잔 먹고 지나치다 커피 한 잔 먹으러 왔다는 곳이었으면 좋겠고,
사랑하는 신부에게 불러주는 축가 연습 공간으로 안성맞춤이라고 추천해도 좋고,
본인이 사는 아파트 학부모 모임할 공간이 없다는데 노동조합 사무실이 안성맞춤이라네 해도 좋겠다.
뭐 다른 뭔가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그러면 엄청 좋을 것 같다.
예쁜 신부를 위해 준비하는 축가 잘 부르고
새신랑 신부의 앞날이 진심으로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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